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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풍의 시

[죽풍의 시]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머니 면회 후 쓰는 자작 시, 어머니

 

 

코로나19로 대면 면회는 못하고 유리창 사이로 만나야만 했던 어머니와의 운명적인 짧은 만남. 부산 어느 요양병원에서.(2020. 8. 5.)

 

 

어머니

 

눈물이 영글었다

길고 긴 억겁의 시간이리만치

눈가에 머물렀기에

수억 년 동굴 속

종유석이 되었을까

 

니가 누고

문이 아니가

무이가

 

합장한 두 손이 파르르

의지로 움직일 수 없는 천근같은 육신

닿을락 말락한 그 짧은 거리

가까이 오려 혼신을 다하지만

한 발자국 꿈쩍도 않는

미련 곰탱이 휠체어 통태

 

한 손엔 아들의 목소리를

다른 손엔 분신의 몸뚱이를

소리로, 몸으로, 듣고, 만지고 싶은

눈빛으로 전하는 애잔함

온몸으로 느껴지는 애처로움

 

그토록 바랐던 자식과의 만남

얼굴빛으로 주고받는 대화

유리창을 뚫어 마주하며

표정으로 말을 대신한다

떨리는 손에서 느껴지는 애틋함

 

하루 종일 같이 해도 부족한 시간

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일까

잠시 흐르는 침묵

종유석은 다시 녹아 눈물로

옅은 주름살 계곡을 따라 흘러

나의 발등에 닿아 멈춘다

이 슬픔 진한 애절함이란

 

헤어져야 할 시간

멀어지는 어머니와 자식

짧은 만남은 영원한 이별을 위한 연습

얼마 남지 않은 날

온 몸으로 겪어야 할 숙명

 

돌아서니

등짝에 비수를 꽂는 듯한

살점 덩어리 떨어져 나가는 쓰라림

피할 수 없는 운명

연민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삶이란 다 그런 거라며

애써 회피하려는 비루(悲淚)

인생이란 참...

-죽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