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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고향함양/함양시론

[함양시론] 지역 언론에 대한 유감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의 힘은 어디쯤에 위치할까. 언론은 프랑스 혁명 때 성직자, 귀족, 평민 외 새로운 힘을 형성했다는 의미에서 4계급이라 불렸고, 삼권분립 이후에는 4의 권력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처럼 여론을 주도하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곳이 언론사라 할 수 있다. 정론직필(正論直筆), 언론을 상징하는 단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에서 이 단어만큼 독점적인 가치를 주장하는 데는 단연코 없다. 언론의 전유물인 셈이다. 언론이 첫 발을 내딛을 때 쓰는 창간사나 몇 십 주년 기념사에서도 이 단어만큼은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언론사를 대표하는 이 단어는 독자들의 지지를 이끄는데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또 하나 언론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사실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정보 전달은,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다. 나아가 사회적 쟁점에 대한 규정을 통한 해설과 비판으로 여론을 형성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또 정부나 기업을 감시하고 견제함으로서 권력의 남용을 억제, 국민의 알권리와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함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

 

올해 장마는 유난히 길면서 많은 비가 내렸다.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나 농경지 피해는 물론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함양지역도 폭우피해를 비켜갈 수 없었다. 7월 강우량을 보면 623mm(30일 기준)로 이는 올 누적 강우량 1162mm53.6%를 차지하는 양이다. 많은 비는 급기야 인명사고를 불렀다. 관내에서 소중한 두 분의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고는 이달 중 제일 많은 양의 비가 내린 지난 13. 이날 123.8mm의 비가 내렸고, 그 앞선 11일부터 3일간 내린 누적 강우량은 238.2mm. 결코 적지 않은 양의 비가 내린 셈이다.

 

장맛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간세상이라면, 이제 비는 그만하면 됐다라고 할 법도 하련만, 자연세계는 감정이 없는지라 봐주고 할 리가 없을 터. 그저 인간이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그 역경을 헤쳐 나가는 길밖에는 없을 뿐이다. 계속된 비는 지난 24일 필자가 사는 집 뒤, 야트막한 산을 무참히 내려앉혔다. 소위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것도 중앙선 없는 도로 폭 6m를 넘어서면 삶의 쉼터를 덮치고도 남았을 위험천만의 일이었다. 물 반, 뻘 반, 힘을 얻은 개흙은 인간의 힘으로 이길 수 없는 자연의 무서운 재앙이다. 힘없이 넘어진 고목은 전깃줄에 간신히 목숨을 기대는 모습이다.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치는 느낌은 내 기분과도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7월 들어 지역 언론은 어디에 있었는가.(물론 필자는 많은 비가 내린 7월 뿐 만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또 어디에 있기나 한 것인지, 있었다면 무얼 했는지. 장마철 많은 비는 재해를 동반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던가. 이럴 때 지역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실을 신속하게 전파함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는 데 데 일익을 담당하였는지. 장마철 폭우 대비와 관련하여 행정기관의 정보를 통해 시민에게 알 권리를 제대로 전했는지. 또 인명사고 발생 이후, 행정의 조치가 적절하게 이행 된지를 감시한 적이 있는지. 행정에서 제공하는 보도 자료를 받아, 검증 없이 취재도 않은 채, 그대로 옮겨 싣는 것만 아닌지.

 

이번 장맛비는 많은 피해를 남겼다. 인명사고 이후에도 산사태가 몇 십군 데 발생했다는 소문이다. 그럼에도 언론의 장마철 비 피해관련 보도는 거의 전무하다. 어떤 지역 신문은 인명사고 소식이 한 줄도 보이지 않는다. 함양지역 일기예보 소식은 지역 언론에서는 아예 찾아보기도 힘들다. 그저 TV 시청이나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사만 보라는 것인지. 피해발생 보도는 더욱 없다. 피해 상황 보도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사고발생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내는 것은 불문가지다. 보도하지 않거나 숨길 이유는 전혀 없다. 지금까지 지역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만 살펴보면, 함양군 관내 장마철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인식된다. 지역 언론이 이런데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없는지, 아니면 관심 부족인지, 그것도 아니면 아예 인식이 없는지, 정말 묻고 싶다.

 

지역 언론과 행정의 관계, 그 한계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한 다리 건너뛰면 형님 동생이요, 친인척인 것을. 불리하거나 불편한 진리는 숨기고 싶은 것도, 인간의 욕망 중의 하나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말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언론이 그래서야 쓰겠는가. 행정에서 제공하는 보도 자료를 그대로 옮겨 싣기보다는, 심층취재로 올바를 기사를 생산하고 국민의 알권리에 부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지금이다. 4계급이니, 4의 권력이니, 하는 언론권력을 지칭하는 것도, 언론의 막중한 책임을 다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함은 기본이 아닐까. 행정 정보를 공유하여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제대로 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언론의 역할을 성실히 다했는지 돌아보기를 바랄 뿐이다.

 

사족으로, 이 글을 지역 언론에서 게재해 줄 것인지 망설여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지역 언론이 필자의 생각에 공감하고 다시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를 갖는다면, 지역 언론이 함양군민에게 더욱 봉사하는 길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도길

행복찾기프로젝트연구소 죽풍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