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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고향함양/함양시론

[함양시론] 하여, 서춘수 군수에게 묻습니다

함양군청

 

올 여름 폭우는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사망자는 20명이 넘고 실종자도 11명이다.(6일 기준) 이처럼 큰 인명피해는 함양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달 13, 마을 대표로 공적인 임무를 다하던 중 이장과 주민 1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폭우로 불어난 물에 의한 안타까운 사고였다. 장마기간 내리는 비는 재해를 예고하는 징후다. 시간 당 몇 십 밀리미터 쏟아지는 폭우는 인간에 대한 경고로 읽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같은 예고나 경고를 애써 외면하는 안일함은 큰 피해를 불러온다. 그리고는, 잊히고 또 다시 반복되는, 자연재해는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서춘수 군수는 취임 때부터 군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지금까지 실천해 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행정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인식아래 현장 중심의 행정을 펼친다는 것이 그 요지라고 말한다. 열린 군수실을 통해 정기적으로 군민을 면담하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는 현장소통 중심이라 평가할 만하다. 이 같은 서군수의 철학이라 할 수 있는 소통 케치프레이즈는 군수 취임이후 일정부분 성과를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

 

그렇다면 군민을 우선에 둔, 군민 중심의, ‘현장소통이란 군수의 철학을 공유하고 실천을 위한, 일선 책임자급 공무원들의 업무자세는 어떨까. 한 마디로 실망이다. 부임이후 마을 공사현장에 출장하여 공사장을 점검하거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일은 없었다. 산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상황파악을 위한 현장 방문도 없었다. 주민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노력도 없었다. 경위를 파악하는 필자에게 역정을 내고, 한 마디도 지지 않겠다는 행태에서 자괴감이 느껴진다. 공무원은 모름지기 민원인의 말을 먼저 청취하는 게 순서다. 나아가 구체적인 상황설명과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설득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설득하는 기술도 공무원의 역량이요, 자신의 능력이다. 군수의 현장소통 인식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람이 살면서 예기치 않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적인 이치다. 로또를 맞아 일확천금을 누리는 극소수 사람도 있고, 생각지도 않은 사고로 온 가족이 슬퍼하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짧지 않은 긴 삶의 여정에는 어려운 일이 항상 발생한다는 것.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엔 지혜가 필요하고 인간존중의 정신이 깃들어야 함은 물론이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아픔을 공유하고 손을 잡고 진정으로 위로해 주는 것은 기본이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것도,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의 의미를 새길 것이라는 생각이다. 7·13 이장 등 주민의 사망사고와 관련한 나의 생각이 들어서다.

 

이장은 흔히 행정의 제 일선에 속한 조직이라 말한다. 광의의 개념에서 이장도 공무원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이도 있다. 이번 사고는 이장 등이 마을의 공적인 일을 하다 일어났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장이 행정기관에 장비 지원을 요청했고, 작업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고는 공적인 문제로 전환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장과 주민이 개인적으로 장비를 불러 사고가 발생했다면 또 다른 영역으로 치부될 일인 줄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고 이후 장례식은 개인적으로 치러졌다. 한 분은 어떤 연유에서인지 장례식도 하루 넘겨서야 치렀다. 함양군에서는 왜 함양군 장()으로 마지막 예우를 다하지 못했을까. 함양군도, 함양군의회도, 이 문제를 예사롭게 생각했을까. 아예 생각도 못했는지, 아니면 검토는 했으나 함양군장이 격에 맞지 않았는지, 그것도 아니면 대상이 되지 않아서 할 수 없었다는 것인지. 정보가 부족한 필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또 군수 보좌진이나 간부급을 비롯한 소속 공무원들조차 이런 생각을 못하고 건의도 못했다는 것인지, 군민의 한 사람으로 알고 싶은 물음이다. 앞서 언급한 사람에 대한 기본 인식하고는 큰 간격을 느낀다. 사망자에 대해 의사 지정자 여론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함양지역 언론의 여론은 어떻게 모아지는지 한 줄 기사도 찾기 힘들다.

 

서춘수 군수는 지난 6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군민에게 사과했다. 연이어 일어난 함양군 공무원의 일탈행위와 관련하여 소속 공무원을 지휘 감독하는 책임자로서 군민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지난 7월에는 함양군에서 관할하는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로 작업인부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어 발생한 7·13 폭우관련 사망사고는 함양군의 안전 불감증이 어느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

 

하여, 서춘수 군수에게 묻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군민과의 대화라든지, 현장 소통문제라든지, 하는 서군수의 철학은 일선 책임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인지. 중앙정부는 국민 3명 이상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는 사건에 대해서는 중앙재해대책본부를 가동해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세우고, 민심을 다독거린다. 함양군은 연이어 일어나는 이런 사고에 대해, 그 입장이 무엇인지 직접 듣고 싶다. 요즘 뜨겁게 뜨는 단어 하나가 있다. ‘일개라는 말. 일개 군민이 묻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사항에 대한 함양군의 입장이 무엇인지 답을 듣고 싶다.

 

* 이 글은 함양군 지역신문인 주간함양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