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지난(至難) 했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의 시작이다.

지난여름은 많은 사람들에게 고난의 시간을 안겨 준 여름으로 기억창고에 남았다.

태풍, 기습적인 폭우, 산사태와 이에 따른 생명과 재산피해 그리고 폭염까지 힘든 삶을 시험이라도 삼는 듯, 고난의 연속은 지속됐다.

 

죽풍원도 고난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많은 비는 작물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허브와 다육식물을 키우는 데도 큰 애로사항을 겪어야만 했다.

이웃 집 수박농사와 고추농사는 완전히 엉망이 돼버렸다.

수박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당도가 떨어져 시장에 내지도 못했고, 고추는 탄저병이 들어 한 근도 생산하지 못하고 뿌리 채 뽑아버려야만 했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올 가을 고추는 1근에 2만 원이 넘게 거래되고 있다.

예년 평균 1만~1만 3천 원에 거래하는 때와는 엄청난 차이의 가격으로, 올 김장하는데 큰 걱정이기도 하다.

 

가을이 시작되는 이 때 지리산을 다녀온 사진 한 컷이 폰에 저장돼 있다.

지리산 고사리다.

고사리는 식탁에 오르는 주요 반찬재료로 이용되지만, 잎 모양이 예쁘고 정원을 가꾸는데도 필수적인 식물로 각광받고 있다.

지리산 노고단 가는 길에서 만난 잎이 큰 고사리가 발길을 묶는다.

 

한 동안 그 아름다운 매력에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고사리는 <백이숙제> 고사에 나오는 어린아이의 손을 '고사리 손'에 비유하는데서 알 수 있듯,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또 고사리는 외국에서는 독초라 먹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나물류에서는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재료로 손꼽힌다.

한 때, 제주도 지역에서 고사리로 인해 떠 돈 낭설이 있었는데, "고사리를 먹으면 남자 정력이 떨어진다"라는 것.

이는 의학적인 근거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고사리 무단 채취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다.

한국 사람은 "몸에 좋다면 뭐든 가리지 않고 먹는다"거나, 반대로 "몸에 좋지 않으면 사실 여부를 떠나 먹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에 기인하지 않았나 싶다. 

 

고사리 꽃말은 신비, 요술이다.

피곤했던 여름이 끝나고 결실을 이루는 가을이다.

고단했던 지난여름 지리산에서 만난 고사리를 보며, 올 가을은 신비함이 가득하고 가끔은 요술이 삶에 있어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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