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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지역언론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거제신문 2007년 7월 2일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시청사를 관광자원화 하자.


너른 광장에 조각상이 있는 분수대가 있고, 거북선을 타고 지휘하는 이순신의 청동상을 배경으로, 백 미터가 넘는 황금 칠을 한 첨탑이 서 있는 대리석이나 붉은 벽돌로 지은 2~3백년 된 시청사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 있는 장면을 시민들이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소중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까, 아니면, 공무원이 사치스러운데서 근무한다고 비난할까? 지난, 94년 서유럽을 여행하고, 이번에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영국과 동구권을 제외한 유럽 대부분의 나라를 체험했다. 역시, 대단하다는 느낌과 깊은 역사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나라에서 배울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은 개개인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각기 다를 수는 있겠지만, 우선, 그들의 예술적이면서도 집념을 가지고 만든 깊은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을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세계 어느 나라든 역사 없는 나라가 있을 수가 있겠는가마는, 전쟁이나 재해로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코펜하겐에 있는 볼품없는(?) 인어공주 동상이나, 내셔널 로만 양식의 웅장하고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면서 106m의 탑이 있는 스톡홀롬의 시청사는 불과, 채 백년도 안 되었지만,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고 있는 이 도시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은 중세시대 서구풍의 건축물이 도심전체를 형성하고 있다. 미술양식의 발달로 건축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도시계획건설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도시 전체가 건축물 박물관이요, 조각 전시장이다. 시원하게 뿜어대는 분수는 그 도시 사람들의 활기찬 삶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사람이 살아가면서 남기는 발자취요, 흔적이다. 그러면 역사란 무엇인가? 발자취를 남긴 흔적을 기록하는 것이 역사다. 그래서 예술과 역사는 공존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예술을 창조하고 역사를 기록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지역에도 황금빛 치장을 한 높은 탑에 돌이나 벽돌로 만든 예술적 작품성이 있는 시청사나, 그 지역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인물의 청동조각상이나, 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조각상이 있는 아름다운 분수대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주변으로는 너른 광장을 만들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제공해 주고, 지역을 찾는 관광객에게는 멋진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시청사를 새로 짓게 될 경우를 가정하여, 한번 진지하게 생각 좀 해 보자. 시멘트의 수명은 50년 정도다. 그렇지만, 재건축하는 아파트를 보더라도 50년이 아니라, 20년 전후가 되면, 헐고 새로 짓게 된다. 시멘트를 지을 경우 50년 수명을 다한다 하더라도 세 번 짓게 되면 150년 정도다. 그런데, 돌로서 한번 지으면 150년이 아니라, 몇 백 년이 지나도 내부 수리만으로도, 충분히 사용하고도 남을 것이고, 훌륭한 문화유산을 후세에 물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역을 대표할 만한 멋진 건축물을 왜 가지지 못하고 있을까? 아마, 으뜸으로 꼽는다면 예산을 낭비 한다면서 돈 문제를 거론할 것이고, 다음으로, 왜 그런 어마어마한 건물을 지어야만 되는지, 하는 인식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지역에서 지역을 대표할 만한 오래된 건물을 꼽으라면 무엇을 보여 줄 수 있을까? 물론, 목조 건물의 문화유산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그 문화유산을 평가절하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다 없다. 다만, 지역을 대표할 만한 상징적인 건축물이나 조형물을 만들어 시민들에게는 자긍심을 높여주고, 관광객에게는 관광명소로서 자랑할 수 있는 지역의 명물을 만들어서 후세에게 물려주자고 하는 것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해외여행 자유화로 많은 사람들이 유럽지역을 관광하면서, 오래되고 예술적인 건축물을 보고 감탄도 많이 했으리라. 이런 건축물, 저런 기념탑, 말을 탄 장군의 동상, 또는, 너른 광장이 있고 시원하게 물을 뿜고 있는 분수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사람들도 더러 있으리라.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우리는 왜 그렇게 하려고 생각을 하지 않을까?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그에 가면 도시 전체가 건축물 박물관이요, 조각품 전시장이고, 거리가 공원이라는 것을 실감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생각을 좀 달리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역사란 만들어 가야 한다. 앞서, 우리는 왜, 지역을 대표할 만한 건축물을 가지지 못하는지 대해서 돈과, 인식의 문제라고 지적하였듯이, 이제 그 해법을 내 놓는다면, 반대로 인식의 문제와 돈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먼저 그르려면, 조급성을 벗어 던져라. 몇 년 안에 하겠다는 짧은 생각을 버리고, 내가 이 사업을 마무리해야 하겠다는 욕심도 버려야 한다. 노르웨이의 비겔란 공원을 조성하는데 28년이 걸렸고, 독일의 이름 나 있는 성당을 짓는데도 100년이 넘게 걸렸다. 다음으로, 인식을 바꿀 수 있다면, 돈 문제의 경우, 몇 십 년의 기간을 가지고 추진하면서, 해 마다 조금씩 적립하고 투자하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시민 스스로 내가 건물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건립한다면 십시일반 특별 모금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완공 후에는 전 시민의 이름을 새겨서 후세에 영원히 전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 문제는 누구보다도 단체장이 앞서야 한다. 만약, 이 사업을 시작하려고 말이라도 꺼내게 된다면, 시민과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을 것이 뻔하다. 대통령이 어느 자리에서 '제정신'이라는 표현을 쓰서 언론의 비난을 받았듯이, 이와는 반대로 시민과 언론으로부터 제정신이 있는 사람이냐고 비난 받을 것이 눈에 보이듯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도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지금 당장은 추진하기 어렵겠지만, 먼 미래를 보고 충분한 시간 아래, 단체장이 역사의식을 가지고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서 앞장서서 주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독재시절의 밀어붙이기식 리더십이 아닌 대화와 설득의 기술로 주민을 리더 해야만 한다. 이제, 우리도 시가지 중심에 너른 광장을 만들어 여러 가지 조각 작품으로 분수대도 만들고 뒤편으로는 아름다운 시청사를 지어서 후손에게 물려주자. 지금 당장 2~3백 년 된 고풍스런 시청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을 상상하면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