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

살아 계신 어머니 산소 벌초를 마치고

벌초 작업을 마치고...

그제(27일). 형제들이 모여 아버지 산소 벌초작업을 마쳤다. 아버지가 돌아 가신 지 벌써 8년 째. 세월 참 빠르다. 아버지 산소를 찾는 것은 1년에 정기적으로 세 번. 설날, 추석에 이어 벌초를 하는 날이다. 올 해도 어김없이 형제들이 모여 벌초작업을 하기 위해 산소로 향했다. 예전에는 예취기로 벌초를 하지 않다 보니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만큼 많은 량의 땀도 흘려야만 했고, 힘도 들었다.

3년 전인가부터 예취기 1대를 구입하여 벌초를 하다보니 시간도 많이 단축되고 편리해졌다. 올해는 아는 분에게 예취기 1대를 더 빌려 작업을 수월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 산소 한 곳만 벌초를 하면 굳이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예취기를 살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아버지 산소 옆에 벌초를 하지 않는 분묘 5기가 있는데서 비롯됐다. 8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다음 해 벌초를 하러 갔는데 무성하게 자란 분묘가 방치되고 있었다. 굵디굵은 나무가 자란 걸 보면, 오래 전부터 벌초를  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무연고 분묘는 아닐 건데 생각을 하면서도, 형제들이 모여 벌초를 해 주자고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 이후로 계속된 아버지 이웃의 묘소 벌초작업. 한번 시작한 이웃 묘소의 벌초작업은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 힘든 작업을 하다 보니 예취기를 사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또 다른 한 가지는 아직 살아 계신 어머니 산소(가묘) 벌초 작업이다. 어머니는 올 해 일흔 아홉. 숨이 가쁠 때가 있고, 잔병치레를 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지내신다. 그럼에도 아버지 묘소를 정할 때, 어머니 사후를 대비하여 가묘로 작은 봉분을 만들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같은 자리에 모시기 위해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똑 같이 벌초 작업을 해 오고 있다.

벌초를 마치고 술잔을 따르고 절을 올리며 예를 표했다. 살았을 적, 술을 좋아하시던 아버지. 그랬기에 술잔 가득 소주 한잔을 채워 아버지 묘소 사방으로 뿌려 드렸다. 술병에 남은 술도 잔에 따라 이웃 묘소에 뿌려 드리면서, 하늘나라에서 이웃끼리 편히 잘 지내시라 빌어 드렸다.

무성히 자란 잡초 더미 속의 아버지 산소, 바로 옆에 살아 계신 어머니의 가묘, 그리고 이웃 묘소의 벌초작업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는 발길이 가볍다. 땀 흘린 보람을 느낀 하루였다.

벌초 작업 전 잡초가 무성히 자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