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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거제도

행복을 낚시하는 사람들



행복을 낚시하는 사람들 - 거제도 능포동 동방파제

낚시라는 것은 고기만을 대상으로 낚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왜냐고요? 지난 일요일(28일), 낚싯대로 행복을 낚시하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남해안 최고의 관광지라 불리는 거제도. 그 땅에서 중간 동쪽 끝자락에 능포동이라는 동네가 있죠. 제가 자란 동네고, 지금은 어머니가 살고 있는 동네랍니다. 그곳 바닷가에 방파제 두 개가 바다를 에워싸고 있고, 끝에는 빨간 등대와 흰 등대가 늘 마주보며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행복을 낚시하는 사람들 - 거제도 능포동 서방파제

방파제는 행복이 가득한 그림이 펼쳐져 있습니다. 시멘트 바닥에 편히 앉아 소주병을 따고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아이와 같이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우는 아빠와 엄마. 예쁜 강아지를 데리고 같이 낚시에 몰두하는 남자. 바닷물 속 물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라, 방파제 바위에 기어 다니는 작은 게를 미끼로 홀기는 아빠와 아이. 아빠가 게 한 마리를 낚았는지, 낚아챘는지 건져 올리자 기뻐 어쩔 줄을 모르는 아이.

행복을 낚시하는 사람들

젊은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웅크리고 앉아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긴 장대를 이용하여 봉돌을 멀리 던졌습니다. 한 마리가 물었나 봅니다. 낚싯줄은 탱탱하고, 낚싯대는 바닷속으로 휘어집니다. 잠시 줄 댕기기를 하다 이내 걸려 올라오는 작은 물고기. '메가리'라는 고깁니다. 그런데 남자는 낚시 바늘을 빼고, 고기를 바다로 살려 보냅니다. 뒤에서 살짝 지켜봤죠.

행복을 낚시하는 사람들

남자의 친구로 보이는 여자는 긴 장대 낚싯대가 아닌, 짧은 나뭇가지 낚싯대입니다. 차마 낚싯대라고 할 수 없는 그저 나무토막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거 같습니다. 잠시 후, 여자친구도 한 마리를 낚았나 봅니다. 이윽고 건져 올려지는 고기는 작은 '망상어'라는 고기였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도 고기를 바다에 살려서 돌려보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신선한 광경이었습니다. 기분이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행복을 낚시하는 사람들

하얀 등대가 있는 방파제 끝까지 가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방파제 양쪽 바다에서 낚시에 열중입니다. 얼마나 많은 고기를 낚았는지 고기 통을 보니 거의 대부분이 빈통입니다. 몇 사람만이 손바닥만한 물고기를 낚았을 뿐입니다. 많은 고기를 낚으면 좋으련만, 어디 그게 욕심대로 되는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저 친한 사람끼리 시간 보내면서, 즐겁게 지내고, 행복을 느끼면 그게 좋은 거 아닐까요? 제 눈에는 행복을 낚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행복을 낚시하는 사람들

여러분도 행복 낚시를 한번 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그렇다면 물 반 고기반이 아닌, 행복이 가득한 바다, 거제도 능포항 방파제로 오십시오. 행복 가득한 바다는 여러분을 환영할 것입니다. 행복 낚시에서 말입니다.

거제도 능포항 양지암등대(상)와 능포항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