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처님] 봄을 맞는 마음/ 보성스님/ 오늘의 법문
장수사 조계문(용추사 일주문),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54호.
봄을 맞는 마음/ 보성스님
봄이 찾아오니 곳곳마다 꽃입니다.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은 오래 됐든 어리든
모두들 제 모습대로 나툽니다.
그 모습처럼 우리네들은 한 인간으로서
참 소중한 존재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다 존귀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다들 어지러워하고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입니다.
이 봄 기운을 저 꽃들처럼 만끽하지 못합니다.
꽃들을 보세요.
모진 비바람에도 탓하지 않고 구차한 마음 없이
피어나는 저 꽃들을 좀 보세요.
저 나뭇잎을 좀 봐요.
이 순간의 따뜻함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 자세,
그것을 볼 줄 알면 오늘 우리는 분명히 오늘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분명히 살지 않는다면 다음 시간은 없습니다.
내가 내 앞을 가렸기 때문입니다.
저 꽃처럼 활짝 피어나세요.
사람들은 흔히 세상 탓을 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스스로 감내하지도 못할 욕망을 안고 허우적거리다보니
모두가 자기 생각만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입니다.
과연 내가 소유해야 할 것을 소유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세요.
활짝 열어놓을 줄 모르니 버릴 줄도 모릅니다.
그것이 복입니다.
인간의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잘해도 흥망이 따릅니다.
우리 인간의 몸과 똑같습니다.
성주괴공의 도리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복을 지으려면 맑고 떳떳하고 무너지지 않는 복을 지어야 합니다.
봄기운이 두루 미치니 꽃도 나뭇잎도 피어납니다.
제비는 허공을 날고 고기는 물 가운데서
솟아올라 춤을 춥니다.
떳떳하게 솟아오르는 힘,
그것이 복입니다.
저기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묻습니다.
자신과 저 나무와의 거리가 얼마쯤 될 것 같습니까.
좋습니다.
다들 눈썰미가 좋아서 정확히 거리를 맞췄다고 칩시다.
그게 과연 정확한 것입니까요?
나무의 입장에서 자신과의 거리를 생각해 봤습니까?
부처님 눈으로 본다는 것은 나무의 입장에서
이쪽을 바라볼 줄 아는 것입니다.
모든 사물을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쪽만을 봐서는 안 됩니다.
이쪽과 저쪽, 안과 거죽을 같이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비방하고 원망할 때
그 사람이 한 번 되어 보세요.
충돌하는 의견차이라는 게 무의미해집니다.
은혜와 원수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부처님처럼 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불법을 공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보통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이 공부는 다그치고 또 다그쳐야 합니다.
딴 생각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아주 절박한 마음으로 다그쳐야만 길이 열립니다.
다시 묻습니다.
저기 나무까지의 거리가 얼마입니까?
봄을 맞는 마음/보성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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