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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거제도

굴 삼겹살에 굴라면, 게다가 굴 생채까지


굴 까는 삶의 현장에서 굴 요리도 함께 하는 특별한 여행

  
▲ 거제만의 굴양식장 겨울철 최고의 보양음식인 굴 양식장

생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찬바람을 맞으며 갯가의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굴 맛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거리다. 날씨가 추울수록 알이 차고 맛도 풍부해지기 때문에 겨울철 최고 보양음식으로 꼽히는 굴은 사람들이 붙이는 별칭도 가지각색이다.  

바다의 우유라 불리고, 사랑의 묘약이자 먹는 화장품으로도 불린다. 나폴레옹 1세도 전쟁터에서 하루 세끼 굴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날것으로 먹지 않는 서양에서 거의 유일하게 먹는 수산물이 굴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겨울철 별미로 알려져 있는 음식, 비타민 A의 함량이 쇠고기의 8배가 넘는다는 굴, 제철을 만난 굴 맛을 보러 거제도로 떠나보자. 35번 고속국도의 남쪽 끝 톨게이트인 통영영업소를 지나 왼쪽 거제도 방향으로 차를 돌려 3분여 지나면, 거제대교를 만나게 된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 둔덕방향으로 가다보면 한려수도 청정 해역에 펼쳐진 굴 양식장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생굴 향기를 맡을 수 있다. 

  
▲ 굴요리 준비 거제도의 굴요리는 흰 장갑과 작은 손칼을 준비하면서 시작된다.
굴요리

둔덕면에서 거제면으로 이어지는 1018번 지방도 주변에는 굴을 전문으로 요리하는 식당이 즐비해 있다. 어느 집에 들르더라도 생굴의 특별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식탁 위에는 흰 목장갑과 작은 손칼 하나가 놓여진다.  

  
▲ 생굴 국화 꽃잎으로 치장한 생굴. 우유빛이 가득하다.
생굴

거제도의 굴 요리 방식을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투박하다는 생각과 함께 당황할 수도 있으리라. 커다란 양은솥에 한 솥 가득 굴이 담겨져 가스 불에 올려진다. 따로 물을 붓지 않아도 자체 수분 때문에 잠시 후 입을 벌리면서, 독특한 향기와 우유 빛을 띤 탱글탱글한 굴을 보게 된다. 

  
▲ 굴구이 한 솥 가득한 굴이 익혀지자 굴을 까 먹기에 여념이 없다.
굴요리

껍데기 속 굴을 젓가락으로 콕 집어 고추장에 찍어 한 입 가득 씹으면,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더 좋은 굴 맛을 원한다면 너무 오래 열을 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간 정도 익히는 것이 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창가로 펼쳐진 쪽빛의 거제도 바다는 추억을 함께 만들어 줄 것이다. 

  
▲ 굴 껍데기 술 굴을 까먹고 난 껍데기에 한잔 가득한 술. 술맛이 엷어져 한층 부드럽다.
굴껍데기술

이왕 맛을 즐기려면 빈 굴 껍데기에 소주를 따라 마셔보자. 굴 향기와 바다 향기가 그대로 스며들고 독한 소주 맛은 엷어져 부드럽기 그지없다. 거기다 동행한 사람과 건배를 곁들인다면 행복은 두 배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굴 따는 어부의 딸은 피부가 좋다는 우리네 말이 있다. 굴을 먹으면 더 오래도록 사랑한다는 유럽 사람들의 말도 있다. 굴에 들어있는 글리코겐은 에너지의 원천으로 남성들에게는 힘을 상징하는 식품으로, 여성들에게는 피부를 곱게 하는 훌륭한 건강 미용식품으로, 어린이들에게는 성장기 발육을 도와주는 영양식품으로 각광받는 굴.  

가족끼리, 연인끼리 거제도의 푸른바다를 배경삼아 식탁에 둘러 앉아, 조금은 투박하지만, 한 손에는 흰 목장갑을 끼고, 한 손에는 작은 손칼로 굴을 까는 즐거움을 만끽해보자. 

  
▲ 굴의 속살 탱글탱글한 굴의 속살, 맛이 일품이다.
생굴

생굴회, 굴 생채, 굴라면, 굴 삼겹살...입맛대로 골라드세요

굴을 재료로 하는 요리는 다양하다. 바다냄새와 굴 특유의 향기를 맡으려면 생굴을 초장에 찍어 먹거나, 버무려 먹는 생굴회가 좋고,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 맛을 원한다면 굴 칼국수, 여러 사람이 함께 굴 까는 재미를 느끼겠다면 굴 껍데기채로 가스불이나 석쇠에 굽어 먹는 석화구이가 좋을 것이다. 

채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겨울초를 넣고 버무린 굴 생채, 전을 좋아한다면 계란에 비벼 지지는 굴전, 바쁜 직장인이라면 굴라면, 삼겹살 구이로 동료끼리 파티를 원한다면 굴 삼겹살 요리가 분위기를 한층 더 돋우게 될 것이다.  

또한, 굴은 냉동시켜 먹어도 맛과 영양분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것이 굴을 전문으로 양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니 싱싱한 굴을 급랭시켜 두고두고 먹어도 좋을 것만 같다. 

이른 겨울의 거제도 바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기만 하다. 그러나 생명은 열심히 숨쉬고 생산 활동은 멈추지 않고 있다. 겨울 별미로 애용되는 굴도 이 시기에 제 몸을 살찌운다. 거제만에서 생산되는 굴은 전국의 가정으로, 식당으로 배달되어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 굴까기의 달인 평생을 굴까는 작업에 매달린 삶의 현장이다.
삶의 현장

 

  
▲ 삶의 현장 산더미 같이 쌓인 굴을 까는 삶의 현장이다. 굴까는 소리는 내 고향의 소리요, 내 삶의 소리임에 틀림이 없다.
삶의 현장

굴 식당 인근의 굴까는 작업장을 방문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굴까는 소리가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것만 같다.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열심히 작업하는 아주머니들의 손끝에서 울려 퍼지는 감동의 소리.  

굴까는 소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내 고향의 소리요, 내 삶의 소리임에 틀림없다. 자식들 키우고, 학교 보내며, 가족의 삶을 위해 평생을 굴 까는 작업에 매달렸기에, 어찌 그 소리가 싫을 수 있겠는가. 

  
▲ 삶의 현장 온 종일 서서 일하는 고된 굴까는 작업이지만, 얼굴에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삶의 현장

아침 일찍 출근해서 해가 질 무렵까지, 종일 서서 일을 해야 하는 굴까는 작업은 그야말로 중노동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손놀림은 쉴 틈 없이 부지런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가까이 하니, 한 아주머니는 활짝 웃는 모습으로 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장난 끼를 발동한다. 작업에 방해가 될까 조심스러웠지만, 작업장에는 잠시 동안이나마 웃음이 넘쳐흘렀고 피로감도 풀어졌으리라. 

오랜 세월 연마된 숙련일까. 굴까는 손동작이 보통 아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개를 까고 또 한 개를 집어 잡는다. 플라스틱 대야 한 통 가득 채우는데, 채 30분도 걸리지 않는 솜씨로 하루에 4~50킬로 깐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생굴은 지금부터 출하를 하기 시작하여 내년 4월경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현지 시세로는 ㎏당 1만원 내외로 즉석에서 깐 싱싱한 생굴을 현장에서 사서 요리해 먹었으면 좋겠다. 거기다가 굴까는 작업도 구경할 겸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체험하는 것도 좋으리라. 

  
▲ 노을진 거제만 노을진 거제만은 평화롭다. 외롭고 쓸쓸하게 보이는 작은 배는 가을 한 모퉁이에서 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노을

노을이 지는 거제만의 바다는 옷깃을 세우게 할 정도로는 추운 느낌이다. 떨어지는 햇살과 바다에서 부는 갈바람 때문이런가. 달님은 일찍이도 나와 해맑게 웃으며 거제만을 내려다  보고 있다. 힘에 지친 모습일까, 늦가을 추위에 몸을 움츠린 탓일까. 쓸쓸하고 외롭게 보이는 작은 배는 가을 한 모퉁이에서 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출처 : 굴 삼겹살에 굴라면, 게다가 굴 생채까지... - 오마이뉴스(2008.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