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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거제도

해넘이, 10분간의 장엄한 자연 드라마


올 한 해 마무리는 무지개 뜨는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 무제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난 뒤 모습이다. 독자여러분께서 제목을 붙여 보시기 바랍니다.
홍포마을

"비온 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무지개처럼 소중한 친구들에게 우정의 무지개가 되고 싶네요. 요즘, 무척 힘들고 어렵네요. 그래도 저 멀리 밖은 미래의 희망이 있겠지요." 

출근하자마자, 평소 문자를 잘 주고받는 친구로부터 온 인사말이다. 남들은 50이 넘은 나이에 무슨 문자를 주고받느냐고 색다르게 보지만, 그이와 난 평소에도 문자를 받기도, 잘 주기도 한다. 

때마침, 정확히 한 달을 남겨 두고, 지난 11월 마지막 날(30일)에 찍은 무지개 뜨는 홍포마을의 일몰 사진을 정리하고 있던 터였다. 뜨거움 보다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붉게 물든 노을 사진을 보며 친구의 문자를 보니 삶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37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6시 58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02분 모습이다

사무실 아침마당은 분주하다. 직원 모두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김장하기에 열중이다. 동네에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한 추운 겨울을 지낼 음식이다. 이처럼, 분위기는 벌써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있다. 일부러라도 그런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으려 하지만, 세상사 어디 그렇게 되지를 않는 모양이다. 

새해 첫 날이 되면, 사람들은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소망을 빌고, 기도를 하며, 안녕을 빈다. 어떤 이는 감격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두 팔을 뻗쳐 만세와 함께 애국가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정성들인 음식을 차려 놓고 엎드려 절까지 하는 이도 있다.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38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00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03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첫 태양을 보기 위해 전국의 명소에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기를 쓰고 보려는 그 태양은 어제도, 그제도, 그 이전에도, 변함없이 인간에게 생명의 빛을 비쳐 주었던 그 태양인데도 말이다. 새로움도, 신비스러움도 없다. 그저, 사람들이 자신의 편의에 맞게 만들어 놓았을 뿐.  

그래도 어쩌겠는가? 자연과 사람, 동물과 식물도 제각각 의미를 가지고 있듯, 한 해 첫날과 마지막을 기념하는 것도 자연스러울 수도 있으리라. 

  
▲ 순간의 드라마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07분부터 17시 16분까지 10분간의 자연드라마.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태양의 움직임을(?) 느낄수 있었던 찰라였고, 황홀감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홍포마을

용의 머리, 뱀의 꼬리가 돼서는 안 될, 벌써, 한 해 마지막 시점이다. 시작은 완벽한 사전(事前) 준비가 필요하다. 과정은 노력과 열정이 따라야 하고, 마지막은 아름답게 마무리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올 한 해, 준비하여 출발하고, 열정을 받쳐 노력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해 떨어지는 명소를 귀띔해 드리고 싶다. 

무지개 뜨는 곳, 거제도 홍포마을. 도로변 바위에 올라서면 남해의 다도해가 압권이다. 전국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곳. 작은 섬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오후 5시 7분부터 16분까지 10분간의 자연드라마(슬라이드 사진 참조).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02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58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한 컷을 더 찍으려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손에 전달돼 카메라가 떨린다. 망원렌즈라 움직이면 수평도 안 맞을뿐더러 흔들림으로 초점이 흐려 좋은 사진을 뽑을 수 없다. 삼각대를 준비해 가지 않은 자신이 원망스럽다. 

블랙홀에 빠져, 사라져 버린 태양. 단 10분 만에 바다가 삼켜버린 태양을 어떻게 설명할지 표현이 되질 않는다. 평소, 하늘에 고정돼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태양이다. 그런데, 태양의 움직임을 느낀 순간이 바로 이 시간이었다. 

  
▲ 귀가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22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떨어지는 태양을 쫓아가는 한 척의 배. 어둠이 밀려오지만, 힘차게 뚫고 역주한다. 인생의 길이다. 연말연초에, 많은 사람들에 섞여 쫓기는 바쁨보다는, 조용한 시간 속에 올 한해 마무리를 원하는 이가 있다면,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보낼 것을 권하고 싶다. 

힘들고 어려웠던 올 한해. 내 가족과 형제, 특히, 전방 철책선에서 국방의무를 다하고 있는 아들 녀석, 친지, 지인 그리고 영원한 벗들에게 송년인사를 드립니다. 올 한 해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