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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상지역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개최지, 신의 유의태 선생의 산청한의학박물관/산청여행

 

현대인의 고통 스트레스, 산청동의보감촌에서 해결을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면 그만인 것을, 산청에서 쉬어 가시라


한 해의 마지막인 이때가 되면 매번 떠오르는 말이 있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 정말 옳은 말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말은 비단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터. 11월이 마지막으로 치닫는 지난 23일. 업무 차 떠난 출장이지만, 맘은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리라.


산청. 이름만 들어도 첩첩산중 같은 느낌이 가득하다. 거기에다 풍기는 이미지는 오염되지 않고 훼손되지 않는 원형 그대로의 자연이 살아 숨쉬는 것만 같기도 하다. 이런 이미지를 간직한 산청에서 내년에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린다고 한다. 산청군 회의실에서 엑스포조직위원회(기획본부장 박태갑)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산청지역과 잘 연계된 행사라는 생각과 치밀한 준비가 눈에 띈다.

 


“2013년도는 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이 발간 된지 400주년이 됩니다. 현재 노인성․만성․난치성 질환 증가로 인해 세계적으로 전통의약의 수요증대가 되는 시점에서 산청군이 주도권을 선점하고, 한의약의 투자촉진을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의 류의태 선생의 출생지인 산청군에서 전통의약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약 30여 분의 설명을 듣고, 엑스포가 개최될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매년 5월 열리는 산청한방약초축제 때 와 봤던 곳이라 풍경이 눈에 익숙하다. 버스에서 내리니 사방으로 산세가 아름답고 능선이 부드럽게 펼쳐져 있다. 왕산과 필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여인의 잘록한 허리의 곡선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한방 약초의 땅 산청, 내년 9월 열리는 세계전통의약엑스포

 


산자락 아래 위치한 넓적한 터엔 공사가 한창이다. 부드러운 산세와 땅의 강한 기운을 받을 만한 위치에 웅장한 건물을 짓고 있다. 2층 팔작지붕으로 1,2층 모두 정면 5칸 측면 4칸의 대규모 건축물로, 대한민국 국새 전각전인 ‘등황전’ 건립 공사라고 한다. 그런데 지붕 용마루 끝 취두 모양이 특이하다. 보통 한옥 지붕에서는 봉황이나 용 조각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전각전 취두에는 봉황도 용도 아니다.

 


세발 달린 까마귀라 부르는 ‘삼족오’ 형상을 도자기로 구워 취두에 올렸다고 한다. 삼족오는 태양 안에 살면서 천상의 신들과 인간세계를 이어주는 신성한 새로 알려져 있다. 삼족오는 태양의 사자라고 하는데, 고대 동아시아의 태양숭배 사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국새 전각전인 등황전 공간에 삼족오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공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다음 기회에 더 알아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인솔에 따라 전각전 뒤편에 큰 바위로 안내되었는데, 거북 등 모양을 했다하여 ‘거북바위(귀감석)’라 부른다고 한다. 7m 정도 높이의 이 거대한 바위는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고, 인근 차황면에서 옮겨왔다고 한다. 바위에는 다양한 형태의 문양과 상형문자 같은 글자가 새겨져 있다. 가운데는 ‘천하귀감’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는데, ‘하늘 아래 땅에서 좋은 일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곳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국새 전각전으로 사용될 가칭 ‘등황전’ 천장 마룻대엔 붉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 가는 자, 이곳에서 쉬어 가라”


그렇다. 나 역시도 무거운 짐을 지며 살아가고 있다. 모든 걸 내려놓으면 편하고 쉬운 것을. 왜 이렇게 어리석게도 이것저것 움켜쥐며 놓지 않으려 애쓰는지 모를 일이다. 동행한 동료 모두 거북바위에 기를 받으려 몰려든다. 두 손바닥과 온 몸을 바위에 대고 한참이나 꿈쩍도 않는다. 나 역시 오늘 이 순간만큼은 모든 짐 버리고 이곳에서 쉬어 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기를 받는 곳 거북바위, 귀감석에서 두 손과 몸을 바위에 기대다


거북바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정면과 측면 각 한 칸짜리 팔작지붕을 한 전각에 ‘석경(石鏡)’이라는 큰 바위가 모셔져 있다. 기를 몸으로 받는 기 바위로, 바위에는 우주, 달, 북두칠성 등이 새겨져 있다. 동그랗게 조각된 모양 가운데는 상상속의 새라고 부르는 봉황이 새겨져 있다. 산청에서는 바위에 이런 봉황무늬가 나타났을 때, 산삼 수 백 뿌리를 캤다는 소식도 전해왔다고 한다. 석경 바위 아래로는 긴 세로 모양의 바위가 하나 있는데, 사람이 서면 이마가 닿는 부위가 새까만 모습을 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여행자가 이 바위에 서서 기를 받으려 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을 정도다.

 

 


주역에 ‘성공의 비결’은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늘의 뜻’이 있어야 하고, ‘땅의 기운’이 더해져야만 하며, ‘사람과 사람, 즉 인간관계가 좋아야’ 한다고 한다. ‘석경’은 하늘의 뜻을 받는 곳이고, ‘귀감석’은 땅의 기운을 받는 곳. 이어 사람과 사람의 관계만 좋아지면, 모든 것은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 아니던가.


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겨울 초입으로 달리는 산청의 찬 기운이 시야에 가득한 느낌이다. 돌아 나오는 길에 ‘전각전’ 문에 새겨진 직인이 눈길을 끈다. 직사각형 모양으로 붉은 인주 색을 칠한 모습이다. 지난 2007년 ‘국새 제작단’ 6개월에 걸쳐 이 전각전에서 지금 정부에서 사용하는 국새를 제작했다고 한다.

 


산청한의학박물관은 한방 약초의 본 고장인 산청의 지역적 특성을 살린 모습으로 잘 꾸며져 있다. 제1전시실은 전통의학실로 한의학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어 전통요법 소개와 한의학의 우수성 그리고 체험해 보는 한의학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제2전시실은 약초전시실로서 역사와 분류, 약초 알아보기, 한방약초의 고장 산청 소개와 기타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디스플레이 화면 버튼을 차례대로 누르면 나의 체질을 알 수 있는 것도 신기하다. 시키는 대로 따라 해 보니 ‘소음인’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얼마나 믿어야 할지는 모를 일이다.

 


아무리 좋은 약초도 꾸준히 장기간 복용해야 효과를 얻는 법


그럼에도 이번 여행에서 중요한 정보 하나를 얻었다는데서 큰 의미가 있다. 평소 심장이 좋지 않은 터라 건강식품을 매일 복용하고 있다. 심장에 좋은 음식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양파 즙을 계속해서 복용한 결과 가슴 통증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은 사실이라 말할 수 있다. 역시 한방 약초의 고장답게 한의학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곳 박물관 여행의 좋은 점이 아닐까. 2층 전시실 약초 알아보기에서 심장에 좋은 약초로는 석창포, 치자, 산약, 생지황, 생강 등이 있다고 한다.

 


좋은 정보를 얻은 만큼 약초판매장에서 석창포 한 봉지를 사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에도 보리차 보다는 약재를 넣은 물을 끓여 장복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약재라도 한두 번 복용한다고 나아질 리는 없는 법. 평소 차를 마시듯 꾸준히 일년 이상 장기간 복용해야 나쁜 건강도 회복되리라.


나이 들어가면서 세상살이가 참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모든 것 떨쳐 버리고 훌훌 떠나는 여행이 참으로 제격이라는 생각이다. 그것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여행지를 찾는 것이라면 더더욱 좋을 터. 바로 거기가 내년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리는 산청 한방약초지가 아닐까 싶다. 신의 류의태와 허준 동의보감의 신비로운 세상을 체험할 수 있기에.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개최지, 신의 유의태 선생의 산청한의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