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낚시하는 사람들 - 거제도 능포동 동방파제

낚시라는 것은 고기만을 대상으로 낚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왜냐고요? 지난 일요일(28일), 낚싯대로 행복을 낚시하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남해안 최고의 관광지라 불리는 거제도. 그 땅에서 중간 동쪽 끝자락에 능포동이라는 동네가 있죠. 제가 자란 동네고, 지금은 어머니가 살고 있는 동네랍니다. 그곳 바닷가에 방파제 두 개가 바다를 에워싸고 있고, 끝에는 빨간 등대와 흰 등대가 늘 마주보며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행복을 낚시하는 사람들 - 거제도 능포동 서방파제

방파제는 행복이 가득한 그림이 펼쳐져 있습니다. 시멘트 바닥에 편히 앉아 소주병을 따고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아이와 같이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우는 아빠와 엄마. 예쁜 강아지를 데리고 같이 낚시에 몰두하는 남자. 바닷물 속 물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라, 방파제 바위에 기어 다니는 작은 게를 미끼로 홀기는 아빠와 아이. 아빠가 게 한 마리를 낚았는지, 낚아챘는지 건져 올리자 기뻐 어쩔 줄을 모르는 아이.

행복을 낚시하는 사람들

젊은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웅크리고 앉아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긴 장대를 이용하여 봉돌을 멀리 던졌습니다. 한 마리가 물었나 봅니다. 낚싯줄은 탱탱하고, 낚싯대는 바닷속으로 휘어집니다. 잠시 줄 댕기기를 하다 이내 걸려 올라오는 작은 물고기. '메가리'라는 고깁니다. 그런데 남자는 낚시 바늘을 빼고, 고기를 바다로 살려 보냅니다. 뒤에서 살짝 지켜봤죠.

행복을 낚시하는 사람들

남자의 친구로 보이는 여자는 긴 장대 낚싯대가 아닌, 짧은 나뭇가지 낚싯대입니다. 차마 낚싯대라고 할 수 없는 그저 나무토막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거 같습니다. 잠시 후, 여자친구도 한 마리를 낚았나 봅니다. 이윽고 건져 올려지는 고기는 작은 '망상어'라는 고기였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도 고기를 바다에 살려서 돌려보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신선한 광경이었습니다. 기분이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행복을 낚시하는 사람들

하얀 등대가 있는 방파제 끝까지 가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방파제 양쪽 바다에서 낚시에 열중입니다. 얼마나 많은 고기를 낚았는지 고기 통을 보니 거의 대부분이 빈통입니다. 몇 사람만이 손바닥만한 물고기를 낚았을 뿐입니다. 많은 고기를 낚으면 좋으련만, 어디 그게 욕심대로 되는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저 친한 사람끼리 시간 보내면서, 즐겁게 지내고, 행복을 느끼면 그게 좋은 거 아닐까요? 제 눈에는 행복을 낚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행복을 낚시하는 사람들

여러분도 행복 낚시를 한번 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그렇다면 물 반 고기반이 아닌, 행복이 가득한 바다, 거제도 능포항 방파제로 오십시오. 행복 가득한 바다는 여러분을 환영할 것입니다. 행복 낚시에서 말입니다.

거제도 능포항 양지암등대(상)와 능포항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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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enturm.tistory.com BlogIcon 수영강지키미 2011.08.30 10: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파제호안 피복석 위에 신발벗고 앉아있는 소녀의 자태가 정겹게보입니다.

    • 죽풍 2011.08.30 1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런 예쁜 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소곳한 모습, 바다를 보며 뭔가 생각하는 듯, 행복해 보입니다.

  2. 손님 2011.08.30 14: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젊은 남녀의 낚시 모습이 여유롭고 아름답습니다.

    • 죽풍 2011.08.31 0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그런 생각이 드네요. 고기를 낚아 풀어주는 모습에서 여유로움을 느낍니다.

  3. 박성제 2011.08.30 1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복의낚시라~~낚시는 잡는것보다 출발하는 마음이 중요하고 즐거운 것같습니다
    우리는ㄴ 오늘도 행복의인생 낚시을 떠나고 있습니다
    죽풍님도 인생의대어 낚으시기을 기원합니다
    전 내이부로 일반 동민으로서 님의블로그에 참여하겠습니다
    그동안 도와주신 은혜에 감사드림니다

    • 죽풍 2011.08.31 08:47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마음의 짐을 좀 내려 놓으시고 편히 제 방에 오셔서 노시다가 글도 남기시며 여유롭게 지냈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그 동안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4. 박성미 2011.08.30 2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곳으로 행복을 낚으러 가야겠군요 가능하면 많은 이웃들과 함께

    • 죽풍 2011.08.31 0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요. 꼭 한번 오셔서 행복을 낚아 보시기 바랍니다. 물반, 고기반이 아닌, 행복이 전부인 바다랍니다.


어제(24일), 점심을 일찍 먹고 좀처럼 하지 않는 산책길에 나섰다. 비도 오락가락, 날씨도 시원 선선하게 느껴지는, 여름이 저물어 가는 날. 사무실 옆에는 경상남도 기념물 제46호인 고현성이 있고, 그 중심에는 계룡루가 있다. 스트레스 받거나, 마음이 혼잡할 때, 한번 씩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누각이다. 옛 고증을 살려 몇 년간의 공사 끝에 2005년도 복원을 마무리했다. 도심에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런 누각이 있으니, 심신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만 같다.



계룡루

경남 거제시청 옆에 있는 고현성은 시민들이 접근하기에도 아주 편리하다. 주변에는 시민공원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도 한다. 잘 닦여진 도로와 일부 구간은 잔디길이어서 걷기에도 아주 편리하다. 너럭바위로 쌓은 성에는 세월의 흔적을 말해 주듯, 담쟁이넝쿨이 바위를 감싸 안고 있다. 푸른 담쟁이 넝쿨 잎 사이로 붉게 물든 잎사귀 몇 장이 보인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순백의 야생화는 자기를 쳐다보라는 듯 손짓하고 있다.



담쟁이 넝쿨에서 가을을 느끼다

야트막한 언덕길을 살며시 올랐다. '계룡루'라는 현액이 머리 위에서 나그네를 내려다본다. 처마 밑으로는 단청이 아름답게 채색돼 있다. 마루에는 세계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낮잠을 즐기는 한 남자가 있다. 마음 가는 데로 벌어진 두 팔, 두 다리는 자유로움 그 자체다. 차마 사진을 찍지는 못하겠다.



담쟁이넝쿨에서 가을을 느끼다

성을 따라 한 바퀴 돌았다. 20~30분을 걸었을까? 잔디로 된 길을 걷다가, 바위로 만든 성곽 길을 걷다가 다시 계룡루로 왔다. 세계에서 제일 편한 그 남자는 아직 천장을 마주하며 곤한 낮잠에 취해있다. 참, 맛이 있는 잠을 자고 있다는 생각이다. 나도 빨리 사무실로 가서 몇 분 만이라도 의자에 기댄 채 낮잠에 빠지고 싶다. 가을을 느끼는 그런 꿈을 꾸면서.

담쟁이넝쿨에서 가을을 느끼다

고현성
이 고현성은 조선의 문종 원년(1451)에 쌓기 시작하여, 단종 원년(1453)에 완성하였다. 아울러 사등성에 있던 거제의 관아도 이곳으로 이전하였다. 이후 이 성은 현종 4년(1663)에 관아를 거제면 쪽으로 옮기기 전까지 거제의 읍성 역할을 하였다. 성은 거제의 계룡산 동쪽 기슭에서 뻗은 혀처럼 생긴 땅위에 배 모양으로 쌓았다. 동국여지승람에 이 성은 둘레 3038척, 높이 13척이었으며, 남해안의 읍성 가운데 중간 크기 정도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동,남,북에 세워진 성문에는 몸을 숨겨 적을 공격할 수 있는 낮은 담(성가퀴)을 설치하였다. 입구에는 기역자 모양의 또 다른 옹성을 마련해 외부로부터 완전히 엄폐되어 있다. 또 외부로부터 오는 접근을 막기 위해 방어용 도랑을 설치하는 등, 성의 형태는 조선 시대 전형적인 읍성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종 때 관아가 거제로 옮겨간 이후 성 내부는 폐허로 변했지만, 1950년 이전까지만 해도 성 자체는 거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국전쟁 때 유엔군이 이곳에 포로수용소를 설치함으로서 성이 급속도로 파괴되어, 지금은 800미터 정도만 남아있다. 현재 성 안은 농경지와 주택지로 변모되었다.

담쟁이넝쿨에서 가을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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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구는 모시마 2011.08.25 08: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매일 죽풍님의 열정을 느낍니다.
    한국의 고유의 멋이
    이곳 미국까지 전해지는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 죽풍 2011.08.25 09:0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별로 자랑할 만한 것도 없는 제 블로그를 봐 주시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좀 더 좋은 글과 사진으로서 적으나마 저를 응원하는 분들에게 보답코자 더욱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하나비 2011.08.25 0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나 정성스런 포스팅입니다 ..
    덩달아 잘둘러보게되는군요 ^^ 감사히 돌아봤어요 ~~
    행복한날되세요

    • 죽풍 2011.08.25 0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성스런 포스팅?
      흐메,,,넘넘,,,과찬이십니다요.
      좀 더 많은 정보와 머물다 갈 좋은 글 표현이 없어
      아쉬울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3. Favicon of http://centurm.tistory.com BlogIcon 연리지 2011.08.25 1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꾸며 놓은 포스팅 재미있게 구경 잘하고갑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4. 매화향기 2011.08.25 1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담쟁이넝쿨에서 가을을 잘 느끼고 갑니다

  5. 박성제 2011.08.26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 성곽은 그대로 인데 내청춘은 어디로 흘러 갔을까?

    • 죽풍 2011.08.26 1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청춘은 옛 성곽에 묻혀 버린 듯 합니다. 고현성에 오시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1981년 서울에 처음 가 본 나. 군대시절 휴가 나왔을 때, 집으로 향하기 위한 기차를 타기 위해 영등포역에 들렀던 것이 서울이란 땅을 처음 밟게 된 것. 그 동안 수차례 간 서울이지만, 서울 모습을 사진에 담을 일이 없었다. 지난 4월 20일. 서울 출장길에 경복궁에 들러 평소 쉽게 보지 못하는 전통문화행사를 보게 됐다.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만남이라는 수식을 붙인 '수문장 교대의식'이 그것.

수문장 교대의식(대북타고)

자료에 따르면, 조선시대 수문장은 도성문과 경복궁 등 국왕이 임어(생활)하는 궁궐의 문을 지키는 책임자로, 엄격한 절차에 따라 궁성문을 여닫고 근무를 교대함으로서, 왕실의 안녕은 물론 국가의 안위를 수호해 나갔다고 한다.

수문장 교대의식

우리나라에서 처음 수문장 제도가 확립된 시기는 조선 예종1년(1469년)으로 그 이전까지는 중앙 군인 오위의 호군이 궁궐을 지키는 일을 담당하였습니다. 따라서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에서 재현하는 본 행사의 시대배경은 수문장 제도가 정비되는 15세기 조선 전기로 당시 궁궐을 지키던 군인들의 복식과 무기, 각종 의장물을 그대로 재현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수문장 교대의식

역사시대 최고수준의 왕실문화를 복원, 재현하는 일은 그 자체가 지닌 역사와 전통문화의 교육적인 측면을 활용함과 동시에 전통문화를 관광자원화 하여 수준 높은 문화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되어야 할 중요 전통문화사업입니다.

수문장 교대의식

수문장 교대의식 절차(오전 10시 기준)
가. 대북타고(취타대 입장)
나. 교대 수문 군사들의 입장을 알리는 초엄(대북타고)
다. 교대 수문 군사들이 용성문(협생문)에서 입장
라. 광화문 이동 후 수문군 배치
마. 이엄(대북타고) 후 좌,우 수문군 광화문 밖으로 이동
바. 당직 수문군사와 교대 수문군사 교대(수문장 군례 및 신분확인 절차 포함)
사. 당직 수문군 광화문으로 안으로 이동/교대 수문군 광화문 앞쪽 배치
아. 삼엄(대북타고) 후 당직 수문군의 지휘 하에 수문군 퇴장

수문장 교대의식

행사안내
연중상설(화요일 휴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1일 6회/매시간 정각) 소요시간 : 15분
- 오후 4시에는 수문장 퇴장의식만 진행
- 혹한기 12월~2월/혹서기 7월~8월 출연인원을 축소해서 운영
- 영하 -10도씨 이하/영상 30도씨 이상 교대의식은 정상 운행하며
- 광화문 파수의식은 최소인원으로 진행
- (우천/폭설) 경복궁 파수의식(지킴)으로 전환

수문장 교대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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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성제 2011.08.24 1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대와예날의차이점이 무었일까요?지금은 첨단 전자시대 옛날에는 완전 수동식
    그때 그모습이 차라리 낳은것이 아닌가요 님이 주신 서울 구경 앉아서
    잘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죽풍 2011.08.24 1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앉아서 서울 구경? 너무 편하게 하셨네요. 9월에 또 서울 교육갑니다. 그 때 다른 사진 찍어 올릴게요.


 

2011. 8. 14. 땡볕이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중순. 서울에서 온 손님 일행과 함께 거제도 내도로 갔다. 아직 땡볕이 낯을 뜨겁게 열 받도록 하지만, 울창한 동백나무 숲으로 들어가자 이내 시원해 옴을 느낀다. 미풍도 살짝 인다. 얼굴에 닿는 바람이 부드럽고 촉촉함을 느끼도록 해 준다. 맥주에 소주 한잔을 섞은 소맥을 한 모금 들이키니 숨쉬기가 한결 편하다.

오후 6시 30분 마지막 배를 타기 위해 방파제 낚시 풍경에 빠졌다. 아이, 아저씨, 아줌마 그리고 처녀총각이 낚시질 삼매경이다.

거제에 산다는 아저씨는 제법 큰 장어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웃음 가득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아가씨도 함께 즐거운 표정이다.


가족이나 친지로 보이는 낚시꾼 중 한 사람이 거제도 방언인 배달부(자리돔)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모두가 웃음 만발이다. 우스워 숨이 넘어갈 정도로 죽을 정도의 재밌는 표정이다. 세숫대야엔 가엾은 고기 3마리가 잡혀있다.



방파제 계단에는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바닷물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제발 한 마리만 물어다오!”


한 마리가 낚이면, 또 한 마리만 더 물어다오 하며 생각하리라.



거제도와 내도를 오가는 도선이 바쁘다. 거제도에도 참치나 새치 같은 큰 고기를 낚을 수만 있다면 ‘포세이돈 피싱’ 배를 타고 대물 한 마리와 힘겨운 사투를 겪어보는 재미도 남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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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성제 2011.08.16 0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낚시하는 마음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많이잡어면 더즐겁고 작게잡아도 즐거운 가봅니다
    즐거운 연휴가 끝나고 다시 한주가 시작 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한주가 되십시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 죽풍 2011.08.16 07:00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어구마을에 장어가 많이 낚이지 않나요? 언제 장어구이나 한번 먹읍시다.


 

한 여름 행 막차를 타고 곧 만나러 갑니다

3000년 세월의 생명력, 동틀 녘 한 송이 연꽃에서 지혜를 배우다

올 여름은 여름 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태풍에, 산사태에 이어 폭우로 이어지는 여름철 날씨 때문에. 찝찝한 여름 나기가 나 혼자만 드는 걸까? 그런 차, 연꽃이 아름답게 폈다는 소식에 한 걸음으로 달렸다. 8월 7일 아침 동을 틔우기 전 이른 시간. 지난해 만들었다는 거제 덕포동에 있는 작은 연꽃 마을은 녹색바탕에 연분홍 꽃으로 가득하다. 때 맞춰 살랑거리는 바람은 연꽃을 춤추게 하며 진한 향을 뿜어내고 있다.

 “연꽃은 새벽 동이 틀 때 봐야 제일 예쁘고 색깔도 곱답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는 내게 어른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마을에서 기관의 도움을 지원받아 지난해부터 조성했다는 연꽃 밭은 약 2400여 평. 1년 만에 어찌 이렇게 무성히 자란 연꽃 밭과 꽃을 피운 것을 보면 신기할 뿐이다.

벌이 날아든다. 한 마리가 아니다. 동무를 데리고 왔는지, 식구인지, 많은 벌은 꽃 술대에 꿀을 빠는데 정신이 없다. 셔터 소리에 놀랐는지 제 몸 만 한, 날개를 퍼덕이며 연신 공중부양을 하고 있다. 한 동안 벌과 그렇게 놀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다. 더러운 흙탕물에서도 우아함과 순수함을 간직하며 피어나는 연. 세상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는 구도자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으며, 마치 어린아이의 거짓 없고 순수한 해맑은 웃음을 보는 느낌이기도 하다. 그래서 꽃말도 ‘순결’이라 지은 걸까. <법구경>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한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은은하게 향기를 뿜으며

연꽃이 피어오르듯이


버려진 쓰레기처럼

눈먼 중생들 속에 있으면서도

바로 깨달은 사람의 제자는

지혜로서 찬란하게 빛나리라


(법구경 58- 59)

쓰레기 더미는 심한 악취를 풍길 뿐이다. 그런데도 은은한 향기를 뿜어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강한 향기가 심한 악취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약함에도 더러움을 털어내는 연꽃에서 지혜를 배워야겠다.


오랜만에 걷는 논둑길. 무성히 자란 논둑길 잡초를 밟고 걷다보면, 뱀이 나타날까 두렵지만 요즘은 뱀 보기도 쉽지 않다. 그만큼 환경이 많이 파괴됐다는 증거일수도 있으리. 논 중간 아담한 정자 한 동이 눈길을 끈다.

소박하게 느껴지는 정자는 연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는 유혹을 이끌어 낸다. 논 덤벙, 천천히 돌아가는 물레방아. 끊어질 듯 이어지는 방아질은 작은 모터에 기대 힘겹게 돌아가고 있다. 폭포나 큰 물줄기의 힘으로 돌지 않는 작은 풍차. 운치 나는 풍경을 만들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으리.

홍련 밭을 지나 백련이 핀 곳으로 갔다. 한 두 송이만 핀 백련. 순백의 백련은 그 순결함을 보여주기 부끄러워서일까. 아직 무리지어 펴 있지 않다. 연잎 위 동글동글 영글어 맺힌 물방울. 살짝 건드리니 두 물망은 하나로 합치고, 다시 그 방울은 또 다른 하나의 물방울을 만든다.

보석처럼 빛이 나는 영롱한 물방울은 합칠 뿐 결코 퍼져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합치면 또 하나의 큰 힘이 되고, 연잎에서 떨어지면 흔적 없이 사라지는 물방울에서 또 하나의 지혜를 배워본다.


꽃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려만, 개인적으로 아주 꽃을 좋아하는 나. 예전에는 한 달에 보름 이상 장미꽃을 집에 두며 향기를 맡고 시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감상했다. 사진 한 장 가득 연꽃을 담았다. 장미대신 인화한 사진을 집에 걸어 두어야겠기에. 사진 속 연꽃은 촛불 밝힌 연등이 따로 없다는 느낌이다. 연등 속에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르는 촛불. 사진 속 연꽃은 영원히 생명을 이어갈 것이다.

7~8월이면 연꽃 세상이다. 예전엔 연꽃을 보려면 대전 덕진공원이나, 무안 연꽃공원에 가야만 대규모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웬만한 마을이나 늪지 같은 데서 연 밭을 만들어 꽃을 피우고 있다. 꽃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연에서 생산되는 제품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도 있기에.

직경 2㎝ 정도의 큰 씨를 이용하면 목걸이, 귀걸이 차 걸이 등을 만들 수 있다. 연을 재료로 하는 먹 거리에는 연잎 차, 연근 차, 인절미 그리고 가래떡도 있다. 그 중에서도 연잎 차와 연근 차는 당뇨 치료에 좋다고 한다. 연근은 찬거리로, 연밥에 막걸리까지 만든다니, 이래저래 연꽃은 사람에게 베푸는 보시물이 아니겠는가.


한 여름이 막차를 타고 있다. 막차는 갖가지 사연을 안고 떠나는 인생 역정의 공간. 올 여름, 많은 사람이 찌뿌듯하게 보내지 않았을까. 그래서이다. 지금 막 떠나는 한 여름 행 막차를 타고 나서보자. 꼭 거제도 덕포동 마을이 아니라도 좋다. 인근에 연꽃 밭이 있는 곳이라면 좋지 않겠는가. 그래도 거제도 가까이 사는 여행객이라면 덕포동 연꽃마을을 추천하고 싶다.

거가대교 들머리인 연초면 송정 IC에서 2.5㎞를 지나면 덕포 IC가 나오고 여기서 상덕마을로 약 3㎞를 가면 연꽃마을이 있는 공원.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출입을 허용한다고 안내판에는 적혀 있다.


연꽃 씨는 3000년이 지나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고 한다. 후손을 이을 수만 있다면, 그 씨앗 하나 얻어 무궁무진한 세월 함께하며 3000년 후 꽃을 피웠으면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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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 옥포2동 | 덕포동연꽃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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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성제 2011.08.12 07: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거제에도 이런곳이 있었네요 충청도 어느 마을에도 있던데
    연꽃은 무언가 일방적인 느낌을 많이 주는꽃인것 같습니다
    오늘은 하늘이 잔뜩 흐립니다, 비도 이제는 그만왔으면 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날되시기을 기원 합니다

    • 죽풍 2011.08.12 08:03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늘 짬을 내 한번 가 보시죠. 마지막 가는 여름행 막차가 떠나고 있습니다. 자 떠나 보시죠,,,

  2. 언제나 2011.08.12 1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덕마을 연꽃테마파크, 참 좋습니다. 소개글 감사합니다

    • 죽풍 2011.08.12 1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연꽃에서 인생의 지혜를 많이 배웁니다. '언제나'처럼 우리는 언제나 한결 같아야 하지 않을까요?


 

선상낚시 중 거제도를 낚았어, 거제도

“우리 외도 갈래(잘못 들으면, ‘할래’)?”


딱 오해받기 쉬운 뉘앙스를 품기는 단어 ‘외도’. 나쁜 이름은 나쁜 이미지만 있는 게 아니다. 외도는 대한민국에서 이름난 대표적인 해상낙원이요, 연간 100만이 넘는 여행자가 이 섬을 찾는다. 8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겨울연가 마지막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는 신비의 섬. 섬의 속내를 안다면 인간의 삶이요, 한편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산 109번지에 속하는 섬, 외도. 0.12㎢ 면적에 섬 주인만이 이 섬을 지키며 살고 있다.

외도를 가려면 거제도에서 유람선을 타야만 갈 수 있다. 장승포, 와현, 구조라, 학동, 도장포 그리고 갈곶마을 등 6군데 터미널 중 한 곳을 이용해야만 한다. 이번 여행은 유람선을 타지 않고 선배가 운영하는 모터보트를 타고 돌아봤다.

23일, 항아리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안고 있는 거제도 지세포만.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구조라해수욕장 등에서 열리는 ‘바다로, 세계로, 거제로’ 바다축제 개최에 앞서 전국 윈드서핑 대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서핑은 바람이 불어야 제격. 다행히도 센 바람이 불어 물살을 일으키며 달리는 스퍼들의 모습이 시원스럽다.

일행을 태운 모터보트는 지세포만을 빠져 나가자 서서히 속도를 올린다. 엔진소음도 같이 높아지고, 배의 앞쪽 선수도 덩달아 머리를 높이 치켜든다. 큰 파도는 일지 않았지만 요동치는 배에 몸을 맡기고 리듬을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운무가 뿌옇게 낀 바다, 날씨는 그리 쾌청하지마는 않다. 동백꽃 피는 섬으로 알려진 지심도가 차츰 크게 다가온다. 거제도 동남쪽 끝에는 세 개의 섬이 있다. 모두 사람이 사는 섬으로 지심도, 내도 그리고 외도. 이 섬들은 제각각 자랑거리를 안고 있다. 하늘에서 보면 섬 모양이 마음 심(心)자 같다 해서 부르는 지심도.

이 섬은 어느 방송국의 ‘1박 2일’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곳으로, 이후 많은 여행객이 찾고 있는 인기 최고의 섬이 돼 버렸다. 면적은 0.34㎢로 15가구 27명이 살고 있다. 보트는 섬을 한 바퀴 돈다. 섬의 동쪽으로는 기묘한 바위와 절벽이 아름다운 경치를 더해 준다. 해안가엔 세월 낚는 낚시꾼의 모습도 보인다.

바람과 물살을 가르는 보트는 내도를 향하여 앞으로 나아간다. 섬 뒤쪽에서 바라보는 내도는 한자인 ‘산(山)’자와 똑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내도는 0.26㎢로 10가구에 13명이 살고 있으며, 2010년 6월 행정안전부가 국내 186개 섬을 대상으로 ‘명품섬 Best-10'에 선정한 10개 섬 중 하나다. 경관이 빼어나고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내도는 정부와 지자체 주관으로 향후 4년 간 개발할 예정으로 있다. 거제도에 앞으로 또 한군데 가볼만한 섬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내도를 한 바퀴 돌며, 이번에는 바람에 실려 물살에 떠밀리다시피 외도로 향한다. 외도는 거제도를 대표하는 최고의 여행지. 2005년도이었을까 싶다. 관광 업무 차 서울 출장길에 올라 어느 회사 직원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던 적이 있는데, 결과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제도와 외도를 아느냐, 가봤느냐, 하는 단순한 설문인데 결과는 의외였던 것. 거제도는 20명 중 몇 명은 모른다고 답했지만, 외도는 전부 알고 있으며, 거기에 가봤다고 하는 직원도 반 정도였기에. 외도는 1995년 4월 25일 ‘외도해상농원’을 개장한 이후 2007년 8월 3일 유료입장객 1000만 번째 손님을 맞았고, 이 손님은 행운의 선물을 받기도 했다.
 

보트는 외도 동쪽 끝에 위치한 동도(東島)로 향한다. 외도에 붙어 있는 작은 섬으로 22,017㎡. ‘여’라고 불리는 작은 바위섬 몇 개도 함께 하며 폭풍과 바람에도 외롭지 않다. 작은 어선에서 낚시꾼이 고기를 낚았는지 낚싯대가 휘는 모습이 보인다. 바람에 의한 큰 파도는 일지 않는데 보트는 좌․우현이 바닷물에 닿을 정도로 요동친다. 흔히 말하는 너울성파도로 인한 것.

너울성 파도는 바람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물결을 의미하며, 파도의 파장이 길어져 높지는 않은데 위력이 강한 파도를 말한다. 이런 너울성 파도로 외도는 년 간 약 100일 정도 유람선이 접안하지 못하고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관계 당국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하여 올 해부터 방파제 건설을 추진한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보터는 닻을 내리고 휴식을 취한다. 일행은 낚싯대를 준비하고 바닷속 고기를 낚아볼 요량이다. 줄이 물속으로 빨려드는 것을 보니 수심이 꽤나 깊다. 한참 시간이 흘렀을까, 공갈미끼에 고기한마리가 대롱대롱 달려 발버둥치는 모습이 보인다. 진짜 지렁이라도 먹고 낚였으면 좋으련만, 공갈미끼에 낚여 세상 밖으로 올라 온 저 놈만 불쌍하다.

또 한참 지났을까, 이번에는 월척인 모양이다. 낚싯대는 180도로 휘고, 꾼은 릴을 감고 줄을 당기며 스릴 넘치는 모습이다. 모두가 눈이 휘둥그니 놀람 그 자체. 얼마나 힘이 세고 덩치가 큰 녀석인지 1~2분 사투를 벌여도 줄은 감기지 않고, 고기는 올라 올 기미도 없이, 낚싯대만 휘져 있다. 옆에서는 힘내라고 모두가 격려지만 낌새가 이상하다. 일행 한 사람이 소리친다.

"선장님, 여기 와 보이소. 큰 고기가 물었나 봅니다."


노련한 선장이 낚싯대를 건네받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줄을 당겨도 감기지 않는 줄, 수면 밖으로 올라오지 않는 고기. 보는 사람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에이, 낚시가 걸렸어. 바위에 걸렸다고. 거제도를 낚았어. 거제도.”

모두가 한 바탕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린 낚시체험. 땡볕에 잠시 동안 비지땀 흘린 낚시질은 작은 물고기 한 마리 수확으로 마쳐야만 했다. 배는 다시 시동을 걸고 섬을 돌았다. 외도 입구에는 많은 유람선이 바다 한 가운데 어깨동무하며 떠 있다. 멀리 안무 속에 신비스러운 모습의 해금강이 눈에 들어온다. 오가는 유람선은 수많은 여행객을 실어 나르며 뜨거운 거제의 여름바다를 식히고 있다.

다시 왔던 해로를 따라 외도를 뒤로 한 채 보트는 달린다. 내도는 안쪽에, 외도는 바깥쪽에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 내도와 공곶마을 사이 500여 미터의 좁은 해로를 빠져나와 서이말등대를 지나 다시 지심도로 향한다. 내도와 외도 그리고 지심도. 거제도 남동쪽 이 섬들은 3형제 되어 서로를 보듬고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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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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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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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가 2011.07.29 1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섬에 반해서 외도 하겠습니다...
    ㅎㅎ 여러분~!! 거제의 환상의 섬으로 놀러오세요~

  2. 바다 2011.07.29 14: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답네요...

    • 죽풍 2011.07.29 2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름답다 뿐이겠어요. 배타고 쪽빛 여름 바다를 구경하는 것은 정말로 기분 좋은 일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3. 박성제 2011.07.30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다운 바다 그것도 거제바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사람들의마음이 바다 처럼 넓고 깊다면 얼마나 좋을가요
    정말 사람이 무서워집니다 아니 인간이 싫어지네요
    오늘도 좋은 영상을 주신 님게 감사드림니다

    • 죽풍 2011.08.01 1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마도 바다 쓰레기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하신가 봅니다.
      그래도 우짤낍니까? 하나하나 두드리고 맞추고 고쳐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푸른 바다처럼 넓게 이해하면서 살아 갑시다.


 

태초의 섬 병대도, 

신비스러운 속살을 훔쳐보다

 

27년 전, 이맘때가 되었을까? 오토바이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려 잠시 한 숨을 돌리던 그 때, 눈앞에 펼쳐진 비경에 숨이 멎고야 말았다. 수억 년 전이었을까. 깊은 저 바다 속에서 솟아올라, 억겁의 세월을 버티며 떠 있는 크고 작은 섬. 올망졸망한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지켜주며 변함없이 그 자리에 터를 잡고 있었던. 거제도 남부면 홍포마을에서 여차마을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여행자의 눈을 틔우고, 탄성을 지르게 했던 섬, 대소병대도.

숨이 멎었다던, 그 기억으로 17일 이곳을 다시 찾았다. 그땐 홍포마을로 가는 길은 주먹만한 돌멩이로 가득했고, 움푹 듬뿍 팬 고르지 못한 비포장 길이었다. 가다가도 몇 번을 넘어져 오토바이에 흠집이 생기고, 무릎이 까져야만 갈 수 있었던 길. 이제는 깨끗한 포장길로 승용차로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돼 버렸다.

전망 좋은 곳에 차를 버리고 섬을 내려 본다. 안개가 섬을 감싸고 있다. 태초의 신비를 지금까지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는 섬. 그 섬은 안개 속에 숨어 여행자에게 속살을 보여 주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바람이 살랑이며 안개를 걷어내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섬. 다시, 안개는 섬을 보호하듯 막을 치며 가리고 있다. 잠깐이요, 잠시다.


눈요기만 시켜주는 섬이 얄밉다. 빨리 돌아가는 필름에 나타난 영화 속 한 장면이다. 아뿔싸,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았다. 이런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란 쉽지 않은 자연 조건인데. 홍포마을은 무지개 뜨는 마을로 이름 지어졌고, 이곳 석양은 전국 제일의 명소로 사진작가들에게 인기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비포장 길은 홍포마을이 끝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여차마을까지 3.3㎞는 작은 돌멩이가 깔린 길. 국립공원지역이라 자연을 보호하는 명분에서일까. 여행자도 이곳만큼은 비포장 상태로 관리만 잘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차는 편리하지만 어떨 때는 짐이 되고 만다. 차를 버리고 땀 흘리며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을 테지만, 어쩔 수가 없다. 다시 돌아와야만 하는 불편 때문에.

조류가 센 곳이라 소용돌이치는 물살이 보인다. 두려움이 느낄 정도로 거세다. 그곳을 고깃배가 흰 물살을 일으키며 헤쳐 나가고 있다. 부산에서 여수를 오가는 모래운반선도 섬 사이로 헤집고 나간다. 갈매기 한 마리가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않고 섬 위를 빙빙 돌며 친구하고 있다. 낚시꾼도 감성돔을 비롯한 고급 어종의 입질이 좋다고 알려진 병대도. 이래저래 병대도는 외롭지 않은 섬이 돼 버렸다. 마을 어른들은 옛적부터 섬 사이가 솔다(좁다)고 ‘손대도’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섬은 안개 속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 하다.

대소병대도. 여차마을 서남쪽 앞으로 군데군데 흩어진 섬 무리로 소병대도와 대병대도를 이르는 이름이다. 행정편의에 의하여 소병대도는 3개 필지 26,480㎡, 대병대도는 5개 필지 84,132㎡로 총 110,612㎡로서, 평수로는 약 33,460평. 그런데 육안으로 보는 소병대도는 보기에 따라 11~12개 섬으로, 대병대도는 40여개 내외로 보인다. ‘여’라고 불리는 작은 바위까지 합쳐 하나의 섬을 형성하고 있는 대소병대도. 무리지어 있는 크고 작은 50개 이상 되는 이 섬을 상상해 보면 어떤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을지 짐작이 가고 남지 않을까.

울퉁불퉁 한 굴곡진 길은 차도 사람도 지치게 만든다. 구르는 자동차 바퀴에 흩날리는 먼지와 기계소리는 지나가는 여행자에게 달갑지마는 아닐 터. 자연 속에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여유로움을 즐기는 이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날씨가 무더워서인지 이 길을 걷는 여행자는 두 명, 한 팀밖에 없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더 이상 피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었기에.

얼마를 지났을까, 전망대가 나온다. 멀리도 넓게, 펼쳐져 보이는 섬들은 한 폭의 산수화다. 여행 들머리인 홍포마을에서 바라보는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사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

저 멀리 갈매기 섬이라는 불리는 홍도가 보인다. 수 만 마리 갈매기가 사는 홍도는 오래 전 두 번이나 가 봤지만, 지금은 갈 수 없는 섬이 돼 버렸다. 갈매기 보호를 위하여 사람의 출입을 금지해 버렸기에. 멀리 가물거리는 홍도는 꿈속을 헤매는 몽환의 분위기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짧은 비포장 구간이지만 한 시간 남짓 걸려서 포장길로 들어섰다. 여차마을이다. 처음 이 마을에 들렀을 땐, 초가집도 있었고, 말 그대로 아담한 시골 마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급 펜션이 들어선 휴양지로 탈바꿈 해 있는 모습이다. 유럽풍의 펜션을 보니 하룻밤 자고 싶은 강한 유혹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비포장 길 앞으로 탁 트인 쪽빛 바다위에 떠 있는 무수한 섬들. 신선이 노는 데가 따로 없을 정도다. 홀로 외로운 섬, 때로는 무리지어 행복이 가득한 섬. 여행자는 쪽빛 바다위에 펼쳐져 있는 비경을 보노라면, 숨이 멎을 수도 있을 터. 27년 전 내 경험과도 같이.

이 아름다운 비경을 놓치고 거제도를 여행했다고는 말할 수는 없으리라. 거제도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자신 있게 권해드리고 싶은 거제도 제1의 명소라 감히 말하고 싶다. 보너스 하나를 더 드린다면, 홍포마을 일몰은 황홀감에 빠질 수 있음이 충분하다는 것을...
 

시간이 정지돼 있는 홍포에서 여차에 이르는 비포장 길. 느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전국에서도 몇 남지 않은 아름다운 길이다. 거제도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 명승 2호로 지정된 해금강과 외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고 거제도를 대표하는 관광 1번지다.

수많은 사람들이 휴가철을 맞아 거제도를 찾고 있다. 거제도는 생각보다, 보기보다, 갈 데도 많고 모르는 곳도 많다. 거제도를 찾은 여행객은 이름 있는 명소만 둘러보고 훌쩍 떠나는 게 현실이다. 거제도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이 곳에 꼭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거제시 남부면 여차마을에서 홍포마을로 넘어가는 비포장 길. 여차마을에서 홍포마을까지 3.3㎞ 구간 비포장 길은 차량통행이 가능하나 걸어보는 재미는 분명 남다를 것.

자동차는 비경 속을 빠져 나왔다. 해금강으로 향하는 길가에는 원추리, 수국, 범부채 그리고 벌개미취 등 온갖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펴 있다. 야생화 사이로 보이는 쪽빛 바다와 섬은 여행자에게 깊은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니라.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99005&PAGE_CD=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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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 남부면 | 대소병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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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성제 2011.07.21 1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시원한 바다위의섬들을 보니 더위가 사라 지는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거제의섬들 영원히 후손들게 물려주어야 합니다
    좋은 사진을 주신 님게 감사드림니다

    • 죽풍 2011.07.21 14: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날씨가 정말로 덥네요. 얼음 물에 담긴 수박 한 통 깨서 먹으면 참 좋겠습니다.

  2. Favicon of http://jjtimes1@hanmail.net BlogIcon 숲속의정거장(서정자) 2011.07.27 17: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의 아침을 부산하게 해서 죄송하고 고맙슴데~이~~~ㅎㅎㅎ..
    오마이 글 올려 놓을께요.


홀연한 산사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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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성제 2011.07.15 1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속에 있는 산사는 무언가 중엄한 무게 감이 있지요

    생각을 할수있는 여유와소리없는풍광 정말 좋습니다

    오늘도 아름다운 사진을 주신 님게 감사합니다

    • 죽풍 2011.08.01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에 폰카로 그냥 찍은 것을 올렸습니다. 언제나 우리는 절 마당과 대웅전만 바라보는 절을 떠 올립니다. 사물을 보는 각도에 따라 마음도 달라집니다. 절에 다니면서 많은 것을 깨우치려 하지만 현실은 다른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안다니는 것 보다 다니면서 하나 하나 깨쳐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기와지붕만 보이는 산사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2. Favicon of https://porky.tistory.com BlogIcon 뽀키 2011.09.02 2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갑습니다. 댓글보고 찾아왔어요...
    산사의 고즈녁한 풍광에 마음을 내려놓고 쉬었다갑니다.
    앞으로 좋은 이웃이되기를 바랍니다.
    편안한 휴일보내시기 바랄게요.^^


울산 울기등대와 대왕암에서 여유를 느끼다

  
▲ 파도 파도가 작은 바위를 몰아치고 있다.
파도

녹음으로 물든 숲은 맑은 공기를 내뿜으며 사람들에게 건강과 편안한 쉼터를 주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5월 하면 숲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성하의 계절로 접어드는 5월의 마지막 날(30일). 바다는 쪽빛을 뿜으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남해바다와 동해바다가 무슨 차이가 있으랴만, 느낌마저 같을 리는 없을 터. 거가대교를 건너 부산 기장까지 한걸음에 내달렸다. 31번 국도에 접어드는 시점부터 동해바다는 나그네를 반겨주었다. 

역시나 차를 몰고 드라이브하는 느낌은 차창 밖 풍경이 아름다워야 제 맛이 나는 법. 그것도 시원한 강줄기나 푸른 바다가 보인다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동해바다는 그래서 좋다. 오래전, 7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 통일전망대까지 가는 내내 바다를 거의 볼 수 있었기에. 

  
▲ 대왕암 대왕암
대왕암

울산의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울기등대와 대왕암은 멀리 동해바다로 이어진다. 대왕암공원은 휴일을 맞아 많은 여행객들로 혼잡하다. 무성한 잎을 가진 큰 나무는 축 늘어진 모습으로 그늘을 만들고, 푹신한 산책로는 걷기에 편해 좋다. 

입구 안내판에는 4개의 산책코스가 있는데 거리와 소요시간(30~55분)을 알려주고 있다. 45분이 걸리는 A코스를 따라 가 보기로 했다. 이 코스는 울기등대를 지나 대왕암전망대, 탕건암, 할미바위, 용굴을 경유하는 코스다. 

  
▲ 울기등대 앞쪽이 구 등대이고, 뒤쪽이 신 등대이다.
울기등대

울기등대는 방어진항을 유도하는 항로표지로, 일본이 1905년 2월 목재로 등간을 설치하면서, '울산의 끝'이라는 뜻으로 울기등간(蔚崎燈干)이라 하였다. 이후 1906년 3월 현재의 장소에 콘크리트 구조물로 설치, 1987년까지 80여 년간 사용되었다고 한다. 

신 등탑은 주변 소나무 성장으로 해상에서 식별이 어려워 1987년 12월 12일 설치하였으며, 높이는 24.79m로 등명기는 프리즘 렌즈를 사용, 국내 최초로 대형급으로 설치하였다고 한다. 구 등탑은 등대라기보다는 아담한 모양의 집을 연상시켜 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구한말 시대의 건축양식을 잘 간직한 건축물로, 신 등대와 비교를 통해 당시 건축술과 기법 등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한다. 

  
▲ 대왕암바위 대왕암바위
대왕암바위

탁 트인 광장에 이르니 세찬 바람이 분다. 먼 바다에서 밀려온 파도는 한숨을 삼키며 바위를 몰아치고 흰 거품을 내뱉는다. 흐린 날씨 탓인지 바다는 쪽빛으로 보이지 않는다. 큰 바위가 깨져 작은 바위를 이루는지, 작은 바위 군상이 모여 큰 바위처럼 보이는지 알 수가 없다. 

바위 모양도 제각각 천상의 얼굴로 이름을 지어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만 같다. 바위색깔은 녹슨 것처럼 보이고, 황금빛으로도 보인다. 대왕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황금빛을 하고 있는 것일까. 

  
▲ 남측해안 대왕암에서 바라 본 남측해안
남측해안

삼국통일을 이룩한 신라 30대 문무왕은 지의법사에게 "나는 죽은 후에 호국대룡이 되어 불법을 숭상하고 나라를 수호하려고 한다"라고 하였다. 대왕이 재위 21년 만에 승하하자 유언에 따라 동해구의 대왕석에 장사를 지내니 마침내 용으로 승화하여 동해를 지키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가 경주 양북면에 있는 해중릉인 문무대왕릉인 것. 

이후 왕비도 세상을 떠나게 되고 한 마리의 큰 호국룡이 되어 하늘을 날아 울산바다 대암 밑으로 잠겨 용신이 되었다고 전한다. 사람들은 이곳을 대왕바위(대왕암)라 불렀으며, 용이 잠겼다는 바위 밑에는 해초가 자라지 않는다고 전해오고 있다. 

  
▲ 대왕암 대왕암에서 바라 본 울기등대.
대왕암

전망대에 올라서니 저 멀리 상선 한 척만 외로이 떠 있고 망망대해가 끝이 안 보인다. 바닷물 속에 잠겨 있는 작은 바위 위로 세찬 물살이 앞뒤로 출렁인다. 물질하는 해녀가 수면으로 올라 숨을 몰아쉬듯, 작은 바위는 파도가 넘은 뒤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만 같다. 강한 바람과 거친 파도에도 강태공은 고정된 자세로 한 동안 꿈쩍도 하지 않고 바다만 응시하고 있다. 몇 마리의 고기를 낚아 올렸을까 궁금해진다. 

돌아 나오는 길은 나무계단으로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바람과 파도를 피하지 못한 인고의 세월을 거쳐서일까, 소나무 두 그루가 같은 방향으로 드러눕다시피 하고 있다. 키는 작지만, 나이는 고희를 넘어 보인다. 나이 들어 휘어질 대로 휘어지고, 꼬부라진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이다. 

북측해안 산책로에 부부송이라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데, 여기 두 그루의 소나무는 '노부부송'이라 이름을 붙여본다. 강한 비바람과 폭풍에도 꺾일지언정 뿌리째 뽑히지 않는, 언제까지 푸름을 잃지 않는, 저 늙은 두 그루의 소나무가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 노부부송 대왕암공원 홍보책자에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늙은 소나무 두 그루. 나그네가 노부부송이라 이름 지어 주었다.
노부부송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반복하고, 꼬불꼬불한 길을 돌고 돌아도 해안가 절벽은 아름답다. 흙이라곤 별로 없는 바위 틈새에서 소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어나 있다. 그 강한 생명력이야말로 진정 자연에서 배워야 할 태도가 아닌가 싶다. 

해안가에서 가장 높은 곳을 '고이'라 하며, 이곳 전망대에선 미포만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넙디기'는 해안 바위 중 가장 넓은 곳을 말하며, 넙덕바위가 변한 말이다. 탕건암은 넙디기 앞 바다에 있는 바윗돌로 마치 갓 속에 쓰는 탕건 같이 생겼다 하여 이름 붙인 것.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형상으로 우뚝 솟은 할미바위도 보인다. 

사람도 제각각 자기만의 이름을 가졌듯이 바위도, 나무도 이름을 가지지 못할 것은 없는 법. 앞서 본 늙은 소나무 두 그루에 '노부부송'이라 이름 지어주었는데,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는지. 

  
▲ 탕건암 탕건암은 넙디기 앞 바다에 있는 바윗돌로 마치 갓 속에 쓰는 탕건 같이 생겼다 하여 이름 붙인 것.
탕건암

  
▲ 할미바위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형상으로 우뚝 솟은 할미바위.
할미바위

그래서 대왕암 공원에는 이름 붙인 바위와 나무가 수도 없이 많다. 북측 해안에는 바깥 막구지기, 햇개비, 민섬, 수루방, 용굴, 부부송, 넙디기, 할미바위(남근암), 탕건암이 있다. 북동 해안에는 고이와 사근방(사금을 채취했다고 붙여진 이름)이 있고, 남측 해안에는 용디이목, 샛구직, 과개안(너븐개), 고동섬, 중점·노애개안, 배미돌이 있다. 

  
▲ 소나무숲 대왕암공원에는 1만 5천여 그루의 소나무가 하늘을 덮고 빽빽히 서 있다.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 참으로 행복하다.
소나무숲

해안가를 돌아 언덕길로 오르니 울창한 송림이다. 하늘을 향해 날씬하게 쭉쭉 뻗은 소나무는 20m가 족히 넘을 것만 같다. 대왕암 공원은 울산 12경중의 하나로 이곳에는 1만 5천여 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평평한 숲 속, 오솔길을 걷는 것만 해도 행복하다. 천천히 걷는 시간만큼 여유로움을 얻을 수 있어 좋다. 

45분이면 된다던 거리는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나그네에겐 가진 것은 시간뿐인데, 두 시간이면 어쩌랴. 시간에 쫓겨 박물관을 휑하니 둘러보는 것이나, 여행지 안내판만 읽어보고 오는 여행에서 얻는 것이 무얼까. 여유로움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싶다. 

  
▲ 대왕암 대왕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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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동구 일산동 | 울기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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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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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보기 드문 석재로 만든 대웅전과 마애석불을 찾아서
  
▲ 석불사 병풍처럼 펼쳐진 거대한 암석이 자리한 곳에 석불사가 자리하고 있다.
석불사

남해안 바다 한 가운데를 시원스레 관통하는 거제도와 부산을 연결하는 거가대교. 이 다리는 2010년 12월 14일 개통하였으며, 2개의 사장교(3.5㎞)와 침매터널(3.7㎞) 그리고 육상터널(1.0㎞)로 총 8.2㎞의 길이다. 이로써 거제도와 부산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한층 가볍게 해 놓았다. 소요시간도 종전보다는 많이 단축됐다. 때문에 꼭 가지 않아도 될 일도 '이제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하는 둥' 핑계거리도 없어졌다고나 할까. 그 동안 부산을 오갈 때 몇 차례 가 본 석불사에 28일 또 다시 들렀다. 

  
▲ 마애석불 사천왕상을 한 마애석불
마애석불

석불사는 부산이 자랑하는 금정산에서 뻗어 나온 산자락 하나가 남쪽 만덕동 끄트머리에 다다르는데, 그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절 위쪽으로 거대한 크기의 바위가 군상을 이루며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해서 병풍암이라고도 불린다. 거대한 바위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한 석불사.  

이 절은 석재와 철재로 조성한 절로, 거대한 자연 암석 사이에 세운 전각과 불상이 눈길을 끈다. 부산지역에서 마애석불 절로서도 이름 나 있다. 절 입구 턱 밑, 주차장에 차를 놓고 경사진 대나무 숲길을 오르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끼를 두른 큰 소나무는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다. 

아담한 모습을 한 일주문. 금색도장을 한 '석불사'란 편액이 정겹다. 급경사진 자리에 절을 조성하다보니 마당도 넓지 않다. 높은 받침대를 세우고 마당높이에 맞춰 만든 지혜로움이 돋보이는 종각. 휘고 구부러진 나이 많은 소나무와 동무 삼아 천년 세월을 함께 하자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듯 한 모습이다 

  
▲ 마애석불 암벽에는 16나한상이 조각돼 있다.
마애석불

  
▲ 마애석불 위로는 미륵존불이 아래로는 십일면관세음보살이 조각돼 있다.
마애석불

대웅전은 팔작지붕을 한 2층으로 석재로 건축하였는데, 나무기둥의 목조와는 달리 칸 수가 정확하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용머리를 세운 돌 기둥을 봐서 3칸으로 보이며, 화려하고 섬세한 목조형태의 포와는 달리 포를 대신한 동물모양의 조각은 하나의 예술품을 전시해 놓은 듯 하다. 역시 지붕 밑으로는 부처님을 조각해 모셔 놓고 있다. 또한, 여느 절과는 달리 나무 문양을 한 문이 아니라, 철제문을 만들어 놓았고, 난간도 철제로 돼 있는 점이 특이하다. 

대웅전 옆으로는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 하나가 나 있는데, 이 통로는 절 밖과 연결돼 있다. 예전에는 사람이 다녔다고 하는데, 지금은 문이 닫혀 있어 다닐 수 없게 돼 있다.  

  
▲ 석불사 석불사에 오르면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석불사

  
▲ 범종각 높은 받침대를 세우고 마당높이에 맞춰 만든 지혜로움이 돋보이는 종각. 휘고 구부러진 나이 많은 소나무와 동무 삼아 천년 세월을 함께 하자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듯 한 모습이다.
범종각

두 손 모아 삼배하고 대웅전 뒤로 들어서니 거대한 바위가 눈앞에 떡하니 버텨 서 있다. 사방이 움푹 팬 듯한 공간에 좌우로는 높이가 족히 30~40m의 바위로 둘러쳐져 있는 터. 넓게 보아도 100㎡가 돼 보이지 않는 좁은 면적의 그곳은 서방정토요, 극락세계였다. 온 기운이 빠져나감을 느낀다. 꿈을 꾸며 천상의 세계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저 높은 암벽에 어떻게 불상을 새겼을까. 그 웅장함에 기가 눌린다. 불상의 표정도 온화하며 다양하다. 불상의 수도 하나 둘이 아니다. 석가모니불, 비로자나불, 약사여래불, 미륵불, 십일면관세음보살불, 16나한상 그리고 사천왕상 등을 포함하여 총 29개의 불상이 새겨져 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최대규모의 마애석불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큰 바위에 자연적으로 생긴 틈새에 부처님을 모셔 놓았다. 두 분의 부처님에 두 개의 촛불이 세상을 밝혀 주고 있다. 이승의 인연을 끊음일까, 속세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라는 뜻일까. 제 몸을 태워 세상을 밝게 비추는 촛불이 가진 깊은 의미를 다시금 새겨 주고 있다 

  
▲ 부처님 곧 무너질 듯 한, 큰 바위와 작은 바위 사이에 부처님이 계신다. 부처님은 위태로운 이런 공간에 믿음 하나만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처님

몇 십 개의 돌계단을 오르니 돌로 만든 독성산령각이 나온다. 작은 공간이지만 역시 부처님의 세상이다. 옆으로 작은 틈이 하나 있다. 겨우 몸을 비켜 세워야만 지날 수 있는, 아주 작은 폭의 틈새. 힘겹게 지나니 또 다른 불국토의 세상이 나온다. 곧 무너질 듯 한, 큰 바위와 작은 바위 사이에 부처님이 계신다.  

부처님은 위태로운 이런 공간에 믿음 하나만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만약, 큰 바위를 지탱하는 작은 바위가 없다면 하는 생각에 이르면 아찔하다. 믿음이 없다면, 얼마나 긴 이 세월을 참고 견뎌 왔을까? 한 쪽이 힘들다고, 다른 한 쪽이 믿음 없이 쉽게 포기한다면 결국, 둘은 공멸하고 말지 않겠는가?  

  
▲ 석굴법당 암벽에 있는 작은 석굴은 그 자체로도 장엄함이 넘치는 법당이기도 하다. 암굴에서 나는 송불 소리는 바깥세상을 향해 넓고도 멀리 퍼져 나갈 것이다.
석굴법당

  
▲ 풍경 석재로 만든 대웅전 처마에 걸린 풍경. 부처님 모습도 보인다.
풍경

갑자기 군 시절 목봉체조 훈련시간, 교관의 훈계가 떠오른다. 

"한 사람이 힘들다고 꾀를 피우면, 다른 사람이 꾀를 피우고, 그러면 모두가 힘들어진다. 훈련은 마쳐야 하는데, 나 하나 괜찮다는 식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훈련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그러니 서로를 믿고 하나가 됨이 중요하다. 

훈련 받을 때는 힘들고 귀찮아서,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참으로 옳은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절을 찾을 때면 이렇게 나 자신을 돌아본다. 꼭 절터가 아니더라도 자연의 이치에서 배울 것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모든 것은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명언도 자연에서 터득한 진리 아니던가? 

  
▲ 불심 서울에서 왔다는 불자가 아들의 건강과 소원을 기도하고 있다.
불심

나오는 길, 대웅전 앞에서 정성스레 합장 기도하는 불자를 만났다. 서울에서 왔다는 불자는 아들이 프로축구 선수인데,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기도하러 들렀다고 한다. 나도 합장 기도로 마주하며 소원성취토록 빌어 주었다 

석불사는 1930년 창건한 절로 그리 오래된 절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불자와 여행객들로부터 관심을 끄는 것은 국내 최대규모라 할 수 있는 마애석불이 있기 때문. 또한 석재와 쇠로 만든 전각은 국내에서 보기가 드물다. 암벽에 있는 작은 석굴은 그 자체로도 장엄함이 넘치는 법당이기도 하다. 암굴에서 나는 송불 소리는 바깥세상을 향해 넓고도 멀리 퍼져 나갈 것이다. 

주차장엔 아주 진한 녹색 잎을 가진 감나무가 한 그루가 서 있다. 감꽃은 이미 떨어지고 열매는 영글어져 가고 있다. 붉은 단풍이 드는 계절, 다시 들르고 싶은 마음이 인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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