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공고지에 봄소리 전하는 수선화 '만발'
  
▲ 희망 여러송이 수선화가 한 꺼번에 집단으로 피어 있다. 기자에게는 희망을 주는 느낌이다.
희망근로

춘삼월 봄이라지만 영동지방은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25일, 많은 눈이 내렸다는 뉴스를 들었기에. 이보다 하루 지난 26일, 거제도 공곶 마을은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려 전국에서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공곶(鞏串)마을, 사람들에게는 '공고지'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고, 그렇게 불리고 있다. 거제도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전국에서 더 많이 알고 있는 명소다. 이곳 봄소식을 전하는 여행 기사를 각 일간신문에서 한번 다뤄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기도 하다. 

  
▲ 외로움 홀로 핀 수선화. 외로움을 잔뜩 한 모습이다.
수선화

  
▲ 부부 두 송이 수선화. 이곳 공곶마을에는 강명식 할아버지 부부가 곱게 핀 수선화처럼 다정스레 농장을 가꾸며 살고 있다.
사랑

공고지는 거제시 일운면 예구리에 속해 있는 작은 마을이다. 아니,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가구 수가 너무 적다. 예전에는 몇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지만, 지금은 강명식(80) 할아버지 부부 한 가구만 살고 있다. 이곳 공고지를 가꾸고 공원을 만든 분으로, 2009년도 경남도로부터 '자랑스러운 경남농업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땅의 가치와 농작물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하며 한 평생을 살아 온 농부였기에 할아버지 부부를 생각하면 근면과 성실이라는 단어가 자동으로 떠오를 정도다. 

공고지는 봄꽃인 수선화로 유명하다. 2006년 3월 26일 이곳에 관한 기사를 쓴 후, 하루 차이도 없이 꼭 5년 만에 다시 찾아 가는 길이다. 물론, 그간 몇 번 다녀 온 적이 있지만, 봄에 가기는 그 이후로 처음이다. 예나 지금이나 가는 길은 가파른 고갯길로 올라서야 한다. 국립공원지역이라 도로를 포장하기 어려운 곳으로, 예전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폭이 넓어 다니기에는 조금 낫다는 점.  

20여 분 비탈길을 오르면, 거친 숨 때문에 조금 쉬어가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일부러 쉴 필요가 없다. 그때쯤이면 산언덕에 올라서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이할 수 있기에. 앞으로는 내도가 보이고, 멀리로는 해금강이 보인다. 유람선이 흰 물살을 일으키며 외도와 해금강을 바삐 오가며, 봄 바다를 갈라놓는다. 

  
▲ 공곶입구안내판 공곶마을 입구에는 강명식 할아버지와 수선화꽃을 담은 안내판이 이곳의 내력을 설명하고 있다.
공곶

언덕에는 예전에 없던 안내판이 하나 서 있다. 할아버지 모습과 수선화 사진을 담은 안내판에는 공고지의 이모저모를 설명해 주고 있다. 가까이 있는 푸른 바다는 봄바람을 실어 나르기 바쁘다. 향긋한 해풍은 육지에 닿아 고갯길을 오르는 사람에게 봄바람이라는 인식을 느끼게 해 주고 있다.  

한숨을 돌리고 나면 급경사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양쪽으로 울창한 동백나무는 꽃 터널을 만들고 땅바닥에 떨어진 붉디붉은 꽃잎은 비단길을 깔아 놓은 것만 같다. 돌계단을 하염없이 내리 걷고 또 걸었다. 울창한 동백 숲은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만들어 놓았다. 돌계단이 몇 개인지 세어가며 내리 걷는 기분도 쏠쏠한 재미다. 

  
▲ 내도 공곶마을에 바라 본 내도.
내도

내려가는 사람에 비해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목에 꽉 찼다. 단내가 쏟아짐을 느낀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빛 땅으로 나왔다. 종려나무가 빽빽이 서 있고, 동백나무는 붉은 꽃잎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햇살을 받은 꽃잎은 살포시 웃는다. 새색시 색동저고리 입고 뽐내는 모습과도 너무나 닮았다.  

이곳 동백은 한 동백꽃이라고 한다. 찰 한(寒)자를 써서 겨울에 피는 동백이라는 의미란다. 사실 동백은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피고지고를 반복하는 꽃이다. 거제도나 여수를 비롯한 남해안에서 바닷바람을 맞이해야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땅바닥에 떨어진 붉은 꽃잎은 사랑 한번 해 보지 못한 늙은 총각의 슬픈 눈물인 듯, 보이는 것은 왜일까? 

  
▲ 독일수선화 독일에서 들여왔다고 해서 할아버지 부부는 독일수선화라고 부른다.
수선화

  
▲ 제주도수선화 제주도수선화
제주도수선화

옛 모습을 간직한 돌담장 길 할아버지 집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인근에 있는 서이말 등대로 가기 위해서는 할아버지가 사는 집 안을 거쳐 지나야만 한다. 이 곳 공곶마을은 사계절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수선화 피는 이때쯤이면 특별히 많은 사람들이 온다.  

이날 열 한 시경 도착, 오후 두 시까지 머물렀는데, 방문객은 줄잡아 2천여 명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수선화 밭은 노랑 꽃 물결로 일렁인다. 그 너머로는 푸른 물결이 넘실대며 배 한척이 흰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수선화 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어떤 사람은 수선화 꽃이 핀 밭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어대지만,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 동백꽃 햇볕을 받은 동백은 더욱 선명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동백

사실, 공곶마을의 많은 부분은 강 할아버지의 개인소유 농지다. 그 곳에다 1970년대 초반 농사를 시작했으며, 대표 농작물로 33000㎡에 종려나무를 재배해 왔다. 당시로는 주 소득원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는 게 할아버지 귀띔. 이 밖에도 50여 종의 식물 재배로 아름다운 농원을 만들어 가고 있다. 바다 풍경과 잘 어우러진 종려나무 숲에서는 2005년에 영화 <종려나무 숲>을 촬영했다. 그래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어떤 사람은 꽃밭을 드나들고 가끔은 농작물을 다치게 하지만, 노부부는 싫은 말 하지 않고, 그러려니 한다. 처음 대하는 손님이지만 차 한 잔 꺼내놓기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정이 많다. 개인농지인 이 곳에 수선화 피는 계절이 돌아오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노부부의 정이 있어서라는 생각이다. 

  
▲ 새싹 거제도 공곶마을에는 봄이 오는 소리로 가득하다.
새싹

바닷가 몽돌 밭에는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점심을 먹고 있다. 아직 뜨거운 땡볕은 아닌지라 길게 창이 달린 모자를 쓸 필요는 없다. 흔히 바닷가 하면 비릿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지만, 여기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물을 말리거나 해초를 널어놓은 곳에서 나는 비린내가 없기 때문에. 파도가 몽돌에 부딪힌다. 철썩~, 처~얼썩. 바닷속 자갈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 속에 발을 담가본다. 발끝에서 시작하여 온 몸을 거쳐 머리끝까지 전해 온 시원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카메라는 봄 소리를 담기에 바쁘다. 렌즈를 갈아 끼우는 작업도 쉬운 게 아니다. 가방에서 꺼내 다시 빼고, 끼우고 하는 반복 작업에서 왜 이렇게 할까 스스로 물어보지만 신통한 답은 없다. 그저 사진 찍기가 좋아서라는. 걷다가 좋은 피사체가 보이면 수 십장의 셔터를 누른다. 예전과 달리 필름을 사용하지 않기에, 돈이 더 들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많은 사진을 찍어 좋은 것만 골라 쓰는 재미도 있는 것이 디지털카메라가 아닌가?  

  
▲ 동백꽃 공곶마을을 구경하고 나가는 출구에는 한 송이 동백꽃이 목을 길게 내민 듯 달려있다. 뒤로 어두운 동백꽃터널을 올라서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동백꽃

컴컴한 동백나무 숲 계단 길을 오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몰아쉰 숨의 끝자락에 할아버지 모습이 보인다. 언덕 끄트머리에서 할아버지는 직접 생산한 수선화를 팔고 있다. 수선화 꽃망울을 피운 작은 화분은 3천 원, 큰 화분은 5천 원이다. 천리까지 향이 퍼진다는 천리향 작은 화분도 3천 원에 팔고 있다. 개인농장을 공짜로 구경하면서 집으로 돌아 갈 땐, 봄 소리 알려주는 수선화 꽃 화분 하나 팔아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 공곶마을 봄소식을 전하는 공곶마을에는 봄 소리로 가득하다.
수선화

봄소식을 전하는 봄 소리란 무얼까? 수선화 꽃 피는 소리, 담쟁이 넝쿨 눈 솟는 소리, 바닷바람 이는 소리, 파도에 몽돌 구르는 소리, 할아버지 댁 강아지 눈 웃음소리 그리고 할아버지 부부의 정겨운 대화 나누는 소리가 아닐까. 이 소리는 올 봄 내내 거제도 일운면 한적한 공곶마을에 울려 퍼질 것이다. 봄 소리를 듣고자 한다면 올 봄 가기 전, 이 곳을 찾아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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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 공고지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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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의 개그 콘서트, 난 그렇게 들었는데, 아이고 내가 잘못 들었네~~~

  
▲ 덕유산 향적봉에서 바라본 남덕유산(오른쪽 높은 봉우리). 중간 왼쪽 멀리 진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지리산 반야봉이다.
향적봉

소풍가는 날 새벽녘. 신발장 제일 아래 칸 구석진 곳, 21년 동안이나 나의 애마 역할을 한 비브람 등산화.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주지 않았던지 먼지가 소복이 쌓였다. 그 당시 거금(?)이라 할 수 있는 십 만 원 넘게 주고 산 등산화였다. 정확히 89년부터 산에 홀려 주말마다 산을 찾았다. 그 땐 자가용도 없었기에 버스로 지리산, 덕유산으로 가야만 했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불편함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랬지만 산을 찾아 나서는 길은 기대감으로 찼고, 돌아오는 길은 배낭에 기쁨 가득한 즐거움이 있었다. 

  
▲ 남덕유산 하얀 설원의 남덕유산. 왼쪽 뒤로 지리산 반야봉이 선명하다.
남덕유산

처음엔 여럿이 좋아 단체산행을 했지만, 고독을 즐기기 위해 혼자 다니기로 했다. 야간 산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초저녁, 산에 올라 텐트를 쳤다. 겁도 많이 났던 것은 당연한 일. 술병을 나발 채 마시며 잠을 청했지만, 새벽 두세 시경이면 충혈 된 눈은 자동으로 떠지곤 했다. 날짐승 울음소리,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 윙윙거리는 바람소리, 모두가 머리털을 곤두서게 했다. 이렇게 겁을 먹으면서, 혼자서 왜 산행을 할까 했지만, 주말만 돌아오면 또 다시 배낭을 챙기곤 했던 기억. 먼지 쌓인 비브람 등산화를 꺼내는 새벽아침, 90년대 산행에 대한 기억을 내 뱉어 놓았다. 

마지막 겨울을 알리는 2월의 끝자락인 26일. 직원끼리 산행이지만, 친목도모와 화합을 위한 자리. 그래서 먹을거리가 푸짐해야 제 맛이 나지 않을까 싶어 싱싱한 횟감을 찾아 여명 길을 나섰다. 평소에 횟감을 직접 손질하는 취미가 있어, 직접 고기를 골라 회를 만들었다. 가끔 회를 직접 떠 회식을 할 때면, 주위에서 횟집 차려도 되겠다고 하지만, 글쎄, 딱 한 달을 못 넘겨 문 닫지 않을까 하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 가야산 중간 멀리 희미하게 높게 보이는 봉우리가 가야산이다.
가야산

지난 해 말 거제와 부산을 잇는 아름다운 다리가 놓인 두 번째 큰 섬, 거제도. 다리를 지나야만 왠지, 어디로 떠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섬사람들만의 생각인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거제대교를 지날 때, 비로소 소풍을 간다는 기분이 든다. 차창 밖,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는 배가 힘이 넘친다. 푸른 쪽빛 겨울바다는 소풍객들을 환영해 주는 것만 같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달리고 달려서, 경상도를 벗어나 전라도로 접어든다. 산자락 군데군데 하얀 눈 두둑이 있다. 벌거벗은 나무 숲 사이에 녹지 않은 잔설. 봄을 기다리는 나뭇가지와 제 몸을 완전히 녹여버리고 싶지 않은 하얀 눈은 자연과 생명을 느끼게 해 준다. 목적지인 무주가 가까워오자 높은 산꼭대기는 하얀 눈 세상이다. 어서라도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다. 

  
▲ 대덕산 멀리 뾰족히 하늘에 닿아 있는 봉우리가 무풍면에 소재한 대덕산이다.
대덕산

한참 열을 내어 달린 버스가 지칠 쯤, 일행은 무주스키장에 도착했다. 화려한 복장을 하고 색안경을 낀 스키어들이 눈밭을 이리저리 누빈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모습은 프로 선수 못지않다. 스키를 배워 머리카락 흩날리며 한번 타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역시, 생각에 머문다. 지나가는 세월이 아쉬울 뿐, 머릿속 꿈만 가득한데 어쩌랴. 이런 산행이라도 계속할 수 있음에 행복으로 받아들여야지. 

곤돌라를 탄 직원들은 어린아이 얼굴이다. 소리 지르며 마냥 즐거워하는 모습이 영판 아이가 뛰노는 것과 같다. 집 마당에 늘 묶여 있던 강아지, 눈 오는 날 풀어 놓으면 눈밭에 깡충깡충 뛰노는 모습과 똑 같다. 강아지랑 비교한다고 뭐라고 나무랄까? 기분 나쁘게는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게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나로서, 보기 좋아서 하는 말이니라. 

  
▲ 설원 향적봉으로 오르내리는 등산객들. 왼쪽 끝이 향적봉이다.
향적봉

곤돌라는 일행을 설천봉에 내려 주었다. 하얀 설원의 세상. 많은 등산객들이 향적봉을 오르내린다. 눈이 얼어 등산로가 상당히 미끄럽다. 나뭇가지를 붙잡고 겨우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는다. 두 발을 땅에 버티기가 힘겹다. 작은 나무 가지에 넘어지지 않으려 의지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고, 눈밭 등산길에 미끄러지지 않으려, 나약한 나뭇가지에 버티는 모습이 우습다. 강하다는 인간의 역설적인 모습이다. 

  
▲ 오뚜기 산악회원 어떻게 아세요?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난 그렇게 들었는데... 아이고, 내가 잘못들었네,,, 짧은 시간 즐거움을 주게 한 안양에서 왔다는 오뚜기 산악회원들.
오뚜기산악회

넓적한 바위에서 사진을 찍는 단체 등산객에게 사진을 찍어 주자, 간단한 인사와 대화가 오갔다. 

"겨울 산이 좋죠. 저쪽 끝이 남덕유산입니다. 어디서 왔어요. 어느 산악회세요?"
"안양요. 어떻게 아세요?"
"예~? (한참 망설이다)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러자 일행으로 보이는 또 다른 남자가 끼어들며 내게 묻는다. 

"어떻게 모르세요? (그것도 모르느냐는 뜻으로)어디 외국에서 (살다)왔어요?"
"예? ... 무슨 회산가요, 무엇을 만드는 곳인데요?"
"아니, 어떻게를 진짜 모르세요? 케첩이랑 식품 만드는 회산데..."
"(그래도 몰라서) ...(멍한 내 모습)" 

대화는 여기서 끝을 맺었고, 모두 발걸음을 옮겼다. 설천봉에서 20여 분 지나니, 향적봉이 눈앞에 있었다. 겨울바람답지 않은, 차지 않은 시원한 바람이 얼굴과 가슴을 때린다. 환희와 함께하는 벅찬 가슴이다. 정말 오랜만에 오른 향적봉 정상. 몇 년 만에 올랐는지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백련사를 거쳐 힘들게 걸어서 올랐는데, 이번에는 곤돌라의 힘을 빌렸다. 그런데 어쩌랴, 힘에 부치는 것을. 

  
▲ 지리산 향적봉에서 바라본 장엄한 지리산. 멀리 진하게 일자로 길게 늘어서 있는 부분이 지리산 종주코스. 왼쪽 끝이 천왕봉, 그 좌측으로 중봉, 오른쪽 끝이 반야봉이다.
지리산댐

주말 비 예보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날씨만 청량하다. 날씨 예보 믿고 나서지 않았다면, 후회만 가득 했을 법. 하늘은 파랗고, 산은 하얗다. 첩첩한 산맥이 겹겹이 드러누워 어깨동무하고 있다. 백두대간의 장엄한 모습이다. 멀리 지리산맥이 찐한 모습으로 길게 뻗어있다. 좌측으로 천왕봉이고, 조금 좌측이 중봉이다. 오른쪽 끝으로는 반야봉이 선하다. 그 사이로 제석봉~장터목산장~연하봉~삼신봉~촛대봉~세석산장~영신봉~칠선봉~덕평봉~벽소령~형제봉~명선봉~토끼봉~삼도봉~임걸령~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종주코스. 지리산만을 고집하고 산행했을 때, 종주코스를 다녔을 때, 숲속의 돌멩이 하나, 풀 한포기, 고목 한 그루가 주마등처럼 기억으로 스쳐 지나간다. 지금 이 순간, 머리 속은 지리산 종주를 하고 있다. 

  
▲ 적상산 하산하는 등산객 앞쪽 중간에 적상산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양수댐 중 하나인 하부댐이 보인다.
적상산

푸르고 맑은 날씨는 멀리 가야산을 눈앞에 데려 놓았다. 가야산 줄기도 가는 실처럼 길게 늘어서 있다. 무풍면 대덕산 꼭대기도 하늘에 닿아 있다. 산맥이 겹겹이 쳐져 있어 파도가 물결을 치는 모습이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듯, 우에서 좌로 방향을 트니 명산들이 즐비하다. 양수댐이 있는 적상산도 야트막히 코앞에 버티고 있다. 그 옆으로 하부 댐이 선명하게 푸른빛을 비추고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니 남덕유산이 양쪽봉우리로 다정히 서 있다. 향적봉에서 동엽령을 지나 남덕유산으로 가는 길. 겨울산행을 해 보지 않은 등산객이라면, 진정 그 맛을 모를 것이니라. 세 번의 덕유산 종주코스 산행, 향적봉에 선 이 시간, 옛 추억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산행 중에 먹는 음식이야말로 맛을 치자면, 고급 호텔 메뉴가 부럽지 않다. 반찬 종류가 중요하지 않다. 소주에 먹을 만한 안주 하나 있으면 최고. 그런데 오늘은 특별히 횟감을 준비했으니, 기대는 가득 채움이다. 바람이 불어 동료끼리 서로 의지하며, 둘러앉았다. 소속감이요, 화합이다. 그래서 나선 오늘 소풍 아니겠는가? 소주와 회가 기가 차도록 맛이 있다. 산 정상에서 회를 쳐 먹는 이 맛, 누가 알까? 한 잔 술을 따라 '위하여'를 외치니, 내일부터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다. 

  
▲ 직원끼리 무주스키장에서 마지막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며 직원끼리 한 컷.
무주스키장

하산하는 길, 직원 여러 명이 탄 곤돌라 안에서 등산 때 겪은 얘기를 전했다. 안양에 '어떻게'를 아냐고? 내가 처음 들었을 때처럼,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 하는 눈치다. 눈치 빠른 한 직원이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한다. 직원이 뭔가 알아차렸다는 묘한 웃음을 보인다. 

"혹시, 오뚜기라고 하지 않던가요?"
"아닌데, '어떻게'라고 하던데. 내가 몇 번이나 물어도 '어떻게' 아냐고 하던데. 그래서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다시 물었지."
"잘못 들었을 겁니다. 안양에 오뚜기라는 회사가 있는 걸로 봐서, 아마 그 회사에서 단체 산행을 하지 않았나 싶네요." 

가만 생각해 보니, 그럴 듯 했다. 내가 잘못 들었던 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말이 툭 튀어 나온다. 어느 방송사 개그 프로, 인기 있는 대사 한 마디. 

"난 그렇게 들었는데... 아이고, 내가 잘못 들었네~~~" 

곤돌라에서 내렸다. 주차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 든 버스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주차장으로 가니, 산행 중에 만났던 그 '어떻게' 팀원들이 모여 있다. 우리 일행이 타고 갈 버스 바로 옆, 안양에서 왔다는 산행 안내문이 붙은 '어떻게' 산행단체 버스가 떡하니 서 있다. 헤어짐 인사도 나눴다. 그제야 '어떻게'라는 말이 '오뚜기'라는 말이라는 걸 알았다. 근데 '오뚜기'가 어떻게 '어떻게'로 들렸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 기도 설천봉에 있는 돌탑에 동료 직원이 돌을 쌓으며 소원을 빌고 있다.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기도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향적봉 설원 개그콘서트 재방송이 열렸다. 

"어떻게 아세요?"
"어떻게→어떠케→어떠게→오떠게→오뚜게→오뚜기"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난 그렇게 들었는데... 내가 잘못 들었네~~~" 

한바탕 웃음이 쏟아졌다. 산속 메아리가 아닌 마이크 에코소리로. 

  
▲ 향적봉 산행 향적봉 산행
향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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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 덕유산 향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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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방조제와 채석강에 빠진 늦가을 여행
  
▲ 곰소바다 곰소만 앞바다. 적막감이 들고, 쓸쓸한 느낌이다.
곰소바다

덕숭산 자리에 터 잡은 수덕사는 늦가을 진한 향과 깊은 맛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집을 떠나 타지에서 느끼는 늦가을 밤은 조용히 깊어만 간다. 10월 19일 아침, 약간 을씨년스러운 기운은 황량한 들판에 내려놓고 가벼운 몸만 버스에 태웠다.  

전날, 온천에서 몸을 뜨겁게 달구었던 탓일까. 머리도 맑고 몸도 가볍다. 온천에서 목욕 한 게 참 오랜만인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온천 가기란 별 것 아니지만, 그리 쉽게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단체여행 덕분에 온천에도 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차창밖풍경 버스로 달리면서 바라본 차창밖 풍경. 버스가 달리듯 세월도 가을을 지나 겨울을 향해 달리고 있다.
가을

승용차보다 그다지 속도를 내지 않는 버스는 차창 밖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승용차는 운전에만 몰두하다 보니 주변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차체도 낮기 때문에 시야의 폭도 좁아 많은 풍경을 담지도 못한다.  

높은 위치에서 넓은 시야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 데서는 버스여행이 좋다. 그래서 가끔 버스여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두세 배의 시간을 요구하지만, 불편함을 이겨내 보는 것, 버스여행에서 얻는 소중한 체험이 아닐까. 

40번 국도를 벗어난 버스는 15번 고속국도로 접어들자 앞만 보고 내달린다. 덩달아 차창 밖 풍경도 쏜살같이 사라진다. 멀리 있는 풍경은 그래도 잠시 머물다 간다. 몇 시간을 달려 일행을 내려놓은 곳은 새만금방조제. 말로만 들어왔던 그곳에 처음으로 왔기에 어떤 곳일까 궁금하다. 

  
▲ 갑문 새만금방조제 갑문
새만금방조제

바다 위 만리장성, 단군 이래 최대 역사, 대한민국 경제고속도로 등 각종 수식어가 나붙는 새만금방조제. 전라북도 군산, 김제, 부안 앞바다를 연결하는 방조제다. 기존 세계에서 가장 긴 네덜란드 자위더르 방조제보다 500m 더 긴 33.9㎞다. 1991년 11월 16일 첫 삽을 뜨고, 2010년 4월 27일 삽질을 내려놓음으로써 19년 세월이 걸렸다.  

사업면적은 4만100㏊(토지 2만8300㏊, 담수호 1만1800㏊)로서, 서울의 2/3에 해당하고, 여의도의 140배에 이르는 땅이 새로 생긴 것. 우여곡절도 많았다. 개발로 인한 방대한 영역의 갯벌과 해양 생태계가 파괴될 우려가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높았다. 환경단체와 전북주민들이 낸 새만금 사업계획 취소 소송에서 패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그런 새만금방조제에 왔다. 

  
▲ 채석강 퇴적암층.
채석강

끝이 안 보일 정도 곧게 뻗은 방조제 위로 버스는 천천히 달린다. 왼쪽으로는 일부 육지가 될 땅이요, 오른쪽으로는 바다다. 왼쪽은 아직 바다 그대로 모습이다. 오른쪽은 배가 다니고, 고기잡이가 한창이다. 호수 같은 잔잔한 바다지만, 큰 파도가 칠 때가 있는 모양이다. 방조제 사면에는 큰 바위와 작은 돌들이 흩어져 있다.  

큰 바위는 파도로 인하여 사면에서 빠져 나온 것이고, 작은 돌은 바다에서 떠밀려 올라 온 것이라는 생각이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버스에서 바라보이는 가드레일은 곡선으로 만들어져 있어 꼭 파도가 치는 것만 같다. 버스 속도에 따라 큰 파도와 작은 파도가 울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흥미롭다. 

제법 달리자 작은 섬이 나온다. 군산시 옥도면 야미도와 신시도로 이어지는 길은 계속되고, 주변으로 크고 작은 섬들이 많다. 고군산군도라고 한다. 경치가 빼어나고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선유도가 옆에 있다. 군산에서 뱃길이 있다지만, 신시도에서 어선으로 가면 금방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 언젠가 꼭 한번 가고 싶은 섬이다. 

  
▲ 휴게소 공원 새만금방조제 갑문 휴게소에 쌀쌀한 가을이 내려 앉아 있다.
새만금방조제

잠시, 갑문 휴게소에 내려 한 숨 돌리며, 사진도 찍었다. 뿌연 날씨로 먼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몸이 움츠려 든다. 찬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커피 한잔, 여행의 여유로움이다. 방조제는 준공되었지만, 중간 중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흙탕길을 잠시 지나 변산반도로 들어섰다. 

  
▲ 채석강 채석강 퇴적암층. 수천, 수만 년의 세월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다.
채석강

기암괴석과 수 만권의 책을 포개 놓은 듯한 퇴적암으로 된 절벽 모습을 한 채석강은 변산반도 볼거리중 하나다. 짠물 냄새를 맡으며 썰물 때 드러나는 퇴적암층을 걷는 기분도 상쾌하다. 사이사이 고인 바닷물에 자신의 얼굴과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다. 흙 두께가 그리 깊어 보이지 않는, 퇴적암층 땅위에 선 소나무는, 고고함과 자존심을 표현하는 것만 같다.  

  
▲ 채석강 거울 채석강에서 볼 수 있는 바다거울. 한번 쯤, 짠물 바다에 뜬 자신의 얼굴과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다.
채석강

곰소란 심마니들이 쓰는 은어로, 소금이라는 뜻이란다. 청정해수 천일염으로 숙성시킨 자연의 맛이라 자랑하는 젓갈로 유명한 곰소마을에서 먹는 점심은 푸짐했다. 깨끗하고 깔끔하게 차려진 젓갈은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을 땅기게 한다. 탕이 보글거리는 소리, 잡담소리, 음식 먹는 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 온갖 소리들로 식당 안은 시장 통이 따로 없다. 한바탕 소란에 배는 채워지고, 이쑤시개 집어 들며, 느긋해 하는 사람들. 

갯가에 산다는 징표일까, 촌놈이라 그럴까. 젓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예까지 와서 그냥 갈 수 없어, 젓갈 파는 집에 들렀다. 다른 단체도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환한 조명 아래 진열된 젓갈. 보는 것만으로도 먹고 싶다. 굴 향이 그대로 배어있는 어리굴젓, 쫄깃쫄깃한 낙지젓, 달콤한 창란젓과 명란젓, 짭짤한 바지락젓과 밴댕이젓, 씹는 맛으로 먹는 아가미젓, 배추 속잎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 나는 갈치속젓, 이 모두가 입맛을 자극한다.  

이 밖에도 토하젓, 골뚜기젓, 꽃게장젓, 순태젓, 전어밤젓, 청어알젓, 그리고 가리비젓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짭짤함으로 혀를 자극하여 맛을 느끼게 하는 젓갈이지만, 각기 다른 맛을 내는 곰소만의 젓갈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는 모양이다.  

  
▲ 새우젓 김장할때 넣으면 한층 맛이 나는 연분홍색 새우젓. 보는 것만으로도 먹음직스럽다.
새우젓

지금은 한창 김장철. 진분홍색을 띠는 몇 종류의 새우젓에 눈길이 간다. 추젓(9월 전후로 잡은 새우로 담간 젓)은 주로 김장에 많이 쓴다. 한달 정도 지나면 김장 속에 삭아 유산 화 되어 버리기 때문. 오젓(오월 경에 잡는 새우)은 그냥 먹기에 편하다. 살이 통통 오른 육젓(유월경에 잡는 새우)은 무침으로 제격이다. 김장할 때 사용하는 젓은 지역마다 다른 모양. 새우젓을 넣는 지역도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 멸치액젓과 까나리액젓은 크기가 다른 용기에 종류별로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 무침젓갈 종류도 다양한 무침젓갈이 전시돼 있고, 보는 것만으로도 먹음직스럽다.
무침젓갈

여러 종류 젓갈을 사고 싶었지만, 어리굴젓과 아가미젓만 낙점이다. 몇 종류 더 사고 싶었고,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푸짐하다. 주문하면 택배로도 보내준다 하니 다음에는 다른 젓갈로 맛을 봐야겠다. 곰소만 칠산젓갈 백영식 대표는 무침젓갈을 먹는 주의사항을 단단히 알려준다. 무침젓갈은 냉동실에 보관하여 먹어야 한다고. 양념으로 만든 무침젓갈은 실온(3~5도)에서 보관할 경우 유산균이 많아져 쉽게 시어 버리기 때문에 냉동보관 해야 한다는 것. 냉동보관을 한다 해도 소금기가 있어 아주 세게 얼지 않기에 먹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 곰소바다 곰소만 앞바다
곰소만

곰소만의 가을 풍경과 젓갈 맛을 담은 버스는 달린다. 두 서넛 마주 앉아 조용히 정담을 나누기도 하고, 큰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귤도 과자도 음료수도 나누어준다. 피곤한 탓일까, 한 사람은 고개가 앞으로, 뒤로, 운동 중이다. 몰래 사진을 찍어 나중에 같이 보면서, 한 바탕 웃었다. 버스 안 각가지 모습을 몰래 감상(?)하는 기분이 묘하다. 넓은 들녘과 멀리 보이는 산을 뒤로한 채 버스는 전날 아침 모였던 장소에 일행을 내려놓았다.  

버스를 이용하여 단체여행을 떠나 본 적도, 족히, 십년도 넘은 것만 같다. 차 안에서 술 마시고, 노래하고, 막춤 추며, 놀았던 추억은 아득하기만 하다. 1박 2일 워크숍을 겸한 버스를 이용한 단체여행. 차 안에서 술 한 잔 마시지 못한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는 버스여행. 그래도 의미 깊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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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 곰소만젓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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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관음사에 복이 내리려나?
  
▲ 우담바라 대세지보살상 상호에 핀 세 송이의 우담바라.
우담바라

불가에서 전래돼 오는 이야기로 3천년에 한번씩 핀다는 우담바라(Udumbara, 優曇婆羅). 불교 경전에 나오는 꽃이다. 3천년 마다 한 번, 여래가 태어날 때나, 전륜성왕이 나타날 때만, 그 복덕으로 말미암아 피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꽃이 거제지역 작은 암자에 피어 있어 불자들 사이에 이야기꽃이 되고 있다. 

거제시 남부면 다포리에 소재한 관음사. 남부면사무소에서 해금강 방향으로 약 1㎞ 지점 도로변에 위치해 있는 작은 암자다. 지난 11월 15일, 관음사 개축 공사로 법당에 있는 대세지보살상을 임시 법당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 절 주지인 삼현스님이 발견한 것. 1㎝ 정도 길이에 3개가 보살님 상호 턱에 피어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소문을 들은 관심 있는 불자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는 탓에, 지금은 우담바라가 손상되지 않게 유리 상자에 씌워 관리 중이다. 

  
▲ 관음사 관음사 개축공사로 대세지보살상을 옮겨 놓은 임시법당.
관음사

선문에 '꽃을 집어 들고 미소 짓는다'라는 말이 있다.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법을 설할 때, 꽃 한그루를 집어 들고 있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많은 제자와 신도들이 첫 가르침 한 말씀 들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중 유일하게 수제자인 가섭만이 꽃을 집어 든 뜻을 알아차리고 미소 지었다. 이에 "그대만이 내 마음을 터득했노라. 나의 법문을 그대에게 물리겠노라"고 했다. 이 선문에서 나오는 꽃이 이심전심의 꽃인 연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불경에는 우담바라 꽃으로 돼 있다고 한다. 

불교 경전인 무량수경에, 우담바라가 사람 눈에 띄는 것은 상서로운 일이 생길 징조라고 한다. 우담바라는 부처님을 뜻하는 상상의 꽃이라 일컬어지며, 아주 드문 일이 생길 때를 비유한다고도 한다. 

  
▲ 우담바라 우담바라 세 송이가 피어있는 대세지보살상
대세지보살

그래서일까. 관음사에 드문 일이 생긴 것이다. 우담바라가 핀 이 암자는 1백 년 전, 지금의 터에서 산 위쪽 한참이나 높은데 있었다고 한다. 창건 당시 청룡사로 불렸던 이 암자는, 산 속 깊은 곳이라 도둑이 많이 들어서, 산 아래쪽으로 위치를 옮기게 되었단다. 이전하면서 영주암이라 불렸고, 약 25년 전부터는 관음사로 이름 바꿔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다. 내년 2월 준공 예정으로, 현재 65㎡ 규모의 극락전을 새로 짓고 있다. 극락전에는 아미타부처님을 주 불전으로 대세지보살님과 관음보살님을 협시보살로 모실 것이라 한다. 

  
▲ 대세지보살 우담바라가 핀 대세지보살상.
대세지보살

"대세지보살님 상호에 핀 우담바라는 불교에서 말하는 불·법·승 삼보의 의미가 아닐까요? 관음사를 찾는 200여 신도님들에게도 상서로운 일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대세지보살님 상호에 핀 3개의 우담바라를 풀이하는 삼현스님. 극락전 신축 공사가 잘 될 것이라 기대하면서, 온 힘을 쏟고 있는 스님의 넉넉한 모습이, 곧, 부처님 자비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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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에 늦은 가을을 만나러 가다
  
▲ 단풍 가지 않으려 가을을 붙잡는 듯한 붉디 붉은 단풍. 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세상의 광명을 비추기를 희망해 본다.
붉은 단풍

11월 18일 아침. 벼를 걷어낸 빈 논은 서리가 내려 눈이 온 것처럼 새하얗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진주종합경기장에 도착한 시간은 채 여덟시도 되지 않은 시간. 업무 차 가는 출장이지만, 여행이라 생각하니 설렘이 드는 것은 당연한가 보다. 텅 빈 논만큼이나, 드넓은 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고, 일행을 실은 버스는 가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늦가을을 맞으러 예천으로 향했다. 참으로 세상 좋아졌다는 게 실감난다. 지난해 5월 개통한 대전~당진 간 30번 고속국도는 일행을 더욱 빨리 수덕사에 내려놓았다. 

  
▲ 일주문 덕숭산 수덕사 일주문. 아름다리 고목이 운치를 더해 주고 있다.
일주문

평일이지만 수덕사 주차장은 대형버스와 승용차로 반 이상 차 있다. 때를 넘긴 점심, 허기진 배는 밥 한 그릇으로 채워졌다. 약간 쌀쌀한 기운을 느끼며 낙엽 떨어져 나뒹구는 오솔길을 걸어본다. 늦가을 진한 단풍은 사람 마음까지 붉게 물들인다. 단풍잎 등에 가을햇살을 인 것일까. 붉은 단풍은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느낌이다. 강렬한 햇빛이 잎사귀 사이로 비춘다. 

덕숭산덕숭총림수덕사. 묵직한 네 개의 배흘림기둥에 다포양식의 팔작지붕 아래 한글로 새겨진 현액이다. 사찰은 보통 일주문이라는 현액을 달지만, 이 절은 이 문이 일주문을 대행하는 것일까. 비교적 넓은 진입로에 가람의 시작을 알리는 문은 그렇게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몇 해 전부터 불법(佛法)에 빠져, 나름 공부를 하고 있다. 총림이란, 석가모니 부처를 비롯한 부처나 보살을 모신 대웅전만 있는 절이 아니라, 강원, 선원, 그리고 율원을 갖춘 사찰을 말한다. 강원이란 경전교육기관이요, 선원은 참선수행 전문도량이며, 율원은 계율전문 교육기관이다. 우리나라에는 다섯 군데 총림사찰이 있는데, 양산 통도사와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 장성 백양사, 그리고 오늘 찾는 예산 수덕사가 모두 총림사찰이다. 

단풍잎이 내려앉은 절터는 조용하다. 늦가을 정취에 푹 빠진 사람들이 삼삼오오 걸어가며 얘기를 나누지만, 고요함과 적막감에 묻힌 듯하다. 부처님 오신 날도 아닌데 연등이 빼곡히 걸려있다. 궁금해서 스님에게 물었더니 지난 달 행사가 있었단다. 연등 밑으로 나풀거리는 깃에 적힌 이름들, 무슨 소망을 빌었을까. 

  
▲ 수덕사 십 수년 전 찾았던 수덕사는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서 있다.
수덕사

수덕사(修德寺), 충남 예산군 덕산면 덕숭산 아래 자리한 절로서, 백제 15대 침류왕 2년인 358년에 창건되었다고 알려져 있다(수덕사 홈페이지). 문헌에는 백제시대 사찰로는 12개 사찰이 있었다고 하는데, 유일하게 수덕사만이 지금껏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고 한다. 십수 년 전, 처음 이곳을 온 이후 두 번째 오는 셈이다. 높은 계단을 오르니 시야가 확 트인 절터 마당이 넓게 펼쳐진다. 옛 기억이 고스란히 살아난다. 대웅전(국보 제49호)과 삼층석탑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서 있다. 절터에 오면 왜 이렇게 마음이 편하고 가슴이 넓어지는지. 

  
▲ 중생 수덕사 마당에 쌓여 있는 낙엽. 어리석은 중생이 어리석음을 깨치기 위해 절에 와 있는 느낌이다.
중생

조인정사 앞마당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다. 중생 껍데기가 한데 무리지어 있는 모습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나무는 때가 되면 잎을 떨어뜨리고, 새 잎으로 태어나, 새 생명으로 거듭나는 것을 반복한다. 사람도 흐트러진 마음에서,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새로움을 창조하려지만, 어리석음을 반복하고야 만다. 떨어지는 잎사귀는 낙엽이요, 떨어지는 마음은 낙심인가? 오늘 이 절터에서 낙심을 모아 불태워버리고, 새로운 마음의 잎을 태어나게 빌어본다. 절터에 떨어져 썩어 없어질 하찮은 나무 잎사귀에서 받는 교훈이 있다면 절에 온 가치가 충분히 있지 않겠는가. 

경내는 조용함속에서도 살아 움직인다. 닫힌 문, 대웅전에서는 목탁소리가 창살을 뚫고 중생에게로 이어진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쌨다가 약해지며, 약해졌다 쌔어지는 굵고 깔끔한 목탁소리. 이 소리만큼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는 소리가 또 있을까?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려 했지만, 안에는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어, 밖에서 한참을 목탁소리와 함께해야만 했다.

 

  
▲ 닫힌 문 닫힌 문 대웅전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 속세의 시끄러운 소리를 정화해 주는 것만 같다.
대웅전

  
▲ 기와불사 어리석은 중생이 세상광명이라고 쓴 기와불사. 외국 사람들의 기와불사도 많이 보인다. 국적이 달라도, 피부색이 달라도,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 같은 모양이다.
기와불사

대웅전 옆 측면 계단에서 바라보는 앞마당, 멀리 보이는 확 트인 공간은, 가람배치가 환상적이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느꼈던 시원함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만 같다. 기와에 가족의 건강이나 소망을 비는 글을 적어 보시하는 기와불사. 1만 원 보시로 기와 한 장에 소망을 적을 수 있었다. '세상광명, 2010. 11. 18. 어리석은 중생'이라고. 가족 구성원 그림과 소망을 적은, 재미있게 표현한 기와불사는 일본어로 표현된 것을 보니 일본사람인 모양이다. 한국어, 영어, 일어 그리고 한자 등 다양한 문자의 기와불사를 볼 수 있다. 국적이 다르고 피부색이 달라도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 같은 모양이다. 

  
▲ 묵언 말 많은 세상이다. 침묵은 금이라 했고, 남의 말을 경청하라 했던가? 이 절터에서 만큼이나 침묵하며 생각에 잠겨본다.
묵언

대나무로 만든 문에 달린 작은 검은 간판. 한자로 묵언이라 적혀있다. 옛말에 침묵은 금이라 했고, 남의 말을 많이 들으라고 했던가. 중생의 어리석음을 스님이 죽비로 내리치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말 많은 세상에서 뒤질세라 말을 안 하기란 어렵다. 말이 많으면 실수하게 마련인 법. 말 많은 중생의 어리석음을 이곳에서 또 깨치고 가는 행복이다. 

  
▲ 샘물 배 모양을 닮은 돌로 만든 식수통. 물컵 주변에 '손을 씻지 마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기본적인 예절이 없는 사람들이 절을 많이 찾아 오는 탓일까.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샘물

마당에 있는 약수터에 투박한 플라스틱 바가지가 네 개 걸려있다. 큰 돌을 깎아 만든 물통에는 맑고 깨끗한 자연수가 담겨 있다. 거울을 보는 느낌이다. 절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이 물을 마실게다. 그런데 바가지가 걸려있는 곳에 '손을 씻지 마세요'라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당연히 해야 하지 말아야 할 행위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알려야만 하는 것일까. 그것도 어리석음을 깨치는 절터에서. 이런 안내문을 걸어야만 하는 사찰 측 입장이 아쉽고, 예절 없이 절을 찾는 사람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 정혜사 수덕사 마당에서 바라본 정혜사. 한 시간 걸려 가는 곳이라고 한다. 다음에 수덕사를 찾는다면 꼭 가도록 해 봐야겠다.
수덕사

대웅전 뒤 멀리 산 정상아래 작은 암자가 보인다. 쉬엄쉬엄 걸어서 한 시간 걸리는 그곳에 정혜사가 있다. 발걸음 한 발짝 한 발짝 옮기면서 수행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발길을 돌려 절을 빠져 나왔다. 내려오는 길 중간쯤, 붉게 물든 단풍의 유혹에 빠져, 오른쪽으로 나 있는 숲길을 따라가 보았다. 숲속에 묻혀 있는 또 다른 산내암자인 원통보전이다. 화려한 단청, 길게 뺀 처마, 취두로 치장한 용마루 그리고 편액 양 옆으로 머리를 쭉 뺀 용 두 마리의 머리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원통보전은 석가모니 입적 이후 미륵이 나타 날 때까지 중생구제를 위한 보살로 대중에게 가장 친근한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이다. 불상은 관세음보살 단독으로 모셔 진다. 협시보살로 남순동자와 해상용왕을 모시기는 하나, 이 법당에는 불상 뒤 관음탱화에 나타나 있다.  

관세음보살 머리 위 벽면에 3층 규모 닫집이 붉은색으로 정교하게 지어져 있다. 궁전 안 옥좌 위나 법당 불좌 위에 만든 집이 닫집이다. 많은 절을 다녀 봐도 닫집을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다. 닫집 1층은 원통궁, 2층은 자비궁, 3층은 보광궁이라는 작은 편액이 걸려있다. 집안에 또 다른 집이라 일컫는 닫집을 법당 안에 설치하는 것은 불국정토의 궁전 모습을 법당 안에 재현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의미는, 부처님 머리 위에 설치한 장엄구로서, 보개로서의 상징성을 갖는다고 한다. 

  
▲ 기도 수덕사 산내암자인 원통보전 관세음보살 앞에 엎드려 기도하는 두 여인. 뒤로는 붉은 색의 닫집이 화려하다.
원통보전

관세음보살 앞에 두 여인이 바닥에 몸을 바짝 엎드려 기도한다. 무슨 사연이 있어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불심일까. 삼배하고 돌아서는 길에 보니 환희대라는 이정표가 있다. 이 길 끝에 수덕사 산내암자 원통보전이 나온다. 나오는 길에 수덕사선미술관에 들렀다. 어릴 때 살았던, 초가집도 넉넉해서 좋았고, 인생의 고통과 어리석음이 담겨 있는 스님의 작품도 좋았다. 수덕사 입구에서 한 마당을 즐겼다. 몸 어디어디에 좋다는 약초도 많다. 과일과 곡식도 널려있다. 만원어치 약초를 샀다. 행복 가득한 수덕사 여행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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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들 즐겨찾는 거제도 공곶마을... 동백꽃 터널은 가봤나요?
  
▲ 수선화 수선화 핀 뒤로 내도라는 섬이 보이고 그 뒤로는 해금강이 보인다.
수선화
별다른 약속이 없어도 해마다 봄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수선화가 피어나는 거제도 공곶(鞏串)마을. 가까이는 내도가, 멀리는 외도가 보이고 좀 더 먼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해금강 사자바위를 볼 수 있는 거제도의 명소다. 봄이면 거제도 사람보다, 서울을 비롯한 도시 사람들에게 인기가 더 많은 곳이다. 주말마다 바다를 찾는 강태공들에게는 낚싯대만 드리우면 놀래미와 술뱅이가 술술 낚이는 곳으로도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 수선화 2천여 평의 수선화밭 다음주면 밭 전체가 노란 물결로 춤출것만 같다.
수선화

거제시 일운면 예구마을에서 이십여 분, 숨을 몰아쉬며 산길을 오르면, 확 트인 바다가 보인다. 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온 바람은 수선화 밭에 멈춘다. 바닷바람에 춤을 추는 노란 수선화. 춤추는 여인의 살랑거리는 주름치마가 이런 모습일까. 

  
▲ 수선화와 내도 수선화가 하나 둘 피어나고 있다. 다음주면 활짝 필 것이라고 한다.
수선화

17일 오후, 공곶마을 수선화 꽃밭을 찾았다. 수십 년의 세월을 수선화와 함께 한 강명식 할아버지. 여든에 가까운 나이에도 새벽부터 일어나 농사일에 바쁘다. 1만여 평의 농원은 할아버지의 삶 그 자체다. 수선화와 더불어 설유화, 조팝나무, 동백 그리고 명자꽃을 비롯한 수십 종의 꽃과 나무들이 봄철 내내 화려한 색으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타국에 온 느낌을 들게 하는 종려나무 숲은 할아버지의 주 소득원이다. 종려나무가 꽃꽂이 재료로 서울 등 전국 각지로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 종려나무 숲 종려나무 숲속길을 거닐고 싶다. 가운데 보이는 것은 농작업에 필요한 모노레일이다.
종려나무

 

  
몽돌밭 담장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몽동담장길
 

  
▲ 포구나무 주름지고 움푹 패인 모습에서 해풍과 태풍을 견뎌내고 1백년을 살았음을 느낄 수 있다.
포구나무
이곳 농원에 숨어 있는 미로 같은 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길 옆 몽돌로 만든 담장에는 고향의 정취가 흠뻑 묻어난다. 조금은 걷기 불편한 돌멩이 길도 그리 힘들지는 않다. 담장 끝에 서 있는 억센 주름살을 가진 나무 한 그루. 주름지고 움푹 패인 껍질은 백년이 넘었다는 증거일까. 포구나무는 해풍과 태풍에도 끄떡없다는 듯 늠름하게 서있다. 
  
▲ 천국의 문 1백여 미터의 가파른 동백꽃 경사길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인생의 뒤안길을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천국의 문
 

'동백꽃 터널'이 만들어진 1백여 미터의 가파른 경사길의 끝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양쪽으로 빽빽이 서 있는 동백나무 터널 내부는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깜깜할 정도다. 이런 경사에 넙적넙적한 돌을 누가, 어떻게 쌓아 계단을 만들었을까. 계단을 하나씩 오르는데 점점 숨이 차오른다.  

  
▲ 몽돌 담장길 몽돌 담장길 안쪽 모습이다.
몽돌 담장길
 

  
▲ 몽돌 담장길 몽돌 담장길은 어릴 때 추억사진집을 보는 것만 같다.
몽돌
깜깜한 동백꽃 터널 계단을 조용히 오르며 인생의 뒤안길을 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천주교 마산교구에서도 올해부터 이 곳을 도보 순례코스로 지정했다고 하니, 비단 필자만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닌듯 싶다. 순례코스는 공곶마을을 거치고 서이말등대를 지나 지세포성으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한다. 다음 기회에 한 번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 행복 수선화 꽃말이 자기사랑. 행복한 모습이다.
수선화

'자기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수선화. 외로운 한 송이 수선화보다는 두 송이가 어울리고, 두 송이 보다는, 세 송이가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6600㎡ 밭에 심겨진 수선화는 드문드문 꽃을 피우고 있다. 아마도 이번 주말이면 반 정도는 활짝 피어날 것 같고, 다음 주가 되면 밭 전체가 노란 물결로 춤을 출 것만 같다. 

봄날, 바닷바람과 함께 수선화가 춤추는 모습을 보고 싶은 이 있으면, 거제도 공곶마을로 가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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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구조라마을 언덕배기에 핀 꽃 매화
  
▲ 고결 고결함이 묻어나는 매화
매화

  
▲ 매화 봄 소식을 알려주는 전령사
매화

최근 십수 년 동안, 따뜻한 섬나라 거제도에 영하 7~8도를 넘나드는 겨울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난 12월과 올 초는 매서운 추위가 연일 계속됐다. 삼한사온이라는 것도 없었다. 강추위 탓이었을까. 매년 1월초 꽃을 피웠던 꽃 매실은 거의 한 달이 지나서야 꽃을 피웠다. 29일,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마을. 폐교된 구조라초등학교 언덕배기에는 꽃 매실나무에서 매화가 하얀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 매화 구.구조라초등학교 언덕배기에 매화가 활짝 피었다.
매화

  
▲ 매화 수령 약 40년된 고목의 매화나무에서 꽃이 활짝 피었다.
매화

춥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는 꽃 매화는 포근하고 사랑스럽다. 만물이 추위에 힘겨워 하고 있을 때,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제일 먼저 알려 주는 전령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으로 사군자에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다. 그래서 매화를 볼 때면 보석과도 같아 고귀함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를까. 

  
▲ 매화 매화가 활짝 피었다
매화

  
▲ 구. 구조라초등학교 구.구조라초등학교에서 수령 약 40년 된 매화나무 세그루에 매화가 활짝 피었다.
매화

이 매화나무는 꽃만 피우고 열매를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불타는 사랑은 연기가 없고, 슬피우는 새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치일까.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거제도 구조라에 있는 하얀색 매화. 유달리 추웠던 지난겨울, 누구보다도, 먼저 꽁꽁 언 마음을 녹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싶은 사람들. 이번 주말, 쪽빛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핀 거제도 매화 향기를 맡으며 새 봄을 준비 해 보시기를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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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기상관측소 생긴 이래 처음으로 빨리 내린 눈

 

  
▲ 첫사랑 거제도에서 기상관측 이후로 연중 제일 빠른 눈이 내렸다. 첫눈과 동백꽃이 첫사랑을 나누고 있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은 첫 눈을 내리게 했다.
사랑

겨울추위를 크게 느끼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는 따뜻한 섬나라, 거제도. 긴 코트에 가죽장갑을 장만할 필요가 별로 없다. 더더구나 그 비싸다고 하는 모피코트도 필요 없이 겨울을 지낼 만한 곳이다. 이렇게 따뜻한 곳에 거제사람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가 생겼다.  

한 겨울에나 볼 수 있는 눈이 내렸기 때문이다. 거제사람들은 눈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 눈 구경을 하려면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나 전라지역으로 가야만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거제도에서 눈이 내리는 날이면 축복이라 부를까.  

  
나뭇가지에 축복이 내려 앉아 있다.
첫눈

  
▲ 흔적 축복은 흔적을 남기고 사라져 간다.
축복
통영기상대에 따르면, 오늘 내린 눈은 거제기상관측소가 생긴 이후 연중 제일 먼저 내린 것이라고 한다. 거제지역에서 연중 제일 먼저 내린 눈은 1972년 11월 27일이고, 그 다음으로 1996년 11월 30일로 기록하고 있다. 물론, 두 번 모두 적설량은 기록되지 않았다. 이번에 내린 눈도 적설량은 기록되지 않았지만, 11월에 내린 눈으로는 세 번째다. 적설량은 길바닥에 눈이 흩뿌려져 있는 상태로서 0.0㎜라고 하며, 그 이상 눈이 쌓일 때 측정기에 의해 측정되고, 단위는 ㎝로 기록된다.

거제지역에서 내린 눈으로 적설량이 많은 순서로 보면, 2001년 1월 13일 19.6㎝, 1996년 2월 17일 10.1㎝, 1982년 2월 4일 9.9㎝, 1994년 2월 11일 9.8㎝, 그리고  2006년 2월 6일 6.1㎝ 등이다.  
  
▲ 곁들인 사랑 힘이 없는 억새는 축복을 함께 이고 곁들인 사랑을 나누고 있다.
억새

  
▲ 축복의 길 축복을 내리는 길
축복의 길

  
▲ 솜사탕 사랑 동백꽃은 솜사탕 같은 사랑을 나누고 있다.
솜사탕 사랑

코흘리개 어릴 적, 눈 내리는 날이면 강아지 보다 더 즐겁게 들판을 헤집고 다녔다. 학창시절에도 마냥 조건 없이 기분이 좋았다. 눈 내리는 날이면 축복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런 기분도, 생각도, 바뀌었다. 군 입대하고 훈련병 시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내리는 눈 때문에. 연병장 눈 치우는 작업, 지금 그 시절을 떠 올리며 생각만 하여도 온 몸이 찌뿌듯해오는 느낌이다. 그러나 지금은 눈이 좋다. 거제도에 흠뻑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축복이 내리니까.  

  
▲ 흔적 흔적만이 남았다.
흔적

  
▲ 설경 거제도에 많은 눈이 내린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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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마무리는 무지개 뜨는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 무제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난 뒤 모습이다. 독자여러분께서 제목을 붙여 보시기 바랍니다.
홍포마을

"비온 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무지개처럼 소중한 친구들에게 우정의 무지개가 되고 싶네요. 요즘, 무척 힘들고 어렵네요. 그래도 저 멀리 밖은 미래의 희망이 있겠지요." 

출근하자마자, 평소 문자를 잘 주고받는 친구로부터 온 인사말이다. 남들은 50이 넘은 나이에 무슨 문자를 주고받느냐고 색다르게 보지만, 그이와 난 평소에도 문자를 받기도, 잘 주기도 한다. 

때마침, 정확히 한 달을 남겨 두고, 지난 11월 마지막 날(30일)에 찍은 무지개 뜨는 홍포마을의 일몰 사진을 정리하고 있던 터였다. 뜨거움 보다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붉게 물든 노을 사진을 보며 친구의 문자를 보니 삶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37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6시 58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02분 모습이다

사무실 아침마당은 분주하다. 직원 모두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김장하기에 열중이다. 동네에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한 추운 겨울을 지낼 음식이다. 이처럼, 분위기는 벌써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있다. 일부러라도 그런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으려 하지만, 세상사 어디 그렇게 되지를 않는 모양이다. 

새해 첫 날이 되면, 사람들은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소망을 빌고, 기도를 하며, 안녕을 빈다. 어떤 이는 감격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두 팔을 뻗쳐 만세와 함께 애국가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정성들인 음식을 차려 놓고 엎드려 절까지 하는 이도 있다.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38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00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03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첫 태양을 보기 위해 전국의 명소에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기를 쓰고 보려는 그 태양은 어제도, 그제도, 그 이전에도, 변함없이 인간에게 생명의 빛을 비쳐 주었던 그 태양인데도 말이다. 새로움도, 신비스러움도 없다. 그저, 사람들이 자신의 편의에 맞게 만들어 놓았을 뿐.  

그래도 어쩌겠는가? 자연과 사람, 동물과 식물도 제각각 의미를 가지고 있듯, 한 해 첫날과 마지막을 기념하는 것도 자연스러울 수도 있으리라. 

  
▲ 순간의 드라마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07분부터 17시 16분까지 10분간의 자연드라마.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태양의 움직임을(?) 느낄수 있었던 찰라였고, 황홀감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홍포마을

용의 머리, 뱀의 꼬리가 돼서는 안 될, 벌써, 한 해 마지막 시점이다. 시작은 완벽한 사전(事前) 준비가 필요하다. 과정은 노력과 열정이 따라야 하고, 마지막은 아름답게 마무리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올 한 해, 준비하여 출발하고, 열정을 받쳐 노력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해 떨어지는 명소를 귀띔해 드리고 싶다. 

무지개 뜨는 곳, 거제도 홍포마을. 도로변 바위에 올라서면 남해의 다도해가 압권이다. 전국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곳. 작은 섬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오후 5시 7분부터 16분까지 10분간의 자연드라마(슬라이드 사진 참조).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02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 자연의 신비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58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한 컷을 더 찍으려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손에 전달돼 카메라가 떨린다. 망원렌즈라 움직이면 수평도 안 맞을뿐더러 흔들림으로 초점이 흐려 좋은 사진을 뽑을 수 없다. 삼각대를 준비해 가지 않은 자신이 원망스럽다. 

블랙홀에 빠져, 사라져 버린 태양. 단 10분 만에 바다가 삼켜버린 태양을 어떻게 설명할지 표현이 되질 않는다. 평소, 하늘에 고정돼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태양이다. 그런데, 태양의 움직임을 느낀 순간이 바로 이 시간이었다. 

  
▲ 귀가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본 일몰, 2008년 11월 30일 17시 22분 모습이다.
홍포마을

떨어지는 태양을 쫓아가는 한 척의 배. 어둠이 밀려오지만, 힘차게 뚫고 역주한다. 인생의 길이다. 연말연초에, 많은 사람들에 섞여 쫓기는 바쁨보다는, 조용한 시간 속에 올 한해 마무리를 원하는 이가 있다면,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보낼 것을 권하고 싶다. 

힘들고 어려웠던 올 한해. 내 가족과 형제, 특히, 전방 철책선에서 국방의무를 다하고 있는 아들 녀석, 친지, 지인 그리고 영원한 벗들에게 송년인사를 드립니다. 올 한 해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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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거제의 신비를 찾아 나서다

  
▲ 지심도와 대마도 지세포항에서 고기잡이 하는 배. 지심도와 멀리 대마도가 보인다
지심도

며칠째 계속된 희뿌연 날씨로 마음까지 움츠리게 한 지난 주였다. 마지막 가는 가을이다. 내년에 또 만날 것인데, 인사치레하곤 유별나다. 가려면 그냥 곱게 갈 것이지, 왜 이렇게 심술을 부릴까. 그래도 체면은 있는 모양이다. 11월 마지막 하루만큼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 거제의 섬 신비스런 거제의 섬
거제도

국도 14호선, 거제 남부면 다포마을 고개부터 포항까지 292㎞의 동서를 잇는 국도다. 쪽빛 바다며, 초겨울 채소밭이며, 하늘거리는 억새며, 모두 한 동무가 되어 나를 부르고 있다. 저 멀리 홀로 있는 섬도 외로운 듯 같이 손짓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니 친구들이 그리운가 보다. 그래서 14호선 국도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쪽빛바다와 함께 카메라만 든 채, 친구의 부름에 집을 나섰다. 

거제대교를 넘어서면 40여분 거리에 있는 거제문화예술회관. 이곳에서부터 친구들과 동행하기로 했다. 언덕배기에 있는 예술회관은 주변의 경관과 잘 어우러져 건축미가 예술이다. 장승포항은 작지만 국제항. 부산을 오가는 여객선은 하루에도 몇 차례 이곳을 드나들고 있다.  

쪽빛 바다와 섬은 친구가 되어 나를 부르고 있다 

출발하자마자, 도로변에서 내려다보는 지세포항은 큰 호수와 같이 잔잔하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이 지역 사람들은 동양의 소렌토라 부를까? 고기잡이 하는 두 척의 배가 평화롭다. 그 너머로, 봄이면 동백꽃이 섬 전체 수를 놓는 지심도가 보이고, 저 멀리 희미하게 대마도가 눈에 들어온다. 

  
▲ 거제의 비경 숨어 있는 거제의 비경을 찾아라
거제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곤 거의 대마도를 볼 수 있는 이 곳. 어릴 적, 한바다에 길게 늘어진 희미한 섬이 어딘가 궁금했었는데, 일본 땅 대마도였다는 것을 커서야 알았다. 어른들 말씀에 따르면, 일제 시대 대마도 사람들이 몰래 밤배를 타고 와서 고구마 등 식량을 훔쳐가곤 했다고 한다. 거제도까지 50여㎞로, 노략질하는 근성을 본다면 그럴 만도 했으리라. 

  
▲ 구조라해수욕장 여름철 달궈졌던 은빛 모래는 밀려오는 파도에 제몸을 식히고 있다
구조라해수욕장

차에서 내려 구조라 해수욕장을 걸었다. 한 여름 뜨거웠던 태양아래 물놀이를 즐겼던 그 많던 사람은 흔적도 없다. 고요함과 적막감만 가득할 뿐이다. 은빛 하얀 모래는 여름철 뜨겁게 달궈졌던 제 몸을 밀려오는 파도에 식히고 있다. 발자국을 남겨 보지만, 이내 파도에 지워지고 만다. 인생의 파도에 삶도 지워지리라. 

  
▲ 윤돌섬과 홍도 윤도령의 전설을 안고 있는 윤돌섬과 저멀리 갈매기 섬이라 불리는 홍도
윤돌섬

망양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는 '황제의 길'을 거쳐 내륙으로 향한다. 바로 직진하면 쪽빛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국도 14호선이 계속 이어지고. 여기서는 코앞으로 윤돌섬과 멀리 해금강, 더 멀리로는 갈매기 섬이라 불리는 홍도(전라도 지역의 홍도와 다른 섬)를 볼 수 있어 좋다. 그 옛날, 윤도령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귀양살이 했다는 전설을 안고 있는 윤돌섬. 전남 진도와 비교할 순 없지만, 영등사리를 하는 2월이면 바다 속을 볼 수 있어 자연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다.

  
▲ 외도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는 외로운듯 외도를 바라보고 있다
외도

겨울철이면 더욱 더 진한 색을 띠는 쪽빛 바다. 여행객은 국도를 따라 도는 내내 쪽빛 보다 더 진한 느낌을 받는다. 국도는 지루할까봐 잠시 포근한 숲길과도 같은 도로로 안내한다. 굽이굽이 돌고 도는 국도는 해안선과 똑 같이 에스라인으로 춤추듯 휘저으며 돌아간다. 리아스식 해안이라 부르는 것처럼 리아스식 도로라 이름 붙여 주고 싶다. 

  
▲ 외도 외도 너머로 희미한 대마도가 길게 누워있다
외도

바다 한 가운데 두둥실 떠 있는 섬, 외도(밖 섬). 외로울 것 같지만 외롭지 않은 섬이다. 1년에 약 1백만 명이 친구 집 가듯 이 섬에 발을 디딘다. 안쪽으로는 형님 같은 내도(안 섬)가 지켜주고 있다. 유람선은 바삐 움직이며 사람들을 내려놓고 황급히 돌아선다. 초음속 비행기가 하늘을 지나갈 때 흰 선을 그리듯, 바다에는 작은 고깃배가 지나가며, 또 다른 흰 선을 그리고 있다. 배가 남긴 흔적, 인생의 항로라는 생각이다. 

  
▲ 연인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서 연인이 외도를 앞에 두고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연인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는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가족, 연인, 친구, 모두들 자신들만의 즐거움에 빠져있다. 파도에 떠밀리는, 몽돌 구르는 소리가 정겹다. 자연의 협주곡이 따로 없다. 쏴와~ 쏴와~.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뽑힌 몽돌 구르는 소리. 

사람소리, 바람소리, 몽돌소리를 듣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 해금강으로 향하는 길. 동백꽃이 벌써 피었다. 동백꽃은 이맘때부터 이듬해 5월까지 피고 진다. 학동마을은 몽돌해변 못지않게 동백꽃과 팔색조로 유명하다. 천연의 동백나무 숲은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어 숲속을 걸어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 홍도 2만마리의 갈매기가 사는 나라 홍도. 이제는 갈 수 없는 곳이다.
홍도

목적지를 5㎞ 앞두고 갈림길. 잠시 해금강 방면으로 무단외출을 했다. 도장포마을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바다가 시원하다. 2만 마리의 갈매기가 사는 나라, 외딴섬 홍도. 오래전, 사진촬영차 두 번이나 가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갈 수 없는 곳이 돼 버렸다. 한 시간 전, 망양삼거리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홍도는 예까지 따라와 저 멀리 앞에 홀로 서 있다.  

  
▲ 섬 다포도와 병대도가 이웃하고 있다. 저 멀리 매물도가 손짓을 하고 있다
다포도

오후 햇살을 품에 안고 촘촘히 서 있는 다포도, 병대도가 이웃하고 있다. 그 뒤로는 통영시에 속한 매물도가 산머리에 안테나를 길게 빼고 나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육지에서 보는 해금강은 조금 밋밋하지만, 기암절벽의 반대편 모습과는 다른 중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시, 차를 돌려 가는 길은 올망졸망한 동네가 같이하고 있다. 곧바로, 다포마을 고개에 다다랐다. 느릿느릿 29㎞를 국도 14호선을 따라 자연의 친구들과 함께한 길은 여기까지다. 

거제도의 숨은 비경을 찾아 나선곳, 무지개 떠는 마을 홍포 

많은 여행객이 거제도를 찾고 있지만, 정작 거제도의 숨어있는 신비스러움을 보지 못한 채 돌아가는 이들에게 귀한 선물을 드리고 싶다. 무지개 떠는 홍포 마을이 그곳으로, 남은 거리는 5㎞.  

  
▲ 병대도 해질녘 아름다운 병대도. 숨어있는 거제의 신비스런 곳이다.
병대도

홍포마을을 지나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숨이 막혀 버린다.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것이리라. 30년 전, 처음 이 비경을 보고 숨이 멋은 적이 있으니까. 앞으로 펼쳐진 크고 작은 섬들, 해질녘에 보는 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름답다. 

  
▲ 병대도 30년 전, 이곳을 처음 봤을때 숨이 막혀 버렸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
병대도

거제문화예술회관, 장승포항, 지세포항, 구조라해수욕장, 윤돌섬, 내도, 외도, 억새, 동백, 다포도, 그리고 해금강 친구들은 다른 친구를 맞으러 먼저 길을 떠나고 없다.  

하지만, 검푸른 바다만큼은 홍도와 내내 나를 같이 하고 있어 기쁘기 그지없다. 쪽빛 바다를 친구삼아 국도 14호선을 따라 도는 하루였다. 차량 트렁크엔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했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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