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전설을 간직한 채 피는 선운사의 꽃무릇

  
▲ 백양꽃 백양사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으로 아름답고 화려하다.
백양사

누가 그랬을까, 누가 말했을까,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살아있는 생명이 잠시 쉬어야 할 시간인 겨울로 가는 긴 여정 앞에 잠시 들르는 가을. 그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는 9월의 마지막 날, 전북 고창으로의 가을 여행길에 올랐다.  

높고 푸른 하늘과 새털 같은 하얀 구름은 정처 없이 어디론가 홀로 떠돌아다니는 방랑시인 김삿갓 같기도 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바퀴의 시끄러운 소음도 가을 분위기 탓인지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무척 쾌청한 날씨라 농부의 가을걷이 모습도 눈에 띌 법도 하지만, 들녘은 적막감이 감돌 정도로 고요하다. 

  
▲ 읍성내 소나무 읍성내에는 하늘을 찌를듯이 높이 솟은 소나무가 가을하늘을 덮고 있다.
소나무

몇 해 전, 먼 길을 빙 둘러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고창담양선 고속도로 개통으로 훨씬 수월하게 도착할 수 있었고, 그만큼 시간도 늘어나 마음의 여유도 넉넉하다. 고창읍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세월의 흐름을 같이하며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읍성 입구에 들어서니 10월 3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모양성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조선 단종 원년(1453년)에 왜침을 막기 위해 전라도민들이 축성한 자연석 성곽인 모양성(牟陽城)은 고창읍성의 다름 이름이다. 

  
▲ 고창읍성 읍성에 오르면 고창읍내를 환히 내려다 볼 수 있다.
고창읍

평일임에도 사람들은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답성놀이를 하고 있다. 안내 간판에는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 한다고 적혀있다. 성 밟기는 저승 문이 열리는 윤달에 밟아야 좋고, 같은 윤달이라도 3월 윤달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왁자지껄한 단체 여행객 한 팀을 따라 성을 돌았다.  

  
▲ 고창읍성 성곽 성곽에는 강아지밥풀이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고창읍성

  
▲ 가을향기 성내에는 가을향기가 널려 퍼져 있다. 뒤로 보이는 작청이라는 건물은 조선시대때 이방과 아전들이 소관 업무를 처리하던 청사이다.
고창읍성

그 누군들 무병장수하고 극락승천하고 싶은 욕심이 없을까. 다리도 아프고 시간도 아낄 겸, 성곽은 한 바퀴만 돌고 성내를 둘러보았다. 성안에는 동헌, 작청, 옥(獄), 풍화루, 지석묘, 고창객사, 척화비 그리고 공북루 등 성 안 곳곳에는 지방문화재가 많이 있어 역사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만 같다. 야생화와 억새가 함께 어우러져 핀 성내에는 가을향기가 널리 퍼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선운사로 가는 도로변의 황금들녘 선운사로 가는 길에 가을이 무르있었다. 보는 것만 하여도 행복으로 충만하는 느낌이다.
황금들녘

선운사로 향하는 도로변은 가을이 한층 더 여물었다. 하늬바람 덕분일까. 여름을 보내고 서풍을 맞이하면 곡식이 여물고 대가 세어진다는 '하늬바람에 곡식이 모질어진다'라는 속담이 실감난다. 황금빛 들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 그 자체다. 근심·걱정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마는, 잠시만이라도 아무런 조건 없이 마음을 비우고 일상을 떠나 자연을 즐기는 편안함이 이래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늬바람에 출렁이는 억새는 오후의 따뜻한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시다. 황금들판 너머 큰 바위산이 풍요로움을 즐기는 듯 내게 손짓을 하고 있다.  

길 옆 작은 마을의 오래된 상점 간판이 정겹다. 추억을 되돌려 놓는다. 잠시 내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냥 통과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다시 돌아가 추억을 담아 가고 싶었는데, 일행이 있어 끝내 말을 못하고 말았다. 먼길이지만, 언젠가 다시 와서 찍어야 되겠다는 나와의 약속만을 머릿속에 남겨둔 채 가던 길을 재촉했다. 

  
▲ 선운사 꽃무릇 선운사 입구에는 슬픈 전설을 간직한 꽃무릇이 붉게 피어있다.
꽃무릇

사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석산(石蒜)이라는 가을을 대표하는 꽃의 종자구입이었다. 다른 말로 꽃무릇이라고 부르는 이 꽃은 명품이라고 이름을 붙여주고 싶을 정도로 곱디고운 꽃이다. 고창 선운사의 가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꽃무릇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전국의 사진작가와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   

꽃무릇은 9월 중순경부터 꽃을 피우고 10월 중순 무서리가 내리면 새파란 잎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 겨울을 나게 하는 특별한 꽃이다. 고고히 홀로 피는 자태는 양귀비의 고귀함보다 아름답고, 무리지어 피는 화려함은 환장하리만큼 황홀하다. 

응달진 곳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꽃을 피우는 꽃무릇은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 오후쯤이면 그 화려함은 절정을 발하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듬뿍 안겨주는, 가을을 대표하는 사랑받는 꽃으로 유명하다.  

몸은 하나지만 꽃과 잎이 같이 피지 않아 서로 영원토록 만나지 못하는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의 꽃. 상상화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은 아주 먼 옛날, 절에 기도하러 온 예쁜 처녀가 스님을 사모하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뒤 절터 곳곳에 붉게 피어났다는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기다림은 영원히 만남으로 이루지 못하고, 그리움만으로 남는 것 같아 슬프기만 하다. 스님을 얼마나 그리워하였으면, 부도 옆에서도 활짝 피어 웃고 있을까. 

  
▲ 산신당 지킴이 꽃무릇 슬픈 전설을 간직한 채 핀 꽃무릇은 오늘도 그리움을 듬뿍 안고 있다.
산신당

살짝 건드리기만 하여도 꺾일 듯 한 연약한 꽃대는 가냘픈 처녀의 몸이고, 꽃잎은 스님을 애타게 그리는 간절한 사랑의 눈빛이런가. 그래서일까, 선운사 산신당 문지방에 꽃무릇 다섯 송이가 애타는 모습으로 피어있다. 아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걸 알면서도 매년 같은 시기에 저렇게 스님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상상화의 슬픈 전설을 알아버린 연유일까, 문지방에 핀 꽃무릇이 더욱 애처롭게 느껴진다. 

  
▲ 만세루 천왕문과 대웅보전 사이로 만세루를 배치한 점이 특이하다.
만세루

선운사 마당은 다른 절보다 더 넓은 것 같다. 절 마당에 긴 장방형의 누(樓)라는 이름을 붙인 만세루가 있는데, 실제로는 2층의 누각이 아닌 낮은 단층 건물로서 천왕문과 대웅보전을 연결하는 선상에 배치한 것도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다른 절에서 볼 수 없는 만세루가 절 마당 중간에 있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궁금해서 스님에게 물었는데, 대웅보전 쪽으로는 벽체를 두지 않고 개방하여 대웅보전과 밀접한 관계를 갖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법회가 있을 때 큰 스님의 법어를 듣는 강당으로 사용된다고. 

  
▲ 목어 물속에 사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목어
목어

범종, 법고, 운판, 목어 등을 범종각 한 곳에 같이 모셔 놓은 것도 다른 많은 사찰과는 달리 눈에 띄는 점이다. 천상과 지옥중생을 제도하고, 짐승을 비롯한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하며, 공중을 날아다니고 허공을 떠도는 영혼과 물속에 사는 중생까지도 제도하기 위한 불전사물을 보면서 깨달음이란 무엇일까란 마음으로 한 동안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겨울에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길목인 가을. 늦은 오후의 산사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불전에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 때문에 외롭지가 않다. 가을을 느끼고 싶어 산사를 찾았건만, 가을의 그리움만 가득 안고 또 다시 속세로 돌아가야 하는 것, 이것이 일상의 삶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깊이 드는 까닭이다. 누가 말했을까, 누가 그랬을까,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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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 선운산도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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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거제시 칠천도에서 거북선 찾기 시도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에디슨도 수천 번의 실패 끝에 기적을 만들었다. 해야 할 일이고, 옳은 일이라면, 그리고 단 1%의 가능성이 있다면 끝까지 도전하겠다.”

2일 오후, 거제시 칠천도에서 경남도가 추진하는 이순신 프로젝트 사업의 하나인 ‘거북선을 찾아라’ 행사에서 김태호 지사가 야심찬 의지를 나타냄으로서 향후 거북선 찾기에 도민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 거북선 모형 2일 '거북선을 찾아라' 행사에서 새로 공개된 3층 모형의 거북선
거북선

칠천량해전(현, 거제시 하청면 칠천도 영구리 옥계마을 해안), 4백여 년 전 임란 당시 원 균이 지휘한 해전으로 조선수군의 전력 손실이 가장 많았으며, 140~160여 척의 거북선, 판옥선 등이 파손되고 1만여 명의 수군이 전사한 해전으로 경남발전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 당시 거북선, 판옥선 등의 전선 및 관련 유물의 해저 매몰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수역으로 진단돼 경남도가 향후 1년 동안 이 지역을 중심으로 거북선 찾기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 김태호 경남지시 2일 거제도 칠천도에서 시작된 '거북선을 찾아라' 행사에서 김태호 경남지사가 거북선을 찾는 기원의 북을 치고 있다.
거북선

지난 80년 중반 해군에서 거북선 찾기 사업을 추진하다 실패한 이후, 거의 20년 만에 다시 재개하는 이 탐사 사업은 8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거북선, 판옥선, 기타 조선군선, 천자총통 등 무기류, 임진왜란 당시 조선수군의 모든 군수품 등을 탐사할 대상으로, 전국 공개입찰로 선정된 (주)한국해양과학기술, (주)한국수중공사, (주)빌리언21 등 세 전문 업체가 맡았으며,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의 탐사 기술보다는 현저히 나아진 기술의 발달로 그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관심이 주목된다. 

이날 ‘거북선을 찾아라’ 출항식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2층 구조의 거북선 모양과는 달리 3층으로 된 거북선이 공개돼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는데, 경남발전연구원에서 발표한 1592년 거북선 연구용역 결과 자료에 따르면, 1층은 선실과 무기창고, 2층은 활 쏘는 공간, 3층은 포를 쏘는 공간으로 구성되었으며, 향후 17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거북선 등 군선 7척을 건조할 예정이라고 한다. 

  
▲ 거북선 모형 관람 김태호 경남지사(오른쪽에서 두번째)와 김한겸 거제시장(왼쪽에서 두번째)이 3층 구조의 거북선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거북선

거제시 칠천도 중동부에 위치한 어온 포구와 그 일대 1천 5백만㎡ 해저에서 탐사작업이 벌어지는 4백여 년 전의 거북선 찾기 사업과 관련하여 이 지역에서 나고 살아 온 김성조(65세, 옥계마을)씨에 따르면, “칠천도 해저 지층은 개흙(뻘)층이 두텁고 유속이 그다지 세지 않아 바닷물에도 잘 썩지 않은 소나무로 건조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당시 거북선의 실체를 찾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안다.”면서 “김태호 지사의 말처럼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이는지의 여부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명날 것이다. 당시 거북선 선체 조각을 하나라도 찾는다면 그야말로 대박감이다.”라면서 기대감을 나타내었다. 

과연 김지사가 4백여 년 전의 거북선을 찾아 대박을 터뜨릴 것인가? 지난 해 6월 노르웨이를 여행했을 때, 바이킹 선박 박물관에 전시해 놓은 서기 8백 년대부터 50년간 여왕의 배로 사용하다 여왕이 사망하자 유해와 함께 수장된 배를 1904년 발굴하여 전시해 놓은 것처럼, 4백 년 전의 거북선을 발굴하여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일지는 대박의 꿈을 찾는 김지사에게 현실로 나타날지는 그야말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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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일 학동 흑진주몽돌해변에서 봄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져
  
▲ 학동 벚꽃길 학동으로 넘어가는 굽이굽이 고갯길에는 화사한 벚꽃이 여행객들을 환히 맞이하고 있다
학동

산야와 도로변에 핀 봄꽃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나들이 계절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온갖 축제가 펼쳐지고 여행객들을 불러 모은다. 굽이쳐 돌아가는 길목에는 유채꽃이 만발하고 화사한 벚꽃이 여행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 수선화 거제도 도로변에는 노란 수선화가 아이의 웃음처럼 활짝 웃고 있다
수선화
  
▲ 수선화 드라이브하는 도로변에는 수선화가 만발해 있다
수선화

벚꽃의 화사함이 그다지 오래 가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일까. 차를 타고 휑하니 그냥 지나치며 감상하는 기분 역시 아쉬울 뿐이다.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부끄럽게 핀 노란 수선화는 세 살배기 아이보다 더 예쁜 모습으로 봄바람에 살랑거리며 웃고 있다.

 

  
▲ 유채꽃 해안선을 돌고도는 도로변에 유채꽃이 만발하여 푸른 해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유채꽃
  
▲ 유채꽃과 봄바다 차창 너머로 바라다 보이는 해금강 바다와 유채꽃
해금강
 
남도의 끝자락에 있는 큰 섬 거제도의 도로변 곳곳에는 봄꽃이 단아하고 화사한 모습으로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주말과 휴일이면 봄 향기를 맡으러 오는 차량과 여행객들로 도시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낮에는 드라이브하며 봄꽃 향기에 취하고 밤에는 황홀한 밤바닷바람을 맞으며 가슴을 연다.  

이번 주말과 휴일(4월 5~6일)에는 봄꽃 숭어축제가 거제도 학동 흑진주몽돌해변 봄 바다를 배경으로 이틀간 열릴 예정이다. 행사내용도 33개 종목으로 다양하며, 관광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공식행사는 4월 5일 저녁 7시 메인무대에서 시작되며 이어 학동 벚꽃 길에 설치한 소망등과 포구나무, 소나무에 트리 점등식을 시작으로 축제의 열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다.  

  
▲ 봄꽃 숭어축제 밤무대 지난해 봄꽃 숭어축제 밤무대 행사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숭어축제

공연행사로는 길놀이, 비나리 공연, 봄바람 순풍에 돛달기, 봄의 태동, 초청가수 축하공연과 가요콘서트, 댄스페스티벌, 그리고 봄의 마술사 등이 준비돼 있으며 참여행사로는 용왕제, 몽돌 높이 쌓기, 맨손으로 숭어잡기, 봄꽃 가요제 등이 펼쳐진다. 특히, 흑진주 몽돌해변에 숨겨진 보물찾기는 초등학교 시절 소풍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 것이다. 또 몽돌해변 맨발로 달리기는 지압효과도 있어 건강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숭어잡이 행사 지난해 축제 때 숭어잡이 모습이다
숭어잡이

 

이런 놀이의 즐거움도 좋지만 그래도 여행의 멋은 먹는 즐거움 아닐까. 부대행사로 펼쳐지는 숭어잡기에선 큰 수조를 만들어 힘차게 펄떡거리는 숭어를 맨손으로 잡아 즉석에서 회를 떠서 초장에 찍어 먹을 수 있다. 봄꽃거리 승마체험, 연 만들기, 요술풍선 만들기, 페이스 페인팅, 봄꽃 전시 및 거제 특산품 판매 행사 등이 이틀 동안 펼쳐지는 봄꽃 숭어축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행사다.

열십자 모양의 거제도는 해안선의 길이만 하여도 칠백리가 넘는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굴곡진 길은 드라이브 길로써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시원한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외로운 모습으로 또는 다정한 형제처럼 떠 있는 크고 작은 섬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 벚꽃길 거제시 아주동 국도 14호선 주변의 벚꽃길
벚꽃길

봄꽃 숭어축제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백꽃 핀 지심도와 부산이 보이는 해안도로를 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학동에서 국도 14호선을 따라 장승포동을 경유하여 장승포해안일주도로에 서면 지심도가 말없이 반겨 줄 것이고, 날씨가 좋다면 멀리 부산과 대마도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 설유화 장승포해안일주도로에 백설같이 핀 설유화
설유화

도로변에 핀 동백꽃은 꼭 나를 보고 웃는 것만 같고 눈처럼 하얀 설유화는 백옥보다 더 깨끗함으로 내게 다가 온다. 대우 옥포조선소 주변으로 곧게 뻗은 국도변에 핀 벚꽃은 봄을 새롭게 느끼게 해 준다. 1박 2일 여정의 거제도 봄꽃 숭어축제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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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장군 곽재우의 발자취를 찾아서

방랑기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혼자서 여행을 떠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머리가 복잡하고 골치가 아플 때 주변의 명소로 떠나는 짧은 시간의 드라이브가 아닌, 집으로부터 약간 멀리 떨어진 지역을 혼자서 여행하기란 분명 어려울 것이 틀림없다.

새해가 시작되고 벌써 한 달이 지나가는 일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참으로 세월이 유수 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혼자만의 역사기행에 발길을 옮겨 놓았다. 차를 몰고 어디를 갈까 망설이다 의령으로 향했다. 무작정 떠난 여행이라 여행정보는 더더욱 알 리가 없다. 군청에 전화로 물어 가 볼 만한 곳이 어디냐고 물었고, 몇 군데 관광안내 정보를 듣고서야 읍내에 있는 충익사에 가 보기로 했다. 

  
▲ 의령관문 야경 야간에 이곳을 통과하는 운전자들에게 또 다른 감흥을 주고 있다
의령관문

남해고속도로 군북 IC를 빠져 나와 의령읍 방향으로 십 여분 지나니 전통 한옥양식으로 된 기와지붕 모습의 의령관문이 쓸쓸히 방랑객을 맞이한다. 의령관문, 서부경남과 북부호남을 연결하여 주는 위치에 있는 문으로, 남강변에 우뚝 서 있어 자연경관과도 조화로움을 이룬다.

밤이면 화려한 조명 불빛으로 자태가 더욱 아름답게 빛나면서, 이 곳을 지나는 운전자에게 또 다른 감흥을 준다. 이 관문은 임진란 때 정암진 전투로 유명한 전적지에 세워져 있어 그 역사적 의미도 다시 한번 되새겨볼 만한 곳이기도 하다. 남강은 겨울의 외로움을 몽땅 안고 흘러가고 있다. 흐르는 저 강물이 어찌 홀로 떠나는 이내 마음과도 같을까 하는 심정이다.

사람들은 의령을 일컬어 충의의 고장 또는 충절의 고장이라 부른다. 임진왜란 시 홍의장군(紅衣將軍)이라 불렸던 망우당 곽재우가 태어난 곳인 데다가 당시, 전국 최초로 의병들의 봉기에 불씨를 붙여 왜적을 막아내고 나라를 구한 인물의 고장이라는 의미에서 의령을 그렇게 부른다. 선조 25년(1592년) 4월, 섬나라 왜군이 조선을 침략하자 곽재우는 임란 발발일로부터 아홉째 되는 날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병을 모집하고 왜놈과 맞서 싸운다.

왜군이 조선을 침략해 오자 평민들 위에 군림하던, 소위 양반이라고 행세한 사대부 기득권 세력들은 임금과 나라를 버리고 도망치고 만다. 이 때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세력은 국록을 먹던 조정의 신하와 관군이나 지배계층이 아닌 그저 땅을 갈고 열심히 조세를 바치던 평범한 백성이었던 것이다. 그 선봉에 홍의장군이 있었고, 지금까지 의령을 상징하는 인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 의병탑 충익사 입구에 있는 탑이다. 곽재우 장군과 17명의 의병장의 혼을 기리고 있다.
충익사탑

의령천 다리를 건너니 정면으로 보이는 탑 중간에 열여덟 개의 둥근 고리를 한 의병탑이 읍내를 내려다보며 침묵한 채 서 있다. 이 열여덟 개의 둥근 고리는 곽재우 장군과 장수 17명의 혼을 기린다는 뜻이다. 충익사의 정문인 충의문을 들어서니 공원보다 더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마당에 겨울 오후의 햇살이 내려앉아 조용히 쉬고 있다.

  
▲ 겨울연못 충익사내 있는 작은 연못으로 겨울하늘과 겨울바람을 안고 조용히 침묵하고 있다
겨울연못
  
▲ 모감주나무 충익사내 정원에 심겨져 있는 수령 280년이 된 모감주나무
충익사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충익사의 모과나무(경상남도 기념물 제83호)는 높이 12m이고, 수령이 약 280년 된 것으로 지금까지 조사된 모과나무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배롱나무는 수관이 옆으로 퍼져 절이나 연못가에 심으면 운치가 더욱 살아나는 나무로 충익사 내에 있는 작은 연못과도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중년의 두 남녀가 손을 꼭 잡은 채 속삭이며 호숫가를 거닐고 있다.

  
▲ 충의각 의병장들의 시호가 새겨진 명패를 보관하고 있는 건물이다.
충의각
의병장들의 시호가 새겨진 명판을 보관하고 있는 충의각, 화려한 단청이 아름다우며, 건물의 지붕만 들어낸다면 옛 전통 상여의 모습 그대로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의 의도를 잘 읽을 수 있을 것만 같다. 홍의장군 이름을 딴 솟을대문의 홍의문을 들어서면 야트막한 산기슭에 곽재우 장군을 비롯한 열일곱 명의 의병장과 의병 용사들의 위패를 모신 충익사당이 있다.
  
▲ 홍의문과 충익사 솟을대문의 홍의문과 충익사당
홍의문

거금(?) 일만 원의 성금을 내고 경건한 마음으로 향을 사른 후 묵념을 올렸다. 찡한 기운이 감돌며, 임란 당시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임전무퇴 정신이 느껴져 오는 것만 같다. 기념관에는 망우당의 전투 장면을 그린 다섯 폭의 그림과 말안장 장검 화살촉 등이 보물 제671호로 보존되고 있으며, 학생들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근심을 잊는다는 망우당, 곽재우의 호다. 망우당은 아버지 정암 곽월과 어머니 진양 강씨 사이에서 셋째 아들로 태어나 영남 유학의 최고봉인 퇴계와 쌍벽을 이루는 남명 조식의 제자가 돼 학문에 심취하여 남명의 외손녀 상산 김씨와 혼인하게 된다. 도학에 빠진 망우당은 자굴산 중턱에 위치한 백련암에서 일천여 권의 책을 읽으며 은둔을 원한다. 그러나 국란은 그를 전장터로 내 보내고 만다.

곽재우는 붉은 색의 옷을 입고 대외적으로 자신의 강한 존재를 나타낸다. 붉은 색은 적을 흥분시켜 이성을 마비시키고 유인하는데 적격인 셈. 이름 그대로 홍의장군이 입었던 붉은 비단 옷은 27세 때 부친을 따라 명나라로 갔을 때 조정으로부터 받았던 것으로 붉은 색은 나라를 위한 일편단심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

  
▲ 정암교와 솥바위 의령으로 들어가는 정암교 너머 솥바위가 보인다. 임란당시 정암진 전투로 유명한 곳이다.
정암교

곽재우가 용맹을 떨쳤던 곳은 정암진 전투로서, 정암진 나루는 왜군이 군량을 확보하기 위해 부산이나 마산에서 전라도 곡창지대로 가기 위해 건너야 했던 중요한 요충지였다. 왜군의 장수는 초병을 보내 강물 깊이를 재 얕은 곳에 말뚝을 쳐 표시를 해 놓았는데, 곽재우는 이 말뚝을 몰래 빼 진흙 밭으로 옮겨 박아 놓았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왜군은 강을 건너기 위해 말뚝을 따라 들어가다 진흙에 빠졌다. 곽장군이 배치한 의병들이 왜군을 향해 활을 쏘자 허둥대는 왜군은 도망을 치려했지만 진흙에 빠져 나오지 못해 거의 전멸한다. 이로 인하여 전라도 곡창지대를 손에 넣지 못한 왜군은 군량미 부족으로 전술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전쟁은 끝났어도 백성을 돌보지 않는 무능한 정치와 변하지 않는 세상은 그대로였다. 한때 모함과 역적에도 몰렸지만, 나라를 지켜낸 망우정. 전쟁이 끝난 뒤 24년간 29번의 관직을 제수 받았지만, 거부하였거나 바로 사직하였다.

망우정이라는 호와는 달리 세상을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곽재우. 두 아들과 패랭이를 팔아 생계를 꾸려 나가야만 했고, 세상과 단절하고자 속세의 음식도 먹지 않았다. 솔잎만 먹고 사는 벽곡(辟穀)을 해야만 했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 의령 소싸움 벽화 의령공설운동장 벽면에 의령을 상징하는 민속놀이 소싸움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의령소싸움

의령을 상징하는 또 하나는 민속놀이로 지정된 소싸움이다. 의령천 모래사장에서 매년 열리는 소싸움 대회그림이 실제모습보다 더 실감나게 의령공설운동장 벽면에 그려져 있어 잠시 발길을 머물게 한다.  

 
  
▲ 기지개 펴는 목련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목련이 봄을 알리고 있다
목련

겨울은 변하지 않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현재의 자리에 안주하려고 하건만, 봄은 그렇게 순순히 겨울을 그냥 놔두지 않을 모양이다. 겨울의 무게를 느끼는 얼어붙은 땅 속에서 밖으로 치솟아 오르는 강렬한 봄의 기운은 추웠던 지나간 겨울을 잊도록 하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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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생산과 최고의 맛, 거제도 약수 고로쇠
  
▲ 꿈을 안고 달리는 마라토너 지난해 마라톤대회 모습이다
마라톤대회

매년 이맘때가 되면 전국의 산자락에는 고로쇠를 찾는 여행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 중에서도 전국 최초로 생산되는 고로쇠는 남해안 해풍을 이겨낸 거제도 동부지역 일대에서 나는 고로쇠가 단연 으뜸이다. 

  
▲ 고로쇠 마시기 지난해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아빠와 아이가 고로쇠를 마시고 있다
마라톤대회
거제지역에서 나는 고로쇠는 특유의 단맛을 내는 자당을 비롯한 칼슘과 마그네슘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뼈에 이롭다는 단풍나무과의 고로쇠, 한자로 골리수(骨利樹)로 불리는 이 나무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우수 무렵부터 경칩 전후 2주일까지 절정을 이루면서 봄의 소식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로 알려져 있다. 
  
▲ 길놀이 모습 지난해 거제고로쇠약수축제마라톤대회 길놀이 공연 모습이다
길놀이

고로쇠를 마시고 뼈를 튼튼히 하여 한 겨울날 굽이굽이 고개를 돌며 쪽빛 겨울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차가운 바닷바람이 코에 닿을라치면 뜀걸음으로 뜨거워졌던 몸의 열기는 식혀질 것이고, 푸른바다를 보는 기분은 과히 환상적일 것이 틀림이 없다. 

  
▲ 마라톤 하프코스 출발 지난해 마라톤대회 모습이다
마라톤대회
  
▲ 꿈을 안고 달리는 마라토너 하얀 파도가 밀려드는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을 바라보며 꿈을 안고 달리고 있는 마라토너들
마라톤대회

자가 운전자라면 한번쯤 드라이브를 해 보았을, 우리나라 최고의 베스트 드라이브코스로 알려진 거제도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에서 구조라해수욕장까지 바다를 끼고 도는 환상의 코스. 이 코스에서 하루 동안 차량을 통제하고 마라톤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환상의 꿈을 심어 줄 것이라는 소식이다. 거제시가 2월 17일 개최하는 ‘거제고로쇠약수축제마라톤대회’는 고로쇠를 좋아하는 여행객과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에게는 더없는 추억거리를 만들어 줄 것이다.

 

  
▲ 아빠와 아이가 손잡고 힘차게 겨울을 가른다 지난해 마라톤대회 모습이다
마라톤대회

우리나라 명승 2호 해금강이 바라다 보이는 한려해상국립공원 학동마을 넓은 주차장에서 하늘을 여는 징소리를 시작으로 축제의 마당을 펼치면서 겨울추위는 녹아 열기로 변할 것이다. 고로쇠약수제를 비롯하여 고로쇠약수 시음회, 고로쇠약수 다과회, 농악놀이, 고로쇠 직판장 운영과 함께 흑진주 몽돌해변을 바라보며 수려한 자연경관인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끼고 도는 마라톤대회는 행사의 절정을 이루면서 마라토너와 관광객 모두에게 또 하나의 선물을 선사할 것이 틀림이 없다.

 

  
▲ 쪽빛 겨울바다 그리고 외도와 대마도 거제도의 겨울바다는 빛이 더욱 푸른 쪽빛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오른쪽으로 보는 겨울바다는 시원함을 달래주고 외도와 멀리 대마도를 볼 수 있다.
외도

마라톤대회는 2월 17일 오전 10시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에서 출발하며, 학동과 구조라를 반환하는 코스로서, 대회에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은 1월 31일까지 인터넷으로 접수하여야 하며(www.geojemarathon.co.kr ), 하프와 10㎞는 3만원, 5㎞는 2만원의 참가비를 내어야 하고, 참가자에 대하여는 고급 아웃도어 가방을 증정한다.

 

  
▲ 최연소 참가자 기념품 전달 지난해 대회 5㎞코스를 완주한 최연소 참가자인 이다은(8세)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마라톤대회

이날 판매될 고로쇠 약수는 네 종류로서, 1.5리터 5천원, 4.3리터 1만 5천원, 9리터 2만 5천원, 18리터 4만 5천원이며, 실제 이달 말부터 시판에 들어간다고 한다. 국립보건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고로쇠 수액에는 자당을 포함해 건위, 이뇨와 체력증진에 매우 효능이 높은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 아연, 가리 등 무기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혈당 조절 및 피로회복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마라톤 코스도 다음달 벌어질 마라톤대회 코스
마라톤대회

달콤한 고로쇠 한 사발을 마시고, 뼈를 튼튼하게 하여, 아름다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쪽빛 겨울바다를 감상하는 달리는 기분을 만끽해 봄이 어떨까? 올 한해 내내 활력이 넘쳐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기고, 마라톤처럼 거침없이 앞만 보고 달려 결승점에 무사히 도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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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맞이하는 '거제도국제펭귄수영축제' 현장을 가다

겨울바다의 낭만과 추억이 가득한 섬 거제도. 이 섬마을의 동쪽 끝에 있는 덕포해수욕장 앞 바다에는 즐거움과 기쁨이 가득했다. 남극의 황제펭귄이 되어 겨울바다를 헤엄치는 펭귄의 모습은 약 8천여명 관광객의 함성이 하나로 모아져 하늘을 울렸고, 그 열기는 추위를 잊기에 충분했다.

1월 19일 아침, 시민과 관광객은 일찍부터 덕포해수욕장으로 모여들었고, 38개 단체 5백여 명의 자원봉사자는 한결같은 친절한 마음으로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넸다. 축제 개막식 선포와 축포 발사를 시작으로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올랐다.
  
▲ 한 마리 펭귄이 되어 겨울바다를 유영하다
황금펭귄
  
▲ 황금펭귄 한 외국인이 겨울바다를 힘차게 유영하고 있다
황금펭귄
  
▲ 황금펭귄 30m 반환점에서 기념메달을 주고 있다
황금펭귄

개막식에 이어 축제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펭귄수영의 시작을 알리면서, 백사장에는 겨울바다에 뛰어 들어갈 일천여 마리의 펭귄이 몸을 풀었다. 하얀 상의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겨울바다를 화려한 색감으로 수를 놓았다. 입수 신호와 함께 천여 마리의 펭귄은 앞 다투어 겨울바다를 가르며 30m의 반환점을 돌아 힘차게 유영하였다. 모두가 자신감이 넘쳤으며 활력에 찬 모습이다. 황금광어 잡기 행사는 1천여 마리의 광어를 미리 바다에 풀어 놓았고, 이 중 열 마리는 꼬리에 황금 댕기를 붙여 놓은 것으로 이 광어를 잡은 열 사람에게는 황금 한 돈을 차지하는 행운이 돌아갔다.

 

  
▲ 황금광어 잡기 황금광어를 잡아라
황금광어
  
▲ 기쁨 대형 민어를 잡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어

해수욕장 한 곳에는 오리발 달리기, 맨발로 얼음판 위 오래 버티기 행사가 벌어지면서 참가자와 관광객 모두가 한 몸이 돼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이어서 축제 사이사이에는 페이스페인팅, 아트풍선 만들기, 밸리 댄스를 선보이며 열기를 드높였고, 참가자에 대하여는 경품권을 추첨하여 푸짐한 선물을 안겨 주었다.

 

  
▲ 외국인 장기자랑 깜찍 발랄한 그녀의 모습
외국인 장기자랑

특히, 외국인 장기자랑과 함께 축제에 참가한 외국인에 대하여는 경품권을 별도로 추첨하여 타국에서의 추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거제도 특산품인 굴로 만든 한국 고유의 음식인 떡국은 그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국제축제라는 이름에도 걸맞게 외국인 참여인원도 행사의 직접 참가자를 포함하여 3백 명을 넘었다.

 

  
▲ 얼음위 오래버티기 누가 누가 얼음위에 오래 버티나
ⓒ 거제시청
얼음위 오래버티기
  
▲ 오리발 신고 달리기 뒤뚱뒤뚱 오리가 되어 힘차게 달리다
ⓒ 거제시청
오리발

올해로 네 번째 맞이하는 이 겨울축제는 첫 회부터 힘을 아끼지 않은 숨은 주인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민주노동당 소속 김해연 경상남도의원(거제시 2선거구)이 그다. 이 축제의 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대회사를 통하여 “국내 최대 겨울축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행사후원자와 자원봉사자 모두 거제를 사랑하는 노력에 힘입었으며, 앞으로는 전국 최고의 축제를 넘어서서 세계에서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최고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해 많은 격려를 받기도 했다.

겨울바다의 감동과 추억, 희망과 즐거움이 있는 거제도국제펭귄수영축제, 그 대단원의 막은 내렸지만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시민과 관광객에게 선을 보여줄지 기대를 해 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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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맞이하는 '거제도국제펭귄수영축제'

'겨울바다'는 그 단어만 들어도 낭만이 가득하고 마음이 설레는 것은 왜일까? 하루도 빠짐없이 바다를 보고 살지만 겨울바다는 기다림과 그리움의 대상이요, 낭만의 상징이며, 추억을 만들고 회상시켜 주는 곳이기도 하다.
 
겨울바다는 사람들을 로맨틱하게 만들고, 젊은이들에게는 진한 감동을 선사하여 사랑의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낭만을 가득 품은 쪽빛 겨울바다는 오후의 햇살을 받으면서 은빛 보석의 물결로 출렁이며 온 바다에 수를 놓고 있다.
  
▲ 펭귄수영축제 지난해 펭귄수영축제 모습
펭귄수영축제

날개는 있지만 날지 못하는 새, 바다 속 헤엄은 치지만 물고기는 아닌 새, 펭귄. 남극지방에 사는 황제펭귄이 되어 얼음같이 차디 찬 겨울바다를 헤엄치며 맨손으로 광어를 잡아 즉석에서 회를 쳐 매운 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은 평생 좋은 추억으로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 분명하다.

  
▲ 한 마리 펭귄이 되어 지난해 펭귄수영축제 모습
펭귄수영축제

이런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겨울바다가 있다.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남도의 끝자락에 있는 거제도가 아닐까? 임진왜란 시 충무공이 첫 승첩을 올렸던 옥포 해전의 현장이기도 한 덕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올해로 네 번째 맞이하는 ‘새해맞이 거제도 국제펭귄 수영축제’가 1월 19일 하루 동안 열린다. 이곳 겨울바다에서 낭만을 즐기고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추억 쌓기를 하는 것도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다.

작은 마을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펭귄상 제막식을 시작으로 여는 마당인 겨울바다로의 초대, 풍물가락, 락키즈 밴드 공연, 비보이 댄스, 에어로빅 댄스공연이 계속되며, 이어서 개막식과 함께 펭귄수영대회 팡파르가 울린다. 이 팡파르에 맞춰 참가자들은 바다 속으로 뛰어 들어 30m를 왕복하는 것. 반환점을 통과한 참가자에게는 기념메달을 수여한다.

  
▲ 황금광어 잡이 체험 지난해 펭귄수영축제 시 광어잡이 체험행사
광어잡이
펭귄수영에 이어 축제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황금광어 잡기다.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바다 속에 풀어 놓은 40㎝급 1천여 마리의 광어를 맨손으로 잡아 가져 갈 수 있는 체험행사다. 어린이에게는 최고의 이벤트이자 즐거움도 2배다. 이 중 10마리는 꼬리에 금빛 댕기를 부착한 황금광어로 이 광어를 잡게 되면 1일년 내내 행운이 들어온단다. 잡은 사람에게는 황금 1돈의 펭귄상을 차지할 행운이 주어진다.

 

  
▲ 겨울바다로 뛰어드는 사람들 지난해 펭귄수영축제 모습
펭귄수영축제

오리발 달리기, 맨발로 얼음판 위 오래 버티기 행사는 선착순으로 20명에게 한정하고, 참가자에게는 기념품을 증정한다. 또 축제 사이사이에는 페이스페인팅, 아트풍선 만들기, 밸리 댄스, 외국인 민속춤 공연, 노래자랑 그리고 참가자 경품권 추첨을 통한 푸짐한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참가하는 장기자랑은 웃음거리를 선사할 풍만한 볼거리가 될 것으로, 시상도 내외국인을 나누어서 하고 참가자 전원에게도 기념품도 줄 예정이다.

 

  
▲ 한 마리 펭귄이 되어 지난해 펭귄수영축제 모습
펭귄수영축제

거제도에서 겨울바다의 추억을 만드는 이들이 오래도록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거제도의 특산품인 굴로 겨울의 진미인 굴 떡국을 만들어 무료로 시식케 하고, 진한 향기의 유자차를 따뜻하게 끓여 훈훈한 거제도의 인심도 전할 것이다. 또 외국인들을 배려해 외국인 전용 스낵코너도 운영할 계획이며, 우리 고유의 전통 연을 바다위에 날려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돋울 예정이다.

해마다 이맘 때쯤 여는 이 행사는 거제도국제펭귄수영축제 추진위원회를 비롯한 38개 단체 3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가자의 불편을 덜어주고, 성공적인 축제 만들기에 한 마음으로 뭉쳐 준비한다. 지난해에는 5천여 명이 참가하여 겨울바다의 낭만을 즐겼으며, 올 해는 7천여 명 이상이 황금펭귄이 되어 또 하나의 겨울바다 추억을 새로이 만들 것이다.

2005년 프랑스 뤽 자케 감독이 1년 넘게 남극의 추위와 싸워가며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다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펭귄 - 위대한 모험>은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혹독한 눈보라 속에서 전해오는 마음 속 깊은 곳을 자극하는 감동의 드라마로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한 배경에는 3~4개월 동안 굶주리며 알을 품는 아비의 지극한 사랑과 어미의 먹이사냥을 위한 희생이 있었다.  

거제도의 펭귄수영축제에 참가하여 황제펭귄의 위대한 모험을 한번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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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서 날개 달아 금강산에서 활짝 펴다 - 5


아! 그리운 금강산이여,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려나? 금강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이틀 동안의 여행으로 글을 짓고, 사진으로 표현하겠는가? 그것은 강한 아쉬움으로 또는, 절망감으로 다가오지만, 희망도 가져 본다.

왜? 다시 금강을 찾을 것이라는 기약 때문에. 금강산이 왜 아름다운지 이름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계절마다 아름다움을 달리하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봄에는 빛나는 보석 같다 하여 금강산(金剛山),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우거졌다 하여 봉래산(蓬萊山), 가을에는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든다 하여 풍악산(楓嶽山), 겨울에는 눈 덮인 바위가 뼈 같다 하여 개골산(皆骨山)이라고 한다.

그래서 금강산의 사계를 보고 노래하고 싶다. 금강산은 엄하고 포효하는 모습으로, 때론 인자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모든 이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아무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희고 보드랍고 아름다운 여인의 속살을 아무나 보고, 만지고, 느낄 수는 없다. 오직,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이다.

여자는 진정으로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남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 금강은 내게 있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여인과도 같다. 힘들도록 고생하고 노력하지 않은 사람에게, 느낌이 없는 사람에게, 여인의 속살처럼 신이 빚은 자연의 조각품인 금강의 아름다움을 아무한테나 보여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중 에드 해리스가 주연한 ‘카핑 베토벤’에서 베토벤은 여주인공 홀츠(다이엔 크루거)에게 이렇게 말한다.

“공기의 떨림은 인간의 영혼에게 얘기를 하는 신의 숨결이야. 음악은 신의 언어지. 우리 음악가들은 인간들 중에서 신과 가까운 사람이지. 우린 신의 목소리를 들어. 신의 입술을 읽고, 우린 신의 자식들을 태어나게 하지. 그게 음악가야.”

베토벤은 신과의 대화로 신의 언어로 만든 신의 자식을 천상의 소리로서 태어나게 했지만,  금강은 자연에서 신의 존재를 믿게 하는 거대한 조각품이지. 금강을 통해서 신과의 대화로 영혼을 느끼고 진정한 자연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느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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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서 날개 달고 금강산에서 활짝 펴다 - 4

금강산을 여행함에 있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머리를 맴돈다. 천하절경 금강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무슨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천하제일 명필 가인들은 금강을 실제 모습으로 읽을 수 있도록 글로써 표현하겠는가, 그 어느 화가가 금강의 갖가지 형상의 기암괴석과 수 천 년 버텨 온 나무를 화폭에 담아낼까, 그 어느 음악가가 바람이 우는 소리, 바위에 부딪히는 구름소리, 담소에서 목욕하기 위해 선녀가 옷을 벗는 소리, 물소리와 새소리의 화음은 어떤 장르의 음악으로 청중에게 들려주겠는가, 그 어느 사진작가가 금강의 빛과 색채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필름에 담아낼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금강에서 온몸으로 보고 느끼면서 시인이면서 화가가 되고, 음악가이면서 사진작가가 되는 것뿐, 금강은 그 어떤 이도 실제의 모습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신이 빚은 종합 예술작품이기에.

  
▲ 금강의 기암 저 멀리 금강산의 최고봉인 비로봉이 보인다.
금강산

구룡연 코스의 산행 탓인지 다리가 뻐근하고 걸음이 무겁다. 만물상 관광도 일천 명이 넘는 관광객이 한꺼번에 이동을 해야만 했다. 온정각에서 버스를 타고 넓은 계곡을 따라 돌고 돌아 휘감아 젓는다. 아흔아홉 개 대관령 구비보다 일곱 개 더 많은 백여섯 개의 구비를 도는 버스는 산 속의 자동차 레이스코스를 달리는 속도로 경주를 하는 것만 같다.

버스 노폭보다 약간 큰 도로인데도 코너를 도는 운전 솜씨는 기가 막힐 정도다. 구룡연 코스에서 사람에 밀려 앞서가지 못한 기억이 갑자기 되살아나자, 오늘은 선두에 서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앞장서 달렸다. 아침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얼마 달리지 않았는데도, 숨도 가쁘고 힘도 든다.

  
▲ 삼선암 만물상 입구에 서 있는 삼선암
삼선암

만물상으로 오르는 좁은 계곡에는 물이 말랐다. 비가 내리는 장마철에는 심하게 경사진 계곡을 흘러넘치는 계곡물이 예사롭지가 않을 것만 같다. 사람에 밀려 시간에 쫓기어 금강의 아름다움을 세세하게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카메라에 담지 못하고 바삐 움직여야 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얼마를 지났을까? 까마득한 높이의 뾰족한 바위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삼선암(三仙岩)이다. 옛날 네 신선이 장기를 두러 금강산에 내려왔다가, 한 신선은 훈수를 너무 많이 한다고 쫓겨 삼선암 너머에 떨어져 독선암이 되고, 나머지 셋도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 천선대를 오르는 길 천선대를 가기 위해서는 이 같은 철 계단을 올라야 한다. 아래를 내려다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천길 낭떨어지다.
천선대

두 다리를 비탈진 돌계단에 하나하나를 힘들게 얹어 놓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사오십 분을 올랐을까, 갈림길이 나오고 표지판에는 천선대 15분, 망양대 30분이다. 준비를 하고 올라왔건만 힘이 들었는지 서서 보는 볼일이 급하다. 급히 화장실로 들어서니 화장실 안에서 북측의 남녀 안내원이 화장실 안에 서 있고, 1달러를 달라고 한다. 달러가 없어 한국 돈을 주니 안 받는다고 손 사레를 친다.

겨우 사정사정해서 볼일을 보니 안심이다. 내가 사는 땅이었다면 몰래 실례를 했겠지만(물론, 그래서는 안 되지만)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실례를 하다 적발되면 벌금은 물론이고, 망신도 당할 뿐더러, 긴 일행 때문에도 중간에 실례하기가 어려운 형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삼선암 저 멀리에는 둥근 요강을 머리에 얹어 벌을 받고 있는 듯 귀면암이 보인다.

  
▲ 만물상 신이 빚은 최고의 예술 조각품이다.
만물상

천선대가 가까이 오자 경사는 더욱 가파르고 설치한 철 계단은 오금을 저릴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카메라는 목에 걸고 두 손은 양쪽 철 손잡이를 잡고 엉금엉금 기듯이 오른다. 앞사람에 막혀 제대로 나아갈 수 없다.

잠시 쉬는 틈을 이용해 신의 작품인 금강의 파노라마를 카메라에 담는다. 선녀들이 내려와 춤추고 놀았다는 곳, 천선대(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제216호)를 힘겹게 올라 양 사방으로 펼쳐진 금강을 보았다.

  
▲ 만물상 천의 얼굴 만의 형상을 하고 있는 만물상은 드없이 높은 푸른 하늘을 향해 있다.
만물상

드디어 천의 얼굴을 하고, 만의 형태를 하고 있는 만물상(萬物相)이 그 모습을 드러내 나를 맞이하고 있다. 한동안 만물상의 기기묘묘한 바위 하나하나를 감상했다. 잠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후 다시 고개를 돌려 만물상을 보니 또 다른 모습을 하며 나를 반기고 있지 않은가?

내 생애 이런 느낌의 환상은 없었다. 십수 년 전, 스위스 알프스산맥을 보았을 때도, 지난 6월 노르웨이의 피오르드와 눈 덮인 협곡을 보았을 때도 이런 감정도 없었고, 느낌도 아니었다.

  
▲ 금강의 기암 온갖 동물 모양을 한 형상의 바위가 금강산을 에워싸고 있다.
금강산

망장천에서 물 한 모금을 떠 목을 축였다. 한 잔 마시면 기운이 넘쳐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내 버리고 간다는 물이 샘솟는 망장천의 물은 가슴 속 깊이 금강의 기운을 불어 넣어 주는 것만 같다. 정말로 힘이 솟는다. 조금 내려가니 다시 망양대와 천선대 그리고 하산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일행 몇몇은 힘이 들어 곧바로 하산한다.

  
▲ 망양대 온갖 동물 모양을 한 바위들이 금강산을 아름답게 하고 있다.
망양대

힘이 들지만, 망양대의 절경이 나를 유혹하고 있다. 예까지 왔는데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아름다운 여인이 미소 지으며 유혹하는 것보다 더 뿌리치기 힘들다. 돌계단을 오르고, 철 계단을 오르니 훤하게 트인 푸른 시야가 펼쳐진다. 동해의 하늘과 바다가 내 눈을 덮친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사실, 망양대를 오를 때 동해의 바다를 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잡목과 고사목 사이로 펼쳐진 바다는 산을 오를수록 선명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 망양대에서 바라 본동해바다 망양대에 오르면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왼쪽 끝 흰 부분이 금강산 관광 뱃길을 처음으로 열었던 고성항(장전항)이다.
망양대

고성항을 품에 안은 동해의 바다는 포근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온다. 현대의 창업자인 정주영 명예회장은 일천 마리의 소 떼를 몰고 휴전선을 넘었고, 그때부터 우리의 발길은 금강산에 닿을 수 있었다. 휴전선을 통과하는 육로 관광길이 열리기 전까지는 뱃길로 금강산에 다녀야 했고, 고성항은 금강산 관광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망양대에서 내려다보는 고성항은 조용한 모습으로 있다. 2007년 9월 말 통계에 의하면 금강산을 찾은 관광객은 160만을 넘어섰고, 지금도 하루에 2천여 명이 금강산을 오가고 있다고 한다.

  
▲ 절부암 도끼로 찍어 갈라져 결이 고운 모양을 하고 있는 절부암. 바위의 끝은 날카로운 도끼모양을 하고 있다.
절부암

금강에 오르면서 언제 정상에 다다를까, 몇 시간을 더 가야만 할까 하는 궁금증도 없고, 힘겨움도 필요 없는, 이제는 더 오르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내리막길이다.

마음도 여유롭다. 금강으로 비치는 포근한 가을 햇살, 구름을 안고 돌아가며 바위에 부딪히는 바람소리, 옥빛보다도 더 휘황찬란한 금강의 물을 뒤로 하고 하산 길로 접어든다. 오를 때 촬영하지 못한 금강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쉬엄쉬엄 쉬어가며 카메라에 담는다.

다시 보는 만물상, 천선대, 상등봉, 칠층암, 귀면암, 절부암, 하늘문, 삼선암 등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반가운 모습으로 반겨준다. 그러나 곧 헤어지는 아쉬움이다.

주차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북측의 안내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친절했고 남한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았다. 남한의 관광객들이 전해 준 정보를 들어서일까? 북한의 유명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판매하는 곳에서 잠시 구경을 했다. 화려한 색채로 금강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한 점 살려니 제일 작은 그림도 십만 원이라고 한다. 끝내 한 점 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 칠층암 높이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바위로, 일곱개의 큰 바위가 층층히 쌓여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칠층암

2박 3일의 금강산 여행이었지만, 실제로는 1박 2일 코스였다. 짧지만, 여행을 마친 뒤라 그런지 피로감이 밀려온다.

온정리 금강산 온천, 세조 왕이 이곳 온천에서 목욕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대자봉의 미인송에 둘러싸여 있는 이 온천에서는 일천 명이 한꺼번에 목욕을 할 수 있다. 따뜻한 라돈 온천수로 마음과 육체에 묻은 때를 씻고, 야외온천에서 홀딱 벌거벗은 몸으로 세상과의 대화하는 느낌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11월 2일 오후 네 시. 일행을 태운 버스는 남으로, 남으로 향하고 있다. 역시, 창 밖으로 보이는 북녘의 땅은 왠지 암울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금강산의 깊은 골짜기에 있을 때는 남인지 북인지 알 수 없는, 그저 내가 살고 있는 땅인가 싶었는데, 막상 길 옆에 서 있는 병사를 보노라니 여기가 북한 땅인가 느껴질 따름이다.

금강산을 여행하며 남북 출입소를 지나는데 네 번이나 짐을 내리고 싣고 해야만 했다. 귀찮고 어쩔 수가 없지만, 금강의 아름다움으로 대신하고 싶다. 우리네 땅을 밟으니 땅거미가 지고 있다. 온정각에서 아홉 시간을 달린 끝에 창원에 도착했다. 밤은 깊게 잠들었는데, 가방 끄는 바퀴소리는 귓가를 때리고 있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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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서 날개 달아 금강산에서 활짝 펴다 - 3
  
▲ 수정봉과 옥류관 햇살을 받은 수정봉은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고, 옅은 안개는 붓칠을 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수정봉

아침의 온정리는 고요하고 침묵이 흐른다. 길고 얕게 드리운 안개는 살아 있는 자연을 배경으로 흰색 붓 칠을 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멀리 보이는 수정봉(해발 773m)은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도록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어 금방이라도 올라 가 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 매바위 금강산 온천으로 가는 길에 바위 덩어리의 두 봉우리가 형님 동생하고 있는 듯하다
매바위

금강의 맑은 물소리는 먼지 쌓인 귀를 씻어주고, 금강의 바람소리는 세속에 물든 내 마음을 씻겨 주었다. 힘들었던 서너 시간의 구룡연 산행을 마치고 영동 여섯 호수 중 하나인 삼일포로 향했다.

온정리에서 바다 쪽으로 12km가량 떨어진 곳으로 버스를 타고 십 분을 달렸을까, 일행은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이동했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백 년도 더 된 울창한 송림 숲이 하늘을 가리고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소풍 떠나는 기분으로 걸었다. 얼마 지나니 소나무 가지 사이로 호수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백조가 사는 호수가 이렇게 아름다울까, 어머니 품과도 같이 따뜻한 호수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

 

  
▲ 단풍관과 와우도 삼일포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있는 흰 색의 단풍관. 앞으로는 와우도가 있다.
단풍관

금강산이 외로워할까봐 금강산을 빚은 조물주는 또 다른 친구 하나를 만들어 외로움을 달랜다. 바다의 금강이라고 불리는 해금강이 그다. 그래서 산과 바다는 영겁의 세월을 함께 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해금강은 삼일포를 안고 있다.

삼일포는 영랑, 술랑, 남석랑, 안상랑이라는 신라시대의 네 신선이 관동팔경을 돌아보면서 하루씩 머물기로 했는데, 그 아름다움에 빠져 사흘간 머물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네 신선은 어디로 갔을까? 실제로 보는 삼일포는 사흘이 아니라 평생토록 머물고 싶은 유혹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 무선대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고 놀았다던 무선대
무선대

 

삼일포는 원래 동해에 접한 만이었는데 남강에서 밀려온 흙과 모래에 의해서 만의 입구가 막혀 호수가 되었고, 그 안에 고여 있던 바닷물은 숱한 세월 속에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민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호수는 금강산 자락의 산봉우리들이 잔잔한 수면에 비치는 모습이 절경이다. 또 봉래 양사언 선생이 그 풍경을 보고 찬탄했다는 봉래대와 장군대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삼일포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 삼일포를 도는 허궁다리 허궁다리를 건너는 기분이 아찔하다
허궁다리

하얀 석조건물인 단풍관을 돌아 호숫가 산책로를 편안한 걸음으로 걸었다. 맑은 물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수초 사이로 헤엄쳐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평균 수심 9~13m, 둘레 8km의 호숫가를 전체 둘러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봉래대로 가기 위해 비탈진 언덕길로 들어섰고, 길이 56m의 줄다리로 만들어진 '허궁다리'를 건너야 했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호수에는 금강산의 절경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만 같다. 한 아주머니가 다리를 건너면서 아래를 내려 보고 백 미터는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겁이 났는지 높이의 감각이 없는 듯하다. 실제 높이는 이삼십 미터 남짓 될까?

 

  
▲ 삼일포를 돌아가는 전망대 삼일포의 둘레는 8킬로미터로 이 같은 전망대서 잠시 휴식에 취하며 감상을 즐길 수 있다.
삼일포

봉래대에 올라서니 북한 안내원으로부터 특유한 억양의 말솜씨로 삼일포의 자랑을 늘어놓고 있다. 호수 한가운데는 작은 섬 하나가 있는데, 처음에는 소나무가 많다고 하여 송도라고 했으나, 지금은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여 와우도라 부른다고 한다.

 

  
▲ 와우도 처음에는 송도라 불렀으나, 지금은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을 있다고 해서 와우도라 부른다고 한다.
삼일포

그동안 사진으로 많이 보아 왔던 작은 바위(단서암이라고 함) 위의 정자 이름이 궁금했는데, 옛날 네 신선이 놀다 간 것을 기념하여 세운 사선정(四仙亭)이라고 한다. 삼일포는 주변에 크고 작은 36개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사시사철 외로움을 모른 채 세월을 보내고 있다.

멀지 않은 거리에 동해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 바다도 하나의 바다이고, 서 있는 이 땅도 하나의 땅인데, 반세기가 넘는 동안 왜 우리는 둘로 갈라져 있어 마음대로 오고 가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솟구친다.

눈물 흘리며 두 손을 꼭 쥐고 서로 부둥켜안은 채 떨어지지 않는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장면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통일은 꼭 되어야 하지만, 남북 상호 간 조건이 맞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금강산과 동해바다는 이런 사정도 모른 채 남북의 사람들을 편안하게 맞이하며 바라보고 있다.

 

  
▲ 삼일포 삼일포는 크고 작은 36개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름다운 호수다.
삼일포

삼일포 코스는 짧은 시간에 걸으면서 힁허케 둘러보는 것으로 끝이 났다. 개별 여행이라면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자연을 즐길 수 있으련만 하는 생각이다.

온정각 주변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산행을 마친 관광객들은 북한의 상품을 파는 동관과 서관을 오가며 기념품을 사고 아이 쇼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교하고 예술성이 있는 기념품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북한의 술과 고사리를 비롯한 산나물, 그리고 몇 종류의 기념품 외는 북한에서 직접 만들거나 생산한 것은 없고, 양주, 화장품 등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제품으로만 채워져 있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행을 하면서 특색 있는 기념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여행 당시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생활상을 되새겨 볼 수 있다는 뜻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 동해바다 삼일포 너머 동해바다가 보인다. 땅도 하나, 바다도 하나인데, 왜 우리는 반세기가 넘도록 둘로 나뉘어져 있어 마음대로 오가고 있지 못할까?
삼일포

밤에는 북한 최고의 공연을 관람했다. 금강산에서 살았던 선녀의 몸짓인가, 아니면 신의 손놀림인가? 금강산을 신이 만들었다면, 평양모란봉 교예공연단의 종합교예 공연은 사람이 만든 최고의 예술이자 아름다움의 극치다.

어둠을 가르고 조명을 받은 하얀 천은 선녀가 입은 옷으로 날갯짓하며 하늘에서 내려온다. 아무리 반복되는 훈련 끝에 이루어낸 하나의 작품이라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몸짓과 영점 일초의 오차도 없어야 가능할 것만 같은 줄타기 공연은 보는 내내 손을 쥐게 하고, 아슬아슬한 장면은 쉬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된다. 차라리 눈을 감아버려 가슴 떨림을 억지로라도 중단시켰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 단서암의 사선정 신라시대 때 영랑, 술랑, 남석랑, 안상랑이 놀다 간 것을 기념하여 세웠다는 정자다.
삼일포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실제로 약 십 미터의 높이에서 빠른 속도로 네 번 회전을 하면서 그만 상대의 손을 잡지 못하고 떨어지고 만 것이다. 공연장은 한동안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잠시 침묵으로 공중에 있는 그들만 바라볼 뿐이다. 다시, 힘차게 줄을 젓는다. 이를 악문 모습이 역력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것만 같다. 숨을 죽이고 그들의 몸짓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잠시 후, 똑같은 반복동작으로 세계기예공연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던 그 실력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객석에서 한꺼번에 쏟아지는 우레 같은 박수소리는 공연장 천장을 뚫고 허공으로 흩어진다.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만약에 또다시 실패했더라면, 그들도, 공연을 보는 관객도 모두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짓누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공연 도중 가끔 실수를 하는데, 어떤 이는 공연의 극치감을 살리기 위해서 일부러 연출한다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실제는 일부러 실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쨌든, 금강산의 밤은 낮에 본 금강의 아름다움을 다시 본 것만 같았고, 그 짜릿한 기억은 오래도록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공연은 끝이 났다. 환한 모습으로 서로가 인사하고 격려하며 박수를 주고받는다. 인체를 그토록 아름답게 표현하고, 기묘한 모습으로 연출하는, 그 몸짓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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