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한 산사의 모습입니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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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성제 2011.07.15 1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속에 있는 산사는 무언가 중엄한 무게 감이 있지요

    생각을 할수있는 여유와소리없는풍광 정말 좋습니다

    오늘도 아름다운 사진을 주신 님게 감사합니다

    • 죽풍 2011.08.01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에 폰카로 그냥 찍은 것을 올렸습니다. 언제나 우리는 절 마당과 대웅전만 바라보는 절을 떠 올립니다. 사물을 보는 각도에 따라 마음도 달라집니다. 절에 다니면서 많은 것을 깨우치려 하지만 현실은 다른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안다니는 것 보다 다니면서 하나 하나 깨쳐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기와지붕만 보이는 산사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2. Favicon of https://porky.tistory.com BlogIcon 뽀키 2011.09.02 2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갑습니다. 댓글보고 찾아왔어요...
    산사의 고즈녁한 풍광에 마음을 내려놓고 쉬었다갑니다.
    앞으로 좋은 이웃이되기를 바랍니다.
    편안한 휴일보내시기 바랄게요.^^


울산 울기등대와 대왕암에서 여유를 느끼다

  
▲ 파도 파도가 작은 바위를 몰아치고 있다.
파도

녹음으로 물든 숲은 맑은 공기를 내뿜으며 사람들에게 건강과 편안한 쉼터를 주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5월 하면 숲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성하의 계절로 접어드는 5월의 마지막 날(30일). 바다는 쪽빛을 뿜으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남해바다와 동해바다가 무슨 차이가 있으랴만, 느낌마저 같을 리는 없을 터. 거가대교를 건너 부산 기장까지 한걸음에 내달렸다. 31번 국도에 접어드는 시점부터 동해바다는 나그네를 반겨주었다. 

역시나 차를 몰고 드라이브하는 느낌은 차창 밖 풍경이 아름다워야 제 맛이 나는 법. 그것도 시원한 강줄기나 푸른 바다가 보인다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동해바다는 그래서 좋다. 오래전, 7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 통일전망대까지 가는 내내 바다를 거의 볼 수 있었기에. 

  
▲ 대왕암 대왕암
대왕암

울산의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울기등대와 대왕암은 멀리 동해바다로 이어진다. 대왕암공원은 휴일을 맞아 많은 여행객들로 혼잡하다. 무성한 잎을 가진 큰 나무는 축 늘어진 모습으로 그늘을 만들고, 푹신한 산책로는 걷기에 편해 좋다. 

입구 안내판에는 4개의 산책코스가 있는데 거리와 소요시간(30~55분)을 알려주고 있다. 45분이 걸리는 A코스를 따라 가 보기로 했다. 이 코스는 울기등대를 지나 대왕암전망대, 탕건암, 할미바위, 용굴을 경유하는 코스다. 

  
▲ 울기등대 앞쪽이 구 등대이고, 뒤쪽이 신 등대이다.
울기등대

울기등대는 방어진항을 유도하는 항로표지로, 일본이 1905년 2월 목재로 등간을 설치하면서, '울산의 끝'이라는 뜻으로 울기등간(蔚崎燈干)이라 하였다. 이후 1906년 3월 현재의 장소에 콘크리트 구조물로 설치, 1987년까지 80여 년간 사용되었다고 한다. 

신 등탑은 주변 소나무 성장으로 해상에서 식별이 어려워 1987년 12월 12일 설치하였으며, 높이는 24.79m로 등명기는 프리즘 렌즈를 사용, 국내 최초로 대형급으로 설치하였다고 한다. 구 등탑은 등대라기보다는 아담한 모양의 집을 연상시켜 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구한말 시대의 건축양식을 잘 간직한 건축물로, 신 등대와 비교를 통해 당시 건축술과 기법 등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한다. 

  
▲ 대왕암바위 대왕암바위
대왕암바위

탁 트인 광장에 이르니 세찬 바람이 분다. 먼 바다에서 밀려온 파도는 한숨을 삼키며 바위를 몰아치고 흰 거품을 내뱉는다. 흐린 날씨 탓인지 바다는 쪽빛으로 보이지 않는다. 큰 바위가 깨져 작은 바위를 이루는지, 작은 바위 군상이 모여 큰 바위처럼 보이는지 알 수가 없다. 

바위 모양도 제각각 천상의 얼굴로 이름을 지어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만 같다. 바위색깔은 녹슨 것처럼 보이고, 황금빛으로도 보인다. 대왕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황금빛을 하고 있는 것일까. 

  
▲ 남측해안 대왕암에서 바라 본 남측해안
남측해안

삼국통일을 이룩한 신라 30대 문무왕은 지의법사에게 "나는 죽은 후에 호국대룡이 되어 불법을 숭상하고 나라를 수호하려고 한다"라고 하였다. 대왕이 재위 21년 만에 승하하자 유언에 따라 동해구의 대왕석에 장사를 지내니 마침내 용으로 승화하여 동해를 지키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가 경주 양북면에 있는 해중릉인 문무대왕릉인 것. 

이후 왕비도 세상을 떠나게 되고 한 마리의 큰 호국룡이 되어 하늘을 날아 울산바다 대암 밑으로 잠겨 용신이 되었다고 전한다. 사람들은 이곳을 대왕바위(대왕암)라 불렀으며, 용이 잠겼다는 바위 밑에는 해초가 자라지 않는다고 전해오고 있다. 

  
▲ 대왕암 대왕암에서 바라 본 울기등대.
대왕암

전망대에 올라서니 저 멀리 상선 한 척만 외로이 떠 있고 망망대해가 끝이 안 보인다. 바닷물 속에 잠겨 있는 작은 바위 위로 세찬 물살이 앞뒤로 출렁인다. 물질하는 해녀가 수면으로 올라 숨을 몰아쉬듯, 작은 바위는 파도가 넘은 뒤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만 같다. 강한 바람과 거친 파도에도 강태공은 고정된 자세로 한 동안 꿈쩍도 하지 않고 바다만 응시하고 있다. 몇 마리의 고기를 낚아 올렸을까 궁금해진다. 

돌아 나오는 길은 나무계단으로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바람과 파도를 피하지 못한 인고의 세월을 거쳐서일까, 소나무 두 그루가 같은 방향으로 드러눕다시피 하고 있다. 키는 작지만, 나이는 고희를 넘어 보인다. 나이 들어 휘어질 대로 휘어지고, 꼬부라진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이다. 

북측해안 산책로에 부부송이라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데, 여기 두 그루의 소나무는 '노부부송'이라 이름을 붙여본다. 강한 비바람과 폭풍에도 꺾일지언정 뿌리째 뽑히지 않는, 언제까지 푸름을 잃지 않는, 저 늙은 두 그루의 소나무가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 노부부송 대왕암공원 홍보책자에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늙은 소나무 두 그루. 나그네가 노부부송이라 이름 지어 주었다.
노부부송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반복하고, 꼬불꼬불한 길을 돌고 돌아도 해안가 절벽은 아름답다. 흙이라곤 별로 없는 바위 틈새에서 소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어나 있다. 그 강한 생명력이야말로 진정 자연에서 배워야 할 태도가 아닌가 싶다. 

해안가에서 가장 높은 곳을 '고이'라 하며, 이곳 전망대에선 미포만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넙디기'는 해안 바위 중 가장 넓은 곳을 말하며, 넙덕바위가 변한 말이다. 탕건암은 넙디기 앞 바다에 있는 바윗돌로 마치 갓 속에 쓰는 탕건 같이 생겼다 하여 이름 붙인 것.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형상으로 우뚝 솟은 할미바위도 보인다. 

사람도 제각각 자기만의 이름을 가졌듯이 바위도, 나무도 이름을 가지지 못할 것은 없는 법. 앞서 본 늙은 소나무 두 그루에 '노부부송'이라 이름 지어주었는데,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는지. 

  
▲ 탕건암 탕건암은 넙디기 앞 바다에 있는 바윗돌로 마치 갓 속에 쓰는 탕건 같이 생겼다 하여 이름 붙인 것.
탕건암

  
▲ 할미바위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형상으로 우뚝 솟은 할미바위.
할미바위

그래서 대왕암 공원에는 이름 붙인 바위와 나무가 수도 없이 많다. 북측 해안에는 바깥 막구지기, 햇개비, 민섬, 수루방, 용굴, 부부송, 넙디기, 할미바위(남근암), 탕건암이 있다. 북동 해안에는 고이와 사근방(사금을 채취했다고 붙여진 이름)이 있고, 남측 해안에는 용디이목, 샛구직, 과개안(너븐개), 고동섬, 중점·노애개안, 배미돌이 있다. 

  
▲ 소나무숲 대왕암공원에는 1만 5천여 그루의 소나무가 하늘을 덮고 빽빽히 서 있다.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 참으로 행복하다.
소나무숲

해안가를 돌아 언덕길로 오르니 울창한 송림이다. 하늘을 향해 날씬하게 쭉쭉 뻗은 소나무는 20m가 족히 넘을 것만 같다. 대왕암 공원은 울산 12경중의 하나로 이곳에는 1만 5천여 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평평한 숲 속, 오솔길을 걷는 것만 해도 행복하다. 천천히 걷는 시간만큼 여유로움을 얻을 수 있어 좋다. 

45분이면 된다던 거리는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나그네에겐 가진 것은 시간뿐인데, 두 시간이면 어쩌랴. 시간에 쫓겨 박물관을 휑하니 둘러보는 것이나, 여행지 안내판만 읽어보고 오는 여행에서 얻는 것이 무얼까. 여유로움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싶다. 

  
▲ 대왕암 대왕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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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동구 일산동 | 울기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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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보기 드문 석재로 만든 대웅전과 마애석불을 찾아서
  
▲ 석불사 병풍처럼 펼쳐진 거대한 암석이 자리한 곳에 석불사가 자리하고 있다.
석불사

남해안 바다 한 가운데를 시원스레 관통하는 거제도와 부산을 연결하는 거가대교. 이 다리는 2010년 12월 14일 개통하였으며, 2개의 사장교(3.5㎞)와 침매터널(3.7㎞) 그리고 육상터널(1.0㎞)로 총 8.2㎞의 길이다. 이로써 거제도와 부산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한층 가볍게 해 놓았다. 소요시간도 종전보다는 많이 단축됐다. 때문에 꼭 가지 않아도 될 일도 '이제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하는 둥' 핑계거리도 없어졌다고나 할까. 그 동안 부산을 오갈 때 몇 차례 가 본 석불사에 28일 또 다시 들렀다. 

  
▲ 마애석불 사천왕상을 한 마애석불
마애석불

석불사는 부산이 자랑하는 금정산에서 뻗어 나온 산자락 하나가 남쪽 만덕동 끄트머리에 다다르는데, 그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절 위쪽으로 거대한 크기의 바위가 군상을 이루며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해서 병풍암이라고도 불린다. 거대한 바위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한 석불사.  

이 절은 석재와 철재로 조성한 절로, 거대한 자연 암석 사이에 세운 전각과 불상이 눈길을 끈다. 부산지역에서 마애석불 절로서도 이름 나 있다. 절 입구 턱 밑, 주차장에 차를 놓고 경사진 대나무 숲길을 오르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끼를 두른 큰 소나무는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다. 

아담한 모습을 한 일주문. 금색도장을 한 '석불사'란 편액이 정겹다. 급경사진 자리에 절을 조성하다보니 마당도 넓지 않다. 높은 받침대를 세우고 마당높이에 맞춰 만든 지혜로움이 돋보이는 종각. 휘고 구부러진 나이 많은 소나무와 동무 삼아 천년 세월을 함께 하자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듯 한 모습이다 

  
▲ 마애석불 암벽에는 16나한상이 조각돼 있다.
마애석불

  
▲ 마애석불 위로는 미륵존불이 아래로는 십일면관세음보살이 조각돼 있다.
마애석불

대웅전은 팔작지붕을 한 2층으로 석재로 건축하였는데, 나무기둥의 목조와는 달리 칸 수가 정확하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용머리를 세운 돌 기둥을 봐서 3칸으로 보이며, 화려하고 섬세한 목조형태의 포와는 달리 포를 대신한 동물모양의 조각은 하나의 예술품을 전시해 놓은 듯 하다. 역시 지붕 밑으로는 부처님을 조각해 모셔 놓고 있다. 또한, 여느 절과는 달리 나무 문양을 한 문이 아니라, 철제문을 만들어 놓았고, 난간도 철제로 돼 있는 점이 특이하다. 

대웅전 옆으로는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 하나가 나 있는데, 이 통로는 절 밖과 연결돼 있다. 예전에는 사람이 다녔다고 하는데, 지금은 문이 닫혀 있어 다닐 수 없게 돼 있다.  

  
▲ 석불사 석불사에 오르면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석불사

  
▲ 범종각 높은 받침대를 세우고 마당높이에 맞춰 만든 지혜로움이 돋보이는 종각. 휘고 구부러진 나이 많은 소나무와 동무 삼아 천년 세월을 함께 하자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듯 한 모습이다.
범종각

두 손 모아 삼배하고 대웅전 뒤로 들어서니 거대한 바위가 눈앞에 떡하니 버텨 서 있다. 사방이 움푹 팬 듯한 공간에 좌우로는 높이가 족히 30~40m의 바위로 둘러쳐져 있는 터. 넓게 보아도 100㎡가 돼 보이지 않는 좁은 면적의 그곳은 서방정토요, 극락세계였다. 온 기운이 빠져나감을 느낀다. 꿈을 꾸며 천상의 세계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저 높은 암벽에 어떻게 불상을 새겼을까. 그 웅장함에 기가 눌린다. 불상의 표정도 온화하며 다양하다. 불상의 수도 하나 둘이 아니다. 석가모니불, 비로자나불, 약사여래불, 미륵불, 십일면관세음보살불, 16나한상 그리고 사천왕상 등을 포함하여 총 29개의 불상이 새겨져 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최대규모의 마애석불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큰 바위에 자연적으로 생긴 틈새에 부처님을 모셔 놓았다. 두 분의 부처님에 두 개의 촛불이 세상을 밝혀 주고 있다. 이승의 인연을 끊음일까, 속세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라는 뜻일까. 제 몸을 태워 세상을 밝게 비추는 촛불이 가진 깊은 의미를 다시금 새겨 주고 있다 

  
▲ 부처님 곧 무너질 듯 한, 큰 바위와 작은 바위 사이에 부처님이 계신다. 부처님은 위태로운 이런 공간에 믿음 하나만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처님

몇 십 개의 돌계단을 오르니 돌로 만든 독성산령각이 나온다. 작은 공간이지만 역시 부처님의 세상이다. 옆으로 작은 틈이 하나 있다. 겨우 몸을 비켜 세워야만 지날 수 있는, 아주 작은 폭의 틈새. 힘겹게 지나니 또 다른 불국토의 세상이 나온다. 곧 무너질 듯 한, 큰 바위와 작은 바위 사이에 부처님이 계신다.  

부처님은 위태로운 이런 공간에 믿음 하나만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만약, 큰 바위를 지탱하는 작은 바위가 없다면 하는 생각에 이르면 아찔하다. 믿음이 없다면, 얼마나 긴 이 세월을 참고 견뎌 왔을까? 한 쪽이 힘들다고, 다른 한 쪽이 믿음 없이 쉽게 포기한다면 결국, 둘은 공멸하고 말지 않겠는가?  

  
▲ 석굴법당 암벽에 있는 작은 석굴은 그 자체로도 장엄함이 넘치는 법당이기도 하다. 암굴에서 나는 송불 소리는 바깥세상을 향해 넓고도 멀리 퍼져 나갈 것이다.
석굴법당

  
▲ 풍경 석재로 만든 대웅전 처마에 걸린 풍경. 부처님 모습도 보인다.
풍경

갑자기 군 시절 목봉체조 훈련시간, 교관의 훈계가 떠오른다. 

"한 사람이 힘들다고 꾀를 피우면, 다른 사람이 꾀를 피우고, 그러면 모두가 힘들어진다. 훈련은 마쳐야 하는데, 나 하나 괜찮다는 식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훈련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그러니 서로를 믿고 하나가 됨이 중요하다. 

훈련 받을 때는 힘들고 귀찮아서,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참으로 옳은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절을 찾을 때면 이렇게 나 자신을 돌아본다. 꼭 절터가 아니더라도 자연의 이치에서 배울 것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모든 것은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명언도 자연에서 터득한 진리 아니던가? 

  
▲ 불심 서울에서 왔다는 불자가 아들의 건강과 소원을 기도하고 있다.
불심

나오는 길, 대웅전 앞에서 정성스레 합장 기도하는 불자를 만났다. 서울에서 왔다는 불자는 아들이 프로축구 선수인데,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기도하러 들렀다고 한다. 나도 합장 기도로 마주하며 소원성취토록 빌어 주었다 

석불사는 1930년 창건한 절로 그리 오래된 절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불자와 여행객들로부터 관심을 끄는 것은 국내 최대규모라 할 수 있는 마애석불이 있기 때문. 또한 석재와 쇠로 만든 전각은 국내에서 보기가 드물다. 암벽에 있는 작은 석굴은 그 자체로도 장엄함이 넘치는 법당이기도 하다. 암굴에서 나는 송불 소리는 바깥세상을 향해 넓고도 멀리 퍼져 나갈 것이다. 

주차장엔 아주 진한 녹색 잎을 가진 감나무가 한 그루가 서 있다. 감꽃은 이미 떨어지고 열매는 영글어져 가고 있다. 붉은 단풍이 드는 계절, 다시 들르고 싶은 마음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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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몽돌해변, 파도와 바위의 싸움에서 진리를 깨닫다
  
▲ 파도 거센파도는 바위를 세차게 몰아치며 때리고 있다. 바위는 인내하며 말이 없다.
파도

살아가면서 가끔은 '자연'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던져 봅니다. 불교에서는 '화두'라고 말 할 수 있는데요, 이 세상에 진리를 전파한 큰스님도 자연의 이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이 정도의 지식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자연 속에서 진리를 안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식을 많이 가졌다고 해서 모든 진리를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 파도 성난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파도

  
▲ 파도 성난파도가 뭍에 올랐다.
파도

5월의 마지막 주말인 28일. 지인에게 축하할 일이 있어 울산에 갔다가, 1027번 지방도를 따라 시내에서 약 15㎞ 떨어진 주전몽돌해변에 들렀습니다. 여행을 즐겨하다 보니 어떤 곳에 갔다가, 볼일만 보고 오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적 업무든, 사적 일이든 가리지 않고 어떤 지역에 가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이름난 곳을 둘러봅니다. 물론 떠나기 전, 반드시 여행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사항이지요. 

주말 날씨는 그리 밝지 않습니다. 꼭 화난 사람 표정 같기만 합니다. 날씨뿐만 아니라, 바다도 잔뜩 성이 났나 봅니다. 바닷물은 흰 거품을 쏟아내며 뭍으로 몸을 던져 버립니다. 하지만 힘에 부치는 듯 몸뚱이는 이내 산산조각 나 버리고 맙니다. 그래도 화가 덜 풀렸는지 파도는 꼭 누구한테 따져야겠다는 듯, 계속해서 뭍으로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써 봅니다. 앞보다는 10m 더 올라갔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 선에서 왔다 갔다 하며 그치고야 맙니다. 

  
▲ 몽돌 억겁의 세월동안 파도가 씻긴 윤기나는 몽돌. 이렇게 작은 몽돌은 또 다른 억겁의 세월을 거치면 모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몽돌

동해안은 큰 바다와 이어져 있습니다. 먼 바다에서 힘을 받은 파도는 큰 바위를 무참히도 때립니다. 어떤 때는 있는 힘을 다해 세차게 몰아치고, 어떤 때는 자존심만 상하게 툭툭 건드리며 약을 올리는 수준에 이릅니다. 바위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그 어떤 표정도 짓지 않습니다. 바위는 이렇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 성난파도 성난파도는 바위를 세차게 몰아붙여 때리지만, 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버티며 인내하고 있다.
주전몽돌해변

"그래, 때리려면 때려줘. 얼마든지 맞아줄게. 계속 때려봐. 네 몸만 아플 걸." 

바위는 파도가 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몸뚱이만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때리는 파도가 더 아프다는 것을, 바위는 너무나도 잘 안다는 표정입니다. 한동안 파도와 바위의 싸움을 지켜봤습니다. 자리를 뜰 때까지 둘의 싸움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에는 아마도 싸움은 멈추었겠지요. 누가 이겼는지, 졌는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서로 화해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둘은, 둘의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부드럽고 윤기 나는 돌멩이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수억만 년 전부터 파도는 이곳 바위를 깨트리고 작은 몽돌을 만들었습니다. 몽돌끼리 부딪히는 소리는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그 소리는 인간이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합니다. 억겁의 세월은 주전몽돌해변에 새알 같은 작은 몽돌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누가 압니까? 또 다른 억겁의 시간이 흘러 저 작은 돌멩이가 모래가 될지 말입니다. 

  
▲ 몽돌 윤기나는 몽돌
몽돌

  
▲ 몽돌 파도가 거품을 내며 작은 몽돌을 닦고 있다.
몽돌

약 1.5㎞ 길이에 쭉 뻗어있는 주전몽돌해변을 걷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사진 찍기에도 힘든 세찬 바람과 파도에 흩어지는 물줄기로 몽돌 밭을 걸어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지압효과가 있다는 몽돌 밭을 걸어보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만 했습니다.  

  
▲ 파도 성난파도
파도

주전몽돌해변 이외에도 유명한 몽돌해변이 있습니다. 2000년 환경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선정된 거제도 학동흑진주몽돌해변. 이곳은 약 2㎞에 펼쳐진 몽돌 밭으로 파도에 밀려왔다 쓸려내려 갈 때 내는 소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또 한 곳은 북한지역이 눈앞으로 보이는 백령도 콩돌해안입니다. 이곳은 약 1㎞에 걸친 몽돌 밭으로 형형색색을 한 콩알크기만 한 몽돌이 폭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억겁의 시간을 실제로 체험하고 느끼고 싶다면, 몽돌 밭을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파도 성난 파도는 흰 거품을 일으키며, 누구한테 따지려 하는 듯 뭍으로 올라가려 하고 있다.
파도

  
▲ 파도 성난파도
파도

현명한 사람은 자연을 통해 성찰해 나갑니다. 과오에 대해서는 자연의 모습에서 진리를 발견하고 반성하며 살아갑니다.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한 스승은 자연의 참 된 모습에서 찾는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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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동구 남목3동 | 주전몽돌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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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가본 거창 북상면에서 함양 용추사 숲 속 길
  
▲ 녹색 숲길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에서 함양군 안의면 상원리까지 총 11㎞의 숲속 길. 전 구간이 시멘트 포장길로 비록 자동차로 이동했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김밥 싸서 녹색 향기 맡으며 걸어보고 싶은 정말로 멋진 길이다.
녹색 숲길

산야는 녹색으로 덧칠을 더해 가고 바람에 너울거리는 잎사귀는 녹색 물결을 이루고 있다. 깊은 산과 계곡의 푸름은 강한 햇살을 받아 더욱 푸르다. 바다는 매일같이 보는 터라 산이 그립다. 그래서 갯가 사람은 산으로, 뭍에 사람은 바다가 그리운 모양이다. 경남지역에서 산과 골이 깊은 곳을 치자면 역시 중부경남. 국립공원 지리산이 있는 산청·함양이나, 역시 국립공원 가야산이 있는 합천은 산세가 수려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 두 곳은 몇 차례 답사한 탓에, 이번에는 국립공원을 벗어나 보기로 했다. 

  
▲ 이팝나무 길 길게 쭉 뻗은 시원스런 이팝나무 가로수 꽃 길.
이팝나무
경남 거창과 함양을 사이에 두고 아우르는 기백산. 산세가 좋아 등산객이 많이 찾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계곡은 심신을 달래주는 휴양지로 각광 받고 있다. 지난 21일 35번 고속국도 서상 나들목을 나와 26번과 3번 국도를 따라 거창군 마리면 삼거리까지 갔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37번 국도를 타게 된다. 이어 장풍삼거리에 이르고, 또다시 좌회전하여 37번 국가지원지방도를 따라 약 7㎞에 이르면 북상면사무소가 나타난다. 보며 즐기는 시간은 여기서부터. 물론, 여기까지 차를 운전하는 내내 펼쳐진 시원스러움은 아주 좋았던 편. 수승대관광지를 지나는 길목 좌측으로는 우거진 소나무 숲이 아름답다. 냇가의 바위와 맑은 물은 초여름의 시원함을 마음껏 느낄 수 있게 해준다. 
  
▲ 이팝나무 꽃 하얀 꽃이 수수모양으로 피어 나무를 뒤덮고, 쌀밥을 담아 놓은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팝나무. 서양에서는 눈꽃나무라 불린다.
이팝나무

한적한 시골길, 오가는 차량은 한참을 지나야만 겨우 볼 수 있다. 들판에선 허리 숙여 일하는 농부의 손놀림이 바쁘다. 녹색 잎이 무성한 도로변 가로수는 눈이 부시도록 흰 꽃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아주 오래된 고목은 아니지만 그래도 길 양옆을 거의 이을 정도로 큰 가로수다. 알고 보니 이팝나무란다. 이팝나무는 하얀 꽃이 수수모양으로 피어 나무를 뒤덮고, 쌀밥을 담아 놓은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서양에서는 눈꽃나무라 불린다. 5월 중순 경부터 피면 약 20여 일 동안 녹색 푸른 잎사귀와 동거한 후, 가을이면 보랏빛 콩 모양의 타원형 열매를 겨울까지 달고 있다. 어린잎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무침으로 해 먹기도 하고, 말린 잎은 차를 끓여 먹어도 좋다. 시원스레 길게 뻗은 도로는 나무위에 눈 내린 모습으로 여행객을 즐겁게 맞이하고 있다. 

  
▲ 폭포와 소 용추계곡에는 이런 작은 연못이 몇 군데나 있다.
용추계곡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좌측으로 아름다운 계곡이 눈에 들어온다. 여름철이면 더위를 피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올 명소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주은자연휴양림이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것만 같다. 북상면사무소에서 8.7㎞에 이르면 월성리가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시멘트 포장길이다. 차 한대 지나갈 정도의 노폭이라 마주 오는 차가 있다면 교행을 잘 해야만 할 것 같다. 작은 계곡은 이어지고 군데군데 새로운 펜션을 짓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주변의 울창한 숲을 낀 들녘은 전원주택지로 안성맞춤이다. 이런 곳에 오두막이라도 지어 남새밭에 곤달비 심고, 상추 뜯으며 살고 싶은 생각 간절하다. 좋아하는 야생화는 작은 농원에 심어 방문객에게 공짜로 주고, 충성심 강한 개 한 마리는 동반자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꿈이 아닌, 실제 상황으로 만들고 싶다. 요즘, 귀농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 더욱 그런 마음 간절하다는 생각이다. 

  
▲ 쉼터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에서 5.1㎞에 다달으면 정자가 있는 쉼터와 주차장이 나온다. 좌측으로 금원산(2.2㎞)이고, 우측으로 월봉산(3.0㎞)에 이른다.
금원산

숲 속 길을 걸어가는 재미가 좋으련만, 어차피 차를 타고 온 탓에 버릴 수도 없다. 산 속 길은 포장이 잘 돼 있어 운전하는 데는 별 애로사항이 없는 상태. 한참을 오르니 산 중턱에 정자 하나가 있다. 월성리에서 5.1㎞ 거리다. 운치 나는 정자에서 몇 사람이 둘러앉아 점심 먹는 모습을 보니 배가 고파 온다. 주차장엔 차량도 서너 대 서 있는 것을 보니 등산객도 있는 모양. 안내판을 보니 한쪽은 금원산(2.2㎞)이고 다른 쪽은 월봉산(3.0㎞)을 가리킨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금원산을 다녀왔음 하지만, 눈으로만 등산로를 따라 걸어 본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 애기폭포 깊은 계곡 작은 바위 틈을 흐르는 물은 맑고 청량하기 그지없다.
애기폭포

내리막길로 접어들자 울창한 녹색 숲이 나오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차를 세웠다. 그런데 자연은 나를 극진히 환영한다. 녹색 나뭇잎은 바람을 타고 서로 경연하듯 춤추고, 새들은 저마다의 개성 있는 목소리로 노래하며 반긴다. 작은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도 질세라 졸졸졸 노래한다. 야생화는 그 작은 입에 함박웃음을 피워내고 나그네를 꾀고 있다. 갑자기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마트 웃겨 봤어?" 라며, 자신의 위상을 뽐내는 듯 하는 멘트는 말장난에 불과하지만, 입가에 미소를 만들 듯이. 

5월의 숲 속은 전체가 녹색이다. 다만 다른 색깔을 볼 수 있다면, 그건 꽃잎 색깔일 뿐. 야생화 미나리냉이도 녹색 잎에 하얀 꽃망울을 여럿 달고 있다. 하도 예뻐서 한참 동안이나 내려다보았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데 지나가는 차 한대가 멈춘다. 중년 남녀 몇 명이 내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어온다. 

"아저씨, 뭘 찍고 있어요? (다가서며) 어머, 예쁘라. 이 꽃 이름이 뭐예요?"
"예, 미나리냉이라고 하는데요. 잎이 미나리와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예쁘죠?
"정말 곱고 아름답네요. 아저씨 야생화 전문가이신가 봐." 

  
▲ 미나리냉이 잎이 미나리와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미나리냉이.
미나리냉이

월성리에서 능선부에 이르기까지는 거창이지만, 넘어서부터는 함양이다. 거창 쪽 계곡도 아름답지만 함양 쪽 계곡도 빼어나다. 이 계곡은 용추계곡으로 이어지고 중간에는 용추폭포도 있다. 계단을 이루고 인공적으로 만든 작은 소(沼)가 몇 개 만들어져 있다. 물이 가득 차 넘쳐흐르는 모습이 시원스럽다. 아직까지 물이 찰 것 같지만 몇 사람이 발을 담그고 물놀이를 하고 있다. 

  
▲ 족두리풀 족두리풀
족두리풀

길은 계속 이어지고 녹색 숲도 끝이 없다. 숲 속, 키가 크고 잎이 무성한 나무에 흰 꽃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달고 있는 나무가 보인다. 층층나무다. 이 나무는 10~20m까지 자라고, 잎은 타원형이며, 하얀색의 꽃잎은 다발을 이루고 있다. 꽃을 피우는 화초나 나무 중에는 일반적이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 중 하나인 꽃무릇은 잎이 지고 꽃을 피우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이라고 한다. 나무에서 피는 꽃 역시 몇몇은 뚜렷한 특징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층층나무 꽃이다.   

  
▲ 층층나무 꽃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는 목련이나 벚꽃과는 달리 잎이 먼저 나고 꽃을 피우는 층층나무 꽃.
층층나무 꽃

벚꽃나무나 목련은 꽃을 먼저 피우고 잎이 나는 반면, 층층나무는 잎이 난 후 꽃을 피운다. 층층나무는 늦봄에 꽃을 피우는데, 이 꽃이 핀다는 것은 여름이 시작되고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했다는 것. 잎은 쌀가루 반죽을 해 기름에 튀겨 먹을 수도 있는데, 절에서는 초파일날 이 음식을 부처님 앞에 올렸다고도 전한다. 특히, 팔만대장경은 자작나무나 산벚나무 등으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드물게는 고로쇠나무를 비롯하여 이 층층나무를 경판용으로 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문 실정이다. 그래서 이 나무는 불교와도 깊은 사연이 있다고 알려진 나무다. 

  
▲ 단풍나무 길 함양군 안의면 용추사로 가는 길 옆으로는 붉은 단풍나무가 여행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뒤로는 기백산이 보인다.
단풍나무

걸어서 가야만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녹색 숲길, 비록 차량으로 지나왔지만 그래도 진한 녹색 향기를 맡을 수 있어 좋았다. 거창 월성리에서 시작한 길은 능선 주차장까지 5.1㎞, 다시 이곳에서 용추사 입구 주차장까지 5.9㎞, 총 11㎞의 거리다. 용추사를 뒤로하고 용추계곡을 빠져나와 안의까지 달리는 도로변은 붉은 잎 단풍나무가 초여름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옛 이름이 지우산(智雨山)인 기백산(해발 1,331m, 箕白山)은 웅장한 모습으로 계절에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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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창군 북상면 | 북상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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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대신 안개꽃 보며 오른 황매산 등산길
  
▲ 정자 황매산 철쭉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황매산 철쭉

봄은 사람을 유혹하여 집 밖으로 불러내는 마법을 가졌나보다.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산과 바다에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로 넘친다. 특히, 축제가 열리는 곳이나 이름이 잘 알려진 곳은 북새통을 이루기 일쑤.  

봄이라지만 초여름이다. 산은 녹색물결을 이루고 꽃은 색깔을 더욱 진하게 물들이고 있다. 5월을 상징하는 철쭉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한창이다. 경남지방에서 철쭉이 군락을 이루는 곳은 황매산. 해발 1,108m의 이 산은 산청과 합천의 경계를 이루는 곳에 있고, 산의 세 봉우리가 매화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황매산영화주제공원 정상에서 내려다 본 산청 쪽 황매산영화주제공원.
황매산영화주제공원

한 달에 한번 휴가를 권장하는 직장 분위기로 특별휴가를 낸 20일. 선 분홍 철쭉을 구경하러 황매산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과 휴일을 피해 일부러 평일에 휴가를 낸 것. 황매산을 가기 위해서는 산청군 차황면과 합천군 가회면 방향의 두 곳 중 한 곳을 택해야만 한다.  

차황면은 황매산영화주제공원이 있는 곳으로 영화 '단적비연수'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35번 고속국도 산청 나들목을 나와 약 18㎞ 거리에 이르면 황매산 들머리에 들 수 있지만, 이보다 약 12㎞를 더 둘러 합천 가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산청 쪽은 몇 해 전 와 봤던 터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었기에. 역시 선택은 잘했다는 생각이다. 똑 같은 산과 들이지만 처음 맞이하는 새로움이란 즐거움이 있었기에.  

  
▲ 깃발 황매산 중턱에 펄럭이는 깃발. 에베레스트 산 입구에 나부끼는 깃발이 연상된다.
깃발

물이 많이 빠진 합천댐은 황톳빛 속살을 드러내고 있지만, 여름이 오면 이내 수줍은 속살도 감추게 될 것이리라. 중간 중간 드러난 작은 섬, 저 언덕은 이곳에 뿌리내려 살았던 옛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 옴을 느낀다. 나 역시도 태어난 집과 삶의 생명인 논과 밭을 조국근대화(?)를 위한 명분으로 다 내어주고 쫓겨나다시피 한 이주민이기에. 이런 모습에서 동병상린의 아픔을 느꼈다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고 호들갑 피운다고 할까?

가슴에 평생을 안고 살아가는 아픔이 있다면,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아픔을 쉽게 말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여행이란 머릿속에 지워진 낡은 흑백필름을 천연색으로 재생시켜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합천댐이 세계 최대의 조선소가 들어선 내 고향 거제를 기억해 내게 한다. 

  
▲ 억새 황매산 평원에는 억새가 만발이다.
억새

  
▲ 황매산 정상이라고 보여지는 저 봉우리를 넘어서면 또 다른 봉우리가 있는데, 거기가 해발 1,108m 황매산 정상이다.
황매산

합천댐 주변 회양삼거리에서 1089번 지방도를 따라 조금 지나니 황매산 만남의 광장이 나오고, 곧 이어 황매산 들머리인 입구다. 잘 닦여진 꼬불꼬불한 길은 경사를 오르게 한다. 등산복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팡이를 짚고 숨을 몰아쉬며 발걸음을 힘겹게 옮겨 놓는다. 정상부에 다다르자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고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키 큰 나무라곤 볼 수도 없다. 억새와 철쭉만이 평원을 지키고 있는 파수꾼이다. 

평일인데도 넓은 주차장은 차량들로 넘쳐난다. 빈 배를 국밥 한 그릇으로 채웠다. 자욱한 안개는 선 분홍빛 철쭉을 보여주지 않는다. 산인지 평야인지 구분이 안가는 넓은 땅은 차가 교차할 수 있는 넓은 노란색 포장길을 만들어 놓았다. 왜, 꼭 이런 길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차라리 걷기 좋은 푹신한 흙길이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얼마를 걸었을까, 산 중턱에 올라섰다. 능선 좌우로 넓게 확 트인 고원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다. 군데군데 군락 지은 철쭉은 붉디붉은 선 분홍빛을 볼 수가 없다. 너무 늦게 온 탓일까, 벌써 꽃잎은 떨어지고 꽃 수술대 몇 개만 붙어 있는 철쭉 모습이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걸었다. 

  
▲ 황매산으로 오르는 길 황매산으로 오르는 길은 나무 데크로 잘 만들어져 있어 걷는 즐거움이 있어 좋다.
황매산

나무로 만든 데크는 걷기에 편해 좋았다. 경사진 계단을 오를 때는 계단 수를 세는 습관이 있어 세어보기로 했다. 하나, 둘, 셋... 백 개가 넘어가면 손가락 하나를 접었다. 내려오는 사람과 부딪힐라치면, 순간 숫자가 생각나지 않는다. 한참을 올라 산 아래를 내려 보니 가슴이 확 트인다. 사진에 보는 붉은 철쭉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쉬웠지만, 산을 오르는 즐거움으로 대신할 수밖에. 

목에는 제법 무게가 나가는 카메라를 멨다. 걸을 때 마다 좌우로 출렁거려 중심 잡기가 어렵다. 걷기 편하도록 가지고 간 지팡이는 오히려 짐이다. 눈이 부시어 쓴 선그라스는 흐르는 땀에 미끄러져 콧등을 벗어난다. 많은 등산객이 교차하는 곳에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양손을 이용해야만 하는 바위를 오를 때는 더욱 말할 것도 없다. 대략 난감이다. 안전사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다음부턴 작은 가방이라도 준비해서 등에 메야 할 것 같다. 

  
▲ 황매산 철쭉 황매산 드넓은 고원에 철쭉꽃이 붉은빛 물결을 이루고 있다.
황매산 철쭉

산중턱에 올라섰다. 아래에서 볼 때 이곳이 정상인줄 알았는데, 그 너머로 더 높은 봉우리가 또 하나 있다. 거기가 정상인 모양이다. 눈으로 볼 때, 그래도 제법 더 가야할 판. 맥이 풀린다. 한 숨을 몰아쉬고 또 힘을 내야만 했다. 체력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낀다. 쉽게 하는 말이지만, 지나가는 등산객이 쏟아 내는 말도 비슷하다. 일 년 전과 오늘이 다르다고. 녹색 잎 사이로 철쭉은 활짝 펴 있다. 산 아래보다는 그래도 색깔은 더욱 선명한 붉은빛이다. 아기 얼굴에 흑점이 군데군데 있는 모습을 한 꽃잎은 예쁘기만 하다. 사마귀 머리를 닮은 암수 수술대는 머리를 치켜들고 세상 밖 구경이나 하는 모습으로 내밀고 있다. 

  
▲ 황매산 안개 황매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왼편은 합천 쪽이고, 오른편은 산청 쪽. 산청에서 부는 바람으로 합천에서 인 안개가 산 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황매산 안개

힘겹게 정상에 올랐다. 바람이라도 시원하게 불었으면 하는데, 몸을 식혀 줄 바람은 외출이라도 나갔나 보다. 산 아래를 보니 합천 쪽에서 인 안개가 산청 쪽 산등성이에 머물러 있다. 산청 쪽 바람이 합천 쪽 안개를 밀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며칠만이라도 좀 더 일찍 왔으면, 철쭉꽃 물결의 장관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땀은 온 몸을 적시고 갈증은 진한 목마름을 느끼게 한다. 물건을 파는 듯한 사람이 있어 물어보니, 물은 없고 아이스바만 있단다. 하나 사서 먹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몇 사람이 나무그늘에 쉬면서 물을 마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다가가 체면불구하고 구원을 요청하니 흔쾌히 물병을 내 준다. 미안하고 쑥스럽기까지 하다. 멋쩍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한마디 했다.  

"제가 절에 다니는데, 다음에 절에 가면 이 고마움을 여러분에게 복이 돌아가도록 기도 해 드리겠습니다." 

  
▲ 여행객 힘들게 올랐던 황매산 정상에서 물 한 모금을 얻어 마신 고마움에 기념사진을 찍어 주었다. 한국도로공사 단성영업소 마실기획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밝은 모습이다.
황매산

황매산 표지석에 있는 정상 바위에서 한동안 쉬며 사방팔방으로 사진을 찍었다. 정상에서 제법 시간을 보내며 사홍서원(모든 보살의 네 가지 큰 서원.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모든 번뇌를 끊고, 모든 가르침을 배우고, 불도를 이루는 것)을 기도했다. 바위 아래로 내려가자 물을 얻어 마셨던 단체 여행객이 아직 쉬고 있다. 또 다시 다가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한국도로공사 단성영업소 마실기획 직원들이란다. 이어 기념사진도 한 장 찍어주겠다고 하니 모두 일어서 자리를 이동하고 포즈를 잡는다. 찰깍하고 작별인사를 하며 하산길이다. 

  
▲ 철쭉꽃 아기 얼굴에 흑점이 군데군데 있는 모습을 한 꽃잎은 예쁘기만 하다. 사마귀 머리를 닮은 암수 수술대는 머리를 치켜들고 세상 밖 구경이나 하는 모습으로 내밀고 있다.
황매산 철쭉

올라왔던 길을 똑 같이 내려가는 터라, 나무계단에서 또 다시 숫자를 세어보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 올 때 보다 힘이 덜 들어서인지 비교적 숫자 기억도 쉽다. 모두 583개. 그런데 올라 올 땐 564개라고 핸드폰에 저장돼 있다. 이렇게도 많이 차이가 날까 하는 의문이다. 하기야 어떤 여행객은, 4백 9십 몇 개라는 말을 하는 것도 들었다. 숫자가 뭐 그리 중요할까, 모두 내 마음의 문제란 생각이다. 

산중턱에 자리한 기와지붕의 정자는 고즈넉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안개가 지붕을 살짝 넘나들며 춤추는 모습은 정말 고요하고 아늑한 자태다. 철쭉 꽃 숲길을 지나니 평평한 산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묵상하며 걸었다. 사진에서 보는 화려한 철쭉 군락을 보지는 못했지만, 나름 의미 있는 하루의 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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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산청군 차황면 | 황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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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와 한방약초에 푹 빠지다

푸름이 넘쳐나는 5월, 식물은 푸름을 더해가며 세상을 더욱 살찌게 만들고, 살아있는 생명체는 새 생명을 잉태하는 건강한 계절이다. 어린이날인 5일. 자식도 훌쩍 커 성인이 돼 버린 탓에 아이 손잡고 공원을 거닐며 놀이기구를 타 볼 일도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한방약초축제'가 열리는 산청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내내 많은 차로 혼잡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예상은 꼭 맞아 떨어졌다. 산청 나들목을 빠져 나오니 긴 꼬리를 문 차량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축제장소인 운동장으로 가는 또 다른 길을 아는 터라 차를 돌렸지만, 운동장 입구부터는 더 나아갈 수 없다. 지루한 시간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차 안에서 바깥 풍경에 취했다. 경호강 옆 작은 언덕 숲 속에선 하늘을 향해 쉼 없이 하얀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시원하다. 오가는 사람 구경, 밀리는 차 구경을 뒤로하며 차를 돌렸다. 복잡한 곳과 기다리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는 탓이리. 

  
▲ 철쭉 붉고 하얀 철쭉 꽃 뒤로 멀리 좌측으로 철쭉 군락지인 황매산이 보인다.
철쭉

함양 상림 숲에나 가볼 요량으로 60번 국가지원지방도를 따라 가다보니 '동의보감촌'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업무든 놀이든 산청을 많이 다녔건만 이런 데가 있었나 싶었고, 그러면 차라리 이곳에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장에서 약 6㎞를 달려 도착한 곳은 산청한의학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곳은 산청한방테마촌으로 '2013년 산청 세계전통의약엑스포' 개최 장소이기도 하다. 한의약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맞아 개최하는 이 엑스포는 2013년 9월 10일부터 40일간 열린다고 한다. 

진분홍 철쭉이 붉은 미소로 나그네를 맞이한다. 많은 여행객이 붐비지만 주차장도 넓고, 터가 워낙 넓어 그리 복잡하지 않다. 지리산은 깊은 계곡과 골짜기로 뭇 생명이 살아 숨쉬는 자연의 보물창고다.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한 환경에서 자연의 경외감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곳이요, 죽어가는 생명을 치료하는 곳이다. 그러니 지리산에 나고 지는 풀 한 포기, 나뭇잎사귀 하나, 열매 한 개, 뿌리 한 줄기 그리고 나무껍질은 약재가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다. 

  
▲ 공원 산청한의학박물관 바깥으로는 공원이 아름답게 조성돼 있다.
산청한의학박물관

산청한의학박물관은 전통의학실과 약초전시실로 나뉘어져 있다. 전통의학실은 한의학의 역사와 발전 과정, 전통요법소개, 한의학의 우수성과 직접 체험해보는 한의학으로 구분돼 있다. 약초전시실은 역사와 분류, 약초 알아보기, 약초의 고장 소개 등으로 꾸며져 있다. 

1층으로 들어서자 좌측 한 공간에 2011 찾아가는 도립미술관 '치유하는 풍경 전'이 열리고 있다.  

"자연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를 의미한다. 스스로 존재한다는 것은 반면 치유의 의미도 내재되어 있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산청은 아름다운 산, 계곡, 그 속에 치유의 능력을 품고 있는 약초, 그리고 명의 유의태, 이처럼 산청은 스스로 치유하고 인간을 치유하는 잠재적 능력을 가진 신비한 고장일 것이다." 

안내문에는 위와 같이 적혀 있다. 산청한방약초축제 곁 손님으로 미술전시회를 통하여 자연과 약초와 산청을 돋보이게 하는 적절한 비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인다. 

  
▲ 한방치료 산청한의학박물관 내부에 한방치료를 하는 모습이 전시돼 있다.
산청한의학박물관

은은한 조명아래 잘 꾸며진 한방을 소개하는 공간은 예부터 많이 보아온 인상적인 모습이다. 한의사가 누운 환자를 진맥하고, 침을 놓는다. 손질한 한약 재료는 봉지에 담아 습기에 차지 않도록 천장에 매달아 잘 보관해야만 한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약봉지를 풀어 약단지에 넣고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 약을 달인다. 노력과 지극한 정성이 들어간 보약을 먹은 사람은 자연으로 다시 돌아 갈 것이 틀림없다. 

2층으로 올라가자 역시 은은한 조명아래 옛 마을이 잘 꾸며져 있다. 위엄을 뽐내는 듯한 대궐 같은 집 옆에는 볼품없는 초라한 초가집이 있다. 내가 살던 옛 집의 모습이지만, 그래도 정감이 간다. 시골장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빈다. 온갖 약재를 파는 모습도, 물건을 흥정하는 사람도 보인다. 짧게는 십여 년, 길게는 이십여 년 전의 장면을 이 곳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 불노문 산청한의학박물관 입구에 서 있는 불노문. 뒤쪽 현판에는 장생문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다.
불노문

나는 어떤 체질일까? 그러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좋을까? 좋은 약초는 뭘까? 한방에서는 크게 소양인, 소음인, 태음인 그리고 태양인으로 나눠 체질에 맞는 치료를 한다. 먼저, 소양인(少陽人)의 체질은 비대(脾大) 신소(腎小)하며, 굳세고 날랜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비뇨기 생식기 기능이 약하다.  

더운 음식보다는 찬 음식을 좋아하며, 음식을 빨리 먹는 경향이 있다. 약초로는 영지, 산수유, 구기자, 강활이 좋다. 소음인(少陰人)은 신대(腎大) 비소(脾小)하며, 엉덩이가 크고 앉은 자세가 크나 가슴둘레를 싸고 있는 자세가 외롭게 보이고 약하다. 더운 음식을 좋아하며 맛있는 것을 골라 먹는 경향이 있다. 음식은 대체로 늦게 먹는 편. 약초로는 익모초, 용담초, 적작약이 좋다. 

  
▲ 정화수 정화수 긷는 소녀
정화수

태양인(太陽人)은 폐가 크고 간이 작으며 가슴 윗부분이 발달한 체형이다. 목덜미가 굵고 실하며 머리가 크다. 대체로 냉랭한 음식을 좋아하며, 특히 담백한 음식을 좋아한다. 약초로는 가시오가피, 앵두나무, 시호 등이 좋다. 태음인(太陰人)은 간이 크고 폐가 작으며 허리 부위의 형세가 성장하여 서 있는 자세가 굳건하다. 반면에 목덜미 기세가 약하다. 식성이 좋아 대식가가 많으며 폭음, 폭식하는 경향이 있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석창포, 백선피, 천마 등이 좋은 약초로 알려져 있다.  

평소 야생화와 약초에 관심이 많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전시관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발길을 옮기기는 더욱 어렵다. 설명문과 약초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시관이라 플래시 사용을 하지 않고 저속으로 촬영하며 기록을 남겼다. 약초에 대한 설명은 계속 이어진다. 

  
▲ 전망대 곰 머리부분을 형상화한 전망대. 이 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참으로 아름답다. 멀리 좌측으로 철쭉 군락지인 황매산이 보인다.
전망대

잎을 쓰는 약초로는 질경이, 이질풀, 익모초, 애기똥풀, 차조기, 약모밀이 있다. 열매로는 오미자, 산딸기, 탱자나무, 머루, 구기자, 산수유, 익모초씨, 은행열매가 있다. 꽃이나 꽃가루를 쓰는 약초로는 매화꽃, 벚꽃, 인동꽃, 살구꽃, 홍화, 연꽃 등이 있다. 뿌리로는 도라지, 오이풀, 잔대뿌리, 더덕, 하수오, 만삼, 당귀가 있다. 껍질로 쓰는 약초로는 뽕나무껍질, 느릅나무, 멀구슬나무가 있다.  

이 밖에도 독초를 감별하는 법, 토종약초와 수입약초 구별하기, 모양이 비슷한 약초 알기 등 많은 정보가 사람들을 붙잡아 놓는다. 실제로 독초를 약초로 오인해 캐서 먹다 병원에 실려 가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독초 감별하기에서는 '이런 풀 사용할 때 주의하세요!'에 미치광이풀, 독말풀, 투구꽃을 소개하면서 약초로도 이용하지만 사용할 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 약초 갖가지 약초들. 위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엉겅퀴, 등골나물, 곰취, 톱풀, 복수초, 노루귀, 풀솜대, 무릇.
약초

약초를 뿌리, 줄기, 잎 그리고 꽃 형태를 통째로 건조시켜 전시한 공간에는 식물의 특성을 알 수 있어 볼 만하다. 그동안 많이 접해 왔던, 생소하지 않은 들녘에 나는 풀이지만, 이 모든 풀이 약초로 쓰인다니. 74종류의 약초가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듯 형광 불빛에 몸을 드러내 놓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금낭화와 할미꽃은 꽃잎을 그대로 달고 있다. 또 다른 공간에는 야생화 전시장이 있다. 쥐오줌풀, 뿌리에서 쥐 오줌 냄새가 난다고 붙여진 이름인데, 썩 좋아 보이지 않는 이름과는 달리 예쁘기만 하다. 5~8월경 줄기 끝에서 무리지어 피는 이 꽃은 지금 당장 분홍빛 꽃을 터뜨릴 태세다.  

  
▲ 쥐오줌풀꽃 뿌리에서 쥐 오줌 냄새가 난다고 붙여진 이름인데, 썩 좋아 보이지 않는 이름과는 달리 예쁘기만 하다. 5~8월경 줄기 끝에서 무리지어 피는 이 꽃은 지금 당장 분홍빛 꽃을 터뜨릴 태세다.
쥐오줌풀

전시관에서 시간 반을 훌쩍 넘겼다. 그만큼 볼거리도, 공부거리도 많았다는 것. 밖으로 나오니 뜨거운 햇살이 쏟아진다. 철쭉꽃으로 유명한 황매산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붉은 철쭉 빛은 보이지 않는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모아 이른 새벽 처음 긷는 물이라는 정화수. 작은 연못에 효성이 지극한 소녀가 물을 긷고 있다.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만, 요즘에도 저런 지극 정성한 소녀가 있을까 묻는다면, 내가 부정적이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까? 

큰 이빨을 드러내고 머리만 있는 거대한 곰 조각상이 있는데,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싱가포르에 있는 '머라이언상'을 닮은 모습이다. 입안으로 들어가 내려다보는 경치는 정말로 아름답다. 분수광장의 분수대는 하늘을 향해 물을 뿜어내고 있다. 열두 동물을 조각한 십이지 상에서도 물을 뿜는다. 분수대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아이는 옷이 흠뻑 젖었지만,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 분수광장 분수광장에서 시원한 물을 뿜어내고 있다.
분수광장

관람을 마치고 약초 판매장에 들렀다. 두통, 중풍(뇌졸증), 불면증, 고혈압, 우울증 등 질환에 불가사의하다 할 만큼 효력을 발휘한다는 천마. 일반 약재보다 비싸다는 천마를 한 봉지에 3만원에 샀다. 곱게 단청을 한 기와지붕의 큰 문 현판에는 '불노문(不老門)'이라 쓰여 있고, 반대편에는 '장생문(長生門)'이라 쓰여 있다. 중국 땅을 통일한 중국 최초의 진 시황제. 불로불사를 꿈 꿨던 최고의 권력자였지만, 불과 49년 그 꿈은 오래가지 못하고 접어야만 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 한방약초축제 산청 한방약초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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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산청군 금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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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희망, 성공 함께 간직한 섬 외도
  
▲ 튤립 지금 외도는 튤립이 만발하고 있다.
튤립

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덩달아 거제도도 여행객의 발길이 끊어질 줄 모른다. 이름 나 있는 명소는 사람과 버스로 혼잡함을 넘어 물이 넘쳐나듯 하다. 고향 거제도에 살다 보니 외지 사람들을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봄가을이나 여름 휴가철이면 더욱 그런 실정. 4월 17일, 서울에서 30여 명의 사람들이 외도를 구경 하러 온다는 연락을 받고 집밖으로 나왔다. 

  
▲ 최호숙 대표 외도보타니아 최호숙 대표
외도보타니아

거제도를 방문하는 여행객 최고의 점심거리는 역시 멍게 비빔밥. 청정해역 남해안 바다에서 자란 멍게는 독특한 향기로 사람들의 코와 혀를 자극하는 음식의 재료로 쓰인다.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 바로 옆에 있는 이 식당은 얼마나 잘 알려져 있는지 TV 여행코너에 단골로 등장한 지 오래. 밀린 차량으로 인해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탓에 배도 더욱 고팠을 터. 그래서일까 맛있게 먹는 표정을 보니, 식당 주인도 아닌 내가 흐뭇해진다. 

  
▲ 외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외도. 김영사 펴냄.
외도보타니아

배를 타기 위해 도착한 구조라 선착장은 바닷바람이 세차다. 항내라지만 흰 거품이 살짝 인다. 해풍은 정면에서 얼굴을 때리고, 파도에 출렁거리는 배는 심하게 요동치며 몸을 가누기가 어렵다. 잠시 뒤, 여행객을 내려준 유람선은 바다 한 가운데서 휴식을 취한다. 외도 선착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인다. 유람선사에서는 외도 관람을 위해 두 시간을 주는데, 이 시간이면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외도의 이곳저곳을 두루 살펴 볼 수 있다. 

  
▲ 여행객 지금 외도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외도보타니아

  
▲ 황금빛 관람로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나무로 장식돼 있다.
외도보타니아

매표소를 지나 언덕길을 조금 오르면 나무로 만든 '외도(外島)'라는 간판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도는 바깥에 있는 섬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밖섬이라고도 한다. 외도 안쪽에는 또 다른 섬이 하나 있는데 내도(內島)라 하며, 안섬이라 부르고 있다. 

외도의 파수꾼이라 할 수 있는 김종하 이사. 그는 조경전문가로 외도에 심은 나무와 꽃을 관리하고 있는 책임자다. 특별한 요청으로 일행의 안내를 맡아 주었으며, 나무 한그루, 식물 한 포기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 튤립 지금 외도는 튤립이 만발하고 있다.
외도보타니아

외도는 4만 7천여 평의 부지에 1976년부터 개발하여 1995년 4월 15일 개장하였으며, 2007년 8월 3일 누적 입장객 수 천만 명을 돌파하였다. 2002년 제작 방영한 KBS 드라마 '겨울연가' 마지막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장소는 '외도보타니아' 최호숙 대표의 사택으로 일반 관람객은 출입이 금지돼 있다.  

이날 우리는 최호숙 대표의 특별한 초청으로 사택을 방문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특별한 장식이나 화려함을 치장한 건축물은 아니었다. 건물은 사각형으로 배치했으며, 중앙은 뻥 뚫려 하늘과 맞닿아 있다. 비가 올 땐, 빗물이 바닥으로 떨어져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건축주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창문 역할을 하는 탁 트인 공간은 앞쪽 대나무 숲에서 멀리 있는 해금강을 눈앞으로 끌어다 놓는다. 정말이지, 한국에 이런 멋진 공간이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마, 일행도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 선착장 외도 선착장
외도보타니아

외도보타니아 최호숙 대표. 1936년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나, 1957년 서울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1969년 남편과 우연한 기회로 외도를 찾게 되고, 연이은 실패와 해마다 겪는 태풍은 그녀를 좌절로 몰아넣었지만, 30여년 만에 '불가능한 낙원', '땅위의 천국'이라 불리는 외도해상농원을 가꾸어냈다. 일행은 사택에서 그의 인생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시련과 실패를 좋아한다. 나를 더욱 강하게, 내 인생을 더욱 멋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오지에는 천국이 숨어있다." 

칠십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지만, 최호숙 대표는 지금도 꿈이 있단다. 그래서 그 꿈을 물어 보았다. 

"아주 어릴 적부터 품어왔던 나의 가장 오랜 된 꿈은 바로 '뚜껑 없는 차'를 타는 것이었죠. 그런데 실제로 지인의 도움으로 50년이 지나 실제로 꿈을 이뤘죠. 또 하나는 '파티하는 정원'이지요. 젊었을 때 본 <애수> <젊은이의 양지> <지상에서 영원으로> 등 할리우드 영화에는 유난히 정원이 많이 나오죠. 그래서 외도 개발 40주년에 맞추어 근사한 파티를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죠. 정명훈 씨 같은 세계 최고의 음악인들을 모셔다 클래식 음악회를 해도 좋을 것 같고, 유명한 재즈 뮤지션들과 젊은 스윙 동호인들을 불러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춤을 춰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이야기 꽃 외도보타니아 서호숙 대표의 사택. 이곳에서 지난 2002년 겨울연가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앞으로 탁 트인 공간으로 바라다 보는 해금강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한국에 또 이런 공간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외도보타니아

얘기를 듣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가이드의 재촉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꽃밭에는 봄꽃으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단연 튤립이 돋보인다. 50여 종의 튤립이 이곳저곳에 원색의 물결을 이루며 피어 있다. 사람들로부터 탄성과 환호가 쏟아진다. 물감을 칠해도 자연색만큼이나 예쁘게 칠할 수는 없을 게다. 여행객에게 떠밀려 관람로를 따라 움직였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정원은 천국이 따로 없다. 키 큰 아열대 식물을 비롯한 선인장과 화려하게 핀 꽃들은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 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우거진 짧은 숲속 길을 지나자 탁 트인 푸른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해금강 사자바위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큰 파도가 절벽에 부딪혀 흰 파도를 일게 한다. 푸른 바다는 멀리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외도 동쪽 풍광이다. 

외도는 약 800여 종의 식물이 자라는 대형 식물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식물만 있는 게 아니다. 길목 곳곳에는 최호숙 대표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조각상.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에서부터 깊게 포옹하는 아름다운 연인의 조각상, 그리고 근력 넘치는 우람한 남성 조각상까지 크기도 형태도 다양하다. 이어서 관람로를 따라가다 보면 외도의 사방을 볼 수 있다. 외도 서쪽은 서이말 등대와 외도가 자리한다. 그늘 진 숲에서 한숨 돌리며 찬찬히 내도와 서이말등대를 바라보며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본다. 한 여인의 꿈과 희망을 담은 이곳 외도.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실패는 반드시 성공을 가져다주는 하나의 기회였다는 것. 

  
▲ 야자수 아열대 식물인 키 큰 야자수와 선인장의 외도의 상징이다.
외도보타니아

천국의 계단에는 커플티를 입은 한 쌍의 남녀가 걸어 내려가고 있다. 천국의 계단은 태풍 '셀마'가 왔을 때 해풍으로 인해 나무가 모두 말라 죽었던 뼈아픈 곳이다. 실의에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건져 올린 '약속의 땅'인 곳이기도 하다. 나는 천국의 계단을 내려가면서, 천국은 그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서야만 갈 수 있는 희망의 땅이요, 약속의 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두 시간이 넘는 관람을 마치고 해풍이 부는 선착장으로 왔다. 외도에는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가 없다. 그러다 보니 너울성 파도로 인하여 연간 약 백일간은 유람선이 운항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거제시의 적극적인 협조로 방파제 건설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 하니, 앞으로는 여행객들에게 더 안전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외도 흰 거품 뒤로 보이는 작은 섬, 외도. 외도는 실패와 좌절, 꿈과 희망, 성공을 함께 간직한 아름다운 섬이다.
외도보타니아

배를 타니 부서지는 흰 파도를 뒤로 하고 있는 섬, 외도. 눈으로부터 멀어지고, 작아지는 유형의 작은 섬이지만, 내 가슴속에는 실패와 희망과 성공을 가져다 준 약속의 큰 섬이라 간직하고 싶다. 오늘도 외도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스쳐 지나간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와 식물과 자연에만 도취돼 실제는 그 속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외도를 찾아가는 여행객들에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거제도 동쪽 끝, 한 때 보잘것없던 이 작은 섬이 실패와 좌절을 딛고, 지금은 꿈과 희망을 간직한 성공을 이룬 약속의 땅이라고. 

  
▲ 튤립 지금 외도는 튤립이 만발하고 있다.
외도보타니아
  
▲ 외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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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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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함 가득한, 거제도 삼거리~구천댐~망치10킬로 벚꽃길
  
▲ 벚꽃길 화사함이라는 단어는 벚꽃에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벚꽃

봄이면 느끼는 자연의 화사함.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야말로 화사함의 절정이다. 그것도 오후 두세 시경, 태양빛을 거꾸로 받을 때 그 화사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절정의 색깔이다. 

  
▲ 벚꽃길 정말로 화사한 벚꽃길이다.
벚꽃길

  
▲ 벚꽃길 푸른 하늘과 벚꽃이 대조를 이룬다. 정말 멋있는 풍경이다.
벚꽃길

  
▲ 벚꽃 하늘 길 벚꽃 하늘 길이 열려있다. 푸른 하늘과 닿아 있는 벚꽃은 천국을 인도하는 느낌이다.
벚꽃

전국에 내로라하는 벚꽃길은 많다. 대표적으로 진해 군항제 때 피어나는 벚꽃, 하동 십리 벚꽃길 그리고 남해 벚꽃길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나 있다. 그 밖 지역의 소소한 벚꽃길은 봄철 여행객을 꼬드기는 하나의 상품이 되고 있다. 

별로 이름 나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신을 알아주는 이에게 화사함을 전해주는 벚꽃길이 있다. 거제도 상문동 삼거리에서 구천댐 방향으로 틀면 화사한 벚꽃은 여행객을 맞이하고, 곧바로 길가에 차량을 멈추게 한다. 벚꽃은 구천 삼거리까지 이어지며 좌로는 호수같은 구천댐이 시선을 끈다. 구천삼거리에서 좌회전 방향으로 돌아 망치삼거리까지 이어지는 총 10㎞의 벚꽃길. 이 길은 일명 '황제의 길'이라 불리는 곳이다. 2005년 9월 28일자 '거제도 황제의 길을 아십니까?'라는 기사에서 이디오피아 셀라시에 황제가 거제도를 방문하여 아름다운 경관에 빠져 원더풀을 일곱 번이나 외쳤다고 하는 그 길이다. 

  
▲ 벚꽃길 벚꽃길
벚꽃

  
▲ 벚꽃길 거제도 삼거리에서 구천삼거리로 이어지는 벚꽃길. 차량은 길을 멈추게 하고 차에 내리게 만든다. 아름다운 길이다.
삼거리

길 양쪽으로 핀 벚꽃은 하늘을 덮을 정도다. 그러고는 매력에 빠진 사람을 차에서 내리게 만든다. 시가지에 핀 벚꽃을 보기 위해 도심에 차를 세워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지 않아도 되고, 재촉하는 차량 경적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한적한 길이라 양쪽 깜빡이등을 켜고 세워도 누가 뭐라할 사람이 없다. 자연스레 나뭇가지를 잡고 폼을 잡으며, 기념사진을 찍어도 시비걸 사람은 더더구나 없다. 

  
▲ 외도 멀리 외도가 보인다. 거제도에서 시작하는 국도 14호선은 쪽빛 바다를 내내 조망할 수 있어 좋다. 드라이브 여행객이라면 정말 좋은 배경을 가진 거제도 해안쪽 풍경 모습이다.
외도

  
▲ 윤돌섬 거제도 국도 14호선에서 바라본 윤돌섬. 멀리 해금강이 보이고 국도 14호선을 따라 도는 내내 이런 쪽빛 바다 풍경은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국도 14호선

  
▲ 산 벚꽃 거제도 삼거리에서 망치삼거리를 이어오는 산복도로에 피어난 자연산 벚꽃. 거제도는 지금 산 벚꽃이 피어 드라이브하는 여행객을 가슴 들뜨게 하고 있다.
산 벚꽃

일주일만 피어 있어도 좋으련만, 벚꽃은 그리 오래 펴 있지 못한다. 그래도 내일 모레까지는 화사함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망치삼거리에서 해금강 방면으로 가다보면 쪽빛 거제도 바다가 손짓을 한다. 봄철 드라이브 코스로 여행객들로부터 주목 받는 곳이다. 여기서 국도 14호선이 시작되는 거제도 해금강이 있는 데 까지 달려보는 즐거움, 분명 손해 보는 여행은 아닐 것이니라. 

  
▲ 벚꽃길 구천삼거리에서 망치삼거리로 이어지는 벚꽃길이다. 정말 아름다운 길이다. 이디오피아 셀라시에 황제가 원더풀을 일곱 번이나 외쳤던 '황제의 길'에 벚꽃이 피어 있다.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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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 구천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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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pandorashop-charms.com BlogIcon Pandora Charms 2012.11.28 1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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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능포양지암조각공원에서 양지암까지
  
▲ 양지암과 양지암등대 거제도 최동단 끝에 있는 양지암과 양지암 등대
양지암

뒤뚱거리며 걷는 아이가 넘어질까 할머니는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업거나 안고 가기에는 힘이 부치는지라 걸음을 걷게 할 수밖에 없는 처지. 따스한 봄 햇살은 머리 위로 쏟아지고, 눈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에서 부는 해풍은 코끝을 자극한다. 해안가 암벽에는 파도가 부서지며 연신 포말을 만들어내고 있다. 길 양쪽에 핀 수선화는 산들산들 춤추며 해맑은 웃음으로 여행객을 맞이한다. 거제도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양지암으로 가는 길목, 봄 풍경이다. 

  
▲ 돌고래상 능포양지암조각공원에 있는 돌고래 석상
돌고래상

  
▲ 튤립 능포양지암조각공원에 활짝 핀 튤립
튤립

차량으로 거제도로 가는 길은 거제대교나 지난해 말 개통한 거가대교를 건너야 한다. 이어 장승포까지 가야하며, 장승포해안일주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양지암 입구 들머리에 들어서게 된다. 주차장 입구 주변에는 빨강 노랑 튤립이 활짝 피어 있다. 두 마리 돌고래 석상은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높이 날아오를 듯 하는 기세다. 벚꽃나무는 한창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잘 닦여진 산책길을 따라 조금 걷자 조각공원이 나온다. 2007년 조성한 이 조각공원에는 국내 유명작가의 조각 작품 21점이 13,105㎡의 면적에 전시돼 있다. 작가의 열정과 혼은 느껴지지만,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는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갑자기 십수 년 전, 아들을 데리고 목포 유달산 조각공원을 가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땐, 아이한테 제법 아는 척 하며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만 날 뿐이다.  

발사대 위에 세워진 로켓, 꽁무니에는 갈매기 한 마리가 쫙 달라붙어 있다. 조각공원이 있는 언덕 뒤 바다는 태평양으로 바로 이어진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이 작품은 카운트다운을 외치면 흰 연기를 내뿜으며 바로 날아갈 것만 같은 자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작품은 우주를 상징하는 블랙홀과 자연을 상징하는 새를 조형적으로 결합하는 내용으로 작품명은 '미지의 꿈'이라고 한다. 수박 겉을 핥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어 다른 작품도 감상해 보는 여유를 가져본다. 

  
▲ 미지의 꿈 우주를 상징하는 블랙홀과 자연을 상징하는 새를 조형적으로 결합하는 작품이다.
미지의 꿈

  
▲ 벚꽃 벚꽃나무가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고 있다.
벚꽃

산언덕에 잘 가꾸어진, 제법 폭이 넓은 산책길은 양쪽으로 바다가 보인다. 한쪽은 가까이로 붉은 색과 흰 색의 등대가 마주하는 포구가 있는 마을이고, 멀리로는 거제도의 명물 거가대교가 보인다. 또 다른 한쪽은 가까이로 해안절벽에 포말이 부서지고, 멀리로는 부산 다대포와 영도가 보이는 곳이다. 큰 바다에는 대형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세계 최대의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도라는 곳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 삶 바다가 보이는 언덕 밭에서 씨앗을 뿌리는 다정한 부부. 아름다운 삶은 한 폭의 그림이다.

붉은 황토밭을 일구는 땀 흘리는 부부의 모습이 정겹다. 삽으로 땅을 갈다 힘에 부치는지 남편은 한 숨 돌리지만, 아내는 허리 숙여 일에 열중이다. 무슨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우려 하는 것일까. 도시 속 농촌 풍경이요, 그 너머로는 어촌 모습이다. 한 폭의 동양화요, 삶 자체가 그림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슬슬 땀이 배어 옴을 느낀다. 상의를 벗어 어깨에 걸쳤다. 시원한 바람이 가슴에 와 닿으니 한결 나은 느낌이다. 

삼십분 정도 지나자 오른쪽 숲 속으로 들어가는 좁은 산길이 나온다.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밀림 같은 느낌이다. 떨어진 솔잎이 쌓여 푹신하고 걷기에도 편하다. 숲 사이로 비쳐 보이는 바다는 파도를 치며 연신 거품을 내고 있다. 산길을 안전하게 걷도록 중간 중간 통나무 난간도 설치해 놓았다. 가파른 언덕길에 올라서자 망망대해는 푸른색으로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연분홍 진달래는 바람에 살랑거리며 웃음 가득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 양지암 가는 길 능포양지암조각공원 주차장에서 걸어서 한 시간. 군부대 입구에서 드디어 양지암 가는 길을 찾았다.
양지암

한 시간을 조금 넘게 걸었을까, '양지암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넓적한 평지에서 한 숨을 돌렸다. 조금 지나니 철문이 있는 군부대가 나오고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의문이 인다. 바로 옆 인터폰이 있어 수화기를 들고 물으니, 옆으로 길이 나 있단다. 동행한 여행객 일부는 발길을 돌려 그냥 가자는데 나는 돌아갈 수가 없다. 양지암 등대가 있는 마을에서 산지가 삼십 년이 지났지만, 여태까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기에 예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 능포항 호수같이 잔잔한 능포항. 붉은등대와 하얀 등대가 서로 그리워하고 있다.
능포항

  
▲ 거가대교 능포양지암조각공원에서 바라본 거가대교.
거가대교

십 여분 숨을 헐떡거리며 걸을 쯤, 눈앞에 흰 등대가 보인다. 십 미터 이상 될 것만 같은 큰 높이다. 가파른 철 계단으로 올라서자 등대는 내 곁으로 다가왔다. 큰 덩치의 등대를 포옹할 수는 없어 등을 지고 기대어 섰다. 푸른 바다에서 이는 바람이 온 몸을 식혀준다. 발아래로는 양지암이다. 뱃길로는 수도 없이 양지암을 보고 지났건만, 걸어서 오기는 처음이다. 푸른바다는 큰 파도를 일게 하지만, 내 가슴엔 큰 기쁨이 일어나고 있다. 

양지암(陽地岩) 등대, 1985년부터 뱃길 안전을 위해 불을 밝힌 등대로서 거제도 최동단에 위치하고 있다. 등대가 있는 큰 바위에 올라서면 거가대교와 부산 다대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이면 대마도가 길게 드러누워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큰 바다는 크고 작은 배들이 쉼 없이 오간다.  

양지암 등대가 있는 이 곳은 시원한 푸른 바다와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거제도 최고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이 등대는 2000년까지 등대 입구에 군부대가 있어 군사보호구역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돼 왔으나, 2004년부터 주변 오솔길을 통하여 등대에 출입할 수 있고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2008년 마산지방해양항만청에서 등대 높이를 2배 정도 더 높이고, 철 사다리와 데크를 설치하여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 양지암 등대 거제도 최동단 끝자락에 있는 양지암 등대는 1985년부터 불을 밝히고 있다. 이 곳은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대마도, 거가대교, 그리고 부산 다대포와 영도를 볼 수 있는 거제도 최고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양지암 등대

양지암과 등대를 구경하고 돌아나가는 길은 왔던 길로 갈 필요는 없다. 차량 통행이 가능한 넓은 도로를 따라 편안히 걸으면 된다. 길 좌우로는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높이가 족히 30m 이상 되는 해송으로, 밀림과 비슷할 정도로 우거진 숲이다. 이런 숲속 길에서 여유로움을 가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편안한 기분으로 걷는 십여 분이 지나면, 붉은 등대와 하얀 등대가 여행객을 손짓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련이 남아서일까, 방파제에서 고기 낚는 낚시꾼의 모습을 잠시 보며 발길을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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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 능포동 | 양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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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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