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몽돌해변, 파도와 바위의 싸움에서 진리를 깨닫다
  
▲ 파도 거센파도는 바위를 세차게 몰아치며 때리고 있다. 바위는 인내하며 말이 없다.
파도

살아가면서 가끔은 '자연'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던져 봅니다. 불교에서는 '화두'라고 말 할 수 있는데요, 이 세상에 진리를 전파한 큰스님도 자연의 이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이 정도의 지식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자연 속에서 진리를 안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식을 많이 가졌다고 해서 모든 진리를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 파도 성난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파도

  
▲ 파도 성난파도가 뭍에 올랐다.
파도

5월의 마지막 주말인 28일. 지인에게 축하할 일이 있어 울산에 갔다가, 1027번 지방도를 따라 시내에서 약 15㎞ 떨어진 주전몽돌해변에 들렀습니다. 여행을 즐겨하다 보니 어떤 곳에 갔다가, 볼일만 보고 오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적 업무든, 사적 일이든 가리지 않고 어떤 지역에 가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이름난 곳을 둘러봅니다. 물론 떠나기 전, 반드시 여행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사항이지요. 

주말 날씨는 그리 밝지 않습니다. 꼭 화난 사람 표정 같기만 합니다. 날씨뿐만 아니라, 바다도 잔뜩 성이 났나 봅니다. 바닷물은 흰 거품을 쏟아내며 뭍으로 몸을 던져 버립니다. 하지만 힘에 부치는 듯 몸뚱이는 이내 산산조각 나 버리고 맙니다. 그래도 화가 덜 풀렸는지 파도는 꼭 누구한테 따져야겠다는 듯, 계속해서 뭍으로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써 봅니다. 앞보다는 10m 더 올라갔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 선에서 왔다 갔다 하며 그치고야 맙니다. 

  
▲ 몽돌 억겁의 세월동안 파도가 씻긴 윤기나는 몽돌. 이렇게 작은 몽돌은 또 다른 억겁의 세월을 거치면 모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몽돌

동해안은 큰 바다와 이어져 있습니다. 먼 바다에서 힘을 받은 파도는 큰 바위를 무참히도 때립니다. 어떤 때는 있는 힘을 다해 세차게 몰아치고, 어떤 때는 자존심만 상하게 툭툭 건드리며 약을 올리는 수준에 이릅니다. 바위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그 어떤 표정도 짓지 않습니다. 바위는 이렇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 성난파도 성난파도는 바위를 세차게 몰아붙여 때리지만, 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버티며 인내하고 있다.
주전몽돌해변

"그래, 때리려면 때려줘. 얼마든지 맞아줄게. 계속 때려봐. 네 몸만 아플 걸." 

바위는 파도가 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몸뚱이만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때리는 파도가 더 아프다는 것을, 바위는 너무나도 잘 안다는 표정입니다. 한동안 파도와 바위의 싸움을 지켜봤습니다. 자리를 뜰 때까지 둘의 싸움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에는 아마도 싸움은 멈추었겠지요. 누가 이겼는지, 졌는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서로 화해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둘은, 둘의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부드럽고 윤기 나는 돌멩이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수억만 년 전부터 파도는 이곳 바위를 깨트리고 작은 몽돌을 만들었습니다. 몽돌끼리 부딪히는 소리는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그 소리는 인간이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합니다. 억겁의 세월은 주전몽돌해변에 새알 같은 작은 몽돌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누가 압니까? 또 다른 억겁의 시간이 흘러 저 작은 돌멩이가 모래가 될지 말입니다. 

  
▲ 몽돌 윤기나는 몽돌
몽돌

  
▲ 몽돌 파도가 거품을 내며 작은 몽돌을 닦고 있다.
몽돌

약 1.5㎞ 길이에 쭉 뻗어있는 주전몽돌해변을 걷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사진 찍기에도 힘든 세찬 바람과 파도에 흩어지는 물줄기로 몽돌 밭을 걸어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지압효과가 있다는 몽돌 밭을 걸어보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만 했습니다.  

  
▲ 파도 성난파도
파도

주전몽돌해변 이외에도 유명한 몽돌해변이 있습니다. 2000년 환경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선정된 거제도 학동흑진주몽돌해변. 이곳은 약 2㎞에 펼쳐진 몽돌 밭으로 파도에 밀려왔다 쓸려내려 갈 때 내는 소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또 한 곳은 북한지역이 눈앞으로 보이는 백령도 콩돌해안입니다. 이곳은 약 1㎞에 걸친 몽돌 밭으로 형형색색을 한 콩알크기만 한 몽돌이 폭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억겁의 시간을 실제로 체험하고 느끼고 싶다면, 몽돌 밭을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파도 성난 파도는 흰 거품을 일으키며, 누구한테 따지려 하는 듯 뭍으로 올라가려 하고 있다.
파도

  
▲ 파도 성난파도
파도

현명한 사람은 자연을 통해 성찰해 나갑니다. 과오에 대해서는 자연의 모습에서 진리를 발견하고 반성하며 살아갑니다.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한 스승은 자연의 참 된 모습에서 찾는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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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동구 남목3동 | 주전몽돌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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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가본 거창 북상면에서 함양 용추사 숲 속 길
  
▲ 녹색 숲길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에서 함양군 안의면 상원리까지 총 11㎞의 숲속 길. 전 구간이 시멘트 포장길로 비록 자동차로 이동했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김밥 싸서 녹색 향기 맡으며 걸어보고 싶은 정말로 멋진 길이다.
녹색 숲길

산야는 녹색으로 덧칠을 더해 가고 바람에 너울거리는 잎사귀는 녹색 물결을 이루고 있다. 깊은 산과 계곡의 푸름은 강한 햇살을 받아 더욱 푸르다. 바다는 매일같이 보는 터라 산이 그립다. 그래서 갯가 사람은 산으로, 뭍에 사람은 바다가 그리운 모양이다. 경남지역에서 산과 골이 깊은 곳을 치자면 역시 중부경남. 국립공원 지리산이 있는 산청·함양이나, 역시 국립공원 가야산이 있는 합천은 산세가 수려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 두 곳은 몇 차례 답사한 탓에, 이번에는 국립공원을 벗어나 보기로 했다. 

  
▲ 이팝나무 길 길게 쭉 뻗은 시원스런 이팝나무 가로수 꽃 길.
이팝나무
경남 거창과 함양을 사이에 두고 아우르는 기백산. 산세가 좋아 등산객이 많이 찾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계곡은 심신을 달래주는 휴양지로 각광 받고 있다. 지난 21일 35번 고속국도 서상 나들목을 나와 26번과 3번 국도를 따라 거창군 마리면 삼거리까지 갔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37번 국도를 타게 된다. 이어 장풍삼거리에 이르고, 또다시 좌회전하여 37번 국가지원지방도를 따라 약 7㎞에 이르면 북상면사무소가 나타난다. 보며 즐기는 시간은 여기서부터. 물론, 여기까지 차를 운전하는 내내 펼쳐진 시원스러움은 아주 좋았던 편. 수승대관광지를 지나는 길목 좌측으로는 우거진 소나무 숲이 아름답다. 냇가의 바위와 맑은 물은 초여름의 시원함을 마음껏 느낄 수 있게 해준다. 
  
▲ 이팝나무 꽃 하얀 꽃이 수수모양으로 피어 나무를 뒤덮고, 쌀밥을 담아 놓은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팝나무. 서양에서는 눈꽃나무라 불린다.
이팝나무

한적한 시골길, 오가는 차량은 한참을 지나야만 겨우 볼 수 있다. 들판에선 허리 숙여 일하는 농부의 손놀림이 바쁘다. 녹색 잎이 무성한 도로변 가로수는 눈이 부시도록 흰 꽃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아주 오래된 고목은 아니지만 그래도 길 양옆을 거의 이을 정도로 큰 가로수다. 알고 보니 이팝나무란다. 이팝나무는 하얀 꽃이 수수모양으로 피어 나무를 뒤덮고, 쌀밥을 담아 놓은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서양에서는 눈꽃나무라 불린다. 5월 중순 경부터 피면 약 20여 일 동안 녹색 푸른 잎사귀와 동거한 후, 가을이면 보랏빛 콩 모양의 타원형 열매를 겨울까지 달고 있다. 어린잎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무침으로 해 먹기도 하고, 말린 잎은 차를 끓여 먹어도 좋다. 시원스레 길게 뻗은 도로는 나무위에 눈 내린 모습으로 여행객을 즐겁게 맞이하고 있다. 

  
▲ 폭포와 소 용추계곡에는 이런 작은 연못이 몇 군데나 있다.
용추계곡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좌측으로 아름다운 계곡이 눈에 들어온다. 여름철이면 더위를 피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올 명소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주은자연휴양림이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것만 같다. 북상면사무소에서 8.7㎞에 이르면 월성리가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시멘트 포장길이다. 차 한대 지나갈 정도의 노폭이라 마주 오는 차가 있다면 교행을 잘 해야만 할 것 같다. 작은 계곡은 이어지고 군데군데 새로운 펜션을 짓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주변의 울창한 숲을 낀 들녘은 전원주택지로 안성맞춤이다. 이런 곳에 오두막이라도 지어 남새밭에 곤달비 심고, 상추 뜯으며 살고 싶은 생각 간절하다. 좋아하는 야생화는 작은 농원에 심어 방문객에게 공짜로 주고, 충성심 강한 개 한 마리는 동반자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꿈이 아닌, 실제 상황으로 만들고 싶다. 요즘, 귀농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 더욱 그런 마음 간절하다는 생각이다. 

  
▲ 쉼터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에서 5.1㎞에 다달으면 정자가 있는 쉼터와 주차장이 나온다. 좌측으로 금원산(2.2㎞)이고, 우측으로 월봉산(3.0㎞)에 이른다.
금원산

숲 속 길을 걸어가는 재미가 좋으련만, 어차피 차를 타고 온 탓에 버릴 수도 없다. 산 속 길은 포장이 잘 돼 있어 운전하는 데는 별 애로사항이 없는 상태. 한참을 오르니 산 중턱에 정자 하나가 있다. 월성리에서 5.1㎞ 거리다. 운치 나는 정자에서 몇 사람이 둘러앉아 점심 먹는 모습을 보니 배가 고파 온다. 주차장엔 차량도 서너 대 서 있는 것을 보니 등산객도 있는 모양. 안내판을 보니 한쪽은 금원산(2.2㎞)이고 다른 쪽은 월봉산(3.0㎞)을 가리킨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금원산을 다녀왔음 하지만, 눈으로만 등산로를 따라 걸어 본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 애기폭포 깊은 계곡 작은 바위 틈을 흐르는 물은 맑고 청량하기 그지없다.
애기폭포

내리막길로 접어들자 울창한 녹색 숲이 나오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차를 세웠다. 그런데 자연은 나를 극진히 환영한다. 녹색 나뭇잎은 바람을 타고 서로 경연하듯 춤추고, 새들은 저마다의 개성 있는 목소리로 노래하며 반긴다. 작은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도 질세라 졸졸졸 노래한다. 야생화는 그 작은 입에 함박웃음을 피워내고 나그네를 꾀고 있다. 갑자기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마트 웃겨 봤어?" 라며, 자신의 위상을 뽐내는 듯 하는 멘트는 말장난에 불과하지만, 입가에 미소를 만들 듯이. 

5월의 숲 속은 전체가 녹색이다. 다만 다른 색깔을 볼 수 있다면, 그건 꽃잎 색깔일 뿐. 야생화 미나리냉이도 녹색 잎에 하얀 꽃망울을 여럿 달고 있다. 하도 예뻐서 한참 동안이나 내려다보았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데 지나가는 차 한대가 멈춘다. 중년 남녀 몇 명이 내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어온다. 

"아저씨, 뭘 찍고 있어요? (다가서며) 어머, 예쁘라. 이 꽃 이름이 뭐예요?"
"예, 미나리냉이라고 하는데요. 잎이 미나리와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예쁘죠?
"정말 곱고 아름답네요. 아저씨 야생화 전문가이신가 봐." 

  
▲ 미나리냉이 잎이 미나리와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미나리냉이.
미나리냉이

월성리에서 능선부에 이르기까지는 거창이지만, 넘어서부터는 함양이다. 거창 쪽 계곡도 아름답지만 함양 쪽 계곡도 빼어나다. 이 계곡은 용추계곡으로 이어지고 중간에는 용추폭포도 있다. 계단을 이루고 인공적으로 만든 작은 소(沼)가 몇 개 만들어져 있다. 물이 가득 차 넘쳐흐르는 모습이 시원스럽다. 아직까지 물이 찰 것 같지만 몇 사람이 발을 담그고 물놀이를 하고 있다. 

  
▲ 족두리풀 족두리풀
족두리풀

길은 계속 이어지고 녹색 숲도 끝이 없다. 숲 속, 키가 크고 잎이 무성한 나무에 흰 꽃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달고 있는 나무가 보인다. 층층나무다. 이 나무는 10~20m까지 자라고, 잎은 타원형이며, 하얀색의 꽃잎은 다발을 이루고 있다. 꽃을 피우는 화초나 나무 중에는 일반적이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 중 하나인 꽃무릇은 잎이 지고 꽃을 피우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이라고 한다. 나무에서 피는 꽃 역시 몇몇은 뚜렷한 특징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층층나무 꽃이다.   

  
▲ 층층나무 꽃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는 목련이나 벚꽃과는 달리 잎이 먼저 나고 꽃을 피우는 층층나무 꽃.
층층나무 꽃

벚꽃나무나 목련은 꽃을 먼저 피우고 잎이 나는 반면, 층층나무는 잎이 난 후 꽃을 피운다. 층층나무는 늦봄에 꽃을 피우는데, 이 꽃이 핀다는 것은 여름이 시작되고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했다는 것. 잎은 쌀가루 반죽을 해 기름에 튀겨 먹을 수도 있는데, 절에서는 초파일날 이 음식을 부처님 앞에 올렸다고도 전한다. 특히, 팔만대장경은 자작나무나 산벚나무 등으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드물게는 고로쇠나무를 비롯하여 이 층층나무를 경판용으로 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문 실정이다. 그래서 이 나무는 불교와도 깊은 사연이 있다고 알려진 나무다. 

  
▲ 단풍나무 길 함양군 안의면 용추사로 가는 길 옆으로는 붉은 단풍나무가 여행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뒤로는 기백산이 보인다.
단풍나무

걸어서 가야만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녹색 숲길, 비록 차량으로 지나왔지만 그래도 진한 녹색 향기를 맡을 수 있어 좋았다. 거창 월성리에서 시작한 길은 능선 주차장까지 5.1㎞, 다시 이곳에서 용추사 입구 주차장까지 5.9㎞, 총 11㎞의 거리다. 용추사를 뒤로하고 용추계곡을 빠져나와 안의까지 달리는 도로변은 붉은 잎 단풍나무가 초여름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옛 이름이 지우산(智雨山)인 기백산(해발 1,331m, 箕白山)은 웅장한 모습으로 계절에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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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창군 북상면 | 북상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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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대신 안개꽃 보며 오른 황매산 등산길
  
▲ 정자 황매산 철쭉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황매산 철쭉

봄은 사람을 유혹하여 집 밖으로 불러내는 마법을 가졌나보다.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산과 바다에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로 넘친다. 특히, 축제가 열리는 곳이나 이름이 잘 알려진 곳은 북새통을 이루기 일쑤.  

봄이라지만 초여름이다. 산은 녹색물결을 이루고 꽃은 색깔을 더욱 진하게 물들이고 있다. 5월을 상징하는 철쭉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한창이다. 경남지방에서 철쭉이 군락을 이루는 곳은 황매산. 해발 1,108m의 이 산은 산청과 합천의 경계를 이루는 곳에 있고, 산의 세 봉우리가 매화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황매산영화주제공원 정상에서 내려다 본 산청 쪽 황매산영화주제공원.
황매산영화주제공원

한 달에 한번 휴가를 권장하는 직장 분위기로 특별휴가를 낸 20일. 선 분홍 철쭉을 구경하러 황매산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과 휴일을 피해 일부러 평일에 휴가를 낸 것. 황매산을 가기 위해서는 산청군 차황면과 합천군 가회면 방향의 두 곳 중 한 곳을 택해야만 한다.  

차황면은 황매산영화주제공원이 있는 곳으로 영화 '단적비연수'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35번 고속국도 산청 나들목을 나와 약 18㎞ 거리에 이르면 황매산 들머리에 들 수 있지만, 이보다 약 12㎞를 더 둘러 합천 가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산청 쪽은 몇 해 전 와 봤던 터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었기에. 역시 선택은 잘했다는 생각이다. 똑 같은 산과 들이지만 처음 맞이하는 새로움이란 즐거움이 있었기에.  

  
▲ 깃발 황매산 중턱에 펄럭이는 깃발. 에베레스트 산 입구에 나부끼는 깃발이 연상된다.
깃발

물이 많이 빠진 합천댐은 황톳빛 속살을 드러내고 있지만, 여름이 오면 이내 수줍은 속살도 감추게 될 것이리라. 중간 중간 드러난 작은 섬, 저 언덕은 이곳에 뿌리내려 살았던 옛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 옴을 느낀다. 나 역시도 태어난 집과 삶의 생명인 논과 밭을 조국근대화(?)를 위한 명분으로 다 내어주고 쫓겨나다시피 한 이주민이기에. 이런 모습에서 동병상린의 아픔을 느꼈다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고 호들갑 피운다고 할까?

가슴에 평생을 안고 살아가는 아픔이 있다면,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아픔을 쉽게 말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여행이란 머릿속에 지워진 낡은 흑백필름을 천연색으로 재생시켜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합천댐이 세계 최대의 조선소가 들어선 내 고향 거제를 기억해 내게 한다. 

  
▲ 억새 황매산 평원에는 억새가 만발이다.
억새

  
▲ 황매산 정상이라고 보여지는 저 봉우리를 넘어서면 또 다른 봉우리가 있는데, 거기가 해발 1,108m 황매산 정상이다.
황매산

합천댐 주변 회양삼거리에서 1089번 지방도를 따라 조금 지나니 황매산 만남의 광장이 나오고, 곧 이어 황매산 들머리인 입구다. 잘 닦여진 꼬불꼬불한 길은 경사를 오르게 한다. 등산복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팡이를 짚고 숨을 몰아쉬며 발걸음을 힘겹게 옮겨 놓는다. 정상부에 다다르자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고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키 큰 나무라곤 볼 수도 없다. 억새와 철쭉만이 평원을 지키고 있는 파수꾼이다. 

평일인데도 넓은 주차장은 차량들로 넘쳐난다. 빈 배를 국밥 한 그릇으로 채웠다. 자욱한 안개는 선 분홍빛 철쭉을 보여주지 않는다. 산인지 평야인지 구분이 안가는 넓은 땅은 차가 교차할 수 있는 넓은 노란색 포장길을 만들어 놓았다. 왜, 꼭 이런 길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차라리 걷기 좋은 푹신한 흙길이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얼마를 걸었을까, 산 중턱에 올라섰다. 능선 좌우로 넓게 확 트인 고원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다. 군데군데 군락 지은 철쭉은 붉디붉은 선 분홍빛을 볼 수가 없다. 너무 늦게 온 탓일까, 벌써 꽃잎은 떨어지고 꽃 수술대 몇 개만 붙어 있는 철쭉 모습이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걸었다. 

  
▲ 황매산으로 오르는 길 황매산으로 오르는 길은 나무 데크로 잘 만들어져 있어 걷는 즐거움이 있어 좋다.
황매산

나무로 만든 데크는 걷기에 편해 좋았다. 경사진 계단을 오를 때는 계단 수를 세는 습관이 있어 세어보기로 했다. 하나, 둘, 셋... 백 개가 넘어가면 손가락 하나를 접었다. 내려오는 사람과 부딪힐라치면, 순간 숫자가 생각나지 않는다. 한참을 올라 산 아래를 내려 보니 가슴이 확 트인다. 사진에 보는 붉은 철쭉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쉬웠지만, 산을 오르는 즐거움으로 대신할 수밖에. 

목에는 제법 무게가 나가는 카메라를 멨다. 걸을 때 마다 좌우로 출렁거려 중심 잡기가 어렵다. 걷기 편하도록 가지고 간 지팡이는 오히려 짐이다. 눈이 부시어 쓴 선그라스는 흐르는 땀에 미끄러져 콧등을 벗어난다. 많은 등산객이 교차하는 곳에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양손을 이용해야만 하는 바위를 오를 때는 더욱 말할 것도 없다. 대략 난감이다. 안전사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다음부턴 작은 가방이라도 준비해서 등에 메야 할 것 같다. 

  
▲ 황매산 철쭉 황매산 드넓은 고원에 철쭉꽃이 붉은빛 물결을 이루고 있다.
황매산 철쭉

산중턱에 올라섰다. 아래에서 볼 때 이곳이 정상인줄 알았는데, 그 너머로 더 높은 봉우리가 또 하나 있다. 거기가 정상인 모양이다. 눈으로 볼 때, 그래도 제법 더 가야할 판. 맥이 풀린다. 한 숨을 몰아쉬고 또 힘을 내야만 했다. 체력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낀다. 쉽게 하는 말이지만, 지나가는 등산객이 쏟아 내는 말도 비슷하다. 일 년 전과 오늘이 다르다고. 녹색 잎 사이로 철쭉은 활짝 펴 있다. 산 아래보다는 그래도 색깔은 더욱 선명한 붉은빛이다. 아기 얼굴에 흑점이 군데군데 있는 모습을 한 꽃잎은 예쁘기만 하다. 사마귀 머리를 닮은 암수 수술대는 머리를 치켜들고 세상 밖 구경이나 하는 모습으로 내밀고 있다. 

  
▲ 황매산 안개 황매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왼편은 합천 쪽이고, 오른편은 산청 쪽. 산청에서 부는 바람으로 합천에서 인 안개가 산 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황매산 안개

힘겹게 정상에 올랐다. 바람이라도 시원하게 불었으면 하는데, 몸을 식혀 줄 바람은 외출이라도 나갔나 보다. 산 아래를 보니 합천 쪽에서 인 안개가 산청 쪽 산등성이에 머물러 있다. 산청 쪽 바람이 합천 쪽 안개를 밀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며칠만이라도 좀 더 일찍 왔으면, 철쭉꽃 물결의 장관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땀은 온 몸을 적시고 갈증은 진한 목마름을 느끼게 한다. 물건을 파는 듯한 사람이 있어 물어보니, 물은 없고 아이스바만 있단다. 하나 사서 먹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몇 사람이 나무그늘에 쉬면서 물을 마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다가가 체면불구하고 구원을 요청하니 흔쾌히 물병을 내 준다. 미안하고 쑥스럽기까지 하다. 멋쩍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한마디 했다.  

"제가 절에 다니는데, 다음에 절에 가면 이 고마움을 여러분에게 복이 돌아가도록 기도 해 드리겠습니다." 

  
▲ 여행객 힘들게 올랐던 황매산 정상에서 물 한 모금을 얻어 마신 고마움에 기념사진을 찍어 주었다. 한국도로공사 단성영업소 마실기획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밝은 모습이다.
황매산

황매산 표지석에 있는 정상 바위에서 한동안 쉬며 사방팔방으로 사진을 찍었다. 정상에서 제법 시간을 보내며 사홍서원(모든 보살의 네 가지 큰 서원.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모든 번뇌를 끊고, 모든 가르침을 배우고, 불도를 이루는 것)을 기도했다. 바위 아래로 내려가자 물을 얻어 마셨던 단체 여행객이 아직 쉬고 있다. 또 다시 다가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한국도로공사 단성영업소 마실기획 직원들이란다. 이어 기념사진도 한 장 찍어주겠다고 하니 모두 일어서 자리를 이동하고 포즈를 잡는다. 찰깍하고 작별인사를 하며 하산길이다. 

  
▲ 철쭉꽃 아기 얼굴에 흑점이 군데군데 있는 모습을 한 꽃잎은 예쁘기만 하다. 사마귀 머리를 닮은 암수 수술대는 머리를 치켜들고 세상 밖 구경이나 하는 모습으로 내밀고 있다.
황매산 철쭉

올라왔던 길을 똑 같이 내려가는 터라, 나무계단에서 또 다시 숫자를 세어보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 올 때 보다 힘이 덜 들어서인지 비교적 숫자 기억도 쉽다. 모두 583개. 그런데 올라 올 땐 564개라고 핸드폰에 저장돼 있다. 이렇게도 많이 차이가 날까 하는 의문이다. 하기야 어떤 여행객은, 4백 9십 몇 개라는 말을 하는 것도 들었다. 숫자가 뭐 그리 중요할까, 모두 내 마음의 문제란 생각이다. 

산중턱에 자리한 기와지붕의 정자는 고즈넉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안개가 지붕을 살짝 넘나들며 춤추는 모습은 정말 고요하고 아늑한 자태다. 철쭉 꽃 숲길을 지나니 평평한 산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묵상하며 걸었다. 사진에서 보는 화려한 철쭉 군락을 보지는 못했지만, 나름 의미 있는 하루의 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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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산청군 차황면 | 황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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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와 한방약초에 푹 빠지다

푸름이 넘쳐나는 5월, 식물은 푸름을 더해가며 세상을 더욱 살찌게 만들고, 살아있는 생명체는 새 생명을 잉태하는 건강한 계절이다. 어린이날인 5일. 자식도 훌쩍 커 성인이 돼 버린 탓에 아이 손잡고 공원을 거닐며 놀이기구를 타 볼 일도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한방약초축제'가 열리는 산청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내내 많은 차로 혼잡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예상은 꼭 맞아 떨어졌다. 산청 나들목을 빠져 나오니 긴 꼬리를 문 차량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축제장소인 운동장으로 가는 또 다른 길을 아는 터라 차를 돌렸지만, 운동장 입구부터는 더 나아갈 수 없다. 지루한 시간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차 안에서 바깥 풍경에 취했다. 경호강 옆 작은 언덕 숲 속에선 하늘을 향해 쉼 없이 하얀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시원하다. 오가는 사람 구경, 밀리는 차 구경을 뒤로하며 차를 돌렸다. 복잡한 곳과 기다리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는 탓이리. 

  
▲ 철쭉 붉고 하얀 철쭉 꽃 뒤로 멀리 좌측으로 철쭉 군락지인 황매산이 보인다.
철쭉

함양 상림 숲에나 가볼 요량으로 60번 국가지원지방도를 따라 가다보니 '동의보감촌'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업무든 놀이든 산청을 많이 다녔건만 이런 데가 있었나 싶었고, 그러면 차라리 이곳에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장에서 약 6㎞를 달려 도착한 곳은 산청한의학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곳은 산청한방테마촌으로 '2013년 산청 세계전통의약엑스포' 개최 장소이기도 하다. 한의약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맞아 개최하는 이 엑스포는 2013년 9월 10일부터 40일간 열린다고 한다. 

진분홍 철쭉이 붉은 미소로 나그네를 맞이한다. 많은 여행객이 붐비지만 주차장도 넓고, 터가 워낙 넓어 그리 복잡하지 않다. 지리산은 깊은 계곡과 골짜기로 뭇 생명이 살아 숨쉬는 자연의 보물창고다.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한 환경에서 자연의 경외감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곳이요, 죽어가는 생명을 치료하는 곳이다. 그러니 지리산에 나고 지는 풀 한 포기, 나뭇잎사귀 하나, 열매 한 개, 뿌리 한 줄기 그리고 나무껍질은 약재가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다. 

  
▲ 공원 산청한의학박물관 바깥으로는 공원이 아름답게 조성돼 있다.
산청한의학박물관

산청한의학박물관은 전통의학실과 약초전시실로 나뉘어져 있다. 전통의학실은 한의학의 역사와 발전 과정, 전통요법소개, 한의학의 우수성과 직접 체험해보는 한의학으로 구분돼 있다. 약초전시실은 역사와 분류, 약초 알아보기, 약초의 고장 소개 등으로 꾸며져 있다. 

1층으로 들어서자 좌측 한 공간에 2011 찾아가는 도립미술관 '치유하는 풍경 전'이 열리고 있다.  

"자연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를 의미한다. 스스로 존재한다는 것은 반면 치유의 의미도 내재되어 있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산청은 아름다운 산, 계곡, 그 속에 치유의 능력을 품고 있는 약초, 그리고 명의 유의태, 이처럼 산청은 스스로 치유하고 인간을 치유하는 잠재적 능력을 가진 신비한 고장일 것이다." 

안내문에는 위와 같이 적혀 있다. 산청한방약초축제 곁 손님으로 미술전시회를 통하여 자연과 약초와 산청을 돋보이게 하는 적절한 비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인다. 

  
▲ 한방치료 산청한의학박물관 내부에 한방치료를 하는 모습이 전시돼 있다.
산청한의학박물관

은은한 조명아래 잘 꾸며진 한방을 소개하는 공간은 예부터 많이 보아온 인상적인 모습이다. 한의사가 누운 환자를 진맥하고, 침을 놓는다. 손질한 한약 재료는 봉지에 담아 습기에 차지 않도록 천장에 매달아 잘 보관해야만 한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약봉지를 풀어 약단지에 넣고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 약을 달인다. 노력과 지극한 정성이 들어간 보약을 먹은 사람은 자연으로 다시 돌아 갈 것이 틀림없다. 

2층으로 올라가자 역시 은은한 조명아래 옛 마을이 잘 꾸며져 있다. 위엄을 뽐내는 듯한 대궐 같은 집 옆에는 볼품없는 초라한 초가집이 있다. 내가 살던 옛 집의 모습이지만, 그래도 정감이 간다. 시골장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빈다. 온갖 약재를 파는 모습도, 물건을 흥정하는 사람도 보인다. 짧게는 십여 년, 길게는 이십여 년 전의 장면을 이 곳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 불노문 산청한의학박물관 입구에 서 있는 불노문. 뒤쪽 현판에는 장생문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다.
불노문

나는 어떤 체질일까? 그러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좋을까? 좋은 약초는 뭘까? 한방에서는 크게 소양인, 소음인, 태음인 그리고 태양인으로 나눠 체질에 맞는 치료를 한다. 먼저, 소양인(少陽人)의 체질은 비대(脾大) 신소(腎小)하며, 굳세고 날랜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비뇨기 생식기 기능이 약하다.  

더운 음식보다는 찬 음식을 좋아하며, 음식을 빨리 먹는 경향이 있다. 약초로는 영지, 산수유, 구기자, 강활이 좋다. 소음인(少陰人)은 신대(腎大) 비소(脾小)하며, 엉덩이가 크고 앉은 자세가 크나 가슴둘레를 싸고 있는 자세가 외롭게 보이고 약하다. 더운 음식을 좋아하며 맛있는 것을 골라 먹는 경향이 있다. 음식은 대체로 늦게 먹는 편. 약초로는 익모초, 용담초, 적작약이 좋다. 

  
▲ 정화수 정화수 긷는 소녀
정화수

태양인(太陽人)은 폐가 크고 간이 작으며 가슴 윗부분이 발달한 체형이다. 목덜미가 굵고 실하며 머리가 크다. 대체로 냉랭한 음식을 좋아하며, 특히 담백한 음식을 좋아한다. 약초로는 가시오가피, 앵두나무, 시호 등이 좋다. 태음인(太陰人)은 간이 크고 폐가 작으며 허리 부위의 형세가 성장하여 서 있는 자세가 굳건하다. 반면에 목덜미 기세가 약하다. 식성이 좋아 대식가가 많으며 폭음, 폭식하는 경향이 있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석창포, 백선피, 천마 등이 좋은 약초로 알려져 있다.  

평소 야생화와 약초에 관심이 많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전시관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발길을 옮기기는 더욱 어렵다. 설명문과 약초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시관이라 플래시 사용을 하지 않고 저속으로 촬영하며 기록을 남겼다. 약초에 대한 설명은 계속 이어진다. 

  
▲ 전망대 곰 머리부분을 형상화한 전망대. 이 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참으로 아름답다. 멀리 좌측으로 철쭉 군락지인 황매산이 보인다.
전망대

잎을 쓰는 약초로는 질경이, 이질풀, 익모초, 애기똥풀, 차조기, 약모밀이 있다. 열매로는 오미자, 산딸기, 탱자나무, 머루, 구기자, 산수유, 익모초씨, 은행열매가 있다. 꽃이나 꽃가루를 쓰는 약초로는 매화꽃, 벚꽃, 인동꽃, 살구꽃, 홍화, 연꽃 등이 있다. 뿌리로는 도라지, 오이풀, 잔대뿌리, 더덕, 하수오, 만삼, 당귀가 있다. 껍질로 쓰는 약초로는 뽕나무껍질, 느릅나무, 멀구슬나무가 있다.  

이 밖에도 독초를 감별하는 법, 토종약초와 수입약초 구별하기, 모양이 비슷한 약초 알기 등 많은 정보가 사람들을 붙잡아 놓는다. 실제로 독초를 약초로 오인해 캐서 먹다 병원에 실려 가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독초 감별하기에서는 '이런 풀 사용할 때 주의하세요!'에 미치광이풀, 독말풀, 투구꽃을 소개하면서 약초로도 이용하지만 사용할 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 약초 갖가지 약초들. 위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엉겅퀴, 등골나물, 곰취, 톱풀, 복수초, 노루귀, 풀솜대, 무릇.
약초

약초를 뿌리, 줄기, 잎 그리고 꽃 형태를 통째로 건조시켜 전시한 공간에는 식물의 특성을 알 수 있어 볼 만하다. 그동안 많이 접해 왔던, 생소하지 않은 들녘에 나는 풀이지만, 이 모든 풀이 약초로 쓰인다니. 74종류의 약초가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듯 형광 불빛에 몸을 드러내 놓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금낭화와 할미꽃은 꽃잎을 그대로 달고 있다. 또 다른 공간에는 야생화 전시장이 있다. 쥐오줌풀, 뿌리에서 쥐 오줌 냄새가 난다고 붙여진 이름인데, 썩 좋아 보이지 않는 이름과는 달리 예쁘기만 하다. 5~8월경 줄기 끝에서 무리지어 피는 이 꽃은 지금 당장 분홍빛 꽃을 터뜨릴 태세다.  

  
▲ 쥐오줌풀꽃 뿌리에서 쥐 오줌 냄새가 난다고 붙여진 이름인데, 썩 좋아 보이지 않는 이름과는 달리 예쁘기만 하다. 5~8월경 줄기 끝에서 무리지어 피는 이 꽃은 지금 당장 분홍빛 꽃을 터뜨릴 태세다.
쥐오줌풀

전시관에서 시간 반을 훌쩍 넘겼다. 그만큼 볼거리도, 공부거리도 많았다는 것. 밖으로 나오니 뜨거운 햇살이 쏟아진다. 철쭉꽃으로 유명한 황매산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붉은 철쭉 빛은 보이지 않는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모아 이른 새벽 처음 긷는 물이라는 정화수. 작은 연못에 효성이 지극한 소녀가 물을 긷고 있다.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만, 요즘에도 저런 지극 정성한 소녀가 있을까 묻는다면, 내가 부정적이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까? 

큰 이빨을 드러내고 머리만 있는 거대한 곰 조각상이 있는데,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싱가포르에 있는 '머라이언상'을 닮은 모습이다. 입안으로 들어가 내려다보는 경치는 정말로 아름답다. 분수광장의 분수대는 하늘을 향해 물을 뿜어내고 있다. 열두 동물을 조각한 십이지 상에서도 물을 뿜는다. 분수대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아이는 옷이 흠뻑 젖었지만,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 분수광장 분수광장에서 시원한 물을 뿜어내고 있다.
분수광장

관람을 마치고 약초 판매장에 들렀다. 두통, 중풍(뇌졸증), 불면증, 고혈압, 우울증 등 질환에 불가사의하다 할 만큼 효력을 발휘한다는 천마. 일반 약재보다 비싸다는 천마를 한 봉지에 3만원에 샀다. 곱게 단청을 한 기와지붕의 큰 문 현판에는 '불노문(不老門)'이라 쓰여 있고, 반대편에는 '장생문(長生門)'이라 쓰여 있다. 중국 땅을 통일한 중국 최초의 진 시황제. 불로불사를 꿈 꿨던 최고의 권력자였지만, 불과 49년 그 꿈은 오래가지 못하고 접어야만 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 한방약초축제 산청 한방약초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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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산청군 금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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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희망, 성공 함께 간직한 섬 외도
  
▲ 튤립 지금 외도는 튤립이 만발하고 있다.
튤립

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덩달아 거제도도 여행객의 발길이 끊어질 줄 모른다. 이름 나 있는 명소는 사람과 버스로 혼잡함을 넘어 물이 넘쳐나듯 하다. 고향 거제도에 살다 보니 외지 사람들을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봄가을이나 여름 휴가철이면 더욱 그런 실정. 4월 17일, 서울에서 30여 명의 사람들이 외도를 구경 하러 온다는 연락을 받고 집밖으로 나왔다. 

  
▲ 최호숙 대표 외도보타니아 최호숙 대표
외도보타니아

거제도를 방문하는 여행객 최고의 점심거리는 역시 멍게 비빔밥. 청정해역 남해안 바다에서 자란 멍게는 독특한 향기로 사람들의 코와 혀를 자극하는 음식의 재료로 쓰인다.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 바로 옆에 있는 이 식당은 얼마나 잘 알려져 있는지 TV 여행코너에 단골로 등장한 지 오래. 밀린 차량으로 인해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탓에 배도 더욱 고팠을 터. 그래서일까 맛있게 먹는 표정을 보니, 식당 주인도 아닌 내가 흐뭇해진다. 

  
▲ 외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외도. 김영사 펴냄.
외도보타니아

배를 타기 위해 도착한 구조라 선착장은 바닷바람이 세차다. 항내라지만 흰 거품이 살짝 인다. 해풍은 정면에서 얼굴을 때리고, 파도에 출렁거리는 배는 심하게 요동치며 몸을 가누기가 어렵다. 잠시 뒤, 여행객을 내려준 유람선은 바다 한 가운데서 휴식을 취한다. 외도 선착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인다. 유람선사에서는 외도 관람을 위해 두 시간을 주는데, 이 시간이면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외도의 이곳저곳을 두루 살펴 볼 수 있다. 

  
▲ 여행객 지금 외도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외도보타니아

  
▲ 황금빛 관람로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나무로 장식돼 있다.
외도보타니아

매표소를 지나 언덕길을 조금 오르면 나무로 만든 '외도(外島)'라는 간판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도는 바깥에 있는 섬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밖섬이라고도 한다. 외도 안쪽에는 또 다른 섬이 하나 있는데 내도(內島)라 하며, 안섬이라 부르고 있다. 

외도의 파수꾼이라 할 수 있는 김종하 이사. 그는 조경전문가로 외도에 심은 나무와 꽃을 관리하고 있는 책임자다. 특별한 요청으로 일행의 안내를 맡아 주었으며, 나무 한그루, 식물 한 포기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 튤립 지금 외도는 튤립이 만발하고 있다.
외도보타니아

외도는 4만 7천여 평의 부지에 1976년부터 개발하여 1995년 4월 15일 개장하였으며, 2007년 8월 3일 누적 입장객 수 천만 명을 돌파하였다. 2002년 제작 방영한 KBS 드라마 '겨울연가' 마지막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장소는 '외도보타니아' 최호숙 대표의 사택으로 일반 관람객은 출입이 금지돼 있다.  

이날 우리는 최호숙 대표의 특별한 초청으로 사택을 방문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특별한 장식이나 화려함을 치장한 건축물은 아니었다. 건물은 사각형으로 배치했으며, 중앙은 뻥 뚫려 하늘과 맞닿아 있다. 비가 올 땐, 빗물이 바닥으로 떨어져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건축주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창문 역할을 하는 탁 트인 공간은 앞쪽 대나무 숲에서 멀리 있는 해금강을 눈앞으로 끌어다 놓는다. 정말이지, 한국에 이런 멋진 공간이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마, 일행도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 선착장 외도 선착장
외도보타니아

외도보타니아 최호숙 대표. 1936년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나, 1957년 서울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1969년 남편과 우연한 기회로 외도를 찾게 되고, 연이은 실패와 해마다 겪는 태풍은 그녀를 좌절로 몰아넣었지만, 30여년 만에 '불가능한 낙원', '땅위의 천국'이라 불리는 외도해상농원을 가꾸어냈다. 일행은 사택에서 그의 인생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시련과 실패를 좋아한다. 나를 더욱 강하게, 내 인생을 더욱 멋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오지에는 천국이 숨어있다." 

칠십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지만, 최호숙 대표는 지금도 꿈이 있단다. 그래서 그 꿈을 물어 보았다. 

"아주 어릴 적부터 품어왔던 나의 가장 오랜 된 꿈은 바로 '뚜껑 없는 차'를 타는 것이었죠. 그런데 실제로 지인의 도움으로 50년이 지나 실제로 꿈을 이뤘죠. 또 하나는 '파티하는 정원'이지요. 젊었을 때 본 <애수> <젊은이의 양지> <지상에서 영원으로> 등 할리우드 영화에는 유난히 정원이 많이 나오죠. 그래서 외도 개발 40주년에 맞추어 근사한 파티를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죠. 정명훈 씨 같은 세계 최고의 음악인들을 모셔다 클래식 음악회를 해도 좋을 것 같고, 유명한 재즈 뮤지션들과 젊은 스윙 동호인들을 불러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춤을 춰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이야기 꽃 외도보타니아 서호숙 대표의 사택. 이곳에서 지난 2002년 겨울연가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앞으로 탁 트인 공간으로 바라다 보는 해금강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한국에 또 이런 공간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외도보타니아

얘기를 듣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가이드의 재촉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꽃밭에는 봄꽃으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단연 튤립이 돋보인다. 50여 종의 튤립이 이곳저곳에 원색의 물결을 이루며 피어 있다. 사람들로부터 탄성과 환호가 쏟아진다. 물감을 칠해도 자연색만큼이나 예쁘게 칠할 수는 없을 게다. 여행객에게 떠밀려 관람로를 따라 움직였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정원은 천국이 따로 없다. 키 큰 아열대 식물을 비롯한 선인장과 화려하게 핀 꽃들은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 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우거진 짧은 숲속 길을 지나자 탁 트인 푸른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해금강 사자바위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큰 파도가 절벽에 부딪혀 흰 파도를 일게 한다. 푸른 바다는 멀리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외도 동쪽 풍광이다. 

외도는 약 800여 종의 식물이 자라는 대형 식물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식물만 있는 게 아니다. 길목 곳곳에는 최호숙 대표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조각상.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에서부터 깊게 포옹하는 아름다운 연인의 조각상, 그리고 근력 넘치는 우람한 남성 조각상까지 크기도 형태도 다양하다. 이어서 관람로를 따라가다 보면 외도의 사방을 볼 수 있다. 외도 서쪽은 서이말 등대와 외도가 자리한다. 그늘 진 숲에서 한숨 돌리며 찬찬히 내도와 서이말등대를 바라보며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본다. 한 여인의 꿈과 희망을 담은 이곳 외도.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실패는 반드시 성공을 가져다주는 하나의 기회였다는 것. 

  
▲ 야자수 아열대 식물인 키 큰 야자수와 선인장의 외도의 상징이다.
외도보타니아

천국의 계단에는 커플티를 입은 한 쌍의 남녀가 걸어 내려가고 있다. 천국의 계단은 태풍 '셀마'가 왔을 때 해풍으로 인해 나무가 모두 말라 죽었던 뼈아픈 곳이다. 실의에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건져 올린 '약속의 땅'인 곳이기도 하다. 나는 천국의 계단을 내려가면서, 천국은 그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서야만 갈 수 있는 희망의 땅이요, 약속의 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두 시간이 넘는 관람을 마치고 해풍이 부는 선착장으로 왔다. 외도에는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가 없다. 그러다 보니 너울성 파도로 인하여 연간 약 백일간은 유람선이 운항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거제시의 적극적인 협조로 방파제 건설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 하니, 앞으로는 여행객들에게 더 안전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외도 흰 거품 뒤로 보이는 작은 섬, 외도. 외도는 실패와 좌절, 꿈과 희망, 성공을 함께 간직한 아름다운 섬이다.
외도보타니아

배를 타니 부서지는 흰 파도를 뒤로 하고 있는 섬, 외도. 눈으로부터 멀어지고, 작아지는 유형의 작은 섬이지만, 내 가슴속에는 실패와 희망과 성공을 가져다 준 약속의 큰 섬이라 간직하고 싶다. 오늘도 외도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스쳐 지나간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와 식물과 자연에만 도취돼 실제는 그 속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외도를 찾아가는 여행객들에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거제도 동쪽 끝, 한 때 보잘것없던 이 작은 섬이 실패와 좌절을 딛고, 지금은 꿈과 희망을 간직한 성공을 이룬 약속의 땅이라고. 

  
▲ 튤립 지금 외도는 튤립이 만발하고 있다.
외도보타니아
  
▲ 외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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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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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함 가득한, 거제도 삼거리~구천댐~망치10킬로 벚꽃길
  
▲ 벚꽃길 화사함이라는 단어는 벚꽃에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벚꽃

봄이면 느끼는 자연의 화사함.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야말로 화사함의 절정이다. 그것도 오후 두세 시경, 태양빛을 거꾸로 받을 때 그 화사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절정의 색깔이다. 

  
▲ 벚꽃길 정말로 화사한 벚꽃길이다.
벚꽃길

  
▲ 벚꽃길 푸른 하늘과 벚꽃이 대조를 이룬다. 정말 멋있는 풍경이다.
벚꽃길

  
▲ 벚꽃 하늘 길 벚꽃 하늘 길이 열려있다. 푸른 하늘과 닿아 있는 벚꽃은 천국을 인도하는 느낌이다.
벚꽃

전국에 내로라하는 벚꽃길은 많다. 대표적으로 진해 군항제 때 피어나는 벚꽃, 하동 십리 벚꽃길 그리고 남해 벚꽃길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나 있다. 그 밖 지역의 소소한 벚꽃길은 봄철 여행객을 꼬드기는 하나의 상품이 되고 있다. 

별로 이름 나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신을 알아주는 이에게 화사함을 전해주는 벚꽃길이 있다. 거제도 상문동 삼거리에서 구천댐 방향으로 틀면 화사한 벚꽃은 여행객을 맞이하고, 곧바로 길가에 차량을 멈추게 한다. 벚꽃은 구천 삼거리까지 이어지며 좌로는 호수같은 구천댐이 시선을 끈다. 구천삼거리에서 좌회전 방향으로 돌아 망치삼거리까지 이어지는 총 10㎞의 벚꽃길. 이 길은 일명 '황제의 길'이라 불리는 곳이다. 2005년 9월 28일자 '거제도 황제의 길을 아십니까?'라는 기사에서 이디오피아 셀라시에 황제가 거제도를 방문하여 아름다운 경관에 빠져 원더풀을 일곱 번이나 외쳤다고 하는 그 길이다. 

  
▲ 벚꽃길 벚꽃길
벚꽃

  
▲ 벚꽃길 거제도 삼거리에서 구천삼거리로 이어지는 벚꽃길. 차량은 길을 멈추게 하고 차에 내리게 만든다. 아름다운 길이다.
삼거리

길 양쪽으로 핀 벚꽃은 하늘을 덮을 정도다. 그러고는 매력에 빠진 사람을 차에서 내리게 만든다. 시가지에 핀 벚꽃을 보기 위해 도심에 차를 세워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지 않아도 되고, 재촉하는 차량 경적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한적한 길이라 양쪽 깜빡이등을 켜고 세워도 누가 뭐라할 사람이 없다. 자연스레 나뭇가지를 잡고 폼을 잡으며, 기념사진을 찍어도 시비걸 사람은 더더구나 없다. 

  
▲ 외도 멀리 외도가 보인다. 거제도에서 시작하는 국도 14호선은 쪽빛 바다를 내내 조망할 수 있어 좋다. 드라이브 여행객이라면 정말 좋은 배경을 가진 거제도 해안쪽 풍경 모습이다.
외도

  
▲ 윤돌섬 거제도 국도 14호선에서 바라본 윤돌섬. 멀리 해금강이 보이고 국도 14호선을 따라 도는 내내 이런 쪽빛 바다 풍경은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국도 14호선

  
▲ 산 벚꽃 거제도 삼거리에서 망치삼거리를 이어오는 산복도로에 피어난 자연산 벚꽃. 거제도는 지금 산 벚꽃이 피어 드라이브하는 여행객을 가슴 들뜨게 하고 있다.
산 벚꽃

일주일만 피어 있어도 좋으련만, 벚꽃은 그리 오래 펴 있지 못한다. 그래도 내일 모레까지는 화사함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망치삼거리에서 해금강 방면으로 가다보면 쪽빛 거제도 바다가 손짓을 한다. 봄철 드라이브 코스로 여행객들로부터 주목 받는 곳이다. 여기서 국도 14호선이 시작되는 거제도 해금강이 있는 데 까지 달려보는 즐거움, 분명 손해 보는 여행은 아닐 것이니라. 

  
▲ 벚꽃길 구천삼거리에서 망치삼거리로 이어지는 벚꽃길이다. 정말 아름다운 길이다. 이디오피아 셀라시에 황제가 원더풀을 일곱 번이나 외쳤던 '황제의 길'에 벚꽃이 피어 있다.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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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 구천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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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pandorashop-charms.com BlogIcon Pandora Charms 2012.11.28 1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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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능포양지암조각공원에서 양지암까지
  
▲ 양지암과 양지암등대 거제도 최동단 끝에 있는 양지암과 양지암 등대
양지암

뒤뚱거리며 걷는 아이가 넘어질까 할머니는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업거나 안고 가기에는 힘이 부치는지라 걸음을 걷게 할 수밖에 없는 처지. 따스한 봄 햇살은 머리 위로 쏟아지고, 눈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에서 부는 해풍은 코끝을 자극한다. 해안가 암벽에는 파도가 부서지며 연신 포말을 만들어내고 있다. 길 양쪽에 핀 수선화는 산들산들 춤추며 해맑은 웃음으로 여행객을 맞이한다. 거제도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양지암으로 가는 길목, 봄 풍경이다. 

  
▲ 돌고래상 능포양지암조각공원에 있는 돌고래 석상
돌고래상

  
▲ 튤립 능포양지암조각공원에 활짝 핀 튤립
튤립

차량으로 거제도로 가는 길은 거제대교나 지난해 말 개통한 거가대교를 건너야 한다. 이어 장승포까지 가야하며, 장승포해안일주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양지암 입구 들머리에 들어서게 된다. 주차장 입구 주변에는 빨강 노랑 튤립이 활짝 피어 있다. 두 마리 돌고래 석상은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높이 날아오를 듯 하는 기세다. 벚꽃나무는 한창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잘 닦여진 산책길을 따라 조금 걷자 조각공원이 나온다. 2007년 조성한 이 조각공원에는 국내 유명작가의 조각 작품 21점이 13,105㎡의 면적에 전시돼 있다. 작가의 열정과 혼은 느껴지지만,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는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갑자기 십수 년 전, 아들을 데리고 목포 유달산 조각공원을 가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땐, 아이한테 제법 아는 척 하며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만 날 뿐이다.  

발사대 위에 세워진 로켓, 꽁무니에는 갈매기 한 마리가 쫙 달라붙어 있다. 조각공원이 있는 언덕 뒤 바다는 태평양으로 바로 이어진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이 작품은 카운트다운을 외치면 흰 연기를 내뿜으며 바로 날아갈 것만 같은 자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작품은 우주를 상징하는 블랙홀과 자연을 상징하는 새를 조형적으로 결합하는 내용으로 작품명은 '미지의 꿈'이라고 한다. 수박 겉을 핥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어 다른 작품도 감상해 보는 여유를 가져본다. 

  
▲ 미지의 꿈 우주를 상징하는 블랙홀과 자연을 상징하는 새를 조형적으로 결합하는 작품이다.
미지의 꿈

  
▲ 벚꽃 벚꽃나무가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고 있다.
벚꽃

산언덕에 잘 가꾸어진, 제법 폭이 넓은 산책길은 양쪽으로 바다가 보인다. 한쪽은 가까이로 붉은 색과 흰 색의 등대가 마주하는 포구가 있는 마을이고, 멀리로는 거제도의 명물 거가대교가 보인다. 또 다른 한쪽은 가까이로 해안절벽에 포말이 부서지고, 멀리로는 부산 다대포와 영도가 보이는 곳이다. 큰 바다에는 대형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세계 최대의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도라는 곳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 삶 바다가 보이는 언덕 밭에서 씨앗을 뿌리는 다정한 부부. 아름다운 삶은 한 폭의 그림이다.

붉은 황토밭을 일구는 땀 흘리는 부부의 모습이 정겹다. 삽으로 땅을 갈다 힘에 부치는지 남편은 한 숨 돌리지만, 아내는 허리 숙여 일에 열중이다. 무슨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우려 하는 것일까. 도시 속 농촌 풍경이요, 그 너머로는 어촌 모습이다. 한 폭의 동양화요, 삶 자체가 그림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슬슬 땀이 배어 옴을 느낀다. 상의를 벗어 어깨에 걸쳤다. 시원한 바람이 가슴에 와 닿으니 한결 나은 느낌이다. 

삼십분 정도 지나자 오른쪽 숲 속으로 들어가는 좁은 산길이 나온다.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밀림 같은 느낌이다. 떨어진 솔잎이 쌓여 푹신하고 걷기에도 편하다. 숲 사이로 비쳐 보이는 바다는 파도를 치며 연신 거품을 내고 있다. 산길을 안전하게 걷도록 중간 중간 통나무 난간도 설치해 놓았다. 가파른 언덕길에 올라서자 망망대해는 푸른색으로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연분홍 진달래는 바람에 살랑거리며 웃음 가득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 양지암 가는 길 능포양지암조각공원 주차장에서 걸어서 한 시간. 군부대 입구에서 드디어 양지암 가는 길을 찾았다.
양지암

한 시간을 조금 넘게 걸었을까, '양지암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넓적한 평지에서 한 숨을 돌렸다. 조금 지나니 철문이 있는 군부대가 나오고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의문이 인다. 바로 옆 인터폰이 있어 수화기를 들고 물으니, 옆으로 길이 나 있단다. 동행한 여행객 일부는 발길을 돌려 그냥 가자는데 나는 돌아갈 수가 없다. 양지암 등대가 있는 마을에서 산지가 삼십 년이 지났지만, 여태까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기에 예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 능포항 호수같이 잔잔한 능포항. 붉은등대와 하얀 등대가 서로 그리워하고 있다.
능포항

  
▲ 거가대교 능포양지암조각공원에서 바라본 거가대교.
거가대교

십 여분 숨을 헐떡거리며 걸을 쯤, 눈앞에 흰 등대가 보인다. 십 미터 이상 될 것만 같은 큰 높이다. 가파른 철 계단으로 올라서자 등대는 내 곁으로 다가왔다. 큰 덩치의 등대를 포옹할 수는 없어 등을 지고 기대어 섰다. 푸른 바다에서 이는 바람이 온 몸을 식혀준다. 발아래로는 양지암이다. 뱃길로는 수도 없이 양지암을 보고 지났건만, 걸어서 오기는 처음이다. 푸른바다는 큰 파도를 일게 하지만, 내 가슴엔 큰 기쁨이 일어나고 있다. 

양지암(陽地岩) 등대, 1985년부터 뱃길 안전을 위해 불을 밝힌 등대로서 거제도 최동단에 위치하고 있다. 등대가 있는 큰 바위에 올라서면 거가대교와 부산 다대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이면 대마도가 길게 드러누워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큰 바다는 크고 작은 배들이 쉼 없이 오간다.  

양지암 등대가 있는 이 곳은 시원한 푸른 바다와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거제도 최고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이 등대는 2000년까지 등대 입구에 군부대가 있어 군사보호구역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돼 왔으나, 2004년부터 주변 오솔길을 통하여 등대에 출입할 수 있고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2008년 마산지방해양항만청에서 등대 높이를 2배 정도 더 높이고, 철 사다리와 데크를 설치하여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 양지암 등대 거제도 최동단 끝자락에 있는 양지암 등대는 1985년부터 불을 밝히고 있다. 이 곳은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대마도, 거가대교, 그리고 부산 다대포와 영도를 볼 수 있는 거제도 최고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양지암 등대

양지암과 등대를 구경하고 돌아나가는 길은 왔던 길로 갈 필요는 없다. 차량 통행이 가능한 넓은 도로를 따라 편안히 걸으면 된다. 길 좌우로는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높이가 족히 30m 이상 되는 해송으로, 밀림과 비슷할 정도로 우거진 숲이다. 이런 숲속 길에서 여유로움을 가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편안한 기분으로 걷는 십여 분이 지나면, 붉은 등대와 하얀 등대가 여행객을 손짓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련이 남아서일까, 방파제에서 고기 낚는 낚시꾼의 모습을 잠시 보며 발길을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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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 능포동 | 양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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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공고지에 봄소리 전하는 수선화 '만발'
  
▲ 희망 여러송이 수선화가 한 꺼번에 집단으로 피어 있다. 기자에게는 희망을 주는 느낌이다.
희망근로

춘삼월 봄이라지만 영동지방은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25일, 많은 눈이 내렸다는 뉴스를 들었기에. 이보다 하루 지난 26일, 거제도 공곶 마을은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려 전국에서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공곶(鞏串)마을, 사람들에게는 '공고지'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고, 그렇게 불리고 있다. 거제도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전국에서 더 많이 알고 있는 명소다. 이곳 봄소식을 전하는 여행 기사를 각 일간신문에서 한번 다뤄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기도 하다. 

  
▲ 외로움 홀로 핀 수선화. 외로움을 잔뜩 한 모습이다.
수선화

  
▲ 부부 두 송이 수선화. 이곳 공곶마을에는 강명식 할아버지 부부가 곱게 핀 수선화처럼 다정스레 농장을 가꾸며 살고 있다.
사랑

공고지는 거제시 일운면 예구리에 속해 있는 작은 마을이다. 아니,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가구 수가 너무 적다. 예전에는 몇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지만, 지금은 강명식(80) 할아버지 부부 한 가구만 살고 있다. 이곳 공고지를 가꾸고 공원을 만든 분으로, 2009년도 경남도로부터 '자랑스러운 경남농업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땅의 가치와 농작물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하며 한 평생을 살아 온 농부였기에 할아버지 부부를 생각하면 근면과 성실이라는 단어가 자동으로 떠오를 정도다. 

공고지는 봄꽃인 수선화로 유명하다. 2006년 3월 26일 이곳에 관한 기사를 쓴 후, 하루 차이도 없이 꼭 5년 만에 다시 찾아 가는 길이다. 물론, 그간 몇 번 다녀 온 적이 있지만, 봄에 가기는 그 이후로 처음이다. 예나 지금이나 가는 길은 가파른 고갯길로 올라서야 한다. 국립공원지역이라 도로를 포장하기 어려운 곳으로, 예전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폭이 넓어 다니기에는 조금 낫다는 점.  

20여 분 비탈길을 오르면, 거친 숨 때문에 조금 쉬어가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일부러 쉴 필요가 없다. 그때쯤이면 산언덕에 올라서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이할 수 있기에. 앞으로는 내도가 보이고, 멀리로는 해금강이 보인다. 유람선이 흰 물살을 일으키며 외도와 해금강을 바삐 오가며, 봄 바다를 갈라놓는다. 

  
▲ 공곶입구안내판 공곶마을 입구에는 강명식 할아버지와 수선화꽃을 담은 안내판이 이곳의 내력을 설명하고 있다.
공곶

언덕에는 예전에 없던 안내판이 하나 서 있다. 할아버지 모습과 수선화 사진을 담은 안내판에는 공고지의 이모저모를 설명해 주고 있다. 가까이 있는 푸른 바다는 봄바람을 실어 나르기 바쁘다. 향긋한 해풍은 육지에 닿아 고갯길을 오르는 사람에게 봄바람이라는 인식을 느끼게 해 주고 있다.  

한숨을 돌리고 나면 급경사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양쪽으로 울창한 동백나무는 꽃 터널을 만들고 땅바닥에 떨어진 붉디붉은 꽃잎은 비단길을 깔아 놓은 것만 같다. 돌계단을 하염없이 내리 걷고 또 걸었다. 울창한 동백 숲은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만들어 놓았다. 돌계단이 몇 개인지 세어가며 내리 걷는 기분도 쏠쏠한 재미다. 

  
▲ 내도 공곶마을에 바라 본 내도.
내도

내려가는 사람에 비해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목에 꽉 찼다. 단내가 쏟아짐을 느낀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빛 땅으로 나왔다. 종려나무가 빽빽이 서 있고, 동백나무는 붉은 꽃잎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햇살을 받은 꽃잎은 살포시 웃는다. 새색시 색동저고리 입고 뽐내는 모습과도 너무나 닮았다.  

이곳 동백은 한 동백꽃이라고 한다. 찰 한(寒)자를 써서 겨울에 피는 동백이라는 의미란다. 사실 동백은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피고지고를 반복하는 꽃이다. 거제도나 여수를 비롯한 남해안에서 바닷바람을 맞이해야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땅바닥에 떨어진 붉은 꽃잎은 사랑 한번 해 보지 못한 늙은 총각의 슬픈 눈물인 듯, 보이는 것은 왜일까? 

  
▲ 독일수선화 독일에서 들여왔다고 해서 할아버지 부부는 독일수선화라고 부른다.
수선화

  
▲ 제주도수선화 제주도수선화
제주도수선화

옛 모습을 간직한 돌담장 길 할아버지 집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인근에 있는 서이말 등대로 가기 위해서는 할아버지가 사는 집 안을 거쳐 지나야만 한다. 이 곳 공곶마을은 사계절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수선화 피는 이때쯤이면 특별히 많은 사람들이 온다.  

이날 열 한 시경 도착, 오후 두 시까지 머물렀는데, 방문객은 줄잡아 2천여 명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수선화 밭은 노랑 꽃 물결로 일렁인다. 그 너머로는 푸른 물결이 넘실대며 배 한척이 흰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수선화 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어떤 사람은 수선화 꽃이 핀 밭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어대지만,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 동백꽃 햇볕을 받은 동백은 더욱 선명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동백

사실, 공곶마을의 많은 부분은 강 할아버지의 개인소유 농지다. 그 곳에다 1970년대 초반 농사를 시작했으며, 대표 농작물로 33000㎡에 종려나무를 재배해 왔다. 당시로는 주 소득원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는 게 할아버지 귀띔. 이 밖에도 50여 종의 식물 재배로 아름다운 농원을 만들어 가고 있다. 바다 풍경과 잘 어우러진 종려나무 숲에서는 2005년에 영화 <종려나무 숲>을 촬영했다. 그래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어떤 사람은 꽃밭을 드나들고 가끔은 농작물을 다치게 하지만, 노부부는 싫은 말 하지 않고, 그러려니 한다. 처음 대하는 손님이지만 차 한 잔 꺼내놓기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정이 많다. 개인농지인 이 곳에 수선화 피는 계절이 돌아오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노부부의 정이 있어서라는 생각이다. 

  
▲ 새싹 거제도 공곶마을에는 봄이 오는 소리로 가득하다.
새싹

바닷가 몽돌 밭에는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점심을 먹고 있다. 아직 뜨거운 땡볕은 아닌지라 길게 창이 달린 모자를 쓸 필요는 없다. 흔히 바닷가 하면 비릿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지만, 여기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물을 말리거나 해초를 널어놓은 곳에서 나는 비린내가 없기 때문에. 파도가 몽돌에 부딪힌다. 철썩~, 처~얼썩. 바닷속 자갈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 속에 발을 담가본다. 발끝에서 시작하여 온 몸을 거쳐 머리끝까지 전해 온 시원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카메라는 봄 소리를 담기에 바쁘다. 렌즈를 갈아 끼우는 작업도 쉬운 게 아니다. 가방에서 꺼내 다시 빼고, 끼우고 하는 반복 작업에서 왜 이렇게 할까 스스로 물어보지만 신통한 답은 없다. 그저 사진 찍기가 좋아서라는. 걷다가 좋은 피사체가 보이면 수 십장의 셔터를 누른다. 예전과 달리 필름을 사용하지 않기에, 돈이 더 들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많은 사진을 찍어 좋은 것만 골라 쓰는 재미도 있는 것이 디지털카메라가 아닌가?  

  
▲ 동백꽃 공곶마을을 구경하고 나가는 출구에는 한 송이 동백꽃이 목을 길게 내민 듯 달려있다. 뒤로 어두운 동백꽃터널을 올라서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동백꽃

컴컴한 동백나무 숲 계단 길을 오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몰아쉰 숨의 끝자락에 할아버지 모습이 보인다. 언덕 끄트머리에서 할아버지는 직접 생산한 수선화를 팔고 있다. 수선화 꽃망울을 피운 작은 화분은 3천 원, 큰 화분은 5천 원이다. 천리까지 향이 퍼진다는 천리향 작은 화분도 3천 원에 팔고 있다. 개인농장을 공짜로 구경하면서 집으로 돌아 갈 땐, 봄 소리 알려주는 수선화 꽃 화분 하나 팔아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 공곶마을 봄소식을 전하는 공곶마을에는 봄 소리로 가득하다.
수선화

봄소식을 전하는 봄 소리란 무얼까? 수선화 꽃 피는 소리, 담쟁이 넝쿨 눈 솟는 소리, 바닷바람 이는 소리, 파도에 몽돌 구르는 소리, 할아버지 댁 강아지 눈 웃음소리 그리고 할아버지 부부의 정겨운 대화 나누는 소리가 아닐까. 이 소리는 올 봄 내내 거제도 일운면 한적한 공곶마을에 울려 퍼질 것이다. 봄 소리를 듣고자 한다면 올 봄 가기 전, 이 곳을 찾아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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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의 개그 콘서트, 난 그렇게 들었는데, 아이고 내가 잘못 들었네~~~

  
▲ 덕유산 향적봉에서 바라본 남덕유산(오른쪽 높은 봉우리). 중간 왼쪽 멀리 진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지리산 반야봉이다.
향적봉

소풍가는 날 새벽녘. 신발장 제일 아래 칸 구석진 곳, 21년 동안이나 나의 애마 역할을 한 비브람 등산화.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주지 않았던지 먼지가 소복이 쌓였다. 그 당시 거금(?)이라 할 수 있는 십 만 원 넘게 주고 산 등산화였다. 정확히 89년부터 산에 홀려 주말마다 산을 찾았다. 그 땐 자가용도 없었기에 버스로 지리산, 덕유산으로 가야만 했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불편함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랬지만 산을 찾아 나서는 길은 기대감으로 찼고, 돌아오는 길은 배낭에 기쁨 가득한 즐거움이 있었다. 

  
▲ 남덕유산 하얀 설원의 남덕유산. 왼쪽 뒤로 지리산 반야봉이 선명하다.
남덕유산

처음엔 여럿이 좋아 단체산행을 했지만, 고독을 즐기기 위해 혼자 다니기로 했다. 야간 산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초저녁, 산에 올라 텐트를 쳤다. 겁도 많이 났던 것은 당연한 일. 술병을 나발 채 마시며 잠을 청했지만, 새벽 두세 시경이면 충혈 된 눈은 자동으로 떠지곤 했다. 날짐승 울음소리,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 윙윙거리는 바람소리, 모두가 머리털을 곤두서게 했다. 이렇게 겁을 먹으면서, 혼자서 왜 산행을 할까 했지만, 주말만 돌아오면 또 다시 배낭을 챙기곤 했던 기억. 먼지 쌓인 비브람 등산화를 꺼내는 새벽아침, 90년대 산행에 대한 기억을 내 뱉어 놓았다. 

마지막 겨울을 알리는 2월의 끝자락인 26일. 직원끼리 산행이지만, 친목도모와 화합을 위한 자리. 그래서 먹을거리가 푸짐해야 제 맛이 나지 않을까 싶어 싱싱한 횟감을 찾아 여명 길을 나섰다. 평소에 횟감을 직접 손질하는 취미가 있어, 직접 고기를 골라 회를 만들었다. 가끔 회를 직접 떠 회식을 할 때면, 주위에서 횟집 차려도 되겠다고 하지만, 글쎄, 딱 한 달을 못 넘겨 문 닫지 않을까 하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 가야산 중간 멀리 희미하게 높게 보이는 봉우리가 가야산이다.
가야산

지난 해 말 거제와 부산을 잇는 아름다운 다리가 놓인 두 번째 큰 섬, 거제도. 다리를 지나야만 왠지, 어디로 떠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섬사람들만의 생각인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거제대교를 지날 때, 비로소 소풍을 간다는 기분이 든다. 차창 밖,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는 배가 힘이 넘친다. 푸른 쪽빛 겨울바다는 소풍객들을 환영해 주는 것만 같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달리고 달려서, 경상도를 벗어나 전라도로 접어든다. 산자락 군데군데 하얀 눈 두둑이 있다. 벌거벗은 나무 숲 사이에 녹지 않은 잔설. 봄을 기다리는 나뭇가지와 제 몸을 완전히 녹여버리고 싶지 않은 하얀 눈은 자연과 생명을 느끼게 해 준다. 목적지인 무주가 가까워오자 높은 산꼭대기는 하얀 눈 세상이다. 어서라도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다. 

  
▲ 대덕산 멀리 뾰족히 하늘에 닿아 있는 봉우리가 무풍면에 소재한 대덕산이다.
대덕산

한참 열을 내어 달린 버스가 지칠 쯤, 일행은 무주스키장에 도착했다. 화려한 복장을 하고 색안경을 낀 스키어들이 눈밭을 이리저리 누빈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모습은 프로 선수 못지않다. 스키를 배워 머리카락 흩날리며 한번 타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역시, 생각에 머문다. 지나가는 세월이 아쉬울 뿐, 머릿속 꿈만 가득한데 어쩌랴. 이런 산행이라도 계속할 수 있음에 행복으로 받아들여야지. 

곤돌라를 탄 직원들은 어린아이 얼굴이다. 소리 지르며 마냥 즐거워하는 모습이 영판 아이가 뛰노는 것과 같다. 집 마당에 늘 묶여 있던 강아지, 눈 오는 날 풀어 놓으면 눈밭에 깡충깡충 뛰노는 모습과 똑 같다. 강아지랑 비교한다고 뭐라고 나무랄까? 기분 나쁘게는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게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나로서, 보기 좋아서 하는 말이니라. 

  
▲ 설원 향적봉으로 오르내리는 등산객들. 왼쪽 끝이 향적봉이다.
향적봉

곤돌라는 일행을 설천봉에 내려 주었다. 하얀 설원의 세상. 많은 등산객들이 향적봉을 오르내린다. 눈이 얼어 등산로가 상당히 미끄럽다. 나뭇가지를 붙잡고 겨우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는다. 두 발을 땅에 버티기가 힘겹다. 작은 나무 가지에 넘어지지 않으려 의지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고, 눈밭 등산길에 미끄러지지 않으려, 나약한 나뭇가지에 버티는 모습이 우습다. 강하다는 인간의 역설적인 모습이다. 

  
▲ 오뚜기 산악회원 어떻게 아세요?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난 그렇게 들었는데... 아이고, 내가 잘못들었네,,, 짧은 시간 즐거움을 주게 한 안양에서 왔다는 오뚜기 산악회원들.
오뚜기산악회

넓적한 바위에서 사진을 찍는 단체 등산객에게 사진을 찍어 주자, 간단한 인사와 대화가 오갔다. 

"겨울 산이 좋죠. 저쪽 끝이 남덕유산입니다. 어디서 왔어요. 어느 산악회세요?"
"안양요. 어떻게 아세요?"
"예~? (한참 망설이다)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러자 일행으로 보이는 또 다른 남자가 끼어들며 내게 묻는다. 

"어떻게 모르세요? (그것도 모르느냐는 뜻으로)어디 외국에서 (살다)왔어요?"
"예? ... 무슨 회산가요, 무엇을 만드는 곳인데요?"
"아니, 어떻게를 진짜 모르세요? 케첩이랑 식품 만드는 회산데..."
"(그래도 몰라서) ...(멍한 내 모습)" 

대화는 여기서 끝을 맺었고, 모두 발걸음을 옮겼다. 설천봉에서 20여 분 지나니, 향적봉이 눈앞에 있었다. 겨울바람답지 않은, 차지 않은 시원한 바람이 얼굴과 가슴을 때린다. 환희와 함께하는 벅찬 가슴이다. 정말 오랜만에 오른 향적봉 정상. 몇 년 만에 올랐는지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백련사를 거쳐 힘들게 걸어서 올랐는데, 이번에는 곤돌라의 힘을 빌렸다. 그런데 어쩌랴, 힘에 부치는 것을. 

  
▲ 지리산 향적봉에서 바라본 장엄한 지리산. 멀리 진하게 일자로 길게 늘어서 있는 부분이 지리산 종주코스. 왼쪽 끝이 천왕봉, 그 좌측으로 중봉, 오른쪽 끝이 반야봉이다.
지리산댐

주말 비 예보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날씨만 청량하다. 날씨 예보 믿고 나서지 않았다면, 후회만 가득 했을 법. 하늘은 파랗고, 산은 하얗다. 첩첩한 산맥이 겹겹이 드러누워 어깨동무하고 있다. 백두대간의 장엄한 모습이다. 멀리 지리산맥이 찐한 모습으로 길게 뻗어있다. 좌측으로 천왕봉이고, 조금 좌측이 중봉이다. 오른쪽 끝으로는 반야봉이 선하다. 그 사이로 제석봉~장터목산장~연하봉~삼신봉~촛대봉~세석산장~영신봉~칠선봉~덕평봉~벽소령~형제봉~명선봉~토끼봉~삼도봉~임걸령~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종주코스. 지리산만을 고집하고 산행했을 때, 종주코스를 다녔을 때, 숲속의 돌멩이 하나, 풀 한포기, 고목 한 그루가 주마등처럼 기억으로 스쳐 지나간다. 지금 이 순간, 머리 속은 지리산 종주를 하고 있다. 

  
▲ 적상산 하산하는 등산객 앞쪽 중간에 적상산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양수댐 중 하나인 하부댐이 보인다.
적상산

푸르고 맑은 날씨는 멀리 가야산을 눈앞에 데려 놓았다. 가야산 줄기도 가는 실처럼 길게 늘어서 있다. 무풍면 대덕산 꼭대기도 하늘에 닿아 있다. 산맥이 겹겹이 쳐져 있어 파도가 물결을 치는 모습이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듯, 우에서 좌로 방향을 트니 명산들이 즐비하다. 양수댐이 있는 적상산도 야트막히 코앞에 버티고 있다. 그 옆으로 하부 댐이 선명하게 푸른빛을 비추고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니 남덕유산이 양쪽봉우리로 다정히 서 있다. 향적봉에서 동엽령을 지나 남덕유산으로 가는 길. 겨울산행을 해 보지 않은 등산객이라면, 진정 그 맛을 모를 것이니라. 세 번의 덕유산 종주코스 산행, 향적봉에 선 이 시간, 옛 추억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산행 중에 먹는 음식이야말로 맛을 치자면, 고급 호텔 메뉴가 부럽지 않다. 반찬 종류가 중요하지 않다. 소주에 먹을 만한 안주 하나 있으면 최고. 그런데 오늘은 특별히 횟감을 준비했으니, 기대는 가득 채움이다. 바람이 불어 동료끼리 서로 의지하며, 둘러앉았다. 소속감이요, 화합이다. 그래서 나선 오늘 소풍 아니겠는가? 소주와 회가 기가 차도록 맛이 있다. 산 정상에서 회를 쳐 먹는 이 맛, 누가 알까? 한 잔 술을 따라 '위하여'를 외치니, 내일부터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다. 

  
▲ 직원끼리 무주스키장에서 마지막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며 직원끼리 한 컷.
무주스키장

하산하는 길, 직원 여러 명이 탄 곤돌라 안에서 등산 때 겪은 얘기를 전했다. 안양에 '어떻게'를 아냐고? 내가 처음 들었을 때처럼,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 하는 눈치다. 눈치 빠른 한 직원이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한다. 직원이 뭔가 알아차렸다는 묘한 웃음을 보인다. 

"혹시, 오뚜기라고 하지 않던가요?"
"아닌데, '어떻게'라고 하던데. 내가 몇 번이나 물어도 '어떻게' 아냐고 하던데. 그래서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다시 물었지."
"잘못 들었을 겁니다. 안양에 오뚜기라는 회사가 있는 걸로 봐서, 아마 그 회사에서 단체 산행을 하지 않았나 싶네요." 

가만 생각해 보니, 그럴 듯 했다. 내가 잘못 들었던 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말이 툭 튀어 나온다. 어느 방송사 개그 프로, 인기 있는 대사 한 마디. 

"난 그렇게 들었는데... 아이고, 내가 잘못 들었네~~~" 

곤돌라에서 내렸다. 주차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 든 버스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주차장으로 가니, 산행 중에 만났던 그 '어떻게' 팀원들이 모여 있다. 우리 일행이 타고 갈 버스 바로 옆, 안양에서 왔다는 산행 안내문이 붙은 '어떻게' 산행단체 버스가 떡하니 서 있다. 헤어짐 인사도 나눴다. 그제야 '어떻게'라는 말이 '오뚜기'라는 말이라는 걸 알았다. 근데 '오뚜기'가 어떻게 '어떻게'로 들렸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 기도 설천봉에 있는 돌탑에 동료 직원이 돌을 쌓으며 소원을 빌고 있다.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기도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향적봉 설원 개그콘서트 재방송이 열렸다. 

"어떻게 아세요?"
"어떻게→어떠케→어떠게→오떠게→오뚜게→오뚜기"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난 그렇게 들었는데... 내가 잘못 들었네~~~" 

한바탕 웃음이 쏟아졌다. 산속 메아리가 아닌 마이크 에코소리로. 

  
▲ 향적봉 산행 향적봉 산행
향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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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 덕유산 향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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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방조제와 채석강에 빠진 늦가을 여행
  
▲ 곰소바다 곰소만 앞바다. 적막감이 들고, 쓸쓸한 느낌이다.
곰소바다

덕숭산 자리에 터 잡은 수덕사는 늦가을 진한 향과 깊은 맛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집을 떠나 타지에서 느끼는 늦가을 밤은 조용히 깊어만 간다. 10월 19일 아침, 약간 을씨년스러운 기운은 황량한 들판에 내려놓고 가벼운 몸만 버스에 태웠다.  

전날, 온천에서 몸을 뜨겁게 달구었던 탓일까. 머리도 맑고 몸도 가볍다. 온천에서 목욕 한 게 참 오랜만인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온천 가기란 별 것 아니지만, 그리 쉽게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단체여행 덕분에 온천에도 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차창밖풍경 버스로 달리면서 바라본 차창밖 풍경. 버스가 달리듯 세월도 가을을 지나 겨울을 향해 달리고 있다.
가을

승용차보다 그다지 속도를 내지 않는 버스는 차창 밖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승용차는 운전에만 몰두하다 보니 주변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차체도 낮기 때문에 시야의 폭도 좁아 많은 풍경을 담지도 못한다.  

높은 위치에서 넓은 시야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 데서는 버스여행이 좋다. 그래서 가끔 버스여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두세 배의 시간을 요구하지만, 불편함을 이겨내 보는 것, 버스여행에서 얻는 소중한 체험이 아닐까. 

40번 국도를 벗어난 버스는 15번 고속국도로 접어들자 앞만 보고 내달린다. 덩달아 차창 밖 풍경도 쏜살같이 사라진다. 멀리 있는 풍경은 그래도 잠시 머물다 간다. 몇 시간을 달려 일행을 내려놓은 곳은 새만금방조제. 말로만 들어왔던 그곳에 처음으로 왔기에 어떤 곳일까 궁금하다. 

  
▲ 갑문 새만금방조제 갑문
새만금방조제

바다 위 만리장성, 단군 이래 최대 역사, 대한민국 경제고속도로 등 각종 수식어가 나붙는 새만금방조제. 전라북도 군산, 김제, 부안 앞바다를 연결하는 방조제다. 기존 세계에서 가장 긴 네덜란드 자위더르 방조제보다 500m 더 긴 33.9㎞다. 1991년 11월 16일 첫 삽을 뜨고, 2010년 4월 27일 삽질을 내려놓음으로써 19년 세월이 걸렸다.  

사업면적은 4만100㏊(토지 2만8300㏊, 담수호 1만1800㏊)로서, 서울의 2/3에 해당하고, 여의도의 140배에 이르는 땅이 새로 생긴 것. 우여곡절도 많았다. 개발로 인한 방대한 영역의 갯벌과 해양 생태계가 파괴될 우려가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높았다. 환경단체와 전북주민들이 낸 새만금 사업계획 취소 소송에서 패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그런 새만금방조제에 왔다. 

  
▲ 채석강 퇴적암층.
채석강

끝이 안 보일 정도 곧게 뻗은 방조제 위로 버스는 천천히 달린다. 왼쪽으로는 일부 육지가 될 땅이요, 오른쪽으로는 바다다. 왼쪽은 아직 바다 그대로 모습이다. 오른쪽은 배가 다니고, 고기잡이가 한창이다. 호수 같은 잔잔한 바다지만, 큰 파도가 칠 때가 있는 모양이다. 방조제 사면에는 큰 바위와 작은 돌들이 흩어져 있다.  

큰 바위는 파도로 인하여 사면에서 빠져 나온 것이고, 작은 돌은 바다에서 떠밀려 올라 온 것이라는 생각이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버스에서 바라보이는 가드레일은 곡선으로 만들어져 있어 꼭 파도가 치는 것만 같다. 버스 속도에 따라 큰 파도와 작은 파도가 울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흥미롭다. 

제법 달리자 작은 섬이 나온다. 군산시 옥도면 야미도와 신시도로 이어지는 길은 계속되고, 주변으로 크고 작은 섬들이 많다. 고군산군도라고 한다. 경치가 빼어나고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선유도가 옆에 있다. 군산에서 뱃길이 있다지만, 신시도에서 어선으로 가면 금방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 언젠가 꼭 한번 가고 싶은 섬이다. 

  
▲ 휴게소 공원 새만금방조제 갑문 휴게소에 쌀쌀한 가을이 내려 앉아 있다.
새만금방조제

잠시, 갑문 휴게소에 내려 한 숨 돌리며, 사진도 찍었다. 뿌연 날씨로 먼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몸이 움츠려 든다. 찬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커피 한잔, 여행의 여유로움이다. 방조제는 준공되었지만, 중간 중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흙탕길을 잠시 지나 변산반도로 들어섰다. 

  
▲ 채석강 채석강 퇴적암층. 수천, 수만 년의 세월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다.
채석강

기암괴석과 수 만권의 책을 포개 놓은 듯한 퇴적암으로 된 절벽 모습을 한 채석강은 변산반도 볼거리중 하나다. 짠물 냄새를 맡으며 썰물 때 드러나는 퇴적암층을 걷는 기분도 상쾌하다. 사이사이 고인 바닷물에 자신의 얼굴과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다. 흙 두께가 그리 깊어 보이지 않는, 퇴적암층 땅위에 선 소나무는, 고고함과 자존심을 표현하는 것만 같다.  

  
▲ 채석강 거울 채석강에서 볼 수 있는 바다거울. 한번 쯤, 짠물 바다에 뜬 자신의 얼굴과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다.
채석강

곰소란 심마니들이 쓰는 은어로, 소금이라는 뜻이란다. 청정해수 천일염으로 숙성시킨 자연의 맛이라 자랑하는 젓갈로 유명한 곰소마을에서 먹는 점심은 푸짐했다. 깨끗하고 깔끔하게 차려진 젓갈은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을 땅기게 한다. 탕이 보글거리는 소리, 잡담소리, 음식 먹는 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 온갖 소리들로 식당 안은 시장 통이 따로 없다. 한바탕 소란에 배는 채워지고, 이쑤시개 집어 들며, 느긋해 하는 사람들. 

갯가에 산다는 징표일까, 촌놈이라 그럴까. 젓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예까지 와서 그냥 갈 수 없어, 젓갈 파는 집에 들렀다. 다른 단체도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환한 조명 아래 진열된 젓갈. 보는 것만으로도 먹고 싶다. 굴 향이 그대로 배어있는 어리굴젓, 쫄깃쫄깃한 낙지젓, 달콤한 창란젓과 명란젓, 짭짤한 바지락젓과 밴댕이젓, 씹는 맛으로 먹는 아가미젓, 배추 속잎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 나는 갈치속젓, 이 모두가 입맛을 자극한다.  

이 밖에도 토하젓, 골뚜기젓, 꽃게장젓, 순태젓, 전어밤젓, 청어알젓, 그리고 가리비젓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짭짤함으로 혀를 자극하여 맛을 느끼게 하는 젓갈이지만, 각기 다른 맛을 내는 곰소만의 젓갈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는 모양이다.  

  
▲ 새우젓 김장할때 넣으면 한층 맛이 나는 연분홍색 새우젓. 보는 것만으로도 먹음직스럽다.
새우젓

지금은 한창 김장철. 진분홍색을 띠는 몇 종류의 새우젓에 눈길이 간다. 추젓(9월 전후로 잡은 새우로 담간 젓)은 주로 김장에 많이 쓴다. 한달 정도 지나면 김장 속에 삭아 유산 화 되어 버리기 때문. 오젓(오월 경에 잡는 새우)은 그냥 먹기에 편하다. 살이 통통 오른 육젓(유월경에 잡는 새우)은 무침으로 제격이다. 김장할 때 사용하는 젓은 지역마다 다른 모양. 새우젓을 넣는 지역도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 멸치액젓과 까나리액젓은 크기가 다른 용기에 종류별로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 무침젓갈 종류도 다양한 무침젓갈이 전시돼 있고, 보는 것만으로도 먹음직스럽다.
무침젓갈

여러 종류 젓갈을 사고 싶었지만, 어리굴젓과 아가미젓만 낙점이다. 몇 종류 더 사고 싶었고,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푸짐하다. 주문하면 택배로도 보내준다 하니 다음에는 다른 젓갈로 맛을 봐야겠다. 곰소만 칠산젓갈 백영식 대표는 무침젓갈을 먹는 주의사항을 단단히 알려준다. 무침젓갈은 냉동실에 보관하여 먹어야 한다고. 양념으로 만든 무침젓갈은 실온(3~5도)에서 보관할 경우 유산균이 많아져 쉽게 시어 버리기 때문에 냉동보관 해야 한다는 것. 냉동보관을 한다 해도 소금기가 있어 아주 세게 얼지 않기에 먹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 곰소바다 곰소만 앞바다
곰소만

곰소만의 가을 풍경과 젓갈 맛을 담은 버스는 달린다. 두 서넛 마주 앉아 조용히 정담을 나누기도 하고, 큰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귤도 과자도 음료수도 나누어준다. 피곤한 탓일까, 한 사람은 고개가 앞으로, 뒤로, 운동 중이다. 몰래 사진을 찍어 나중에 같이 보면서, 한 바탕 웃었다. 버스 안 각가지 모습을 몰래 감상(?)하는 기분이 묘하다. 넓은 들녘과 멀리 보이는 산을 뒤로한 채 버스는 전날 아침 모였던 장소에 일행을 내려놓았다.  

버스를 이용하여 단체여행을 떠나 본 적도, 족히, 십년도 넘은 것만 같다. 차 안에서 술 마시고, 노래하고, 막춤 추며, 놀았던 추억은 아득하기만 하다. 1박 2일 워크숍을 겸한 버스를 이용한 단체여행. 차 안에서 술 한 잔 마시지 못한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는 버스여행. 그래도 의미 깊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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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 곰소만젓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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