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간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죽풍원에서 키우는 다육식물은 물을 흠뻑 먹어 싱싱함을 자랑합니다. 빗물은 다육이 잎사귀 사이에도 자리를 잡고 영롱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라 손짓합니다. 맑은 영혼이 어떤건지 몰라도 이같은 물방울의 모습이 맑은 영혼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투명하고 밝게 빛나는 저 물방울은 거짓이 자리할 틈이 없어 보여 순수하기만 합니다.
자신의 뜻과 다른 상대에 목숨걸고 싸우는 작금, 서로를 비난하며 음모와 공작이 난무하는 세상이 참 슬프기만 합니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 인간도 저렇게 투명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지난 겨울 삽목한 허브 로즈마리. 그땐 보온용 하우스가 없어 강철로 지주대를 세우고 비닐을 덮은 상태에서 약 3000개의 로즈마리 삽목을 하였습니다. 매일 비닐을 열고 덮고 하는 과정이 힘들었고, 길고 추운 겨울을 이겨 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살아 남은 로즈마리는 10% 정도의 생존율로 이제는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고 있습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여름 삽목을 노지에서 해 보니 생존율 95% 정도로 초보자라도 쉽게 할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하우스가 없는 겨울 삽목은 대 실패로 끝났고, 큰 경험을 얻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만 했습니다.
오늘(22일), 다시 허브 로즈마리 삽목을 하였습니다. 거제에 살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로즈마리 가지를 잘라 택배로 받아 삽목을 한 것입니다. 로즈마리 삽목한 갯수는 1250개. 앞으로 물주기 등 철저한 관리로 잘 자라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제(9일), 비가 온 뒤 오늘 허브 스피아민트 이식 작업을 마쳤습니다. 스피아민트는 번져 나가는 속도가 빨라 몇 포기만 있어도 밭뙤기 하나는 1년 안에 전체를 덮을 정도로 번식력이 좋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스피아민트 향에 취해 힘든 줄을 모르고 작업할 수 있어 좋습니다. 스피아민트가 곧 온 밭을 점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밭으로 나갑니다. 그제 어제 로타리 작업과 이랑 만들기를 마치고,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 밤부터 비가 온다는 소식입니다. 이랑에 빗물에 씻겨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아침 일찍부터 이랑 손질작업을 해야 합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밭을 가는 여인의 모습이 풍요롭고 아름답습니다.
약 600여 평의 밭에 라벤더 식재를 위한 관리기로 이랑 만들기를 마쳤습니다. 어제는 로타리 작업을 마쳤는데, 관리기 작업은 로타리 작업보다 몇 배나 힘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쉬운 말로, "할 일이 없으면 촌에 가서 농사나 짓지"라는 말을 쉽게 하는데, 농사를 직접 지어보니 그런 말은 농민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농사, 아무나 쉽게 할 일은 아닌 듯합니다.
구근식물 종류 중에서도 대표하는 꽃이라면 튤립이 아닐까 싶습니다. 4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한 튤립이 지고나니, 매혹을 느끼게 하는 보라색 알리움이 꽃을 피웠습니다. 알리움 꽃말은 무한한 슬픔이라고 합니다. 튤립과 수선화 밭에서 핀 군계일학이라 할 수 있는 보라색 알리움 꽃이 참 이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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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