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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지역언론

오리 배가 두둥실 노니는 연초천에서


새거제 6면 2008년 11월 27일~12월 3일(제431호)
거제타임즈 2008년 11월 28일
http://www.geoj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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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배가 두둥실 노니는 연초천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부산에서 잠시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젊었을 때라, 이리저리 구경을 많이 다녀 봤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기억에 제일 남는 것은 대도시의 혼잡함이나 화려한 야간조명이 아니라, 낙동강 주변으로 잘 가꾸어져 있었던 강둑길을 산책하는 일이었다. 봄날, 강둑에 핀 노란 개나리는 젊은이들을 불러 모으는 마력 같은 존재였다. 청춘 남녀의 사랑을 만들어 주는 데이트코스로서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 거닐었던 추억은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또 하나 잊혀지지 않는 비슷한 장면 하나. 업무 차 진주에 들렀을 때, 호텔 스카이라운지에 앉아 시내 중심부를 흐르는 남강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 본 적이 있었다. 저녁노을이 지는 터라, 감동은 두 배였고, 한 수 시를 읊조리고 싶었으나, 그냥 쓴 웃음만 짓고 말았다. 길게 늘어진 강변의 가로수는 바람에 살랑거리며 춤추고, 강변길을 산책하는 시민들은 평화로움으로 가득했다. 강변 공터에서 자전거를 타고, 공놀이 하며, 체육을 즐기는 사람들은 행복으로 충만 된 건강한 모습으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처럼 도시를 관통하는 강 하나가 사람들에게 주는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강은 역사를 만들고, 도시를 발전시키며, 사람에게 풍요로움을 주는 인간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연자산임에는 틀림없다. 아쉽게도, 거제는 섬인지라 강이 없다. 그러면, 강을 만들 수는 없어도 강처럼 꾸며보면 어떨까? 무슨 턱도 없는 소리하느냐, 할런지 모르지만, 낙동강이나 남강 정도는 아닐지언정 일 년 내내 물이 고여 잔잔한 수면을 유지하면서, 오리배 정도는 띄울 수 있는 큰 하천은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연초천, 우리시 도심에 위치한 지방2급 하천으로 연초면 덕치리 문암마을에서 시작하여 소오비마을까지 흐르는 8㎞의 거제를 대표하는 하천이다. 바다에 접한 곳은 폭 1백여 미터로 비교적 넓은 편이며, 해 그름 들 물이 들 때면, 잔잔한 수면이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하천 한쪽으로는 2차선의 차도가, 다른 한쪽으로는 농경지를 보호하는 제방이 쌓여져 있다. 제방 쪽으로는 구.MP다리까지 도로가 잘 조성돼 있어 산책을 겸한 운동장소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연초천을 잘 꾸며보자는 생각이다. 현재의 신오1교 다리 밑에 갑문을 설치하여 물을 가두면 구. MP다리까지는 수위 조절에 따라 연중 내내 물이 가득한 강처럼 될 것이다. 이곳에다 오리모양 배를 띄운다면 휴일 날 가족나들이 장소로도 인기가 있지 않을까. 분수대를 설치하여 열대야가 계속되는 한 여름철 야간에 레이저 쇼를 볼 수 있다면, 도심 최고의 공원으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창원시 용지공원의 분수 쇼를 본 사람이라면 그 화려함에 놀라듯이 말이다.


또한, 이곳에 아파트 단지나 동단위의 작은 축제도 개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마다의 소망을 담은 작은 연등을 만들어 하천에 띄우면 이웃끼리 정이 오가는 소통의 빛을 환하게 밝히지 않겠는가. 나아가 동의 발전과 시민의 화합으로까지도 번져 갈 것이라는 생각이다. 여름철 비가 많이 올 때는 갑문을 열어 수위 조절도 가능하리라.


다음으로, 구.MP다리부터 국도 14호선이 통과하는 연초다리까지는 중간 중간에 보를 설치한다면, 수면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 둑에는 꽃을 심어 산책로를 조성한다면, 훌륭한 휴식공간은 물론 체육활동 장소로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수중보를 만들어 일년 내내 물을 가두어 고기가 노닐 수 있도록 한 의령의 한 하천처럼.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우리시를 관광이나 업무 차 방문을 하게 되면 자연경관을 비롯하여 둘러 볼 명소가 수없이 많다. 대표적인 곳만 하더라도 해금강, 외도, 학동흑진주몽돌해변, 포로수용소유적공원 등. 게다가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도로를 따라 도는 드라이브코스는 전국에서 으뜸이라 불러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이 같이 사랑받는 도시임에도, 정작 시민들은 아이들이랑 함께 쉽게 접근할 만한 도심공원이 별로 없는 현실에서, 연초천을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게 하여 시민들에게 사랑받게 하는 하천이 되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 언젠가 오리배가 두둥실 노니는 연초천에서 손자를 태우고 물놀이를 즐기고 싶다.


인터넷신문 거제타임즈(2008.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