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08산사순례

[108산사순례 15] 김천 황악산 직지사에서 108배로 15번 째 염주 알을 꿰다/사찰여행/김천여행/김천 가볼만한 곳

 

[108산사순례 15] 김천 황악산 직지사에서 108배로 15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김천여행/김천 가볼만한 곳

 

 

[108산사순례 15] 김천 황악산 직지사에서 108배로 15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김천여행/김천 가볼만한 곳

 

'같이 가자'며 소리지르는 물소리에서 배운 '조화'의 깨달음 

<108산사순례기도로 떠나는 사찰이야기> 황악산 직지사

 

꽃비가 내린다. 살랑대는 봄바람에 벚꽃 잎이 하늘거리며 땅 위로 떨어진다.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지만, 여행자들과 차량이 도로를 점령한지 오래다작은 하천 양쪽 길가에 핀 벚꽃은 냇가의 하늘을 덮었다. 장난기 가득한 꼬맹이는 한 손에 풍선을 든 채, 다른 손으로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려 용쓴다. 힘에 부쳤는지 달려가다 이내 포기하는 아이. 허탈해 하기 보다는, 웃음 가득 활기발랄하다. 마치 새 생명으로 활짝 꽃을 피운 순백의 자연을 닮은 모습 그대로. 4월 4일. 김천 직지사 앞을 흐르는 백운천 풍경이다.

 

 

<108산사여행> 그 열다섯 번째 여행지는 김천 직지사. 직지사는 한국불교 1천 6백 년의 역사와 그 세월을 같이 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로 신라 눌지왕 2년(418) 아도화상이 창건했다. 쉽게 부르는 이름에도 숨은 뜻이 있다. 사람도, 다른 동물도, 자연도 그리고 다른 그 어떤 사물에도 이름 속에 숨은 뜻을 알아보는 것은 공부도 되고 재미도 되는 일. '직지사'란 이름도 여러 가지 뜻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정설이라 설명하는 것은, 선종의 가르침에서 나온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에서 나왔다는 것. 사전에 의하면, "선종에서 깨달음을 설명한 말로 교학에 의지하지 아니하고, 좌선에 의해서 바로 사람의 마음을 직관하여 불의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이라 돼 있다. 다음으로, 창건주 아도화상이 황악산을 가리키면서 저 산 아래도 절을 지을 '길상지지'가 있다고 한데서 유래됐다. 또 다른 설은 고려의 능여화상이 직지사를 중창할 때 '자를 쓰지 않고 자기 손으로 측지' 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숨은 이름의 뜻을 아는 것도 여행의 참 맛이 아닐까.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직지사는 국보와 보물 급 문화재도 많이 있다. 국보로는 제208호 '도리사 세존사리탑 금동 사리기'가 있다. 보물로는 제11-2호, 제319호, 제606호, 제607호, 제670호, 제1141호, 제1186호, 제1241호, 제1303호, 제1306호, 제1330호, 제1576호가 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는 제296호 '직지사석조나한좌상'이 있다. 보물은 수가 많아 호수만 게재하며, 참고로 문화재청 누리집 '문화재검색'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문화재청 문화재검색) 

 

대웅전 앞 넓은 마당 양쪽에 터를 잡은 탑, 안정감 더해 주는 이곳이 극락세계

 

 

사찰로 들어가는 문은 제일 먼저 '일주문'을 통과하는 것이 보통이나, 이곳은 대궐 같은 문이 여행자를 압도한다. '동국제일가람황악산문'이라는 황금색의 힘찬 서체가 편액을 차지하고 있다. 잘 닦여진 도로 양쪽으로 하늘을 가린 숲은 힐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하늘 끝까지 뻗어보겠다'는 것인지, 목련은 홀쭉하게 잘 빠진 키 큰 소나무와 같은 높이를 이룬다. 생태계에 적응한 탓일까, 옆으로 퍼지지 않고 길쭉하게 솟아 오른 목련은 하늘 끝에 하얀 꽃을 달고 있다. 직지사가 안고 있는 역사의 깊이는 사찰로 들어가면서부터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몸통이 굵은 붉은 소나무는 휘어져 있음에도 꺾이거나 드러눕지 않고 버텨 서 있다. '나 좀 봐 달라'는 느낌이다.

 

 

일주문 '황악산직지사'라는 편액 뒤에 또 다른 작은 현판에는 '자하문'이라 쓰여 있다. 이 일주문은 고려시대에 건립됐고, 사천왕문과 함께 임진왜란 때도 무사했다고 전해진다. 잠시 뒤 나타나는 '대양문'. 다른 사찰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이 문은 어떤 용도이며 무슨 의미를 담았을까 궁금하다. 글자를 풀이하면, '큰 빛'이라 할 수 있는데, 살펴보니 '부처님의 큰 광명을 상징하는 문'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사찰 기도여행을 위한 여행자에게 부처님이 내려 주신 작은 광명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직지사는 일주문, 대양문, 금강문 그리고 보수공사로 인한 사천왕문을 지나고 만세루를 건너야만 부처님이 계신 곳 대웅전을 만난다.

 

 

절 마당이 탁 트여 시원하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동서 양쪽으로 균형을 이룬 탑이 안정감을 더해준다. 이 두개의 탑은 보물 제606호 '문경 도천사지 동·서 삼층석탑'으로 통일신라 말기 석탑이다. 비로전 앞 '문경 도천사지 삼층석탑(보물 제607호)'과 함께 원래는 경북 문경군 산북면 서중리의 옛 절터에 쓰러져 있던 것인데, 1974년 옮겨 온 것이다. 탑을 자세히 관찰하니 상륜부가 좀 특이하다. 돌의 색깔이나, 문양 등이 탑신부와는 달리 새것처럼 보인다. 안내문을 보니 이 탑을 옮겨 올 즈음인 1976년, 상륜부는 추정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눈여겨 볼 것은 일반적인 삼층석탑에서 볼 수 있는 이중기단이 아닌 단층기단이라는 점과 1층 몸돌이 2·3층 몸돌에 비해 훨씬 커 안정감보다는 상승감이 강해 보인다는 것이다.

 

 

주 법당인 대웅전은 보물 제1576호. 정면 5칸, 측면 3칸 형식의 겹처마 팔작지붕이다. 중심 법당답게 크고 짜임새가 있으며, 중후한 모양새가 묵은 장맛을 맛보는 느낌이다. 스님들만 출입 할 수 있는 어간문이 특별나다. 두 개의 문 중 오른쪽 문에 작은 쪽문 하나가 달려 있는 것. 이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지고, 이로 마주하는 부처님께 공경함을 내는 것은 아닐까 나름의 해석이다. 불단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불과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다. 내부에는 용, 물고기, 개구리, 연꽃 등 소박한 장식에서 정감미가 넘쳐 난다. 폭 9m의 후불벽 뒤로는 활달한 필치로 관세음보살이 그려져 있다. 바닥에 엎드려 108배를 올렸다. <108산사순례> 그 열다섯 번째 기도여행에서 15번 째 염주 알을 꿰었다.

 

 

직지성보박물관 주변에 핀 노란 개나리, 짐작으로 봐도 오십 년은 넘게 보여

 

조계종 제8교구 본사답게 절의 규모도 매우 크다. 여러 부처님을 상징하는, 각각의 의미를 지닌 법당을 둘러보는 것도 사찰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이자 묘미. 천불상을 모신, 일명 천불전이라는 불리는 비로전에는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약사불과 노사나불을 모셨다. 그 뒤로는 천불상이 자리한다. 조선시대 천불상을 모셨던 세 곳의 절이 있는데, 이곳 직지사, 마곡사 그리고 대흥사라고 한다. 알록달록하게 색칠한 꽃 창살문이 화려하지도, 촌스럽지도 않게 수수하다.

 

꽃 문양 중간에 자물쇠 없는 문고리를 보니, '영원을 약속'하는 두 개의 꽉 잠긴 열쇠와 좋은 대비를 이룬다. 잠가 놓지 않아도 억지로 열지 않으면 열 수 없는 문고리. 우리는 스스로가 그 문고리를 잠가 놓고 사는 것은 아닐까. 육신은 잠가 놓아 도망갈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정신까지 잠긴 상태로야 있을까. 문고리에서 느끼는 작은 깨달음. 깨달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 안의 부처님'이라고 하는 걸까.

 

 

직지성보박물관 앞마당은 작은 조각공원이다. 돌부처를 비롯한 다양한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에는 국보 제208호인 '도리사 금동육각사리함'을 비롯한 9점의 국가지정문화재, 4점의 지방문화재, 불교조각, 불교회화, 불교공예 작품 등 5700여 점의 유물이 소장돼 있다. 소중한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는 입장료 1000원이면 충분하다. 여유를 가지고 마당을 한 바퀴 돌아보면 불교예술에 푹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가랑비에 제 몸을 맡겨 놓은 노란 개나리꽃. 개나리는 가지가 번져 나가는 속성으로 제 몸의 둘레를 살찌우지 못하는데, 이곳 몇 그루의 개나리는 그 나이를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고목에서 흔히 나타나는 나무 밑둥 구멍이 파인 것을 보니, 족히 오십 년은 넘어 보인다.

 

 

외부인출입금지 구역을 제외하고 구석구석 둘러 본 직지사. 작은 하천을 따라 여행자는 발길을 옮긴다. 냇가를 흐르는 물이 내 뒤를 바짝 쫓아오며 소리를 지른다. '같이 가자'거나, '날 데려 가라'는 소리다. 장독대 옆에 핀 자색 목련, 늘어선 장독 그리고 기와지붕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어긋나거나 부딪침이 없이 서로 고르게 잘 어울림, 모순되거나 어긋남이 없이 서로 잘 어울리는 상태에 있다"라는 '조화'의 의미. '셋'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한다. 이쪽저쪽 편을 들지 않는 중립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를 빼면 균형을 잡기도 어렵고 조화를 이루는데 힘도 든다. '같이 가거나', '같이 데려 가거나'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요, 삶이 아닐까. 김천 직지사에서 '조화로움'을 깨달은 기도여행이었다.

 

 

『108산사순례 15

 

(1)양산 통도사 → (2)합천 해인사(483.8km) → (3)순천 송광사(367.8km) → (4)경산 선본사 갓바위(448.4km) →  (5)완주 송광사(220. 2km) →  (6)김제 금산사(279.2km)  → (7)여수 향일암(183.4km)  → (8)여수 흥국사(192.3km) → (9)양산 내원사(100.3km) → (10)부산 범어사(126.6km) → (11)구례 연곡사(156.8km) → (12)구례 화엄사(25.1km) → (13)구례 천은사(192.5km) → (14)김천 청암사(204.9km) → (15)김천 직지사(청암사 → 직지사 40.4km → 집 230.3km, 270.7km) 

 

☞ 총 누적거리 3,252.0km

 

 

[108산사순례 15] 김천 황악산 직지사에서 108배로 15번 째 염주 알을 꿰다

/사찰여행/김천여행/김천 가볼만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