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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따발총 김원효, 몇 마디나 쏟아낼까?


개콘 따발총 김원효, 몇 마디나 쏟아낼까?


나는 바보상자(TV)랑 거리를 조금 두고 사는 편이다. TV를 보는 게 있다면 뉴스, 박지성이 출전하는 축구, 다큐멘터리, 여행프로그램, 일요일 오전 TV 동물농장, 그리고 일요일 밤 개그콘서트 정도다. 지지난주, 개콘을 보는데 그 짧은 시간, 한 개그맨이 얼마나 많은 말을 쏟아 내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속사포가 따로 없고, 따발총도 능가한다. 그 코너는 김원효가 주를 이루는 '비상대책위원회'. 방송이 끝나고 정말로 궁금했다. 김원효가 쏟아 낸 말은 얼마나 될까? 녹화를 했다면, 심심풀이 삼아 한번 세어 볼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 아쉬움도 잠시였다. 다음주에 녹화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그리고 지난 일요일(10. 30일) 스마트 폰으로 힘들게 찍었다. 방송시간은 9분 8초. 앞뒤 반주시간을 자른다면 9분 정도. 개콘 한 코너에서 9분이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런데, 그 긴 시간 중에서도 거의 김원효의 대사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말을 쏟아냈을까 세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녹화된 영상으로 한글 문서를 작성했다. 참고로 나의 타이핑 속도는 1분에 600타를 조금 넘게 치는 실력(?)이다.(결코, 자랑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 둡니다.)

안~되에. 그럼 되는 거는 뭐야?

아무리 타이핑을 잘 해도, 따발총 말을 따라 갈 수는 없었다. 정지와 플레이 버튼을 수없이 반복했다. 발음이 잘 들리지 않는 곳은 다시 돌리는 작업을 반복해야만 했다. 대충, 수정 없는 원본을 만드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제 다시 정확한 발음을 듣기 위해 몇 번을 돌려서 듣고, 또 들어야만 했다. 작업을 마치는데, 거의 서너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글자를 세어 봤다. 내 스스로 자평한다면, 9분 동안 녹음된 대화를 풀이한 정확도는 거의 99.1%. 김원효가 따발총 쏘듯 쏟아 낸 말의 글자는 총 2121자.

이 많은 글자를 어떤 방법으로 외웠으며, 어떻게 잊어버리지 않고 방송에서 할 수 있을까, 그게 궁금할 뿐이다. 언젠가, 김원효를 만날 수 있다면, 한번 물어 보리라. 어떤 방법으로 기억하고, 어떤 방식으로 재생해 내는지를. 그리고 그의 능력에 감탄하고, 칭찬하는 의미에서 애칭 하나를 만들어 주고 싶다. '따발총 김원효'라고.

아래는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 내용 전문이다.

송병철 : 지금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사건시간 12시 30분에 발생한 캠프장 폭탄테러사건에 대해서 브리핑 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범인은 경주에 있는 개콘여고 수학여행 캠프장을 폭파하겠다고 협박 중이며, 10분 안에 캠프장에 있는 여학생들을 대피시켜야 됩니다.

김원효 : 야아, 안~되에.(책상을 치고 모자를 벗으며) 야, 생각을 해봐. 10분? 10분 안에 그 수학여행 온 여고생들을 언제 어디로 대피시키나. 야! 그것도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냐? 대피시킨다고 여고생들이 말을 제대로 듣냐? 말도 지지리도 안 들어요. 내~가 가가지고, 애들한테, 애들아, 지금 시간이 없어 대피했다. 이러모, 애들이 아아, 아아, 아아아아. 조금만 있다 가모 안 돼요? 아이 힘들다 말예요. 지금, 시간이 없다니까, 빨리 대피해야 돼. 아아, 아아, 아아아, 아이. 진짜 대피 해야 된다니까. 아아, 아아, 아아아.(소리가 더 올라가며) 어는 뭐, 어야. 어, 지그들이 귀여운 줄 알아요. 야이, 귀여운 애들 뭐 몇 명밖에 없거마는, 저거들 귀여운 줄 알어. 좋아, 어떻게든 안되겠다 싶어 가지고, 내가 각 방에 찾아다니면서 일일이 대피 시켜야 될 거 아냐. 그럼, 내가 첫번째 방에 들어가 가지고, 대피시키겠지. 애들아 짐 대피해야 돼. 그러면 애들이 갑자기 쉿, 쉿,쉿. 이런다니까. 대피는 안하고. 어, 그래 안 되겠다 싶어 가지고, 다른 방에 가겠지. 다른 방에 가지고 또 대피시켜야 될 거 아냐. 애들아! 지금 대피해야 돼. 딱,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애들이 갑자기(두 팔을 휘저으며). (희한한 표정을 지으며)이러고 있다니까. 야, 니들 지금 뭐 한거야? 그럼 애들이 갑자기 긴장을 하고 있어. 그러면 왜, 왜. 갑자기 긴장을 하고 있어. 왜, 뭔 일이야. 폭탄 찾았어. 뭐야. 저기 있는 검은 봉지 뭐야. 찾아보면, 제다 술이야. 완전히 작정을 하고 왔어. 작정을 하고 왔어. 야, 안되겠다 싶어 다른 방에 들어 가가지고 대피시키야 될 거 아냐. 그럼 내가 문을 딱 열자, 애들이 갑자기, 와~, 남자다. 와아, 와와, 와아아, 와. 남자! 남자! 애들아. 야. 그래. 남자야, 남자. 이럴 시간이 없어. 빨리 대피해야 된다니까. 그래서 내가 나중에 얘기 해줄 테니까, 니들이 빨리 대피해야 된다니까. 그럼 애들이 아아, 아아, 아아~아아, 또 이러고 있어. 어는 무슨 뭐, 어야. 여기 애들 좀 귀엽네. 야, 안돼. 안돼! 이러면 안 되겠다. 정신 차려야 되겠다, 이래 가지고, 다른 방에 대피 시켜야 될 거 아냐? 다른 방에 대피 시키려 가면, 어, 애들 다 나가고 없어. 어, 저쪽에 한 뭉티기 애들이 모여 있어. 어, 애들아 딴 데는 다 대피했는데, 니들은 왜 안가니? 그러면 애들이 갑자기(입을 씰룩거리고 머리를 아래위로 움직미여). 열나 진짜. 애들아 그래도 대피를 해야 되지 않겠니? 그럼 애가, 아이씨, 가르마 쩐다. 그래 뭐, 그래 일단 가르마 쩠다. 하여튼 간에 니네들, 지금 밖에 빨리 대피해야 돼. 지금 시간이 없어 빨리 대피해야 된다니까. 그럼, 애들이(씰룩씰룩 하며) 아이씨, 우리한테 신경질 낸 거예요? 지금. 에이 재수 없다, 진짜. 이렇게 막 대 든다니까. 어, 야, 요즘 고등학생들이 폭탄 보다 더 무서워요. 이렇게 애들하고 시비 붙어 가지고, 18:1로 여고생들한테 두드려 맞는데, 언제 대피시키냐? 안~되에!

김준현 : 지금 뭐하는 겁니까? 시간이 촉박한데.(관객들 박수소리로 우우우) 지금부터는 내 지시에 따른다. 이런 상황에서는 범인을 검거하는 것이 시급하다. 먼저, 무인항공기 띄워서, 주변국에다 우리 상황 알리고, 테러 범죄에 일가견이 있는 FBI 애들한테 협조 요청하고, CIA 쪽에다가 병력지원 좀 받고, CSI 쪽에다가 범인 DNA 보내 가지고, 과학수사 의뢰하도록. 이 정도는 해야 범인 잡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송병철 :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됩니다.
김준현 : 그래?
송병철 : 예
김준현 : 내가 조금 오버했나?
송병철 : 예
김준현 : 그지.
송병철 : 예.
김준현 : 일이 커 지겠지?
송병철 : 예
김준현 : 아, 내가 옛날부터 일 벌리는 데는 뭐가 있어요. 뒷수습이 안 되서 그렇지. 아, 안되겠다. 그럼 사람 불러야 돼.
김원효 : 뭐, 맨 날 사람 불러. 사람 우리밖에 없는데. 어, 야. 일단 범인이 어떻게 됐는지 알아야 될거 아냐. 범인 행방을 다 파악했어?
송병철 : 예. 현재 범인은 캠프장 뒷산 은신처에 피신해 있다고 합니다.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상황이 심각해 집니다.

김원효 : 야, 안~되에.(책상을 치고 일어서며) 야. 그리고 심각하다고 지금 애기를 하지 마. 안 그래도 심각해 죽겠는데. 니가 심각하다고 애기를 하니까 더 심각 해 지는 거 아냐. 어, 조금이라도 덜 심각할 때 니가 심각하다고 애기를 해야지, 심각하게 뭐라도 하지. 어, 안 그래도 심각해 죽겠는데, 니가 심각하게 하라고 하니까, 더 심각해지는 거 아냐. 안 그래도 지금 시간이 없는데. 니가 심각하게, 뭐 하라 해 가지고, 심각하게 생각하다 보면, 심각할 시간이 다 지나가 간다니까. 맨 날 심각한 놈아. 어, 야.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아니, 뭐 심각해 죽겠는데, 혼자 뭐하는 거야. 그렇지? 맞지? 내가 맞췄지? 어.

송병철 : 아니요. 이번에 틀리셨는데요.
김원효 : 그래 뭐, 나도 사람인데 맨 날 그런 말 맞출 수 있겠나? 어.
송병철 : 네, 맞습니다.(둘이 마주보며 놀라는 표정)

김원효 : 와아. 야, 진짜 신기하다. 어, 나 이런 거 잘 맞춘다니까. 니 옆에 있으면서 니가 막 이렇게 한숨 칠 때 마다, 니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맞춘다니까. 또 한숨 쉬냐? 야, 또 무슨 생각하는구나, 어. 야, 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맞춰 보까, 맞춰 보까, 맞춰 보까. 안 맞춰. 너랑 오래가고 싶으니까. 야, 그리고 뭐 범인은 산에, 어, 산에 피신해 있다니까,, 나도 산에 그, 잡으로 가야 될 거 아냐. 근데 잡으로 갔는데, 산에 가는데, 그냥 가 지냐? 어, 뭔가 준비를 해야 될 거 아냐. 야, 준비하는데, 엄청 복잡해요. 시간도 다 잡아 먹고, 뭐, 산에 갈 때 준비할게 뭐 있냐? 뭐, 등산바지, 등산셔츠, 등산모자, 등산화, 등산장갑, 등산지팡이, 등산가방, 야이, 등신아! 이걸 언제 다 준비 하냐? 어 , 좋아, 어떻게든 뭐, 뭐, 몇 가지 챙겼다 치자. 그럼 산에 올라가야 될 거 아냐. 산에 올라가는데, 또 엄청, 오랜만에 올라가니까, 엄청 또 힘들어요. 가도 가도 주는지 모르겠어. 어 가다가 내가 물어 보겠지. 헉~헉~헉. 저기요. 여기 정상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려요? 아, 얼마 안돼요, 바로 여기 코앞이요. 아, 그래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요? 뭐, 한 두어 시간 가면 돼. 장난 하냐? 진짜, 진짜 하긴 다니까. 어, 좋아, 걸어올라 갔다 치자, 가다보면 또 목이 말라요. 목이 말라 물 좀 먹고 싶은데, 어, 여기 약수터 있어. 어, 물먹어야 되겠다. 어, 그럼 물바가지 뜰꺼 아냐? 어, 왜 그런데 찜찜해. 어, 아이 씨, 어디로 먹지. 여기 입 댔을 거 같은데. 어, 아이. 여기로 먹을까. 아, 아, 여기. 여기. 아냐, 여기로 먹는 게 젤 낫겠다. 여기. 알고 보면 여기, 여기가 젤 더러워. 여기가 젤 더러워. 제다 여기로 먹었다니까. 거 봐, 거 봐, 여기 웃는 사람들, 다 여기로 먹었어. 웃는 사람들, 다 여기로 먹었다니까. 어 좋아. 어떻게 일단 물을 먹었다 치자. 빨리 올라가야 될 거 아냐. 일단 뭐, 뭔가 느낌이 이상해. 어, 저쪽인가, 저쪽으로 가봐. 그럼, 저쪽에 낙엽이 쌓여 있어. 야, 잡았다. 우리가 총이 있잖아. 어, 몇 십년간 쌓은 노하우가 있잖아. 이거야, 이거. 분명히 범인이 낙엽 안에 폭탄을 말아 다 싸 놨을 거야. 내가 털어 볼까. 욱~. 아아, 더러워(코를 막으며) 언제 범인을 잡고 있냐? 안~되에.

김준현 : 아, 지금 뭐하는 겁니까?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할 생각을 안 하고. 지금부터 내 지시에 따른다. 이번 사건은 지난번 찜질방 테러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다. 따라서 먼저 범인에게 단독 협상을 한 후, 범인이 협상장소에 오면, 즉시 주변을 원천봉쇄 시키고, 그 다음에 비밀 요원들을 투입하면, 이 전에 테러 사건처럼 범인을 쉽게 검거할 수 있다. 알겠나!
송병철 : 걔, 아직 못 잡았습니다.
김준현 : 그래?
송병철 : 예.
김준현 : ...
송병철 : 예.
김준현 : 그지?
송병철 : 예.
김준현 : 그래, 나는 왜 잡은 걸로 생각하고 있지. 하긴, 내 뭐 하나 찜찜하다 했어. 고맙다, 니가 알려 줘 가지고.
송병철 : 예.
김원효 : 어, 너 뒤에 살 붙어대.
송병철 : 아, 그래 알았어. 지금 대통령께서 오고 계십니다.
(차렷, 경례)
(충성)
(충성)
송병철 : 지금, 시간이 없습니다.
김준호 : 수고가 많네.
송병철 : 예.
김대성 : 시간이 없습니다.
김준호 : 자네, 말이야. 자네한테 실망했네. 지금 때가 어느 땐가? 어제 밤에 우리 집에 보낸 사과박스, 그 안에 도대체 뭘 넣어서 보낸 거야?(호통치며)
김원효 : 사괍니다.
(하하하하)
송병철 : 시간이 없습니다.
김준호 : 자네, 나랏일 하느라 고생이 많지. 안색도 안 좋고, 어제 밤에 전화했는데, 피곤해서 잠들었는지 전화를 안 받더구먼.
김준현 : 일부러 안받았습니다.
김준호 : 웃지 마. 몇 분 남았지?
송병철 : 2분 남았습니다.
김준호 : 시간이 없네, 김실장. 시작하지.
김대성 : 그럼, 식순에 따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한국의 전통무용인 꼭두각시 춤 공연이 있겠습니다. 입장.
허민, 이종훈 : 딴따다, 딴따다, 따단 딴다 딴따다.
송병철 : 시간이 없습니다.
허민, 이종훈 : 단따딴따, 딴따다.(빨리 움직이며 지나간다.)
김준호 : 지금 박수칠 땐가?  안되겠네. 내가 직접 테러리스트와 협상하겠네.
김대성 : 잠시만요. 오늘 한시에(시계를 보며) 군부대 방문 스케줄이 있으십니다.
김준호 : 지금 군부대 방문이 중요한가, 테리리스트가 중요한가?(호통치며)
김대성 : 부대 가수로 소녀시대가 온답니다.
김준호 :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유나도 온대?
김대성 : 예.
모두들 : 렛츠고.
(연기자 다 같이 흩어진다.)
김원효 : 안~되에.

개콘 따발총 김원효, 몇 마디나 쏟아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