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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거제도

거제도여행, 한 번 던지면 10마리씩... 끝내줍니다.


거제도여행, 한 번 던지면 10마리씩... 끝내줍니다.

거제도여행, 한 번 던지면 10마리씩... 끝내줍니다. 거제도 옥포항

한 달여를 세월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참 세월 빠르게 흐른다는 생각이다. 새해 첫날이 엊그제인 것 같았는데, 벌써 한달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달 29일. 설 연휴동안 푹 쉬었지만, 피로감에 집에서 쉴까 하다 인근 바닷가로 산책길에 나섰다. 요즘 거제도에서 여행코스로 뜨고 있는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이 목적지.

이 길을 선택한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에서는 2012년도 '우리 마을 녹색길 공모사업'을 신청했는데, 경남도내 5개 등 전국에 45개소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우리 마을 녹색길이란 역사문화와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친환경 중심의 보행자 중심의 길을 일컫는다. 이 중 거제도에서는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이 선정된 것.

거제도여행, 거제 옥포만 해안로에는 2012년도 행정안전부에서 선정한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이 잘 조성돼 있다.

옥포만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이끌고 '옥포해전'을 치룬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옥포해전은 1592년 음력 5월 7일, 경남 거제 옥포 앞바다에서 이순신이 지휘한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의 '도도 다카도라'의 함대를 무찌른 해전. 이 해전은 이순신이 23전 23승 신화의 첫 승리의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탄생한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은 역사공부를 하러 가는 길이기도 하다.

거제도여행, 거제 옥포만에는 2012년도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이 잘 조성돼 있다.

여행 길 들머리인 옥포동 조라항구는 작은 어선들이 노동을 위한 깊은 휴식에 잠겨있다. 겨울 오후 햇살은 얼어붙은 항구를 녹인 탓인지, 남은 열기를 여행자에게도 전해준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산책하는 것을 보면, 지난 며칠 차가웠던 기온이 따뜻해졌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해안을 따라 도는 길은 갈색 나무판으로 만들어진 방부목 데크 길. 해안에 또는 바위에 기초를 다지고 기둥을 세워 만든 길은 해안가를 직접 걷는 것 보다 훨씬 편해 좋다. 별로 위험하지 않을뿐더러, 주변 경치도 감상할 수 있어 산책길로서는 안성맞춤이다.

거제 옥포만,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을 따라서

거제도여행, 오리도 휴일을 맞아 쉬러 나왔는지, 잔잔한 옥포만에는 오리떼가 놀고 있다. 자유와 평화 그 자체다.

몇 분을 걸었을까,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뭔가 구경을 하고 있다. 호기심을 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니라 다를까, 구경거리는 예사 구경거리가 아니다. 갯가에는 낚시꾼 예닐곱 명이 고기를 낚고 있었는데, 꼭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 낚시꾼은 낚싯줄을 감기에 바쁘고, 구경꾼들은 놀란 나머지 환호성을 지른다.

"아저씨, 저기요, 저기. 고기 한 마리 떨어져 도망가요."

연신 고함을 치며 흥분한 구경꾼은 짜릿한 손맛을 느끼는 낚시꾼보다, 오히려 더 쾌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구경꾼이 흥분한 것은 다름 아닌, 한번 낚싯줄에 열 마리나 되는 고기를 낚아 올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 그리고 그 중 한 마리가 떨어져 바다로 살아 나가는 것을 보고서 고함치며 흥분 했던 것. 한참동안이나 자리를 뜰 수 없었고, 나 역시나 그 구경꾼처럼, 흥분한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산란기를 맞아 청어 떼가 갯가까지 들어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낚시꾼의 모습을 뒤로 하고 발길을 옮겼다.

거제도 옥포만. 420년 전, 이순신에겐 백성의 안위를 위한 처절한 싸움의 바다였다면, 40년 전, 내겐 고향 바다의 기억을 잃어버려야 했던 곳이다. 그 당시, 조선소 건설로 나는 정든 초가집을 버리고 이사를 가야만 했다. 그런 뼈아픈 나의 과거로, 어릴 적 시골바다의 정감어린 그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대신 육중한 크레인과 건조중인 대형 유조선은 가난을 벗어나 근대화를 상징하듯, 지금의 옥포만에는 세계 제일의 조선소가 들어 서 있다.

거제도여행, 아직 찬 겨울바다지만, 아이들은 추위를 모르는지 바닷가에서 고동을 잡고 놀이에 열중이다.

헝클어진 마음은 한 동안 상념에 잠기게 한다. 사색에도 빠져들어 조용히 걷기에만 집중했다. 어린아이 셋이 고동을 잡는지 갯가에서 놀고 있다. 바닷물이 차갑게 느껴지지만, 아이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저 즐거운 표정만 가득하다.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니 엄마가 알면 혼이 난단다. 부모님 허락을 받지 않고 몰래 놀러 나와 서였을까. 얼굴은 찍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잠시나마 아이들과 놀 수가 있었다.

거제도여행, 옥포만에 있는 작은 섬. 어릴 적 이곳까지 아버지를 따라 고기를 잡으러 왔던 기억이 스멀스멀 떠 오른다.

들머리에서 출발한 나무로 만든 데크 길은 670m로 끝이 났다. 바닷물이 맑아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코앞으로 서 있는 작은 돌 섬 하나.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배를 타고 이곳까지 고기를 잡으러 왔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르지만, 생생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흙이 많아 보이지 않는, 이 작은 돌섬에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다. 끈질긴 생명력이다. 자연과 싸우는 저 소나무도 우리네 삶과 무엇이 다를 바 있겠는가. 상념과 사색은 데크 길 전망대에서 끝을 내야만 했다.

거제도여행, 옥포만에서 본 바다 속까지 훤히 보이는 맑은 바다 물.

여기서 철 계단 길을 오르면, '옥포대승첩기념공원'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매년 6월, 이순신이 승리한 옥포해전을 기념하는 '옥포대첩기념제전' 행사가 열리고 있다. 공원 옆으로는 58번 국가지원지방도로 연결된다.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은 이 공원에서 덕포마을을 지나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까지 약 8.5km의 거리로 이어진다.

최근 여행의 트렌드는 자동차 여행보다는 걷기를 통한 장거리 탐방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각 지역마다 명품 길 조성과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문화, 역사성을 관광 자원화 시키는 작업도 한창이다. 이번 행안부 우리 마을 녹색 길 사업도 경남지역에서 다섯 군데가 선정되었다. '황강 둘레길'(합천군), '감악산 해맞이길'(거창군), '걷고 싶은 테마로드'(밀양시), '역사문화 부잣길'(의령군), 그리고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거제시).

거제도여행, 거제 옥포만에는 산란을 맞아 갯가까지 몰려 든 청어를 낚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낚시질을 하고 있다.

2012년은 임진년. 60년마다 돌아오는 임진년은 거제도가 역사의 고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임진년, 1952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도 임진년이다. 임진왜란은 '옥포대승첩기념공원'으로, 한국전쟁은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으로 그 역사적 현장을 잘 보존하고 있다.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뼈아픈 역사의 숨결이 숨어 있어, 어린아이들 손을 잡고 꼭 걸어봤으면 하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거제도여행, 몰려든 청어를 낚아 올리는데, 한꺼번에 대여섯 마리는 기본이고, 많이 낚아 올릴 때는 열마리도 낚아 올린다. 청어떼는 2월 초순까지 몰려 올 것이라고 귀뜸한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 걸었다. 그런데, 그때까지 낚시질은 계속되고 있다. 아는 형을 불러 낚싯대를 함께 드리웠다. 30여 분 동안, 청어 100여 마리를 낚는 동안 짜릿한 손맛은 계속됐다. 낚은 고기는 직접 회를 떠 잔치를 벌였고, 남은 고기는 이웃에게 베풀었다. 역사의 현장에서 역사의 공부를 하며 지낸 멋진 하루 휴가였다.

거제도여행, 한 번 던지면 10마리씩... 끝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