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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전라지역

[군산동국사]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 군산 동국사

 

[군산동국사여행]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 군산 동국사

 

[군산동국사여행] 군산시 근대문화 역사의 거리 안내도.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 군산 동국사

 

법당 앞에 머리 숙인 어머니, 무엇을 빌까


불볕더위도 염치가 있었던지, 약 20여일 만에 내린 비는 뜨거운 대지를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13일. 당진에서 세차게 내리는 비를 뚫으며 15번 고속국도를 달린 끝에 도착한 곳은 군산. 고속도로 요금소를 나서자 주변 관광안내소에 들렀다. 군산시내 가볼 만한 곳을 둘러보고 싶다고 여쭈니, 10여 분 거리에 있는 ‘근대문화 역사의 거리’를 추천하며 안내를 해 준다.


군산항 인근에 위치한 군산 근대문화 역사의 거리는,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 구.군산세관, 구.조선은행 군산지점, 구.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군산내항 부잔교(뜬다리부두), 미즈상사,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등이 소재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거리에 한국에서 유일한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가 있다는 것. 사찰여행을 즐겨하는 나로서는, 더 이상 물어 볼 것도 없이 동국사로 향했다.

 

[군산여행] 군산시 금광동에 소재한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입구.


차량 네비게이션은 정확히 동국사 입구에 내려놓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사진촬영을 방해하는 골칫거리다. 그래도 어쩌랴. 우산을 쓰고 절 입구부터 한 손엔 우산을,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 불편한 자세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마당에 들어서자, 2년 전 대마도 여행에서 본 사찰 모습과 똑 같은 기와지붕을 한 대웅전이 압도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동국사여행] 군산시에 소재한 동국사 대웅전.

 

동국사는 한일합방 1년 전인, 1909년 일본인 승려 내전(內田, 우찌다) 불관(佛觀, 붓깐)이 금강선사(錦江禪寺)로 창건하였다고 하며, 1913년 대웅전 및 요사를 준공했다고 한다. 1945년 해방 직후 대한민국 정부로 이관하였으며, 1955년 6월 전북종무원에서 매입 후, 1970년 8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로 증여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에는 500여 곳에 일본 사찰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유일하게 남은 절이 동국사라고 한다. 

 

[군산시여행] 동국사 대웅전(좌)에서 복도로 이어지는 요사채(우).

 

등록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된 동국사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 5칸 정방형 단층 팔작지붕 홑처마 형식의 일본 에도시대 건축양식. 약 75도 급경사를 이루는 지붕 형태는 우리나라 사찰과는 확연한 차이를 이룬다. 외관이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느낌을 주기에도 충분하다. 부드러운 곡선이 자랑인 우리나라 전통 한옥의 용마루와는 달리, 일직선을 이루며 간결한 느낌이다.

 

[동국사여행] 동국사 범종각.

 

절 마당 귀퉁이에 팔작지붕을 한 작은 범종각. 안에 매달린 동종은 1919년 일본 경도에서 다까하시 장인에 의해 주조되어 이 절에 봉안되었다고 한다. 종에는 창건주, 개산, 시주자, 축원문 등이 음각돼 있다. 이 동종의 특징은 유곽(범종 상단부에 유두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이 없이 유두(범종 상단부 유곽 안에 있는 작은 돌기)만 108개를 배치하여 백팔번뇌를 상징하고 있다. 범종각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화강암 석불상이 눈길을 끈다.

 

[군산동국사여행] 동국사 범종각 앞에 선 자안관세음.

 

안내문을 보니 32 관세음석불상과 12지 수본존 석불상이라고 한다. 범종각 앞쪽 마당에 홀로 선, 아기를 안고 서 있는 석불상은 자안관세음으로 자생년(쥐) 수존본이라고 하는데, 밀교적 성격이 강한 일본인들의 자아관음 신앙을 한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동국사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한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법당에서 기도할 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나

 

[동국사법당] 불심 가득한 기도.

 

법당에 들어서고 희미한 불빛 아래 부처님께 무릎 꿇고 삼배를 올렸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절에서 절을 할 땐,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두 손 모으고 머리를 조아려 엎드렸을 때, 무엇이든 머리에 떠올라야 하는데, 전혀 그런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 ‘무슨 소원을 빌어볼까’, ‘무엇 때문에 기도를 할까’, 이런 생각도 절을 다 마친 연후에 생각이 나고야 만다.

 

지금까지 한 기도는 전부 헛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내겐 별로 복이 다가오지를 않는 것만 같다. 나랑은 달리 두 손을 싹싹 비비고, 무슨 말을 게송이라도 하는 건지, 열심히 기도하는 어머니는 무슨 소원을 빌까 궁금하기만 하다.

 

[동국사보물] 보물 제1718호로 지정된 소조석가여래 삼존상 및 복장유물.

 

보물 제1718호로 지정된 소조석가여래 삼존상이 법당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중앙에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가섭존자 우측에는 아난존자가 협시로 자리하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석가불은 조선 중기의 불상으로 육계가 뚜렷하고, 통견법의에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다. 나무로 틀을 짜고 진흙을 발라 조성한 조선 중기의 소조불상이다.

 

이 불상은 원래 김제 금산사 대장전에 안치되어 있던 것으로, 해방 후 동국사로 옮겼다고 한다. 이 삼존불에서는 발원문과 후령통을 비롯한 경전류 59권 등 총 333점의 복장유물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릴 수 없어 저속으로 촬영하는데, 보살 한 분이 불을 밝혀 준다. 참으로 고마운 보살님이다.

 

[수련] 비를 맞으며 애처롭게 핀 수련.

 

길지 않은 복도를 따라가니 요사채가 나온다. 일본식 사찰의 특징인지, 요사채와 법당이 연결돼 있는 것이 특이하다. 사용된 목재는 모두 일본산 쓰기나무라고 한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굵어진다. 마당 한 구석 작은 대야에 심어진, 아름답게 핀 수련이 비를 맞고 있다. 애처롭기도 하지만, 꿋꿋한 모습이 그저 좋게 느껴지기만 한다.


한 시간여 동국사에 머물다 밖으로 나오니, 내리는 비는 멈출 줄 모르고 계속 내리고 있다. 입구 표지석에는 세로로 ‘○○구년육월길상일’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런데 위쪽 두 글자가 훼손돼 있다. 추측 건데, 두 글자는 일본식 연도표기일 것만 같다. 좋은 일이 일어날 조짐으로 세운 비석이건만, 결과는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 때문이었을까.

 

[동국사여행] 동국사 입구에 일부가 훼손된 비석.

 

최근 독도문제로 한일 양국이 대립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독도문제와 동국사는 상호 관련이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 일본이 하는 행태를 보면, 이 기사를 쓰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동국사는 우리나라 개화기와 근현대사의 역사를 증명하는 건축물로서 식민지배의 아픔을 확인할 수 있는 교육 자료로서 활용가치가 높다는 생각이다.

 

[군산동국사여행]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 군산 동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