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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아시아

도시 속에 숲이 있는지, 숲 속에 도시가 있는지



싱가포르에 가다 - 3(뉴 워터와 나이트 사파리)
  
▲ 고속도로 싱가포르 고속도로 주변에는 밀림에서나 볼 수 있는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듯 하다.

10월 14일, 여행 둘째 날 오전. 뉴 워터를 생산하는 베독정수장으로 가는 고속도로는 한적하고 싱그럽다. 레인트리라는 나무가 숲을 이룰 정도로 도심 어디를 가나 숲이다. 도심 속에 숲이 있는지, 숲속에 도시가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가로수는 차량 매연으로 검은 때가 보일 법 한데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차량 시동을 켜고 5분 이상 엔진가동을 금지하고 있는 제도 때문일까. 한참을 달리다 보니 도로변에 꽃을 심은 대형화분이 보인다. 비상시에 화분을 치우면 항공기 활주로로 이용한다는 것. 

  
▲ 고속도로 싱가포르 고속도로 주변에 설치된 대형화분. 비상시에 이 화분을 치우면 비행기 활주로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고속도로

  
▲ 뉴워터 비지터센터 뉴워터 비지터센터에는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싱가포르의 물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으러 방문하고 있다.
뉴워터

싱가포르에는 4청이라는 말이 있다. 네 가지 깨끗한 것으로 물, 도로, 공기, 그리고 정부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 싱가포르는 섬나라로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 수돗물은 4가지를 주요 원료로 쓴다. 빗물, 해수를 담수한 물, 수입하는 물, 그리고 뉴 워터이다. 천연적으로 물이 부족한 싱가포르는 새로운 물 공급 방법과 개발, 그리고 물 절약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 노력으로 상수원 중에서도, 수질이 가장 떨어지는 재료인 하수를 정화해 식수를 사용하는 뉴 워터를 개발한 것. 싱가포르 정부의 물 부족 해결을 위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 뉴워터 교육장 뉴워터 비지터센터에서 싱가포르 물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관광객.
뉴워터

물 절약에 대해서도 7가지 방법으로 국민에게 홍보하고 있으며,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1. Monitor your water bills(상하수도 요금 체크하기).

2. Take shorter showers(샤워시간 줄이기).

3. Wash in a filled sink(싱크대에 물 받아서 쓰기).

4. Wash on a full load(빨래 모아서 하기).

5. Reuse water(물 재사용하기).

6. Repair leaks promptly(물이 새는 곳 바로 수리하기).

7. Half flush(변기 사용물 반으로 줄이기).  

우리도 실천하여 물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정수장 연못 잉어 뉴워터 비지터센터 주변 연못에는 대형 잉어들이 헤엄처 다니고 있다.
뉴워터

센터 주변으로는 정수장에서 나온 깨끗한 물을 담은 연못이 있고, 헤엄쳐 노는 큰 잉어들이 관람객을 불러 모은다. 건물 밖은 잔디밭과 분수대로 친환경적 이미지를 강조해 놓았고, 초등학생들의 소풍장소와 견학지로 유명하다. 이날, 인도네시아에서 온 어린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싱가포르 정부의 물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현장 공부라는 생각이다. 

  
▲ 도시개발국 도시개발국에는 싱가포르 도심을 축소한 모형이 있다. 이 모형에는 싱가포르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건축물을 디자인해 놓은 점이 눈길을 끈다.
도시개발국

점심을 먹고, 맥스웰 로드에 있는 도시재개발위원회(URA)를 방문하였다. 1974년 설립하였으며, 싱가포르를 살기 좋고, 일하기 좋고, 즐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기관이다. 전시관에는 싱가포르 도심을 전체적으로 축소해 놓은 모형을 볼 수 있었는데, 현재와 미래의 도시 모습을 한 눈에 비교하도록 해 놓았다. 미래에 건축할 건물의 모양까지 디자인 해 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같은 모양의 건축물을 허가해 주지 않는다고 하는 싱가포르 정부. 이는 싱가포르 도시경관을 이끄는 주요한 힘이라는 생각이다. 아파트 베란다에 공원이라 할 정도의 조경을 해 놓은 전시된 사진 하나가 특별한 주목을 끈다. 주거공간이라는 아파트 개념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이 사진 한 장을 통하여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 미래의 아파트 도시개발국에 전시되어 있는 미래 아파트의 모습. 아파트 베란다 주변으로 수목이 심겨진 소형 정원을 볼 수 있는데 미래의 주거환경을 내다 볼 수 있다.

틈새시간을 이용하여 시가지를 둘러보았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더운 열기가 확 차오른다. 거리의 더운 열기에 사람들의 열기가 더해 혼잡한 거리를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작은 가게에 들렀다. 알록달록한 반팔 셔츠 하나가 맘에 들어 관심을 보이니 점원이 다가왔다. 한 장에는 얼만데, 두 장 사면 얼마를 할인해 주고, 세 장 사면 거의 한 장은 공짜라는 유혹이다. 사람은 공짜에 약한 걸까? 결국 세 장을 사고 말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싸게 산 것은 아니었던 것. 다음 날, 다른 시장에서 똑 같아 보이는 셔츠 가격을 물어 보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가격 비교를 하지 않았어야 했던 것이 나았던 것일 게다. 돈 몇 천 원에 괜히 가슴 아파할 필요가 없었기에. 

  
▲ 도시개발국 도시개발국에 있는 싱가포르 도심의 현재와 미래의 모형.
도시개발국

해산물로 식탁을 가득 채운 저녁식사 시간이 즐겁다. 피로를 풀 수 있는 시간이자, 먹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포만감으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밤에 여는 동물원인 나이트 사파리를 찾았다.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고 기대 가득하다. 입장하기에 앞서 펼치는 불 쇼는 화려했다. 기름을 입에 부어 불을 붙여 뿜어내는 모습은 위험해 보였지만, 스릴 넘쳤다. 관람객을 무대에 불러내어 함께하는 공연은 웃음을 더해줬다.  

  
▲ 불쇼 나이트 사파리 입구에서 펼치는 불쇼
불쇼

공연을 마치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트램(선로열차)을 타려다 보니 혼잡했다. 사람을 태운 트램은 서서히 움직이고 무슨 동물이 나타날까 모두 호기심 가득한 분위기다. 밀림 같은 울창한 숲. 은은한 조명이 숲 속을 비추고 있다. 십여 미터 앞, 희미한 조명 앞으로 움직이는 작은 체구의 물체가 보인다. 개과의 붉은 승냥이다(Red dhole).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있다. 

이 동물원에는 하이에나를 비롯한 늑대 등 개과동물이 많다. 거대한 체구를 가진 세 마리의 아시아 코끼리(Asian elephants)는 조명 아래 평화로운 모습으로 휴식하고 있다. 마르크 염소(Markhor), 히말라야 타르(Himalayan Tahr) 등 온갖 동물들이 먹이 활동을 하고, 어떤 동물들은 편안히 쉬고 있다. 잠을 자서 못 본 건지, 아니면, 나 혼자만 못 본 것인지, 밀림의 왕자라 불리는 사자와 호랑이가 보이지 않는다. 

  
▲ 고속도로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주변으로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듯 하다.

트램이 지나는 길 옆,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아주 가까이로 말레이 맥(Malayan Tapir)이 조용히 드러누워 있다. 입 앞까지 툭 튀어 나온 긴 코, 짧은 귀는 개미핥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이 동물은 앞다리에서 꼬리부분까지 흰색이고, 나머지는 검은색으로 몸 색깔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다. 숲 파괴와 밀렵으로 멸종 위기의 동물로 지정돼 있다고 하니, 보존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동물원에 있는 동물 90%가 야행성으로, 신선한 저녁시간이 활동하기 편하고, 이런 기후를 가진 싱가포르가 사육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란다. 어떤 장치를 해 놓았는지 아주 가까운 사이로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함께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동물 상호간 직접적인 물리적 장벽은 없는 대신, 큰 식물이나 폭포, 깊은 개울을 설치해서 차단하고 있다고 한다. 관람에 앞선 안내원의 설명에 동물을 손으로 만져 볼 수도 없다. 사진 촬영도 금지하고 있어, 관람하는 약 30여 분 동안 사진 한 장 못 찍은 것이 못내 아쉽다. 

트램을 내리자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동료들은 악어와 다른 야생 동물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이동하며 시간을 즐겼지만, 혼자 쉬기로 했다. 시원하게 들이키는 음료수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말끔하게 풀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