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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거제도

[거제도여행] 추위을 잊은 사람들, 너도 나도 뜰채에...

 

[거제도여행] 추위를 잊은 사람들, 너도 나도 뜰채에...

 

 

[거제도여행지] 추위를 잊은 사람들, 너도 나도 뜰채에...

몰려든 멸치 떼로 사람들 북적이는 거제 송진포마을

 

지난해 말경(12. 28일), 내린 눈은 아직도 녹지 않은 채, 응달진 산과 도로변에 하얀색으로 채색하며, 겨울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따뜻한 남쪽 섬나라 거제도에서 눈이 내리고 이처럼 잔설이 오래도록 남아 있는 풍경은 참으로 보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혹한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나간 약 2주 동안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몸과 마음도 웅크러져 밖으로 나가기가 꺼려진다. 그럼에도 두 가지 이벤트가 집 밖으로 나서게 한다. 하나는 해마다 연초가 되면 열리는 겨울바다축제인 '제9회 거제도 국제펭귄수영축제'고, 다른 하나는 최근 갯가로 몰려든 멸치 떼로 많은 사람들이 멸치잡이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12일(토). 바다에 들어갈 장화는 현장에서 구입하기로 하고, 멸치잡이를 위한 소쿠리와 멸치를 담을 작은 통 하나를 챙겼다. 멸치를 잡을 부푼 꿈도 빈 통에 가득 채웠다. 축제장과 멸치잡이 하는 곳은 같은 방향이라, 집에서 10분 거리인 축제장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그런데 축제장 입구에 도착하자 왕복 4차선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 버렸다. 주변을 돌아봐도 차를 댈 만한 곳이 없어, 축제 구경은 포기하고 멸치나 잡아야 되겠다는 생각에 방향을 틀었다.

 

 

거제 북서부지역에 위치한 장목면 송진포마을. 이 마을 앞바다는 얕은 수심과 개펄로 이루어져 있으며, 약 1.5km의 해안선을 끼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일부터 멸치 떼가 갯가로 몰려들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멸치잡이에 나섰고, 이 소문은 지역신문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됐다.

 

멸치 떼가 출몰한지 3일이 지났음에도 현장에 도착하니, 길 양쪽으로는 많은 차들이 주차돼 있다. 얕은 바다에는 사람들이 멸치잡이에 여념이 없다. 운동화만 신은 채 물이 고인 돌 틈 사이로 죽은 멸치를 떠 담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가슴까지 차는 바닷물 속에서 뜰채로 멸치를 잡고 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뜰채와 소쿠리를 들고 갯가에서 멸치잡이가 한창이다.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하자, 옆에서 어머니가 적극 거든다.

 

"멸치를 제법 잡았네요. 어디서 왔어요?"

"창원에서..."

"창원에서 다른 일 없이 멸치만 잡으려고? 어떻게 알고 누구랑..."

"예. 신문과 방송에서 보았어요. 할머니랑 가족들 하고, 여섯 명 왔어요. 이것 말고 잡은 것도 더 있어요."

 

 

아이는 신이 난 모습이다. 그 모습에 나도 멸치를 잡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소쿠리를 들고 여기저기로 돌아다녔다. 시선은 갯가 바닥에 집중되고 정신은 멸치잡이에 몰두돼 있다. 시간이 지나도 내 눈에는 죽은 멸치 한 마리 띄지 않는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날 무렵 겨우 몇 마리 잡을 수 있었다. 안주거리도 될 것 같지도 않아 옆 사람에게 크게 인심 쓰듯 그냥 줘 버렸다. 대신에 바다에 떠 있는 수많은 갈매기와 놀았다.

 

 

 

높이 나는 갈매기가 멸치를 낚아챈다

 

문득,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내용의 책, <갈매기의 꿈>이 떠오른다. 바다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수많은 갈매기와는 달리, 많은 다른 갈매기는 먹이 활동을 위해 하늘을 날고 있다. 허공을 빙빙 도는 갈매기. 갑자기 멸치를 발견하고는 엄청난 속도로 바다 수면으로 주둥이를 꽂는다. 한 마리를 낚아챘다.

 

그리고 수면으로 치솟으며 물결을 일게 하는 갈매기는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어떤 갈매기는 자신의 노력보다는 다른 갈매기가 낚은 멸치를 가로채려 덤비는 모습도 눈에 띈다. 동물세계도 인간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도로변에서 산불예방을 위한 감시원 근무자가 말을 건넨다.

 

"어제(11일)는 멸치 떼가 엄청나게 몰려들어 사람들이 많이 와서 잡았는데, 오늘은 별로 많지 않네요."

"멸치가 가끔 이렇게 몰려옵니까?"

"아닙니다. 여기서 나고 자랐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멸치가 떼를 지어 갯가로 몰려드는지 아시는지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그러는데, 고등어 떼나 큰 고기에 쫓겨 연안이나 갯가로 몰려든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멸치 떼가 몰려 있을 것 같아요?"

"어민들이 그러는데, 들어온 멸치 떼는 길을 잃어 다시 먼 바다로 나가기 어렵다고 말을 합니다. 물속에 죽어 있는 멸치를 보더라도. 갯가에 들어 온 멸치는 이곳에서 돌아다니다가, 아마 그때까지는 곳곳에 멸치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자리를 옮겼다. 긴 해안선에는 곳곳에서 멸치잡이를 하는 사람들로 삼삼오오 모여 있다. 어떤 사람은 배 위에서 긴 뜰채로 생멸치를 잡고, 어떤 사람은 익숙한 솜씨로 투망을 바다에 던진다. 그물이 확 펼쳐질 때는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다가온다. 약 50cm 수심에는 죽은 멸치가 떼로 몰려있다. 손으로 잡아 올리고, 소쿠리로 담아 올린다. 바케스에는 멸치로 가득하다.

 

 

축제 구경과 멸치를 가득 잡을 생각으로 떠난 겨울 바다로의 나들이. 어느 것 하나 내 맘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다. 돌아보니 꿈도 참 야무졌다는 생각이다. 헛웃음이 절로난다. 텅 빈 그릇과 소쿠리를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깊어진다. 그래도 2013년 계사년 연초 겨울바다 풍경을 듬뿍 느낀 하루 여행이었다.

 

 [거제도 가볼만한 곳] 부푼 꿈을 안고 멸치를 잡으러 갔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