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귀를 쫑긋 세우고 날 째려보는 네 개의 눈, 고양이
날 째려보는 고양이.
제18호 태풍 '차바'가 지나간 날 저녁.
평상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는데 고기 냄새를 맡고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
애처로워 보이는 눈빛이 가여워 고기 한 토막을 건넸는데 눈 깜짝할 사이로 낚아챕니다.
고기가 뜨거웠던지, 몇 번을 '물었다 놓쳤다'를 반복하며, 고기를 물고 멀리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다른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덩치로 보니 새끼로 보입니다.
다시 두 점을 던져 주니 각기 한 점씩 물고 달아납니다.
그리고 또 다시 잠시 후.
이제는 또 다른 고양이 한 마리를 더 데리고, 어미와 함께 총 세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사람이 먹는 고기는 줄어들고, 그렇다고 아직 한 점도 먹지 못한 새끼 고양이가 불쌍해, 그 새끼 고양이를 위해 한쪽으로 유인해 던져 주었습니다.
그런데 덩치가 큰, 두 번째로 먹었던 새끼 고양이가 재빠른 동작으로 날름 낚아 채 멀리 달아납니다.
막내로 보이는 새끼 고양이는 한 눈에 보기에도 덩치가 너무 작아 보입니다.
약육강식의 세계를 두 눈으로 보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덩치가 제일 작은 새끼 고양이도 고기 한 점을 얻어먹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사는 세상은 동물의 세계와 다른 것일까요?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센 놈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 지금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 개의 눈, 두 마리의 고양이.
날 째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몇 점의 고기를 주었는데도, 많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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