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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북유럽

북유럽 여행기 1 - 비행기 삯을 아끼기 위해 들른 일본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여행기를 쓰려니 기억에 한계가 있고, 메모한 수첩도 기억을 재생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래도 기록을 안 남기는 것 보단 낫지 않겠는가? 당시 촬영한 사진과 메모수첩을 바탕으로 그 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 본다. 2007년 6월 11일부터 22일까지 12일간의 북유럽(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러시아) 여행 기록이다.

도대체 여행이란 뭘까? 국어사전에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맞기는 하지만 너무 틀에 얽매인 뜻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설렘과 기대감을 가지고 궁금증을 풀어 나가는 여정이라고.


2007년 6월 11일. 아주 맑은 날씨.
김해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밟는데 작은 문제가 생겼다. 여권과 비행기표에 기재된 이름이 달랐기 때문. 잠시 당황했지만, 간단한 수정으로 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서점에서 그리스 신화와 관련한 책도 한 권 구입했다. 오랜 시간 나르는 비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북유럽 여행기 - 비행기 삯을 아끼기 위해 들른 일본

오후 2시. 비행기는 땅을 박차고 하늘을 올랐다. JAL 958편 37E, 내가 앉은 좌석이다. 나와 동료 직원 16명을 태운 비행기는 오후 3시 50분, 일본 나리타공항에 일행을 내려놓았다. 이번 국외여행은 3번째로 업무차 가는 출장길.

북유럽 여행기 - 숙소 주변에서 본 무슨 용도로 쓰는 모를 자동차

일본 입국은 한국에서 북유럽 직항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경비가 싸다는 이유에서였다. 비교적 수월하게 입국절차를 마치고 숙소가 있는 나리타현 나리타시로 이동했다. 공항과 약 65킬로미터의 거리에 있다. 버스 차창 밖으로 보는 풍경은 내가 사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조금 달라 보이는 점이 있다면, 도로에 경차가 많이 다닌다는 것.

북유럽 여행기 - 숙소 주변 도시 모습

숙소로 가는 중 마트에 잠깐 들렀다. 매장 면적이 엄청나게 넓고, 진열 물품도 다양하다. 특히, 중국산 스포츠용품이 많다는 것이 특별했다. 여행 중 편하게 신을 슬리퍼와 등산용 보온병도 하나씩 샀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또 다시 달렸다.

도로변에는 작은 호텔이 많다. 러브호텔이라고 안내원이 말해준다. 여기는 남,녀 각각 혼자서는 입실 할 없으며, 남녀가 같이 해야만 된다고 한다.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남자 2명, 여자 1명 그리고 여자 2명 남자 1명은 입실이 가능하다는데, 어째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다. 남녀 부부와 남자인 자식 1명, 여자인 자식 1명이라면 몰라도, 성인 남녀끼리는 어떤 조합이 될까 궁금할 뿐이다.

북유럽 여행기 - 숙소인 '호텔니꼬나리타' 주변에 핀 이름 모를 꽃

가이드의 설명은 이어진다. 일본에는 땅 투기는 없다느니, 재산 상속도 거의 없단다. 집도 개인 주택이나 아파트를 제외하고 세를 놓을 경우 전세는 없고, 월세를 놓는데 비용도 엄청 비싸단다. 대학 4년을 졸업한 대기업에 취업한 직장인의 경우 초봉이 20만 엔인데, 원룸 하나에 15~16만 엔 한다고 하니 얼마나 비싼 줄 짐작이 갈 정도다.

북유럽 여행기 - 호텔 주변에 핀 이름 모를 꽃

오후 7시 40분, 숙소인 호텔니꼬나리타(hotel nikko narita)에 도착했다. 저녁식사는 간편하다. 여장을 풀고 몸을 씻고 휴식을 가졌다. 시원한 맥주 한잔 생각이 간절해서일까, 동료 몇 명이 모였다. 잡다한 이야기가 주제인지, 목마른 갈증을 해소시켜 줄 맥주가 주인인지, 둘은 그렇게 시간을 흘러 보냈다. 자정까지. 오후 2시 한국을 출발하고,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길게만 느껴진 여행 첫날 밤. 잡다한 이야기와 맥주는 함께 깊은 곳으로 빠져 들어만 갔다.

북유럽 여행기 - 동료와 함께 숙소인 호텔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