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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북유럽

북유럽 여행기 2 - 일본에서 코펜하겐까지 18시간 만에 도착하다



2007년
6월 12일(화).
날씨는 아주 쾌청하다.

상쾌한 기분과는 달리 아침은 안개가 꼈다. 호텔 밖 주변으로 가볍게 걸었다. 시간이 넉넉하니 마음도 푸근하다. 묵었던 호텔이 JAL 소속 호텔이라, 호텔 로비에서 비행기 발권부터, 짐 탁송까지 모두 마무리 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편의를 제공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고, 공항까지 아주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10:45. 나리타공항 도착. 비행기는 3~5분마다 한 대씩 하늘을 솟구쳐 어디로 가는지, 제 갈 길로 가고 있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12시 15분 탑승, JAL 411편 23B에 자리를 잡았다. 12시 45분 비행기는 시동을 걸었다.

북유럽 여행기 - 비행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

13:05. 하늘로 뜨는 비행기. 일본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외국여행을 많이 해 본 건 아니지만, 공항에서 탑승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함을 느끼는 것은 나 만일까? 이 시간을 반으로 줄일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13:40. 기내식인 비빔밥으로 점심. 좌석이 비행기 엔진 옆이라 매우 시끄럽다. 러시아 시베리아 동부에 있는 알단고원 상공을 나는 비행기. 알단고원은 레나강과 알단강 그리고 스타노보이 산맥으로 둘러싸인 넓은 고원으로, 해발 700~1200미터 높이에 있다. 창밖 하늘에서 보는 땅은 강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강줄기는 실처럼 가늘고 끊어질 듯 보이지만, 인간의 생명을 이어주기 위해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북유럽 여행기 - 러시아 시베리아 알단고원

18:30. 좌석 모니터에는 해발 9601m, 시속 801Km, 외부온도 -52도C,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 4931Km라는 여행안내가 나온다. TV 방송 원리를 대충 알지만, 그래도 가끔 신기할 때가 있는데, 역시 이런 정보가 어떻게 나오는지, 참으로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비행기는 중앙 시베리아 평원을 지나 우랄산맥을 통과하고 있다. 피곤함을 덜기 위해 맥주 캔 하나를 마시니 좀 나아지는 느낌이다.

북유럽 여행기 - 러시아 시베리아 알단고원

23:00. 늦은 저녁식사. 위스키 한 잔과 작은 와인 1병을 같이 했다. 저녁식사가 늦은 것은 현지 시각에 맞춰 제공한다는 것. 식사를 마치자 눈꺼풀은 내려앉는데, 깊은 잠에 빠지지 않는다. 비행기는 네덜란드 상공을 날고 있다. 목적지까지는 55분이 남았고, 외부온도는 -56도C다.

24:35. 비행기는 북유럽 첫 여행지인 덴마크를 가기 위해 암스테르담 스키폴국제공항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일본에서 네덜란드까지, 11시간 30분을 하늘에 공중부양을 하고 있었던 셈. 암스테르담 현지시각으로 17시 35분. 출발지인 일본보다 7시간 빠르니, 정확히 2007년 6월 12일 오후 5시 35분. 날짜는 일본에서 출발한 날짜와 똑 같은 12일다.

암스테르담에서 코펜하겐으로 가기 위해 이 공항에서 환승을 해야만 한다. 비행기가 출발할 때 까지 3시간 반을 넘게 기다려야만 한단다. 그런데 같은 비행기를 탄 일본인 여행객은 바로 탑승을 하는데, 왜 우리 일행은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지? 불만이 생겼지만, 어쩔 도리는 없었다.

북유럽 여행기 - 암스테르담 스키폴국제공항에서 기다리다 만난 외국인과 함께

지루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공항 내  the cone bar에서 맥주를 한잔 시켰다. Heineken groot 한잔이 4.2유로달러. 이 자리에서 옆 자리에 앉은 네덜란드 사람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부산에서 근무한 적이 있고, 월드컵을 개최한 대한민국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짧은 영어실력으로 서로의 궁금증을 푸는 시간을 가졌다.그는 취미로 경비행기를 운전하는 파일럿이며, 영국으로 출장 가는 길이라고 했다.

맥주와 대화가 오간 1시간 정도 시간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비행기를 타기까지 지루한 시간을 피할 수 있었기에. 이메일을 주고받고, 간간히 소식이나 전하자며, 아쉬움을 바에 남기며 헤어졌다. 잠시 동안 친구로 대해 준 그이에게 고맙다는 감사의 뜻으로 맥주 값을 내겠다고 했으나, 끝내 사양했던 그. 문화의 인식에서 오는 차이일까?

북유럽 여행기 - 밤 11시가 돼도 지지않는 태양

내가 나고 산 곳에서, 삶의 방식이나 습관이, 다른 지역과는 같을 수는 없다. 그게 곧, 그 지역의 문화라는 생각이다. 몸과 마음이 살아오는 내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곳에서의 체험이야말로, 여행에서만이 얻을 수 있는 커다란 기쁨이자 수확이 아니겠는가!

20:15. 스키폴국제공항에서 탑승수속을 하는데 동료 몇 명이 제시간에 맞춰 오지 않는다. 다들 걱정이다. 국제미아가 된 것일까? 애태움 끝에 다행히 동료와 함께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20:50분 탑승이 시작되고, 21:10분 비행기는 날았다. 환승하는데 3시간 35분이 걸린 셈이다.

북유럽 여행기 - 밤 11시가 돼도 지지않는 태양

시간은 밤인데 밤 같지가 않다. 붉은 해는 하늘에 벌겋게 달아 세상을 밝히고 있다. 비행기는 아주 작은 소형기로 승객은 반도 차지 않았다. 빈자리가 많아 창가에 앉아 포도주 한잔을 폼 나게 마셨다. 양떼구름이 솜처럼 뭉쳐있고, 구름 사이로 드는 붉은 빛은 황홀감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해가 산을 넘으려 산등성이에 걸려있다. 그러나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은 눈 깜짝할 사이에 뜨고 진다. 그러나 북유럽의 태양은 그렇게 쉽게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넘어갈 듯, 질 듯, 하는 해는 그렇게 쉽게 넘어가고, 질 줄을 모른다.

북유럽 여행기 - 코펜하겐 거리와 풍경

그리 높지 않게 뜬 비행기는 지상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 정겹다. 저수지, 밭, 농로도 선명하다. 2차선으로 보이는 도로가 잘 나 있다. 학교 운동장도 보이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도 보인다. 내가 사는 곳과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다.

22:25.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 도착. 공항 마루바닥이 나무로 만든 점이 특별나다. 여행객이 별로 없는데도 수화물을 찾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북유럽 여행기

23:00. 일행을 태운 버스가 출발하자 잠이 쏟아진다. 45분이면 숙소에 도착할 수 있다던 버스는 숙소 위치를 찾지 못해 1시간을 넘게 헤매고 있다. 불만이 쏟아진다. 핸드폰으로 위치가 어디냐고 물어 보면 될 일을, 하지 않는 걸 보니 핸드폰도 없는 모양이다.

북유럽 여행기

24:05. 드디어 숙소(Hotel Hvide Hus)에 도착했다. 일본을 출발한지, 꼭 18시간 만에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작은 호텔에 몸과 마음을 풀었다. 피곤한 몸이지만 분위기도 분위기인지라, 동료 몇 명이 모여 술 파티가 벌어졌다. 새벽 2시 50분 잠들기 전까지.

북유럽 여행기 - 숙소(Hotel Hvide H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