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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북유럽

북유럽 여행기 7 - 오슬로 비겔란 조각공원


북유럽 여행기 - 오슬로 비겔란 공원

2007. 6. 14(목). 10:50. 바이킹 박물관을 뒤로 하고 오슬로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한다는 비겔란 공원. 출입문부터 심상찮은 모습으로 일행을 압도한다. 해마다 2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하는 오슬로의 명물이다. 비겔란 조각공원은 애초에 이 지역이름을 따서 후롱네르(Frogner) 공원이라고도 불리어왔다. 그러나 14세기 유럽전역을 강타한 흑사병으로 인해 오랫동안 폐허의 자리로 남아 있다가, 16세기에 들어와 다시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개인 소유의 후롱네르 농장으로 거듭나게 된다.

북유럽 여행기 - 오슬로 비겔란 공원

그 후 1896년, 오슬로 시당국에서 70만 크로네의 돈을 지불하고 이 농장을 개인으로부터 인수하였는데, 이 금액은 현재의 화폐로 환산 시 약 3500만 크로네가 된다. 현재 약 10만 평의 부지 위에 세워진 이 비겔란 조각공원은 연중 매일 24시간 동안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또한, 조각공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휴식과 체육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북유럽 여행기 - 오슬로 비겔란 공원 내 서 있는 구스타프 비겔란 조각가 동상

이 공원은 구스타프 비겔란(Gustav Vigeland, 1869~1943)이란 걸출한 한 사람의 조각가에 의해 212점의 조각이 계획, 완성되었다는 사실이 우선 놀랍다. 비겔란은 조각가로서 뿐만 아니라, 이 공원의 조각품 배치는 물론, 가로수와 화단의 위치마저도 모두 기획한 공원 조경사이기도 하다. 이 모든 조각품들은 제자들이나 다른 보조 예술가들의 도움 없이 비겔란 자신이 직접 제작한 실물 모형에 따라 조각된 것들이라고 한다.

북유럽 여행기 - 오슬로 비겔란 공원

전 세계 유명 도시에 유사한 조각공원이 많이 있으나, 한 사람의 구상으로 '인간의 삶(Life)'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이와 같이 많은 작품이 전시돼 있는 대단위 조각공원은 전례가 없다. 조각공원의 구성은 정문, 어린이 영역이 포함된 다리, 분수대, 모노리스 석탑 그리고 인생의 바퀴 등 총 5개 주요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청동, 화강암 그리고 단철, 이렇게 세 가지 재료를 소재로 한 이 공원 조각들은 하루 일조시간에 따라 그 색깔과 음영을 달리한다. 이에 따라 이 비겔란 공원은 하루해를 지나면서 특히 석양이 지는 모습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북유럽 여행기 - 오슬로 비겔란 공원 내 조각상

이제 공원으로 들어 가 보자

공원의 정문

비겔란의 작품이 갖는 '인간의 삶'에 대한 주제는 이 공원 정문의 디자인에서부터 이미 시작된다. 밧줄에 얽매인 용의 모습, 용과 인간의 싸움 등 옛 노르웨이 신화에 근거한 환상적인 주제에서도 볼 수 있다. 정문은 다섯 개의 큰 대문과 작은 출입구로 돼 있다. 이 정문으로부터 중앙을 가로질러 중앙 분수대를 지나 후문이 있는 곳까지는 850미터 거리. 중앙부분에 있는 큰 문은 왕이나 미국 대통령이 와도 열어 주지 않는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그러나 꼭 여는 때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단, 녹이 슬어 페인트칠을 할 때라고.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북유럽 여행기 - 오슬로 비겔란 공원

교량

화강암으로 축조된 길이 100m, 폭 14m의 다리 양편에는 58개의 청동상이 있다. 이 중에는 비겔란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화가 난 아이'로 불리는 작품이 다리 중앙에 위치해 있다. 비록 이 작품은 비겔란의 대표작에는 들지 않고 작은 규모의 조각품이긴 하나, 현재는 조각공원과 오슬로시를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이 아이는 세 살 때 어린이 모습을 형상화 하였다는데, 이 나이에 인간은 좋고 나쁨의 표현을 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파란 눈망울을 가진 예쁜 아이가 동상의 표정처럼 화가 난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북유럽 여행기 - 오슬로 비겔란 공원 내 '화가 난 아이' 조각상 앞에서 한 어린이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북유럽 여행기 - 오슬로 비겔란 공원 내 '화가 난 아이' 동상

어린이 영역

다리 아래의 호수 쪽에는 작은 원형의 지역에 아홉 개의 어린이 청동조각이 있다. 둥근 원을 따라 8명의 작은 어린이가 각가지의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조각돼 있다. 원의 중앙에는 완전히 성숙한 실물 크기의 태아가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모습 그대로 머리를 아래로 한 형태로 놓여있다. 이 어린이 영역은 인생에 있어 삶의 시작을 상징하는 곳이다.

북유럽 여행기 - 오슬로 비겔란 공원 어린이 영역

분수대

가장 많은 관람객이 머무르고 있는 이 분수대는 중앙에 6명의 각기 다른 연령층의 건장한 남자가 거대한 물 쟁반을 힘들여 받치고 있다. 비겔란은 이 6명 중 한명을 자신의 모습과 동일시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각 계층 간의 조화와 협력의 필연성을 상징하고 있다. 나이든 노인이 받쳐 든 쟁반은 키가 작아 머리사이에 틈이 있는 점이 특이하다.

북유럽 여행기 - 오슬로 비겔란 공원 내 분수대

미로

분수대를 중심으로 사방의 주변은 사각의 테두리에 16개의 원형의 형상으로 된 흑백의 대리석 모자이크가 깔려있다. 그 모양은 하나의 미로를 형성하는데 펼쳐 놓으면 총 3천 미터의 길이가 된다. 각각의 원형모양은 모두가 기본적으로 같은 형상을 하고 있으나, 세부적인 구조는 모두가 다르다.

철문

인간의 나이별 각 세대의 모습을 묘사한 이 철문들은 1933~1937년 사이에 고안되었으며, 실제 설치는 1952년에 완성되었다.

북유럽 여행기 - 오슬로 비겔란 공원 내 조각


모노리스(Monolith)

비겔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이 석탑은 조각된 부분의 높이가 14.1m를 포함하여 총 17.3m의 높이. 총무게는 약 180톤으로 하나의 돌로 구성된 작품이다. 이 탑은 총 121명의 사람 모습이 조각돼 있다. 이 돌은 노르웨이 동남쪽 해안 산에서 캐서 오슬로 피오르드를 거쳐 해상운반 후 공원 현장에서 조각됐다고 한다. 이 돌은 1927년 현장에 도착되어 1929년부터 3명의 석공이 14년간 조각을 거쳐 비겔란이 죽기 바로 직전인 1943년도에 완성되어 1944년 크리스마스에 즈음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북유럽 여행기 - 오슬로 비겔란 공원 내 모노리스 석탑

해시계와 삶의 바퀴

이 해시계를 받치고 있는 대리석 조각은 원래 비겔란 어머니의 비석으로 제작하였으나, 실제로 사용하지 않고 엔지니어인 임셋이 디자인한 해시계의 받침으로 설치됐다. 비겔란 공원 5개 구간 마지막으로서, 공원 후문 가까이에 있는 이 '삶의 바퀴(Wheel of Life)' 조각은 네 명의 성인과 세 명의 어린이가 한데 뒤엉켜 있는 모습이다. 직경 3m의 원형조각으로 원의 형상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의미와 삶의 영원성, 그리고 인간의 사후 윤회사상까지의 의미를 포함, 조각공원 전체의 주제를 함죽하기도 한다.

북유럽 여행기 - 오슬로 비겔란 공원내 해시계와 삶의 바퀴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조각공원이 많다. 공원 내 작품의 예술성에서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으나, 공원의 면적이나 규모면에서도 큰 차이가 남을 느낀다. 세계적인 이런 공원이 우리나라에도 하나 정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비겔란의 정신에 존경의 마음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유럽 여행기 - 오슬로 비겔란 공원 내 거리의 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