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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에 얽힌 추억 이야기



홍어에 얽힌 추억 이야기

홍어에 얽힌 추억 이야기. 이 사진의 홍어는 국산 진품 홍어로, 빛깔이 곱고 정말로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홍어에 얽힌 추억 이야기
 

갑작스레, 홍어에 대한 십수 년 전의 웃지 못 할 추억이 떠올랐다. 전라지역 최고음식으로 호평 받으며, 잔칫상에 없어서는 안 될 홍어. 홍어는 경상도 사람이 즐겨 먹는 음식이 아닌 시절이었다. 아는 형을 만나러 전라도 지역을 가게 되었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켰는데, 홍어 몇 점을 내 놓았다.(나중에 홍어라는 사실을 앎) 고기 살이 생가오리 같아 한 점을 덥석 집어 고추장에 찍어 먹었는데, 썩은 것 같은 역한 냄새에 씹지도 못하고 뱉어버리면서 큰 소리로 주인을 불렀다.


아줌마, 머시(무엇이) 이런 썩은 고기를 내 놓는교(주는가요)?

...

아이, 진짜 무슨 식당이 이렇게 상한 음식을 가지고 장사를 하능교(합니까)?

...


주인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큰소리로 항의하는 공격적인(?) 태도에 할 말을 잃었는지 멍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때를 같이하여 형은 옆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어색한 드라마가 한동안 연출되고 있었던 것.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꼈고, 나중에서야 주인의 이야기를 듣고 홍어회라는 걸 알아차렸다.


홍어에 얽힌 추억 이야기. 홍어회 한 상 가득이다.

그런데, 같이 동석했던 그 형도 홍어라는 걸 알면서도 내게 말하지 않았고, 신경질을 내는 모습을 보고 즐겼다고 한다. 잠시 동안 나 혼자 바보가 된 것은 시간 문제였던 셈. 그 당시의 멋쩍었던 기억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홍어회만 보면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지금은 혼자만이 짓는 쓴 웃음으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홍어는 흑산도에서 많이 잡히지만, 기실 홍어거리는 나주에 있다. 나주 영산포 선창 ‘홍어의 거리’에 들어서면 차량 창문을 꼭 닫아도 냄새가 전해온다. 홍어가 영산포로 오게 된 것은 고려시대 왜구가 극성을 부리자 흑산도에 사는 어민들을 영산포로 강제 이주시키고 흑산도를 비워두는 공도정책을 취하면서, 홍어가 함께 들어왔다고 전한다. 돛단배를 타고 오가던 당시 며칠씩 걸리기도 했는데 냉장설비가 없었던 시절이라, 어시장에 도착하기 전에 상해버리곤 했단다. 그런데도 배탈이 나지 않은 생선이 홍어였으며, 그 후로 홍어를 별미로 삭혀 먹었다고 한다.

 


 

홍어에 얽힌 추억 이야기. 홍어 코(위)와 홍어 간(아래).

 

코끝을 찡하게 하고, 가끔은 눈물이 나올 정도로 냄새가 나는 홍어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어떻게 홍어와의 친숙한 만남으로, 지금은 택배를 시켜 가면서 먹는 홍어 마니아가 되었을까?


그 당시 거제도에는 홍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한 군데도 없었다. 그런데 점심 때 자주 가던 한 식당이 있었다. 전라도 사람이 운영하는 주인은 맛보기로 손님들에게 홍어 몇 점을 내 놓곤 했다. 그때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겨 한 점씩 먹어보았더니, 처음 맛보았을 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두 번째 갈 때는 두 점, 세 번째 갈 때는 세 점씩, 식당을 찾을 때마다 차츰 먹는 양을 늘려 나갔다. 그렇게 몇 달 홍어 맛을 보면서 홍어의 진미를 알게 되었던 것. 지금은 홍어 홍보대사(?)로 활약할 만큼 홍어회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홍어에 얽힌 추억 이야기였습니다.

홍어에 얽힌 추억 이야기. 칠레산 홍어회.


홍어에 얽힌 추억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