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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장의 사진 이야기] 발에서는 냄새만?

[이 한장의 사진 이야기] 발에서는 냄새만 날 뿐입니다

 

 

[이 한장의 사진 이야기] 발에서는 냄새만 날 뿐입니다

 

지난 5월 말, 2박 3일 서울로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3월에도 5일 동안 서울출장 시, 자가용을 타고 갔는데 주차비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거제도~서울 남부터미널을 운행하는 버스는 아침 첫차가 5시 40분을 시작으로, 하루에도 수십 차례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거제도와 서울을 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하고 버스 우측 1인석 맨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첫차라고 하지만 손님은 자리를 다 채웠습니다. 오랜만에 버스를 타는지라 웬지 설렘으로 가슴이 벅차 옴을 느낍니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안내문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노란 바탕에 검은색 글자가 선명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안내문을 읽어보니 기분이 언짢아지는 것입니다. 몇 분 전, 설렘으로 가득 찬 가슴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대신 좋지 않은 감정이 싹트는 것만 같았습니다. 어떤 안내문이 감정을 이렇게 변하게 하였을까요?

 

"발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고 냄새만 날 뿐입니다. 신발 벗지 마시고, 발 올리지 마세요."

 

 

꼭, 저한테 하는 경고(?)로 보입니다. 괜히, 찔리기도 하고요. 예전에 신발을 벗어 본 적이 있었던 터라, 찔리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런 안내문을 보니 기분이 약간 상해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습니다. 버스 출발 시간이 조금 남아 다른 자리도 그런지 확인을 해 보니, 맨 앞쪽 좌석외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운전을 하는 기사님 뒤쪽 좌석에만 붙어 있는 것을 보면, 그간 신발을 벗는 여행객들로부터 많은 불편을 겪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고통(?)을 느꼈으면 이런 안내문을 붙였을까요? 그 기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이 경고문 때문에 서울을 가는 내내 신발을 벗을 수가 없었습니다. 꽉 쪼이는 신발을 4시간 넘게 신은 채로 있는것 보다는, 신발을 벗으면 한결 편할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꼭 거스러기 어려운 부탁이 아니라면, 요청을 하는대로 실천하는 것이 서로의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꼭 이런 명령조의 문구보다는 좀 더 부드럽게 안내하는 글귀가 없을까요? 그리고 정말 발에는 향기가 나지 않고 냄새만 나는 것일까요? 오늘 퇴근해서 발에서 냄새가 얼마나 나는지 한번 맡아봐야겠습니다.

 

[이 한장의 사진 이야기] 거제도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 비가 내렸습니다.

 

[이 한장의 사진 이야기] 발에서는 냄새만 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