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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야기

[반기문 출마포기] 반기문에게 아쉬웠던 두 가지/반기문 대선포기/반기문 중도포기/반기문 사퇴 기자회견/반기문 사퇴이유/반기문 대선 불출마


[반기문 출마포기] 반기문에게 아쉬웠던 두 가지

/반기문 대선포기/반기문 중도포기/반기문 사퇴 기자회견/반기문 사퇴이유/반기문 대선 불출마


2017년 1월 25일에 열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초청 관훈토론회 모습.


나는 진작 알았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국민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라 여기에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유력 정치인의 발언과 예리한 판단력을 가진 기자들의 언급에서 그의 사퇴를 예견한 것도 눈여겨 볼만 한 대목이었다. 한 가지 나의 생각과 약간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의 출마포기 선언이 조금 빨랐다는 것일 뿐이다.


그는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2004년 제33대 대한민국 외교통상부 장관 자리에 올랐고, 노무현 정부의 도움으로 2007년 제8대 UN사무총장에 취임했다. 1945년 10월 설립한 UN은 지금 193개 나라가 회원국으로 있으며, 반기문 전 총장을 포함하여 여덟 명 만이 총장을 지냈을 뿐이다. 가히 '세계 대통령'이라는 표현도 지나침이 없다. 


대한민국의 한 사람이 그런 자리에 올라, 제 역할을 다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일부 외국 언론의 부정 섞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에 기여했다. 국가 간 평등 및 민족자결 원칙과 국제협력을 통한 경제·사회·문화와 인도적인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앞장섰다. 그는 10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금의환향했지만, 판단 실책으로 명성과 명예에 큰 금이 가고 말았다. 여기서 그의 실책 두 가지를 짚고자 한다.


반기문이 간과하지 못한 두 가지 실책


첫째는, 지난해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국내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시작됐다. 여론은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로 이어졌고, 성난 민심을 대변한 국회는 대통령을 탄핵하기로 결의했다. 국내정치는 대통령 탄핵이 '인용' 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잠룡들의 행보는 빨라졌고 정치 분위기는 사실상 '대통령 선거'에 몰입하게 된다. 여론과 언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언론은 반기문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고, 여론조사는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반기문 총장을 포함시킨 결과를 내보냈다. 


한 때 1위까지 달린 그는 여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달콤한 맛'에 현혹된 그는 'UN사무총장의 명예'를 지키는 것보다,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에 오르겠다는 더 큰 야망을 가지게 된다. 여론은 '민들레 홀씨'와도 같은 것. 바람이 조금만 훅하니 불어도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 여론 아니던가. 


여론에 취한 그는 1등이 계속 유지 될 것이라 믿었고, 2위로 뒤쳐지면서도 다시 반등할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의 말마따나 정치세계가 자신이 꿈꾸는 '이상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임에도 그만 몰랐던 것일까. 그의 작은 실수도 언론에서 대서특필했고, 정치인들의 더러운(?) 정치관에 그는 혐오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 부분에서는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진솔한 표현이라는 것을 믿고 싶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에 도전한다는 것은 '나의 모든 것'을 던져야만 한다. 단단한 맷집이 아니고서는 엄두를 내서도 안되는 자리다. 반기문은 지금까지 평생으로 공직자로 살아왔다. 정치세계에서 단단하게 단련된 맷집이 그에게는 없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욕심'을 낸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그가 꿈꾸어야 했던 것은 '대통령 자리'가 아닌, '명예'를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반기문, 대통령 자리보다 명예를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그에게서 느낀 또 다른 하나는 더욱 아쉽다. 사람은 살면서 보통의 진리에 충실히 따르고자 노력한다. "뒤끝이 없도록 해야 한다", "떠날 때는 말없이", "헤어질 때는 미련 없이 쿨하게"라는 말이 왜 생겨났을까. 사람들은 말이 많으면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정치인이 말 많은 것은 변명처럼 들린다. "모든 것은 내 탓이오"라는 낮추는 자세와 "남 때문에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라는, 평소 사고에서 그 사람의 인격을 엿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반기문은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남기고 떠났다. 떠날 바에야 깨끗하고, 쿨하게 떠날 수는 없었던 것일까.


그는 치졸한 변명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국민에게 사과의 말은 남겼지만, 내 가슴에는 진심이 담긴 사과의 말로서 전해오지 않는다. 왜냐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을 '남 탓'으로 돌리는 변명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한 달도 넘기지 못한, 20일 만에 그의 더 큰 야망을 접어야만 했다. 


천수경에 열 가지 죄를 지음에 참회하라고 가르친다. 그 열 가지는 몸으로 짓는 죄가 셋, 말로서 짓는 죄가 넷, 마음으로 짓는 죄가 셋이다. 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일 게다. 뱉은 말은 주워 담기 힘들듯,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재앙으로 변한다. 반기문이 대통령 출마포기 기자회견에서 '남 탓'보다는, 모든 것이 '내 탓이오'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나는 그래도 더 큰 것을 잃기 전에 남은 반이라도 지켰다고 그에게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냈으리라. 구구절절한 변명보다, 이런 간단한 발표문은 어땠을까 싶다.


"국민 여러분! 지난 20여 일 동안 국민 여러분을 혼란에 빠지게 한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애초부터 UN사무총장을 끝으로 그간의 경험을 살려 대한민국에 봉사하고 세계에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판단 부족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쳤습니다. 저의 부족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면서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한 사람, 그의 행동을 주시한다. 그는 부디 '반기문의 길'을 걷지 않았으면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 그가 지금 반짝하는 여론에 취해 판단 착오를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자신을 위해서도,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