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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찾기프로젝트

[행복찾기] 이런 분 보신 적 있나요, 오토바이 타면서 시험문제 공부하는 사람 /"세상에 이런 일이" TV 프로그램에 나왔으면.../이 한 장의 사진/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행복찾기] 이런 분 보신 적 있나요, 오토바이 타면서 시험문제 공부하는 사람

/"세상에 이런 일이" TV 프로그램에 나왔으면.../이 한 장의 사진/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한 때 글자 393자로 된 긴 문장을 외워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중고등학생과 일반인들까지 암기해야 했던 이 긴 문서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다들 아실 것입니다.

이 문서는 '국민교육헌장'입니다.


국민교육헌장에는 초반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여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는 분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소문이 나서 대개 TV에 소개되기도 하지만, 이 분은 아직까지 TV와는 거리가 멀다고 합니다.


아침 운동을 하다 동네 형님을 만났습니다.

칭찬을 하자면 "비행기 빼고는 못 만드는 것이 없고,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을 정도로 참 부지런하며, 농사일도 몇 종류 빼고는 다 지을 정도로 대농 규모입니다.(물론, 조금 과장되긴 했습니다만...)

이처럼 부지런한 형님은 아침 운동 길에 걸리면(?) 1시간을 보내야만 집으로 돌아 갈 수 있습니다.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도 많은지, 어제 밤 일어난 동네이야기부터 종교 이야기까지 수다가 이어집니다.


그 형님은 기독교, 나는 불교로, 둘의 종교가 다르다는 것은 서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종교 이야기를 나누어도 다투지(?) 않고 대화는 아무런 문제없이 시작하고 끝을 맺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이상한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이날도 운동 길에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데, 오토바이 운전대 중간에 뭔가 하얀 물체가 보이는 것입니다.

하얀 물체는 종이였고, 종이에 볼펜 글씨로 뭔가 써 놓았는데, 무슨 시험문제 같은 거였습니다.



"형님, 이게 머시요?"

"어, 이거. 시험문제 외우고 다니는 거지."

"(자세히 들여다보니)성경 내용 같은데, 이것으로 무슨 시험을 친다고 그래요?"

"교회에서 한 달에 한 번 시험을 치는데 이렇게라도 공부를 안 하면 점수도 못 받고 창피스러워서..."


공부는 공부고, 하고 있는 모습과 형색은 갤러리에서 작품 한 점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지난 여름 그렇게 뜨거웠던 열기에도 통풍도 잘 되지 않는 작업복은 언제나 변함없습니다.

머리 털은 하얀 눈색으로 머리를 덮어 꽁지머리로 묶었습니다.

종이에 직접 쓴 시험문제는 투박한 빨래집게로 오토바이 중간에 안전하게 고정시켜 놓고 아침바람 맞으며 달립니다.

이런 장면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까지 자신이 믿는 종교 공부에 푹 빠진 사람.

참으로 존경스럽지만, 까딱 잘못하면 사고 날 위험이 있어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면서 제 갈 길을 떠났습니다.


"형님, 농사짓느라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쉴 때 공부하시고, 오토바이 타면서 문제지 보다 사고 나면 어쩔라고 그러시요? 쉬어가면서 하세요."


이 정도면 "세상이 이런 일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나올 급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