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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설 연휴, 어머니와 '사랑과 전쟁'


설 연휴, 어머니와 '사랑과 전쟁'

거제도 어구정보화마을에서 바지락을 캐는 동네 어른들. 맛있는 조개로 설날을 잘 지냈습니다.

설날은 벌써 지나가 버렸네요.
지짐 굽고, 콩나물 다듬고, 떡 만들던 바쁜 설 준비는 옛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모두들 설날 잘 지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은 어떠했습니까?
혹여, 주름살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을 발견하셨나요?
걸음걸이 한 걸음 옮길 때, 거동이 불편하지는 않으셨는지?
아니면, 맘속 가슴앓이 하나 더 생긴 것은 아닌지 짐작은 하셨는지요?

저는 이번 설에 팔순 어머니의 속마음 하나를 느꼈습니다.
어머니의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식에 대한 애착과 그리움과 집착이 강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설 연휴가 시작되면서, 모여드는 자식과 손자를 맞이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행동은 눈에 띄었을 정도로 달랐습니다.
너무나도 기뻐하였고, 행복에 찬 모습이었죠.

그런데, 설 연휴가 끝나고 각각 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외로움을 알리는 시간이요, 새로운 그리움의 시작이었음을 알았습니다.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속마음.
그건 누구보다 자식이 잘 아는 모양입니다.
형제 모두 말은 안하지만, 그 뜻을 충분히 알았고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설 연휴 마지막날, 어느 방송국 '6시 내고향'을 봤습니다.
TV 화면에 어머니와 똑 같은 부모님이 계셨습니다.
굴뚝에 하얀 연기 피어오르는, 보기 좋은 한적한 시골풍경이 다가옵니다.
할아버지는 장작패고, 할머니는 시골 장터에서 사온 털모자를 서방님께 씌어 주는 모습을 비춰 줍니다.
정말로 아름다운 모습이요, 그림같은 장면입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꼭 저런 모습이 제 부모님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하다는 생각입니다.
잊혀 진, 한 순간을 떠 올리게 하는 한 장면이었습니다.

전 어머니와 한 집에 같이 살지는 않습니다.
5분 거리에 따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어머니와 하루도 싸우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삶과의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와 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건 '싸움'이 아니라, '사랑'이란걸 말입니다.

여러분도 부모님과 '전쟁과 사랑' 놀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재미로, 어머니는 말 상대로, 그야말로 '윈윈 게임'이 따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진짜 싸우면 큰 일이 나겠지요.

지나간 설 연휴, 어머니와 저 사이, '사랑과 전쟁'을 통하여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였습니다.
오늘부터 또 새로운 삶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모두들 열심히 하루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거제도 어구정보화마을에서 바지락을 캐는 동네 어른들. 맛있는 조개로 설날을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설 연휴, 어머니와 '사랑과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