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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꽃 사랑 실천운동으로 사랑하며 살아가자



거제에서 펼쳐진 살다보며 체험한 특별한 캠페인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꽃을 좋아하는데 무료로 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거제에서 특별한 이런 체험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화분에 심어 예쁘게 키울게요."  
 
  
▲ 꽃 사랑 경남 거제 일운면사무소에서 펼친 꽃 사랑 실천운동, 꽃을 받고 기뻐하는 외국인(왼쪽에서 두번째 Roger Smith와 세번째 뉴질랜드에서 온 Robyn Rakich씨)
꽃 사랑

경남 거제 일운면사무소에서 꽃 사랑 실천운동을 펼치면서 한 외국인에게 무료로 꽃 봉지를 나누어주자 감사하다는 답례의 말이다. 현재,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나킬랏 사이트 수석감독이자 선박 운영부 대표를 맡고 있는 Roger Smith(Qatar Gas Transport Company Ltd.)씨. 그는 지난 9일, 거제 조선테마파크 준공식에 참석하였다가, 뜻밖의 선물을 받고 어린아이마냥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영국(Sunderland)에서 살다가 거제에 온 지 2년 되었어요. 12년 전에도 여기서 잠시 지냈습니다. 거제는 정말 아름다운 섬입니다. 1년 후 영국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짧은 인터뷰에서 그의 거제사랑을 충분히 느끼고도 남았다. 거제에 살면서 제일 기억에 남고 좋은 데가 어디냐고 묻자, 국사봉(해발 464m)에 올라 아래로 보이는 대우조선소 전경이라는 스미스씨. 올해 말, 영국으로 돌아갔다가 1년 뒤, 또 다시 거제를 찾겠다는 그는 탱큐를 연발하며 일행과 함께 발길을 옮겼다. 

  
▲ 패랭이꽃 씨앗 참깨알보다 작은 패랭이 꽃 씨앗
패랭이

일운면에서 벌이는 '꽃 사랑 실천운동'. 두 번째 맞이하는 면민의 날과 조선테마파크 준공식에 참석한 면민에게 무료로 나누어 준 꽃은 1차로 6천 본. 순진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패랭이꽃을 가꿔 사랑운동을 실천해 보자고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27일. 꽃씨를 구입하고 잘 아는 농민의 하우스를 빌려 꽃 농사를 무작정 시작하게 되었던 것.  

중학교 다닐 적, 부모님을 따라 벼, 고구마, 채소농사 등을 거들었던 경험이 농사일의 전부였던 내게는 꽃 재배농사는 생소한 것이었다. 당연히,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인식했지만, 물어물어 꽃 농사일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먼저, 포트에 상토를 넣고 물을 뿌려 다졌다. 다음으로, 씨앗 2개를 상토 위에 살짝 올려놓는 작업이다. 참깨 씨앗보다 작은 씨앗을 포트 구멍 하나에 2개씩 심는 일은 참으로 힘겨운 싸움이었다. 2만 개의 씨앗, 너무 작아 손에 잡을 수가 없었기에.  

동료직원의 협조를 받아 씨를 뿌렸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씨뿌리기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물 뿌리기 작업. 물은 분무기로 안개비를 내리듯 주어야 한다. 물 조리개로 주면 작은 씨가 상토 속 깊이 들어가 발아가 안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 발아 씨뿌리고 8일째 되는날 싹을 틔웠다
패랭이

  
▲ 패랭이 씨뿌리고 한 달이 지난 3월 27일 모습이다.
패랭이

씨를 뿌렸다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본격적인 농사일을 준비한 것에 다름없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하우스를 관리하는 일은 장난으로, 취미삼아 하는 일이 아니다. 하우스 안이지만 신문지로 포트를 덮어 수분증발을 방지해야 한다. 

저녁에는 신문지 위에 비닐을 추가로 덮어 섭씨 25°C 정도로 유지해 주어야 한다. 아침에는 다시 비닐을 걷어내는 작업을 발아할 때까지 반복해야 함은 물론이다. 4~5일 정도면 떡잎이 나올 것이라고 했는데 나오지 않는다. 왠지 불안한 마음 가득하다. 하루에도 몇 번 눈을 닦고 들여다봐도 역시나. 

그렇게 1주일이 지나고 불그스레한 상토 속에서 녹색의 빛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첫 날에는 긴가민가했다. 그 다음 날은 확실하다는 느낌. 싹이 트기 시작했다. 직원들과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올린 것은 당연한 행동. 성공적이었고, 뿌듯한 기분이었다. 솔직히 싹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더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그 기쁨은 말할 수 없었다. 종묘상으로부터 발아율은 70%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거의 90% 수준이었다. 

  
▲ 패랭이 씨 뿌리고 48일이 지난 4월 16일의 모습이다
패랭이

  
▲ 패랭이와 제라늄 비닐 하우스에서 잘 자라고 있는 패랭이와 제라늄
패랭이

  
▲ 물주기 작업 작은 씨가 상토속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분무기로 안개비를 내리듯 물을 주고 있다
패랭이

 

이제부터 착실한 물주기와 관리 작업. 본 잎이 나올 때까지 하루 한 번씩 분무기로 물주는 작업을 계속해야만 했다. 묘가 아직 어리기에. 그로부터 수일이 지난 뒤 본 잎이 나오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속도도 빨랐다. 

포트에서 어느 정도 키가 크고 뿌리를 내렸을 때 비닐 컵에 다시 옮겨 심었다. 이때부터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물주기를 했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영양 비료를 주기 시작했다. 달팽이가 달려들고 해충도 생겨 보름에 한 번은 농약을 뿌려야만 했다. 씨를 뿌리고 70일째, 빨강, 분홍, 하얀 패랭이꽃은 한 송이, 두 송이 꽃을 피웠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을 만나 떠나갔다. 이제, 그 집에서 꽃말처럼 순진한 사랑을 주고 기쁨과 즐거움을 듬뿍 받을 것이다. 

  
▲ 꽃 사랑 한 할머니가 꽃 한 봉지를 받아 손수레에 담아 웃으며 가고 있다
꽃 사랑

꽃을 나누어주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어린아이, 아저씨, 주부 그리고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할머니 한 분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손수레에 꽃 한 봉지를 싣고 떠난다. 아이와 엄마아빠도 꽃을 손에 든 표정이 행복하다. 

"이거 진짜로 공짜가? 아이고 고마워라. 한 봉지만 더 주이소. 꽃 이름하고 꽃말이 뭔지요? 정말 고맙습니다." 

  
▲ 꽃 사랑 두 가족이 꽃을 받아 들고 기뻐하고 있다
꽃 사랑

꽃을 받고 모두들 한마디 하고서 인사하며 떠난다. 오후 다섯 시부터 나누어준 패랭이꽃은 한 시간도 안돼 동이 나버렸다. 계속해서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나누어줄 꽃이 없어 미안할 따름이다. 

거제 일운면 사무소에서 꽃을 직접 재배하여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준 꽃 사랑 실천운동. 이번 1차 꽃 나누기 행사는 패랭이꽃 6천 본이지만, 6월경 2차 행사는 제라늄과 임파챈스 1만 4천 본을 나누어 줄 예정이다. 제라늄향 피어나는 펜션 가꾸기 사업으로 면 관내 있는 펜션에 무료 공급하여 거제를 찾는 관광객에게 순진한 사랑을 선사할 계획이란다. 

  
▲ 석죽 일명 패랭이 꽃이라 불리는 석죽. 이날 나누어준 꽃은 6천본. 약 3천명에게 2본씩의 꽃을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패랭이

거제에는 조선 산업과 관련하여 84개국에서 온 외국인이 3천 2백여 명이 넘게 살고 있다. 고국을 떠나 외국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도 아름답게 핀 꽃 한 송이를 선물할 계획이다. 기나긴 시간 고국의 그리움과 외로움을 잠시나마 잊도록. 

내가 사는 아파트 쪽마루에는 약 4㎡의 화단이 있다. 자라는 식물도 약 200여 가지. 1년 내내 집안에 꽃이 안 떨어 질 정도로 꽃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꽃 사랑 실천운동. 꽃 중에서 특히 장미를 좋아하기에 쪽마루 화단에는 붉은 장미와 노랑 장미가 1년 내내 쉼 없이 피고 지고 있다. 5월은 장미의 계절. 이 좋은 계절에 장미꽃 한 송이 키워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