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파람을 받은 사람을 실은 나비가 창공을 날아오른 후 바다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하얀 포말이 인다. 가지가지 색깔을 자랑하는 나비는 바람 때문에 날개가 젖혀 바닷물에 닿을 듯 말 듯하다. 날개를 바로 세우고, 또 다시 힘차게 날아오른다. 나비 떼는 출렁이는 파도위에서 무리지어 춤추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거제도 구조라해수욕장에서는 전국의 윈드서핑 선수와 동호인들이 모여 각자의 기량을 펼치는 한마당이 펼쳐졌다. 제12회 전국종별학생윈드서핑 선수권 대회 및 제14회 거제시장기전국윈드서핑대회에 참가한 20개 종목 200여 명의 윈드서핑 선수들. 7월 초부터 계속되는 장마로 인한 폭우는 전국에 많은 피해를 남기면서, 경기가 열릴까 걱정했지만, 이 기간만큼은 다행이었다. 적당히 세게 부는 바람, 일반 사람들에게는 귀찮게 느껴지지만, 오히려 윈드서퍼들에게는 최적의 조건이다.
경기가 열리기 한 시간 전부터 윈드서퍼들은 장비를 챙기고 바다에서 몸을 풀고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4개의 부표를 도는 레이스 방식이다. 자동차에도 교통법규가 있듯이 윈드서핑도 해상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첫째로, 스타보드 정 우선권이다. 스타보드 태그란 마스트 손이 오른손 상태로 세일링을 하는 것이다. 둘째로, 순풍 방향의 정 우선권 같은 태그 정이 접근하고 있는 경우, 역풍 쪽에 있는 정은 순풍 쪽에 있는 정을 피해야만 한다. 셋째로, 선행하는 정 우선권에 뒤따르는 정은 선행하는 정을 피해야만 한다. 무리하게 앞 정의 항로에 들어간다거나 앞의 정을 추돌해서는 안 된다.
▲ 윈드서핑 쇼 거제 해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경북도청 요트 팀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문창성 선수의 윈드서핑 개인 퍼레이드 모습이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 각자 위치에서 힘차게 스타트를 한다. 풍상과 풍하를 번갈아가며 몸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바람으로부터 탄력을 받은 보드는 순식간에 속력을 내며 흰 물살을 일으키고 있다. 바다 위 부표를 돌아 피니쉬 라인에 먼저 도착하는 선수가 우승자. 17일, 여러 종목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문창성(27세) 선수. 마산 MBC에서 방송할 '바다로, 세계로' 축제 행사에 쓸 녹화 분을 촬영하면서, 올림픽 주 종목인 RS:X급에서 우승을 한 것.
▲ 점핑 17일 마산MBC에서 촬영한 RS:X급에서 우승한 문창성 선수. 그는 경기를 끝낸 후 개인 서핑에서 스피드와 점핑 등 묘기를 연출함으로서 큰 박수와 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잠시 후, 개인 서핑을 하면서 해수욕장 피서객들로부터 힘찬 박수와 찬사를 받았다. 문씨는 혼자 펼친 레이스에서 바람을 이용한 시속 50㎞ 이상의 스피드와 점프 묘기를 연발하면서, 수상레포츠의 백미를 연출했던 것. 그는 거제도 해성고등학교 선수 출신으로 현재 경북도청 요트 팀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 중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티브이 탤런트로 이름이 잘 알려진 정운용(62세)씨. 그는 서울 슈퍼스타즈 소속 회원 50여 명과 함께 이 대회에 참가했다. 거제도와 인연은 20년 전으로 올라간다. 거제 씨월드클럽과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겨울에는 거제팀이 서울을 방문하여 스키를 강습 받았고, 여름에는 서울팀이 거제도를 방문하여 윈드서핑을 같이 즐겼던 것. 그런 인연으로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거제도를 방문하고 있다.
윈드서핑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그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우연히 신문에서 윈드서핑 강습을 한다는 광고를 보고 하게 됐다"며, "1985년 처음 시작할 때는 유인촌(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백일섭, 정동환, 김봉근, 안병경 등 연예인 12명과 함께 '헬프'라는 직함을 가지고 시작했으며, 한강 천호대교 밑에서 윈드서핑을 즐겼다"고 한다.
이어서 그는 "현재 전국의 유명한 윈드서핑 선수들은 거제도 해성고등학교 출신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김병원(거제시윈드서핑·요트협회장) 회장의 탁월한 지도력이 그 빛을 보게 된 것이다"라면서, "항상 고생하고 고군분투하는 자세로 후배들을 잘 지도하고 뒷바라지하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조라해수욕장에는 윈드서핑만 있는 게 아니다. 본격적인 여름휴가를 맞아 전국의 피서객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거제도 최고 품질의 모래와 바람과 파도 그리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일광욕을 즐기는 외국인 피서객들도 눈에 띄게 많다. 펜션 촌락을 이루고 있는 망치마을을 배경으로 푸른 파도가 하얀 색깔로 뒤바꾸어 놓는다. 힘이 넘치는 바다다. 정열이 함께하는 바다다. 젊음이 있고 낭만을 만들 수 있는 곳, 구조라해수욕장이 그곳이다.
197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해안에서 처음 시작된 윈드서핑. 1979년 한국에 들어와 일반인들에게 알려지면서 '수상레포츠의 꽃'으로 알려져 있다. 무동력으로 세계 기록은 80㎞까지 낼 수 있으며, 풍부한 운동량과 정신에너지로 건강한 신체를 가질 수 있는 스포츠다. 출렁이는 물 위에서 돛을 잡고 바람의 세기에 균형을 맞추어 보드와 세일을 조정하는 것으로 세일링 또는 세일링 보드라고 한다.
▲ 낭만의 파도 파도, 그냥 파도가 아니다. 젊음을 실었고, 낭만을 담았으며, 힘을 실은 파도다. 뒤로는 거제도 최고의 휴양지인 망치마을 펜션촌이다.
사람과 바람, 보드와 세일이 하나가 되어 물 위를 미끄러지는 윈드서핑은 절묘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데 그 매력이 있다. 윈드서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배우기가 쉽고 위험도도 높지 않아 2~3일 정도 교육을 받으면 혼자서도 탈 수 있다. 올 여름 윈드서핑에 도전해 보는 것도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일이 아닐까?
올해로 14년째 이 대회 책임자로 총괄 지휘하는 김병원 회장. 그는 "타 지역 대회는 입상자에 대하여 시상금제로 운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많은 선수들이 참가하여 대회의 질을 매년 높여가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하면서, "앞으로 이 대회가 관광거제와 요트도시로 연결되는 한 축으로서 설정한다면, 예산확보가 최대의 과제다"라며 힘주어 말한다.
또한, "올해 대회는 바람이 좋아 동호인들의 관심도가 높다.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MBC에서 생중계로 방송되는 '바다로, 세계로' 축제에 윈드서핑 마니아들의 거제도 방문이 줄을 이을 것만 같다"라면서, "그 동안 협회의 역할로 상금이 적더라도 거제대회에 각지에서 많이 참가하였다. 그리고 우수한 고등학생 선수들을 각 대학에서 영입하고 있다"고 협회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3일간 거제도 구조라해수욕장에서 레이스를 펼친 윈드서핑 대회결과 입상자가 많아 부득이 각 부문 및 종목 1위만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