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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스포츠이야기

'환상적'이었던 첫 크루즈 여행


요트 초보자가 요트 항해에 입문하며

2005년부터 시행된 공공기관의 주 5일 근무제도는 이제 정착단계로 접어들어 국민 대다수가 매주 토·일요일을 휴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의 취향과 특성에 따라 다양한 놀이문화를 개발하고 있으며, 동호인 모임도 활성화되고 있다. 기자도 거제시요트협회(회장 김병원) 회원으로 가입하여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 출항준비 크루저가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크루저

흔히, 선진국 사례를 보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넘어서면서부터 '마이요트(My yacht)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윈드서핑이나 요트 등 해양스포츠나 해양레저가 발달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 
  
▲ 정박 마산만에 정박해 있는 크루저. 뒤로 마창대교가 보인다
요트

먼저, 요트의 기원을 알고자 관련서적을 찾아봤다. <요트항해입문>(김천중 저, 백산출판사) 내용에 따르면, ‘요트’나 ‘요트여행’이라는 말은 네덜란드 말인 야그헨(jaghen)에서 비롯되었으며, ‘야그헨’이란 “육지나 바다 어디든 속도감을 연상시키며 뒤쫓거나 추격하다”라는 의미로 “사냥할 때의 동작을 나타내는 의미였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11월의 둘째 주말(8일).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거제도는 해양레저를 즐기기에 전국에서 손을 꼽을 정도로 최적지이다. 하지만 변변한 크루저 한 척이 없다. 그래서 이날 요트를 배우기 위해 동호회원 4명과 함께 마산만 크루저가 정박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윈드서핑 한번 타 본 경험도 없고, 기초 용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해양레저스포츠에 있어 초보이자 문외한인지라, 동행을 할까 말까 하는 망설임은 당연하였다. 

  
▲ 개구리섬 개구리섬에 가을이 물들고 있다
개구리섬

회원들의 설득에 결국 동행하기로 하고 마산만까지 가는 차 안에서 아주 초보 상식 정도의 요트에 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요트를 대하는 이날, 처녀 출항한 크루저(크루저요트를 총칭하는 말로, 유람용 모터보트 정도로 이해하면 됨)는 정원이 8명인 소형 크루저였다. 

크루저가 정박돼 있는 부교에서 줄을 풀고, 세일을 올린 후 출발 준비를 마쳤다. 승선을 하고 요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선체의 명칭, 장비의 관리, 항해 전 준비사항 그리고 안전교육 등 기초적인 교육은 필수사항이라 스키퍼(선장)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 항해 마창대교를 향하여 항해하고 있다
항해

항해의 기본은 스키퍼에 대한 절대복종이다. 이날 스키퍼는 경남윈드서핑협회장(회장 이동열)이 맡았으며, 이회장은 어릴 때부터 바다와 함께 살아온 바다사나이로서 누구보다 바다를 좋아하고 즐기는 바다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이날도 세일링을 하면서도, 바람을 이용하고 씨름하며, 때론,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바람과 맞서 싸우기도 한다면서, 스릴을 느끼고 물살을 가르며 항해하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회장의 자랑이자 설명이다. 이처럼 세일링은 바람이 불어야만 된다는 것이 필수조건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보이는 시원스럽게 쭉 뻗은 마창대교는 눈을 즐겁게 해 주는 그림 같은 장면이다. 항내라 바람이 불지 않아 엔진 시동을 걸어 기계 힘으로 조금 나아갔다. 바람이 부는 것을 확인하고 윈치(조종줄을 풀고 감는 장치)로 메인세일(주 돛)과 헤드세일(선수 부분의 작은 돛)을 조정하여 전진했다. 목적지는 약 2㎞ 거리에 있는 마산 돝섬. 

  
▲ 3807호 크루저 크루저 번호와 풍향계
풍향계

3807호 크루저는 느릿느릿, 마산만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으며 크루징을 즐기고 있다. 동행한 회원은 윈드서핑 경력이 다양하고, 각종 선수권대회에 입상 성적이 있는 전문가라 크루징 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으나, 모든 게 생소한 처지로서는 쉽지 않는 일이었다. 

바람의 방향을 타고 돛대를 이용하여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과학의 원리라 설명하지만 쉽게 감이 다가 오지 않는다. 이론 공부를 위하여 요트관련 전문서적을 구입하려고 서점에 들렀으나, 판매하지 않아 겨우 인터넷을 통하여 국내에서 발간된 몇 종 되지 않는 책 한 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요트항해입문(김천중 저, 백산출판사)’이라는 요트 전문서적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한다면, 요트의 기원에서부터 세계의 요트경기, 한국의 요트경기, 요트의 이해, 요트항해의 기초지식, 요트의 정박, 요트항해의 고급기술 그리고 기상과 항법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부록으로는 요트인의 필수정보 사항으로 요트용어, 요트항해교육 그리고 한국의 요트면허 취득과정 등이 실려 있어, 초보자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침서로, 요트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익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출발준비를 마쳤다. 요트 선수(bow)는 목적지를 향하게 하고, 키(rudder)를 조종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바람이 조금 세게 부는 것을 느끼고 시트(sheet, 조종줄)를 이용하여 택킹(tacking, 요트가 풍상으로 나아가는 경우)과 자이빙(gybing, 요트가 범주하는 중 돛을 좌현에서 우현 혹은 그대로 옮기는 것)을 번갈아 가면서 순항하였고, 대신 손놀림과 몸동작은 민첩하게 움직여야 했다. 

계속적으로 택킹과 자이빙을 반복하면서, 바다를 미끄러지듯 헤쳐 나갔다. 긴장되었지만, 낭만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눈으로, 몸으로, 체감으로. 그런 와중에도 기술습득은 당연히 해야 함은 기본이다. 

클로스 홀드로 바닷물은 갑판으로 흘러들고, 아찔한 순간이

 

  
▲ 클로스 홀드 크루저는 거의 45도 각도로 누운 상태로 범주하고 있으며,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로 중심잡기도 어려웠지만, 스릴은 만점이었다.
클로스 홀드

바람이 더욱 세게 부는 틈을 이용하여 스키퍼는 클로스 홀드(요트가 풍상으로 유효하게 범주할 수 있는 정도까지 시트를 바짝 잡아당겨서 약 45°로 범주하는 것)로 탑승자를 긴장하게 했다. 크루저는 순식간에 좌현이 수면에 닿아 바닷물이 갑판으로 넘쳐흘러 들었으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을 맛보아야만 했다.  

사진촬영을 위해 목에 건 카메라 때문에 몸의 중심을 잡기가 더욱 어려웠지만, 순간의 짜릿함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는 것만 같다. 대양을 횡단하는 목숨 건 요트레이스 장면은 아니었지만, 요트경주의 짜릿함과 모험을 체험하는 순간으로 남아 있음은 선명하다. 

마산만의 바람은 크루저를 돝섬에 무사히 안착시켰다. 세일링은 바람이 강하게 불어야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스포츠이지만, 이날은 센 바람도 없었고 높은 파도도 일지 않아 어렵지 않게 처녀운항을 할 수 있었다. 오히려 초보자들에게는 안정감을 심어 주어 다시 도전하게 만드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 정박 처녀출항을 무사히 마치고 돝섬에 정박하고 있다.
정박

잔교에 정박하고 돛을 내렸다. 돝섬 국화축제를 보러 온 사람들이 일행을 부러운 듯(?) 쳐다보고 있다. 돝섬 선착장에는 크고 작은 두 대의 크루저가 정박해 있었고, 그 중 대형 크루저에 올라 선체와 선실을 구경하니 시설과 장비 모두 훌륭했다. 

  
▲ 정박 돝섬에서 바라본 요트와 마창대교
정박

고급 크루저이다 보니 신발을 벗고 승선하였다. 바닷물을 정수하여 식수로 사용하는 장비까지 갖춘 이 크루저는 1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출발지로 다시 돌아가는 항해는 어릴 적 자전거를 처음 배우듯이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처녀출항은 순조롭게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순조로운 처녀출항 무사히 정박하다 

“바다를 제패하는 자가 세계를 제패한다”라고 말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테미토 클레스의 명언은 지금의 글로벌 시대에도 딱 들어맞는 것만 같다. 유조선을 비롯한 대형선박을 건조하는 세계 10대 조선소 중 1,2,3위를 포함한 4개의 조선사가 우리나라에 있는 현실에서 어쩐지 요트산업은 선진 여러 나라들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다. 역설적인 말이 되겠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세계를 제패하지 못한 것일까. 

  
지난해 이맘 때쯤 대형크루저를 타고 노르웨이를 여행할 때 본 계류장에 정박해 있는 요트. 그림같은 장면이다.
요트

지난해 이때쯤, 중세 유럽을 제패했던 해상 왕국인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요트의 대중화로 여가를 즐기고 삶의 질을 한층 드높게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당시,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이 나라 국민 다수는 중고 제품이더라도, 요트 한 척 구입하여 바다를 유람하는 것이 소원이다”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9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국민 각자가 자동차 한 대 있었으면, 하는 소원을 가졌을 당시와 같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를 것만 같다. 

  
▲ 귀항 출항을 무사히 마친 크루저는 하선을 준비하고 있다.
크루저

집으로 돌아와, 젊은 시절 즐겨 불렀던, 로드 스튜어트의 LP 음반을 찾아, 지지거리는 잡음 섞인 기계음악을 들으며, 첫 세일링의 느낌을 감미로운 리듬에 맞춰, 조용히 불러 보는 기분이야말로 환상적이었음을 말할 수 있으리라. 

Sailing   - Rod Stewart -

I am sailing I am sailing

Home again across the sea

I am sailing stormy waters 

To be near you to be free 

 

I am flying I am flying

Like a bird 'cross the sky

I am flying passing high clouds

To be near you to be free

 

Can you hear me can you hear me

Through the dark night far away

I am dying forever crying

To be with you who can say

 

We are sailing we are sailing

Home again 'cross the sea

We are sailing stormy waters

To be near you to be free

 

Oh Lord to be near you to be free

Oh Lord to be near you to be 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