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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스포츠이야기

4시간 넘게 기다렸다, 이게 다 일찍 왔기 때문이란다


'블루시티' 대한해협을 횡단하다 - 2(거제도~대마도 세일링 도전)

  
▲ 세일링 거제도~대마도 대한해협 횡단에 나서는 거제시요트협회 회원들.
거제시

거제도 지세포항에서 13시간 반 만에 도착한 대마도 이즈라하 항구. 크고 작은 어선들이 쉼 없이 드나들지만 항구는 조용하고 평화롭다. 야트막한 산 아래로 일본 전통 양식의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독특한 기와지붕의 절과 신사도 군데군데 보인다. 항구에는 대형화물선과 여객선,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 2척이 항구를 제압하듯 정박해 있다. 여기가 바로 출입항을 관리하는 곳이라는 느낌이다. 점심도 먹지 못한 상태라 배가 고프고 피로감도 몰려온다.  

  
▲ 세일링 세찬 바람이 부는 검푸른 파도 위를 거제시요트협회 소속 요트가 힘찬 세일링을 하고 있다.
세일링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지루함을 느낄 쯤, 정장 차림의 근무복을 입은 사람이 요트에 올랐다. 출입항 심사와 세관 검사를 할 모양이다. 당연히 여권도 준비하고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도무지 심사는 언제 끝날 줄 모른 채, 시간만 그냥 흘러가고 있다.  

답답함과 궁금증이 가슴에 차올라 참을 수가 없다. 일어는 인사밖에 할 수 없는 처지라 더욱 갑갑하기만 하다. 일어를 통역하는 사람은 육상에 내려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시간만 계속되고 있다. 

  
▲ 세관검사 대마도 이즈하라 항구에 도착한 요트에서 세관검사를 하고 있다.
세관검사

30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이번에는 처음 요트에 올랐던 정장 차림의 근무복이 아닌 또 다른 복장을 한 요원 10여 명이 함께 나타났다. 궁금증은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아이고, 무슨 일이 벌어졌구나!'하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요트에 마약을 실은 것도 아니고, 무기를 실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각자 여권이 없어 밀항객으로 취급 받을 일도 없었다. 책임자로 보이는 한 사람이 요트에 올라 이곳저곳 훑어본다. 다른 나머지 요원들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시간이 흘렀고, 통역의 도움을 받아 출입국사무소로 향했다. 간단한 신고서를 작성하고 또다시 참기 어려운 시간을 참아야만 했다. 요트가 항구에 도착하고 출입국 심사와 세관 검사를 하는데, 4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제야 자유의 몸이다. 지루한 시간대별 상황을 차마 글로 옮기지 못하는 사정, 이루 말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뿐. 나중에 안 일이지만, 당초 입항 계획 시간보다 일찍 입항했기 때문이란다. 

  
▲ 홍매화 대마도 이즈하라 시내 어느 집 담장 안에 곱게 핀 홍매화. 여행객을 반기는 것만 같다.
홍매화

오후 여섯 시가 넘어서야 간단한 가방만 챙겨 들고 대마도 시내를 걸을 수 있었다. 거리는 어둠이 내려앉았고, 맥 풀린 여행객은 힘없는 걸음걸이만 반복하고 있다. 한국인 여행객만 오갈 뿐, 좀처럼 일본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일본 본토와 마찬가지로 거리는 깨끗하다. 작은 담장 너머로 핀 핑크색 매화꽃이 아름답다. 

색깔이 변한 녹슨 간판에서 오랜 된 상점의 역사를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안내원도 없이 일행이 묵을 숙소를 찾아 걷고 또 걸었다. 겨우, 물어물어 찾은 '베루호레 호텔'은 항구에서 20분 거리에 있었다. 피곤한 육신을 따뜻한 물에 담글 수 있는 곳에 안착한 것은 거제도 지세포항을 떠난 지 꼭 20시간째. 

  
▲ 마을 풍경 대마도 이즈하라 항 입구에 있는 마을 풍경.
대마도

이름만 호텔이지 작은 크기의 여관이다. 넓지 않은 1인실 방과 화장실을 갖췄지만 깔끔하고 아늑하다. 작은 욕실에 뜨거운 물을 채웠다. 눈을 감고 편안한 자세로 드러누우니 이보다 편한 것이 없을 정도다. 온몸에 열기가 전해오고 동시에 건물이 빙빙 도는 느낌이다.  

혹여 지진이 일지 않았는지 겁먹은 상태로 눈을 떴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 그런데도 욕실 안이 좌우로 흔들리는 느낌은 계속되었다. 방 밖으로 나와 계단을 내려갈 때도 건물 벽체가 흔들리는 기분이다. 혹시 육상 멀미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나요? 나중에 일행으로부터 들어 안 일이지만, 육상멀미를 겪었다고 한다. 그날 저녁 잠이 들 때까지 육상멀미를 느껴야만 했다. 

이번 요트 여행은 '대마도요트협회'와 대마도 관내 한국어를 배우는 단체와 교류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저녁식사가 이루어지는 만찬장에는 푸짐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사회자의 진행으로 양쪽 관계자의 소개와 인사가 이어졌고 일본 전통 술인 정종을 한잔씩 따라 건배를 외쳤다. 함께한 대마도 주민들은 대개 한국어를 배웠기에 대화를 나누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화기가 넘친 사랑스러운 분위기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분위기가 달아오를 쯤, 그제야 입항절차를 마무리하고 식당에 도착한 두 명의 캡틴을 뜨거운 박수로 맞이하며 식사를 함께 했다.  

  
▲ 기념촬영 대마도 주민들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기념촬영
대마도

대마도는 거제도와 멀리 떨어지지 않았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이다. 외국 대마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거제도 출신으로, 알고 보니 고등학교 후배라 반갑기 그지없다. 정겨운 시간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세 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새로운 잔에 술을 따라 높이 치켜들었다. 위하여!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모습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했다. 아쉬운 시간이지만 그렇게 첫 만남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쉬운 마음을 그칠 수 없어 일행과 함께 소주 몇 잔으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니 밤은 깊어만 가고 있다. 

  
▲ 아늑함 13시간의 거제도~대마도 대한해협 횡단 세일링을 마치고 피로를 풀어 준 편안한 방. 작지만 깔끔하고 아늑하다.
베루호레 호텔

 

3월 6일 아침 6시 30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여니 캡틴이 곧 바로 출발해야 한단다. 샤워도 하지 못하고 짐을 챙겨 호텔 밖으로 나와 요트가 정박한 방파제로 향했다. 아직 덜 깬 대마도 아침을 생 얼굴로 맞이했다. 큰 바람은 없으나 약간 쌀쌀한 날씨다.  

지난날인 어제, 하루 동안 꼬박 항해를 했고, 저녁에는 식사만, 밤엔 잠잔 것이 전부였던 세일링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허무하다는 느낌이다. 별로 가볍지 않은 발걸음으로 항구에 도착하니 다른 일행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7시까지 대기해 있으라는 대마도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전날 협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 정박 대마도 이즈하라 항 방파제에 정박 중인 거제시요트협회 소속 '블루시티'호아 거제요트클럽 소속 '코엔스블루'호
블루시티

  
▲ 세일링 대마도 이즈하라 항 전방 5킬로 지점에서 순항하는 거제요트클럽 소속 '코엔스블루'호.
코엔스블루

 

거제요트학교

3만 불 시대 '마이요트(My Yacht)' 시대를 대비해 2009년 11월 24일 문을 연 '거제요트학교'는 요트 체험 교실과 요트지도자를 양성하여 요트 인구 저변확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강한 파도와 바람, 태양이 쏟아지는 아름다운 섬 '거제도'에서 세일링을 통해 행복한 추억을 듬뿍 담아 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 기본현황

- 위치 :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항
- 규모 : 건물 1동, 요트 20척 계류시설, 10톤 인양시설 등
- 시설 : 강의실, 연수실, 계류장, 주차장 등
- 장비 : 크루저(40ft) 1척, 딩기요트 및 카약 각 10척, 구조선 및 수상오토바이 각 1척, 윈드서핑 등 15종
- 조직 : 학교장(거제시요트협회장 김병원), 부학교장, 행정관, 팀장 각 1명, 강사 4명
- 운영 : 거제시요트협회에서 위탁 관리
인터넷 주소 : http://www.geojeyacht.co.kr/

방파제 위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기념촬영도 하고 이즈하라 항구의 아침 풍경도 사진에 담았다. 대한해협 횡단 플래카드를 펼쳐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기다리는 동안 지난 밤 만난, 현지 주민들도 작별 인사차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약속시간을 한 시간을 넘긴 8시가 되어도,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만 나왔을 뿐, 세관 직원이 오지 않아 출항을 할 수 없었다. 춥고 배고프고,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이즈하라 항의 아침 모습이다.  

지루한 시간 끝에 여권에 출항을 승인하는 스탬프를 찍을 수 있었다. 고맙게도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세관 직원이 방파제로 직접 나와 출항서류를 점검하고 승인해 주었고, 시계는 정확히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전날 항구에 도착한 후 4시간, 다음날 출발하는 아침 2시간, 6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총각이 예쁜 처녀를 만나기 위해 많은 시간 설렘을 가지고 기다린 시간이 아니었다. 군에 입대한 아들을 면회하기 위해 반가운 마음으로 기다린 것도 더더욱 아니었다. 설렘과 반가움이 있는 그런 기다림이라면 하루인들 어떠랴. 

  
▲ 기념촬영 대마도(쓰시마) 이즈하라 항 방파제에서 거제도~대마도 대한해협 횡단을 기념하는 거제시요트협회와 거제요트클럽 회원들.
대마도횡단

외국여행에 있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필수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세일링이었다. 멋진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해야 할까? 

  
▲ 거제도~대마도 세일링 거제도~대마도 대한해협 횡단 세일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