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까지 열린 지리산 한방 약초축제

여행을 하면서 아무리 바쁘더라도 꼭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한 군데 있다. 야생화를 볼 수 있는 곳.

야생화를 볼 수 있다면 널찍한 공원이든, 아담하게 꾸민 도로변 화원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야생화 향기가 좋아서, 앙증맞은 모습으로 폼을 내는 자태가 좋아서, 좁은 공간이지만 하나 구입하여 키우면서 꽃을 피우는 동안 즐거움을 맛볼 수 있어서이다.

▲ 나이 든 할미꽃. 어버이날을 맞아 일흔네 살 어머니 모습처럼 보인다.
7일, 야생화를 좋아하는 내게 기쁜 소식이 하나 있어 집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야생화와 한방 약재와의 만남, 건강을 위한 한약재도 사고 야생화도 구경할 겸 산청으로의 여행길에 올랐다. '지리산 한방 약초축제'에 가기 위해서다.

35번 고속국도를 타고 산청 IC를 빠져 나오면, 왼쪽 방향으로 약 5백 미터 지점에 산청군 종합운동장이 나온다. 휴일이자 3일간의 연휴 마지막 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축제장까지는 차량 진입이 어려울 정도여서 군청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10분 거리를 걸어서 가기로 했다.

▲ 경호교 난간위로 조성된 꽃밭 아래로 엊그제 내린 비로 흙탕물이 경호강을 따라 흐른다.
군청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다보면 좌측으로 경호강이 흐른다. 제법 높이가 만만찮은 강 언덕에 나무로 만든 산책로가 나온다. 봄기운에 딱 맞아떨어지는 색칠을 한 나무다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있어 걷는 기분이 최고다.

주변으로는 형형색색 봄에 피는 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강물은 어제(6일) 내린 비로 인하여 아직도 흙탕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보러 왔지만, 이 좋은 산책로를 걸어보지도, 구경도 하지 못하고 돌아가고야 말 것이다. 너무나도 운치 있게 만들어 놓은 산책로를 걸어가 보면 마음이 행복한 것을, 왜 많은 사람들은 행사장 입구까지 차를 타고 가야만 할까. 이런 생각을 하니 절로 행복이 찾아오는 것만 같다.

▲ 봄기운에 알맞게 색칠한 나무로 된 산책로. 오른쪽으로 경호강을 보면서 걷는 기분이 최고다. 발이 참으로 편하다.
축제장 입구부터 수많은 인파가 붐볐다. 야생화와 한약재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각 코너에는 발을 들여놓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귀가 시끄러울 정도로 크게 틀어놓은, 축제장에 빼 놓을 수 없는 뽕짝음악이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든다.

▲ 들꽃과 약초가 함께한 축제장에 모인 사람들.
약초골 산청(山淸)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높이를 가진 지리산(智異山, 해발 1915.4m)이 소재하는 곳이다. 최고봉인 천왕봉은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산 208번지로서 산청군에 소속되어 있으며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지리산은 반달곰을 방사할 정도로 산림이 울창하고 다양한 식물의 종이 분포하며 특히 수 백여 가지의 약초가 자생하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나는 한약재는 전국 최고로 손꼽힐 정도다.

‘불노장생(不老長生) 꿈을 여는 산청’이라는 슬로건으로 올 해 여섯 번째 개최하는 '지리산 한방 약초축제'는 류의태, 허준 상(常) 시상을 시작으로 약초 화분 체험, 한방 무료진료, 한방약 처방, 수지침 강좌와 무료체험 등 총 50여개의 체험 및 단위행사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군 일원에서 열려 관광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 산청종합운동장 축제행사장의 불로장생문(不老長生門).
이 축제의 최고 정점은 ‘한방약초 웰빙요리 경연대회’. 지난해에 이어 올 해 두 번째로 열리는 이 대회는 학생부와 일반부로 나누어 총 57개 팀이 참가하여 경연을 펼쳤다.

산청군 금서면 매촌 마을(면소재지)에서 삼거리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권일점 여사. 지난해 일반부에 참가하여 동상을 받았고, 올 해 다시 금상에 도전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면서 ‘다슬기 약수탕수’라는 요리를 만드는데 손놀림이 분주하다.

다슬기나 재첩 등 푸른 국물을 내는 패류는 간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이 고향인 권 여사는 지난 1988년부터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웰빙 다슬기 정식, 다슬기 회 무침, 다슬기 탕, 메기 찜, 피리 조림 등 주로 한약재를 이용한 건강음식을 만들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서울 등 도심에서도 고정 손님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 지난해 요리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은 권일점 여사. 올 해는 금상을 목표로 요리를 하는 중 심사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산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전시행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몰려 웅성거린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사람들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고 보니 ‘장뇌삼’이 전시돼 있다. 토종옹기에 심겨 있는 장뇌삼은 난생 처음 보는 것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한 뿌리 사서 집에서 키우면서 매일아침 잎사귀에 물 뿌림 하면서 감상하면 산삼 한 뿌리 사서 먹는 것 보다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쉽게도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파트에서는 키우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 장뇌삼. 한 뿌리 집에서 키우면서 매일 감상하고 싶은 욕심이다.
구경도 맘껏 하고, 약재도 몇 종류 샀다. 한약재 끓여 먹고 얼마나 더 건강해 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건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산청군 약초 연구회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여 약초탕 몇 가지를 소개한다.

사물탕은 혈허증과 혈병에 두루 사용하며 월경불순, 갱년기장애, 임신중독, 산후증, 빈혈 등에 두루 쓰이며 당귀, 숙지황, 천궁, 작약을 4g씩 16g을 400㏄ 정도 다려서 아침저녁으로 100㏄ 복용한다. 총명탕은 원활한 혈액순환과 기의 흐름을 돕고, 머리를 맑게 하는 것으로 백복신, 석창포, 원지를 각 20g씩 물 600㏄에 넣고 물이 반으로 줄 때까지 약 1시간 달인 후 찌꺼기는 걸러내고 하루 세 번씩 나누어 복용한다.

당귀차는 부인의 냉증, 혈색불량, 산후회복, 월경불순에 좋으며 오랫동안 먹으면 손발이 찬 증상이 개선된다. 당귀 10g을 물 300~500㎖에 넣어 끓이는데, 끓기 시작하면 은근한 불로 낮추어 오랫동안 달인다.

▲ 재래식 아궁이에 한약을 달이는 여인들.
같은 사물을 놓고도 보는 이들의 평가가 제각각 다르다. 축제장을 둘러보고 사진 찍는 데만 세 시간이 훨씬 넘었다. 야생화에 관심이 많은 터라 내게는 대단한 볼거리로 기억에 남았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라면 재미도 있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를 것이리라. 군(郡)에서는 이 축제를 문화관광부 선정축제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한다.

▲ 야생화 은방울꽃. 사랑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여행에 있어 먹을거리는 필수. 구경을 하다 보니 점심시간을 넘겨 오후 두시가 훌쩍 넘었다. 시계를 보니 배고픔이 갑자기 더욱 심하게 느껴진다. 축제장을 빠져 나와 은어회를 맛보기로 하고 35번 국도를 따라 진주방향으로 신안면 원지마을로 이동했다.

▲ 적지 않게 내린 봄비로 강물은 불어 남강으로 흐르고 있다.
지리산 계곡 각 지선에서 흘러내린 물은 경호강을 거쳐 남강으로 이어진다. 경호강 맑은 물에서 자란 은어는 7~8월이면 수박 향기를 내뿜으며 식도락가들에게 최고의 맛을 제공한다.

아직 수박향기는 나지 않았지만, 시장기가 곧 맛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순식간에 회 한 접시를 비웠다. 배가 부르니 몸은 무거운데 마음만은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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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도장포 마을' 바람의 언덕을 찾아서

바람의 언덕, 영국의 여류작가 ‘에밀리 브론테’가 지은 ‘폭풍의 언덕’을 연상케 하지만 소설속의 배경하고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소설에서는 숨 막히게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하늘과 땅이 맞닿는 음산하고도 추운 겨울 폭풍의 언덕을 배경으로, 복수와 증오로 변하는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거제 도장포마을 ‘바람의 언덕’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야트막하게 생긴 작은 언덕에 봄기운이 잔디밭에 가득 내려앉고, 물안개 피어나는 모습에서 바람의 형체를 볼 수 있는 순수한 인간적 사랑을 만드는 장소로 그 느낌부터가 다르다.

▲ 바람의 언덕을 오르는 나무로 된 계단이 운치를 더한다.
거제대교를 넘어 국도 14호선을 따라가다 거제시 사등면 사곡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거제면과 동부면을 지나면 학동삼거리가 나오고, 좌측으로 보이는 푸른 바다를 감상하면서, 해금강 입구 도장포마을에 도착하면, 푸른 잔디가 있는 작은 언덕이 보인다. 이 곳이 여행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바람의 언덕’이다.

▲ 도장포마을. 주인을 떠나보낸 의자가 외로워 보인다.
바람의 형체는 어떤 모습일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바람의 모습을 찾아 ‘바람의 언덕’을 찾아 나섰다. 나처럼 바람의 모습을 찾아 왔는지는 몰라도 언덕배기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있다. 이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언덕을 지키고 서 있던, 고고한 자태를 한 소나무는 바다에서 불어 닥치는 바람의 힘에 못 이겨 가지가 잘려 나가고 뿌리도 파 헤쳐져 이제는 그 흔적을 볼 수가 없다. 이만여 평의 잔디밭은 여행객들에게 편안한 자리가 되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 바람의 언덕. 그림 같은 풍경이다.
예전에는 이 곳을 잔디가 많이 심겨져 있는 밭이라는 뜻으로 ‘띠밭늘’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1년경부터 누군가에 의해 ‘바람의 언덕’이라 명명되어, 지금은 이름에 걸맞는 모습으로 많은 여행객들로부터 한번쯤 찾아보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거제도에 있어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 바람의 언덕 아래쪽에 있는 등대. 하얀색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푸른 잔디가 있는 바람의 언덕에 오르면 시원하게 펼쳐진 쪽빛 바다와 하얀 파도를 가르며 지나가는 작은 어선을 보노라면 여행의 참 맛을 느끼게 한다. 지난 2003년도, 모 방송사의 아침드라마 <이브의 화원>과 수목드라마 <회전목마>를 촬영했던 곳으로, 언덕을 배경으로 누구나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다. 실제로 많은 여행객들이 추억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고, 결혼식을 마친 젊은 한 쌍의 부부는 인생의 설계도를 그리며 멋진 포즈로 사진 담기에 황홀한 모습이다.

▲ 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닌, 바람의 언덕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실제 웨딩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도장포마을은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여인의 잘록한 허리와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바람의 언덕 반대 방향으로는 신선대가 있다. 신선대 바로 옆으로는 선비의 기풍을 상징하는 갓 모양을 한 갓 바위가 천년 세월에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3백여 평의 넓적한 바위의 바닥에는 신선이 내려 앉아 유흥을 즐겼을 것 같아 보인다. 일찍이 이태백이 갓바위의 모습을 보았더라면 갓을 벗어 놓고 신선대에 앉아 불로주에 흠뻑 취해 자연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 선유별곡에 발길을 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신선대. 3백여 평의 넓적한 바위다.
저 멀리 먼 바다에서 선들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이 눈에 보인다. 드디어 하얀색 바람의 형체를 보았다. 손에 잡아 보기도 했다. 피부에 닿는 감촉이 거칠다. 염분이 섞인 바닷바람이라서 그럴까? 그래도 좋다. 많은 사람들이 바람을 즐기고 있다. 바람은 언덕을 타고 넘는다. 언덕을 넘자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여름철에 부는 태풍과 겨울철에 부는 거친 바람과는 질이 다르다. 태풍처럼 거칠게 부는 바람을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5월과 6월사이 도장포마을에 부는 바람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바람이다. 하얀 바람 속에 희미하게 나타나는 바위의 모습이 경이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 신선대. 우뚝 솟은 봉오리가 갓 모양을 하고 있다 하여 갓 바위이라 부른다.
신선대 옆 바닷가, 몽돌 구르는 소리가 발걸음을 돌려 해안가로 내려가게 한다. 활시위처럼 곡선이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무수히 많은 작은 몽돌이 파도에 밀려왔다 밀려가면서 내는 아름다운 소리다. 몽돌 구르는 소리는 문화관광부에서 ‘한국의 소리’ 100선에 선정된 자연의 소리다. 녹음 기술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직접 듣는 자연의 소리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세월을 그렇게 비비면서 닳고 닳아 왔으면 흑진주보다도 더 아름다울까?

▲ 바람의 모습. 몽돌 구르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람의 모습도 보고 몽돌 구르는 소리도 들은 하루였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해금강 입구 도장포마을. 알짜배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면, 나름의 여행철학이 있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한 곳보다는 이름은 덜 알려졌지만,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여행지를 선택하여 시간적 여유를 즐기는 그런 여행이 아닐까?

▲ 박윤주(7세), 영주(6세) 자매의 해맑은 모습. 천안에서 아빠 엄마랑 거제도에 살고 계시는 외할머니댁에 왔다가 바람의 언덕을 찾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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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튤립, 시원한 바다... 하룻밤 민박 인연이 만든 아름다운 섬
▲ 분홍색 튤립.
"언니야, 여~어가(여기가) 천국 맞제(맞지)?"
"그래, 진짜로 천국이네."

붉게 핀 튤립 사진을 찍느라 허리를 숙인 채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등 뒤에서 할머니들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뒤돌아보고 나서 60대로 보이는 자매의 대화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할머니의 대화처럼 지금 외도는 꽃이 핀 천국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4월부터 6월까지 외도는 꽃이 만발한 천국입니다. 천국이 어떤 모습인지 직접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천국이 있다면 지금 외도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 오렌지색 후리텔라리오.
유람선에서 내려 스페인풍 건물인 정문이자 매표소를 지나면, 고목으로 만든 외도(外島)라는 표지판을 보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양쪽에 아름다운 모양으로 조성된 수목을 보면 여기에 얼마나 많은 열정이 들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짐작이 가고 남을 정도입니다. 금빛보다도 더 진한 황금색의 황금사철나무를 지나면 작은 분수대에서 솟아오르는 물줄기가 시원한 모습으로 더위를 식혀줍니다. 이 분수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습니다. 역시, 여행은 사진밖에 남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생각이 들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 황금사철나무와 분수대. 많은 사람들이 추억의 장소로 기억하고 싶어 합니다.
비너스 가든에 올라서면 거제도의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하얀 유럽풍의 조각상에 시선이 이끌리고 사이사이로 심겨진 형형색색의 튤립에 정신을 잃고 맙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어떤 여행객은 비명을 지르기도 합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인간이 제 아무리 색을 재현한다고 해도 자연색만큼 색상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붉은색 튤립.
튤립은 그 종류도 다양해 60가지가 넘습니다. 수십 종의 튤립과 봄꽃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봄철에 이 꽃을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이 모여드는지, 사람들에 떠밀려 갈 지경입니다. 꽃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하듯 무작정 걸어가노라면 자연의 향기에 취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해 시 한 수 읊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 튤립이 하늘을 향해 잎을 벌리고 있다.
천국의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저 멀리 구름 속에 노니는 것 같은 명승 2호 해금강이 보입니다. 신선이 구름을 타고 유람하는 모습입니다. 열대식물이 많은 외도, 쭉쭉 뻗은 선인장의 끝이 하늘을 찌르는 것만 같습니다.

▲ 다양한 종류의 튤립이 외도에 피어 있다.
섬을 한 바퀴 돌며 식물원을 관람하는 데 한 시간 반 정도면 충분합니다. 유람선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목 벼랑에는 외관이 아주 좋은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1층은 기념관으로 외도 개발 과정에 관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전시해 놓아 외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입니다. 2층은 거제도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돌아가는 유람선을 타기 전 잠시 시간을 내어 이곳에서 여행에 대한 명상에 잠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섬, 바다, 그리고 꽃
외도의 남쪽은 대한해협을 지나 망망대해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여름철이면 무서운 태풍이 거제도를 강타하며 사람과 자연에 큰 피해를 주곤 합니다. 외도도 태풍의 예외일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큰 피해도 여러 번 입었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방관만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인간승리를 보여준 설립자의 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겉모습의 외도도 아름답지만, 설립자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외도의 내적인 모습도 배울 게 많기에 여행객들이 외도를 더욱 사랑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비너스 가든의 조각상과 튤립.
외도는 8백여 종의 꽃과 2백여 종의 나무가 잘 어우러진 식물원으로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지난 2003년 타계한 고 이창호(李昌浩) 회장이 1969년 낚시하러 왔다가 태풍을 만나 우연히 이 섬에서 하룻밤 민박한 것이 인연이 되어, 전기와 전화는 물론 선착장 하나 없던 섬에서 30여년에 걸쳐 삽과 괭이로 땅을 갈아 만든 인간승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꽃이 만발한 외도 공원.
외도를 만들고 사랑한 사람, 고 이창호 회장, 그리고 그 영혼을 이어받은 아내인 최호숙씨. 아름다운 여인 최호숙씨가 고 이 회장 타계 3주기를 맞아 남편을 추모하며 쓴 글이 그가 아끼고 사랑했던 외도 한 자리에 세워졌습니다. 많은 여행객들이 발길을 잠시 멈추고 숙연한 모습으로 비에 새겨진 추모의 글을 읽어봅니다.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그리워하는 우리를 여기에 남겨 두시고
그리움의 저편으로 가신 당신이지만
우리는 당신을 임이라 부르렵니다.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이지만
나와 함께 가자는 말씀도 없이 왜 그리도 급히 떠나셨습니까.

임께서는 가파른 외도에 땀을 쏟아 거름이 되게 하시었고
애정을 심어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지게 하시었으며
거칠은 숨결을 바람에 섞으시며 풀잎에도 꽃잎에도 기도하셨습니다.

더 하고픈 말씀은 침묵 속에 남겨두시고 주님의 품으로 가시었으니
임은 울지 않는데도 우리는 울고 있고
임은 아파하지 않는데도 우리는 아파하며
임의 뒷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임이시여. 이창호 씨여
임께서 못 다하신 일들은 우리들이 할 것으로 믿으시고
주님의 품에 고이 잠드소서.

이제 모든 걱정을 뒤로 하신 임이시여.
임은 내 곁에 오실 수 없어도
내가 그대 곁으로 가는 일이 남아 있으니
나와 함께 쉬게 될 그날까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주안에서 편히 쉬세요.

2003년 3월 1일. 하늘나라에 가시다.
부인 최호숙 드림


▲ 외도(外島)의 설립자 고 이창호(李昌浩) 전 회장 추모비.
거제도에는 장승포·와현·구조라·학동·도장포·해금강 등 6개의 유람선사가 있습니다. 이달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 동안 거제도 일원에서 제45회 경상남도 도민 체육대회가 열립니다. 거제시는 이 기간에 거제도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더 친절한 모습을 보이고자, 외도·해금강을 관광하는 유람선 요금을 평소보다 3천원 내리기로 결정하고, 손님을 맞이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외도(외도 보타니아)에서도 입장료를 1천원 내려 외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꽃이 만발한 이 계절, 한 번 짬을 내어 거제도를 여행하면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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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름에서 정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름은 불러만 봐도 목이 메이는 것만 같고, 어떤 이름은 들어만 봐도 눈물이 왈칵 쏟아 질 것만 같은 정겨운 이름이 있습니다. ‘하동(河東)’이라는 이름이 그런 느낌을 줍니다. 자신이 태어난 고장이 아름답고 자랑스럽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다마는 내게 있어서 경남 하동은 어머니 품 같이 포근하고 사랑스런 고장입니다. 군 근무시절 첫 휴가 나와 힘차게 거수경례를 하며 어머니를 보았을 때, 가슴 찡하고 눈물이 날 것만 같은데도 억지로 참았던 기억과도 같은 그런 느낌이기도 합니다.

▲ 어머니 젖줄 같고, 어머니 품 같이 포근한 섬진강.
그저 하동이 좋아 일년에도 몇 번을 갑니다. 하동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하동에 살고 있는 사람보다 하동을 더 많이 안다고 자랑을 하다 '구살머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만큼 자랑스럽고 좋다는 말입니다. 남해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읍내로 가는 길목 삼거리 공한지에는 하동을 대표하는 관광안내 표지판이 몇 개가 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제 눈을 사로잡고야 맙니다. ‘당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에서)’라는 표지판입니다. 차량이 신호등에 의해 정지된 경우가 아니라면 많은 운전자들이 그냥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 당신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에서)
전국에는 아름다운 드라이브코스가 많이 있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하동포구에서 섬진강을 따라 구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19번 국도, 천혜의 자연절경과 쪽빛바다,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굽이굽이 도는 칠백리 해안선을 자랑하는, 거제도 장승포에서 해금강까지 이어지는 14번 국도, 북한강 푸른 강줄기를 옆에 두고 46번 국도를 따라가다 의암댐에서 다시 403번 지방도로 이어지는 강변도로가 제일 아름답다는 생각입니다. 이 세 군데 드라이브코스 중 어느 곳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혹여, 이 기사를 접하고 필자가 언급한 곳보다 더 좋은 곳이 있다고도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구례까지 43㎞가 남았습니다.
삼거리를 지나니 구례까지 43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옵니다. 길옆으로는 하동의 자랑인 배 밭이 보입니다. 배꽃이 흰눈처럼 쌓여 있습니다. 바람이 부니 배꽃 잎이 날려 갑니다. 올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가져다 줄 것만 같습니다.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국도 주변으로 식재된 벚꽃나무 터널입니다. 운전자에게 즐거움을 더해 주기 때문입니다. 4월초, 잎보다 먼저 활짝 폈던 벚꽃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푸른 녹음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 시원한 모습이다. 강과 도로가 나란히 어깨동무하며 구례 쪽으로 가고 있다.
하동은 영화, 드라마, CF 촬영지로 유명합니다. 영화로는 피아골(1995), 역마(1967), 청춘(2000), 취화선(2002) 등이 있고, 드라마는 허준(1999∼2000), 토지(2003∼2005), 태양은 가득히(2000) 등이 있어 여행객들의 발길을 잠시 머물게 합니다.

▲ 섬진강 둑에 지천으로 피어 난 제비꽃. 너무나도 아름답다.
악양면 평사리는 들판 가득 녹색 보리밭의 푸른 물결이 출렁거립니다. 동학혁명에서 해방에 이르기까지 이 곳을 무대로 한 한민족의 대서사시, 박경리 원작의 ‘토지’의 주무대입니다. 차에서 내려 소설속의 무대로 잠시 빨려 들어 가 봅니다.

“길상아, 난 다 버릴 것이다. 양반으로서의 체면도 여자로서 굴레도, 그리고 반드시 돌아와 저 땅을 다시 찾고 말 것이다.” 한 여인의 한 맺힌 집념과 한을 엿 볼 수 있는 드라마 ‘토지’ 대사의 일부분입니다.

겨우내 추위로 땅에 짝 달라붙어 있던 보리는 어느새 작은아이의 키만큼 훌쩍 자라 버렸습니다. 오월이 되면 그 싱그러운 푸르름은 절정에 이를 것입니다. 넓은 들판 뒤로는 ‘최 참판댁’이 보입니다.

▲ 악양면 평사리 들판. 좌측으로 보이는 마을이 드라마 ‘토지’의 주무대인 최참판댁이 있는 곳이다.
지리산 자락의 수많은 계곡에서 흘러나온 물은 어머니 품으로 모여듭니다. 명절마다 형제들이 큰집으로 모이는 것과 같다는 느낌입니다. 오후의 햇살을 받은 강물은 은색으로 빛이 반짝거립니다. 강가에서 두 남자가 낚시를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브래드 피트가 열연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가 오버랩 됩니다.

무릎까지 찬 강물에 중심을 잡기도 어려운 자세로 플라이 낚싯줄을 던지는 모습과 햇살을 받은 낚싯줄이 춤을 추듯 날아가는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숨 가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잠시 동안이나마 자연을 벗으로 사는 삶이 얼마나 복되고 풍요로운 생활인지 일깨워 주는 영화라서 그런지 더욱 그런 생각이 사무칩니다. 참으로 서정적인 모습입니다.

▲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낚시장면과 서정적인 모습이 너무나 흡사하다.
자동차는 경상도를 넘어 전라도 땅에 접어듭니다. 구례읍으로 가다 토지면 구례동중학교 입구 도로 이정표에 표시된 사성암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간전교를 지나 섬진강을 건넜습니다. 다시 우회전하여 충실하게도 도로표지판의 지시에 따라 갔는데 안내표지판을 볼 수 없었습니다. 한참이나 갔던 길을 되돌아와 다시 찾아갔건만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 4월의 섬진강은 푸르름을 더해만 가고 있다. 이쪽은 경상도요, 저쪽은 전라도라.
아쉬운 마음으로 광양방향으로 차를 돌려야만 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은 섬진강 반대편 전라도 땅입니다. 섬진강 좌우의 도로에는 ‘전망 좋은 곳’이라는 표지판이 여러 군데 서 있습니다. 작은 주차장도 있어 잠시 차에서 내려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와 강물 속에 빠져버린 자신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어 좋습니다. 여름철이었다면 강물에 발을 담그고 물놀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 벚꽃나무 가로수 길. 4월초에 핀 벚꽃은 사라져 버렸다.
광양 매화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작지만 한국의 미가 흠뻑 넘치는 정자에 올라 푸른 강줄기를 내려다봅니다. 모래사장에는 주인을 어디로 보냈는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어선 몇 척이 있습니다. 조금 외로워 보입니다.

▲ 休息(휴식).
섬진강 다리를 건너 다시 하동 땅으로 돌아왔습니다. 재첩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고전면 선소리 신방촌마을 식당이 즐비한 주변 공터에는 섬진강에서 잡은 재첩과 가리맛조개를 파는 할머니들의 부산함이 즐거워 보입니다. 2만원을 주고 재첩과 조개를 샀습니다.

한 대야가 훌쩍 넘는 엄청 많은 양입니다. 중국산 아니냐고 슬쩍 농담조로 물으니 아니라고 손사래를 칩니다. 저녁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와 함께 재첩국은 끓이고 조개는 숯불에 구워 먹었습니다. 4월의 셋째 주 일요일(4월 16일)은 섬진강 물줄기와 며칠만에 보는 어머니와 시원한 국물 맛에 흠뻑 취하고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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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 30일까지 유람선 3천원, 외도입장료 1천원 인하

거제시는 오는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시 일원에서 열리는 제45회 경상남도민체육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단, 가족, 관광객 그리고 시민을 대상으로 '관광거제'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주력하고 있다.

시는 외도·해금강을 운항하는 6개 관광 유람선사들이 도민체전 기간 중에 거제를 찾는 외래객과 시민들에게 유람선요금 3천원을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외도입장료는 어른 5천원에서 4천원으로, 청소년(중·고생·정복군인)은 4천원에서 3천원으로 1천원씩, 어린이는 2천5백 원에서 2천원으로 5백 원 각각 인하 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 4월초에는 유흥업소, 일반음식점, 숙박업소, 유람선업소 대표 및 종사자 2천3백여 명을 대상으로 위생 및 친절교육 실시를 통해 관광객들에게 보다 친절한 모습을 보여 주도록 당부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고성 공룡엑스포 행사장에서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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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과 어우러진 국악 한마당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지난 주말(4월 8일), 4년 만에 진달래축제가 열린 대금산(해발 437.5m, 경남 거제시 장목면과 연초면을 경계로 하고 있음)에는 아침 일찍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들과 중년의 부부, 그리고 해맑은 아이를 등에 업은 젊은 아빠와 엄마 등 수 많은 사람들이 축제 한마당이 펼쳐지는 산 중턱까지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숨이 차지만 그래도 즐거운지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한 모습입니다. 날씨도 너무나 화창합니다. 흔히, 축제는 날씨 부조가 제일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 가야금을 연주하는 한국국악협회마산지부 회원들. 현을 뜯는 손이 아름답다.
너무 오랜만에 열리는 축제라 외국인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거제도에는 대우, 삼성조선 등 세계 2, 3위 규모의 조선소가 있습니다. 거제도의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제도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우리나라 조선업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 두 회사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가족만 하여도 60여 나라에서 온 3천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날은 축제를 즐기러 많은 외국인들도 모였습니다. 국제축제(?)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68호 ‘밀양백중놀이’. 전통가락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이 춤사위를 보노라면 취하지 않을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것만 같다.

▲ 몸짓, 손짓이 꼭 학이 노는 것만 같다.

▲ 예술(藝術).

▲ 한 마리의 학이 나는 듯 날개 짓이 힘차다.

▲ 신나는 북춤놀음 한마당. 땅이 울고 하늘이 웃는다.
산상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정말로 남달랐습니다. 화려한 조명,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 열광하는 팬들의 실내 콘서트와는 느낌이 다릅니다. 암벽사이에 핀 진달래꽃을 배경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전통 국악 한마당이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음악회를 감상하는 기분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흐느끼듯 슬피 우는 가야금 소리에 취했습니다. 마치, 두견새가 진달래의 넋을 달래는 소리였습니다. 명창으로부터 듣는 곱고 맑은 목소리는 혼과 넋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아름다운 색깔로 곱게 차려 입은 한복의 자태가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 곱게 차려입은 한복의 아름다움 속에 맑은 목소리는 대금산을 울려 퍼지게 했다.
진달래꽃을 이야기하고 그리느라 아이들이 몹시 바쁩니다. 옆에서 도와주는 엄마의 모습도 덩달아 바쁩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진달래꽃은 아직도 대금산을 붉은 모습으로 품고 있습니다.

올 해 진달래꽃에 취하지 못한 분을 위하여 기다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대금산에게 언제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느냐고 살짝 물으니 이 달 20일까지라고 합니다. 그때까지 기다려 준다고 하니 한 번 가 보시기 바랍니다.

▲ 진달래꽃을 이야기하고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 대금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진달래꽃. 이 달 중순까지는 진달래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 모든 이들의 안녕과 행복을 비는 산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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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한답시고 찾아간 동료들과 찾아간 섬, 매물도

혁신(革新)과 여행. 아무리 생각해 봐도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두 단어의 만남. 3월의 마지막 토요일(25일)은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의 '혁신'을 위하여 소속 직원 모두가 배를 타고, 꼭 한번 가 보고 싶었던 작은 섬으로의 여행을 떠났다.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속한 소매물도. 소매물도는 거제도 남서쪽에 위치한, 바다위에 떠 있는 수많은 섬 중 하나로서, 둥그스레한 언덕 위에 하얀 등대가 서 있는 아름다운 섬으로, 많은 잡지에 섬 여행지로서 단골로 소개될 정도로 이름이 나 있는 곳이다.

▲ 동백꽃, 색깔도 자태도 참으로 곱다. 짝사랑하고 싶은 여인과도 같다.
소매물도는 통영항에서 동남방으로 직선거리로 26km 떨어져 있으며, 면적은 0.33㎢, 17세대 40여명의 주민이 고기잡이와 해조류를 채취하며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사람의 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작은 섬이다.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도(일명 글썽이섬) 등 세 개의 섬을 통틀어 매물도라 부르는데, 소매물도라고 하면 등대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안암벽이 장관을 이루는 등대도는 직접 가 보지 않으면 후회할 정도로 아름답다.

▲ 마을 뒷산 너머로 바라보이는 등대도 비경.
일행을 실은 여객선이 소매물도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팀은 세 개로 나뉘어졌다. 매물도 앞 바다 선상 낚시팀, 방파제 학꽁치 뜰채팀, 소매물도 탐험팀 등 제각각 임무수행을 위한 역할 분담이 시작되었다. 탐험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무슨 탐험까지 되겠는가? 그냥 섬을 둘러본다고나 할까.

▲ 정상에서 바라 본 소매물도항과 마을전경. 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소매물도의 최고봉인 망태봉에 오르기 위해서, 마을 뒤편으로 나 있는 쉬운 길을 피하고 일부러 산속으로 기어오르다시피 하면서 산을 헤맸다. 무리지어 노는 흑염소 떼가 발걸음소리에 놀랐는지 혼비백산하며 흩어진다. 거의 직각으로 날이 세워진 가파른 암벽을 달리기 경주하듯 도망치는 염소 떼의 모습에서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발을 헛디디면 바로 천길 낭떠러지 바다로 추락하는데도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알고서 꼭 즐기는 것만 같다.

▲ 아직 완전히 돋아나지도 않은 풀을 뜯으며 한가로이 노는 염소 떼. 두 마리가 싸움을 하는지 장난을 하는지 앞 다리를 들고 서로 뿔로서 박치기를 하고 있다.
산 정상 주변에 오래 된 폐교가 쓸쓸한 모습으로 옛 추억에 잠겨 홀로 있다. 유리창에는 낙서가 가득하고,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다. 교실은 책걸상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모습이다. 운동장이라고까지 할 수 없는 작은 마당에는 아이들의 노는 모습이 눈에 선하고 웃음소리도 귓가에 맴돈다. 유리창에 써 있는 시 한편을 읽기 위해 한참동안이나 유리창을 뚫어지게 쳐다봐야만 했다.

▲ 망태봉 정상부근에 있는 폐교. 뒤로는 대매물도가 보인다.
망태봉에 오르니 남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희뿌연 안개 탓인지 하늘은 회색빛이고 바다 빛도 겨울의 쪽빛만큼 푸르지 못하다. 남쪽으로는 대매물도의 뒷모습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하얀 등대가 있는 등대도가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저 멀리 작은 섬이 보인다. 섬이 움직이는 것만 같다. 그리고 섬은 더욱 더 커진다. 그런데 섬이 아니다. 유람선이다. 차츰 내게로 다가온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유람선에는 무슨 사연을 담은 사람들로 가득했을까?

▲ 역광을 받고 빛나는 동백나무 잎. 유람선이 오가고 있다.
비탈진 산에는 동백나무 수천 그루가 숲을 이루고, 역광을 받은 동백 이파리가 은빛을 쏟아 내고 있다. 그 사이로 붉은 동백꽃이 얼굴을 내밀고 노란 웃음으로 미소 지으며 나를 유혹하고 있다. 그 유혹에 넘어 가 버리고 싶다. 아이와 엄마가 동백꽃을 사이에 두고 키스를 한다. 동백꽃잎 사랑인가 보다.

등대도는 바다 물때를 잘 맞추면 걸어서 넘어 갈 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등대섬을 갔다가 되돌아온다. 동백꽃에 반하고 자연에 취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등대도까지 가 보지 못한 아쉬움을 접고 동네로 내려가야만 했다. 선상 낚시팀이 낚아 온 붉은 볼락(거제도말로 '열기'라고 부름)과 뜰채팀이 뜰채로 잡은 학꽁치가 소쿠리 가득하다. 굽고 회를 뜨고 난리법석이다. 점심을 먹으며 '혁신'을 논의했다. 그러나 모두가 점심 먹기에 정신이 없다.

▲ 소매물도 선착장에는 뜰채로 잡을 정도로 학꽁치가 많다.
여행, 일상의 삶과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마음으로 자연 속에 나를 맡기는 것. 국어사전에서도 정의하지 않는 나만의 해석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의 만남, 여행과 혁신. 이번 여행을 통하여 너무도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여행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작은 기쁨 하나. 바로 그것이 내가 살아가면서 내 자신을 끊임없이 혁신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아닐까?

▲ 멀어져 가는 매물도. 하얀 물보라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내 자신의 혁신을 위하여, 내 가족의 혁신을 위하여, 내가 소속된 조직과 내 주변 공동체의 혁신을 위한 여행을 떠나 보자.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반드시 찾을 수 있으리라. 문득, 부처님께서 어떤 모습으로 깨달음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여행의 깨달음은 어떤 모습으로 내게 다가올까?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느낌과 감정, 그리고 만족감이 여행을 통한 깨달음이 아닐까?

▲ 글썽이굴을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왼쪽 중국의상을 한 사람이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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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열리는 '대금산진달래축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면서도 우리 민족의 정과 한을 상징하는 진달래. '사랑의 희열'이라는 꽃말을 가진 진달래는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전국의 웬만한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토종 꽃이기도 하다. 아주 척박한 땅에서도 추운 겨울을 이겨내며, 붉게 물들인 모습으로 꽃을 피우는 그 생명력은 잦은 외침 속에서도 연연히 이어오는 우리민족의 혼을 그대로 닮지 않았을까?

연분홍빛 꽃살은 갓난아이 볼처럼 한없이 연약해 보이지만, 특유의 달콤한 향기는 방금 머리 감은 여인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내음과 같아서, 산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자를 처음 알게 되었던 청춘의 그 시절, 한적한 길을 거닐며 손을 잡았던 그때, 가슴 떨리며 흥분되었던 그 마음이 연분홍빛 진달래 꽃잎 색깔과 똑같다는 생각이다.

▲ 지난해 4월 18일 촬영한 대금산 정상부근에 핀 진달래, 태풍과 혹한으로 산 전체를 물들이지 못했다. 앞으로 보이는 섬은 이수도
진달래는 창꽃 또는 참꽃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좋은 꽃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개꽃이라 불리는 철쭉과는 달리 먹을 수 있는 꽃으로서, 화전을 부쳐 먹기도 하고, 두견주라 하여 술을 담가 마시기도 한다. 진달래로 담은 술은 독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 따뜻한 햇살에 진달래꽃 파전 안주로 진달래 술 한 잔 마시면, 넉넉 장골도 쓰러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진달래가 독하다는 뜻일까?

▲ 갓난아이 볼처럼 연약해 보이는 연분홍빛 진달래 꽃 살과 먹음직스러운 화전
거제도에는 열 개가 넘는 명산이 있다. 최고봉인 가라산(585m), 계룡산(566m), 노자산(565m), 옥녀봉(554.7m), 앵산(507.4m), 산방산(507.2m), 선자산(507m), 북병산(465.4m), 국사봉(464m), 대금산(437.5m), 그리고 망산(397m) 등이 있다.

▲ 대금산 정상에서 바라본 외포항
산의 높이가 대부분 4~5백 미터 내외로서, 내륙지방의 높은 산과 비교할 수는 없으나, 산 중턱부터 산행 시점이 시작되는 내륙지방의 유명산과는 달리, 거의 해면 높이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거제도의 산을 그리 만만찮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거제도의 산이 등산객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정상을 올라갈수록 사면이 확 트인 푸른 바다와 오밀조밀한 섬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임과 동시에 자랑이 아닐 수 없다.

▲ 대금산 정상에서 바라본 진해만
대금산에서 4년 만에 진달래축제가 열린다. 지난 2002년 여름, 거제도 전역을 강타한 태풍 '셀마'가 무서운 위력으로 사람들에게 크나 큰 재앙을 안기면서, 자연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바닷물의 염분이 태풍에 날려 진달래 군락을 이루고 있는 대금산을 휩쓸었고, 이로 인하여 지난 3년간 낮은 개화율로 진달래축제를 열지 못했다.

그동안 시와 인근 주민들이 온갖 정성을 들여 진달래 군락지를 가꾼 노력으로, 예전의 수준으로 꽃을 피울 수 있었으며, 올해 4년 만에 주민과 행정이 한몸이 되어 성공적인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 2002년 진달래축제 모습
축제가 열리는 대금산은 산 들머리부터 40분 정도면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어린이나 노약자도 쉽게 오를 수 있어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많이 올 것을 기대하면서, 산 중턱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각종 행사가 여행객을 맞이할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행사로는 진달래백일장, 사생대회, 보물찾기, 진달래사랑 이름표달기, 키다리 코믹 매직 풍선쇼,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낭송대회, 골든벨, 댄스공연, 무용단공연, 페이스페인팅, 요술풍선만들기 등이 있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하는 행사로는 우리소리 한마당, 삼도장구가락, 대금산등반코스 통과하기, 진달래가요제, 락키즈와 함께하는 월드컵선전기원한마당 등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 2002년 봄, 대금산 중턱 특설무대에서 열린 축제 모습
이 밖에 부대행사로서 길놀이한마당, 민속연날리기, 패러글라이딩시범, 디카사진전 등이 있으며, 거제도의 특산품을 판매하는 직판장 운영과 향토음식점도 운영할 계획이다. 행사 후에는 자연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의미로 모든 참가자가 함께 하는 그린캠페인도 예정되어 있어 거제도의 자연사랑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대금산 밑에 자리하고 있는 명상마을회관, 화전을 부치는 두 여인
거제도에는 이 밖에도 진달래꽃을 많이 볼 수 있다. 기암괴석과 진달래꽃이 조화를 이루는 산방산(507.2m)은 3월 말경이면 정상 부근이 붉은색으로 물든다. 면단위의 참꽃 축제를 개최하여 조촐한 행사를 벌인다. 또한, 6·25 한국동란의 가슴 아픈 흔적을 지금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통신대가 있는 계룡산(566m)은 선자산(507m)까지 이어지는 주능선 코스에도 만개한 모습으로 등산객을 유혹하고 있다.

▲ 진달래꽃, 두견새 우는 소리에 진달래 꽃잎이 한 송이 두 송이 떨어졌을까?
두견화라고 불리는 진달래는 애달픈 전설을 간직한 꽃이라고 한다. 중국 촉나라 임금 망제(이름은 두우)는 위나라에 패한 후 복권을 꿈꾸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자 억울한 혼을 위로하는 넋이 두견새가 되었다고 한다. 한 맺힌 두견새는 밤낮으로 '귀촉'(고향 '촉'으로 가고 싶다는 뜻) 하면서 슬피 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죽은 망제의 혼이 환생한 두견새는 피를 토하며 울고, 토한 피를 다시 삼켜 목을 적셨다고 하며, 한맺힌 피는 땅에 떨어져 진달래 뿌리에 스며들고, 꽃잎에 떨어져 붉게 물들었다고 한다. 두견새는 봄이 오면 슬프게 울어 대는데, 야산에 핀 붉게 물든 진달래만 보면 더욱 슬피 운다고 하며, 한 번 우는 소리에 꽃잎 한 송이가 떨어진다고 한다.

고등학교 다닐 적, 예비고사(지금은 수능시험)를 준비하면서 달달 외우고, 시상의 세계에 깊이 빠졌던 김소월의 '진달래 꽃'을 읊어 보면서 이 봄에 진달래 활짝 핀 대금산으로 <오마이뉴스> 애독자 여러분을 초대 합니다.

▲ 4월 8일 열리는 제10회 대금산진달래축제 초대장. 오마이뉴스 애독자 여러분을 이 초대장으로서 대신합니다. 많이 와 주시기 바랍니다.


진달래 꽃
- 김소월, 개벽(1922)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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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dudco 2015.09.05 03: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들렀다갑니다.



노란 수선화의 천국, 거제 공고지
▲ 공고지 가는 언덕에 올라서면 시원한 바다가 펼쳐진다. 수선화가 내도를 보는지 내도가 수선화를 바라보는지.
거제도에는 62개의 섬이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사람이 사는 섬이 9개,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채, 지금까지 사람이 살아 온 흔적 없는 섬이 53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나서 제주도에 사는 친구로부터, 거제도 구석구석을 가 봤느냐는 물음을 받은 적이 있다. 다 못 가봤다고 하자, 그 친구는 조금 가소롭다는 웃음으로 제주도보다 작은 섬인데 전부 가 보지 못했냐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물론, 그 친구는 제주도 전 마을과 전 지역을 구경했다는 자랑을 빼 놓지 않았다.

▲ 수선화 꽃밭
거제도에 공고지(공곶마을, 鞏串)라는 데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장승포에서 이 곳까지 자동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할 때 가 본 이후, 30년 만에 오늘 처음으로 다시 가는 길이다.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예구마을에서 산길을 따라 20여분 정도 걷다 보면 야트막한 언덕이 나온다. 그 언덕을 넘어서면 눈앞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내도라는 섬과 멀리로는 명승 2호 해금강이 바라다 보인다. 배우 김민종, 김유미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한 영화 <종려나무 숲>의 촬영지로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 공고지로 내려가는 언덕길은 동백꽃잎으로 비단을 깔아 놓은 듯 하다. 동백은 5월까지 피고 지고를 반복 할 것이다.
1957년 진주에서 하루 종일 걸려 이 곳을 처음으로 방문했고, 결혼 후 12년 동안 열심히 노력하고 저축하여 1969년 100여 평의 땅을 매입하여 가꾸면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는 강명식(75세), 지상악(71세) 노부부. 지금은 3만여 평의 임야를 소유하고, 그 중 1만여 평의 부지에 종려나무를 비롯한 50여종의 식물을 가꾸며 살고 있다. 동백나무만 해도 50여종이 넘는다. 할아버지는 이 곳을 천국이라고 한다. 왜 천국이라고 하는지 숨어 있는 이야기는 앞으로 들을 예정이다. 기회가 되면 독자 여러분에게 알릴 것이다.

▲ 종려나무 숲으로 둘러 싸여 있는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아담한 집.
지금, 이 곳은 봄꽃이 활짝 핀 꽃의 천국이다. 특히, 2천여 평에 심어진 수선화는 노란 물결을 이루며, 찾아오는 방문객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6천여 평에 심어진 종려나무는 할아버지의 주 소득원으로서, 취재를 하는 시간에도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 일을 하는 할아버지의 손놀림과 웃음을 잃지 않는 얼굴 표정에서 지나온 삶의 세월을 대변하는 듯 하다. 그리 많지 않은 방문객에게 진한 커피 한잔을 대접하며, 따뜻하게 대하는 할머니의 정과 사랑도 봄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 수선화. 둘이라서 행복할까? 어딘가 허전한 모습이다

▲ 수선화 세식구

▲ 하얀 수선화. 이스라엘에서 가져 왔다고 한다.

▲ 명자꽃.

▲ 눈이 내려앉은 설유화.
종려나무 숲을 지나 바닷가로 나가면 확 트인 넓은 몽돌밭이 나온다. 여름철이면 피서지로서 많은 사람이 몰려오고, 가족단위로 낚시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시 몽돌밭에 앉아 바다 속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상상해 본다. 숨이 가쁜지 숭어 몇 마리가 연신 바다위로 떠 공중부양을 하면서, 온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다.

바로 코앞에 있는 '내도'라는 섬이 우두커니 서서 내게로 꼭 다가 올 것만 같다. 저 섬에 가고 싶다. 마음이 간절해진다. 내도는 8가구 20여 명이 사이좋게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그 뒤로는 거제도 제일의 관광명소로 자랑하고 있는 '외도'가 있다. 수선화 꽃잎이 다 떨어지는 4월이 오기 전, 공고지로의 여행을 떠나 보자.

▲ 평생을 공고지에서 종려나무 숲을 가꾼 강영식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이곳을 천국이라고 했다. 작업하는 손길이 아름답다.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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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댐 거쳐 단장면 사연리 동화마을까지
거리에 주차된 자동차 지붕의 희뿌연 먼지와 하얀 마스크를 쓴 채 찌푸린 모습으로 걸어가는 중국 사람들의 밝지 못한 표정을 카메라에 잡은 3월 첫째 주 토요일 아침 티브이 장면. 올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황사가 올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갈까 말까를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결국 집을 나서기로 했다. 십여 년 전, 재약산을 오르면서 들른 표충사의 화려한 단청이 눈에 아른거려 다시 한번 찾아 가기로 마음 먹은 것. 밀양으로 향하는 길은 그런 망설임 끝에 이루어졌다.

▲ 밀양댐. 가뭄으로 물이 많이 빠져 있다.
여행이란 출발하기에 앞서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떠나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건만, 이번에는 오래 전 내 머릿속에 남아 있던 몇 장의 추억사진만을 가지고 차를 몰았다. 당초, 사찰의 화려한 단청과 선이 아름다운 기왓장 지붕을 감상하며, 옛 건축물을 공부하고자 표충사를 목적지로 정했건만, ‘밀양댐’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자 예정에 없이 차는 유턴을 시작했고 처음으로 가 보는 밀양댐에 도착했다.

▲ 나뭇가지에 걸린 밀양댐.
아름다운 영남알프스의 풍경과 어우러져 친환경적 공법으로 지난 2001년 준공했다는 밀양댐. 새로 난 도로를 따라 정상에 이르면 수몰지역 주민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세워진 망향비가 나온다. 잠시 차에서 내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오래 전 이곳에서 땅을 일구며 살았던 주민들의 애환을 살짝 들여다보니, 문득, 내 고향 거제도가 생각난다.

▲ 밀양댐 수몰지역 주민을 위한 망향비. 댐 정상부에 있으며, 넓은 광장도 있다.
70년대 초 가난의 아픔을 벗고자 국가발전이라는 대명제 아래 중공업정책이 입안되고, 내 고향 거제도에 대형 조선소 건립이 시작된다. 당시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문전옥답은 반강제로 국가에 내주다시피하고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가야만 하게 된다.

중학생 까까머리 철부지 시절, 내가 살던 초가집과 재산목록 1호 누렁이 황소, 가을이면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주었던 뒤뜰에 심겨져 있던 키가 큰 감나무, 그리고 덤프트럭에 실려 처음으로 이사를 갔던 기억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그림으로 남아 있다. 아직도 내 고향 거제도에는 망향비 하나 세위지지 않고 있어 당시의 한 많은 아픔이 내 가슴 한쪽 파편으로 심어져 있다.

▲ 화려한 단청.(좌) 선이 아름다운 누각.(우)
망향비를 넘어 가는 도로에는 3월초에 내린 눈으로 모래 흔적들이 곳곳에 쌓여 있고, S자로 굴곡진 도로는 자동차면허 시험을 보는 듯 아슬아슬하고 다리에 오금이 날 정도로 긴장감이 돈다. 하지만 이런 기분이 자동차 여행의 또 다른 참 맛이 아닐까?

▲ 굴곡진 S자 길. 제설작업으로 뿌려진 모래 흔적.

▲ 재약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봄을 재촉하고 있다.
재약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봄을 재촉하고 있는 단장면 사연리 동화마을. 이런 맑은 물에서 자란 청정미나리는 밀양의 대표적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3농가가 만여 평의 미나리 농사를 짓고 있다. 한우와 딸기 농사를 하다가 3년째 미나리 농사를 짓고 있다는 구본기씨의 얼굴은 언제나 미소 가득한 부처님 모습이다. 부인 또한 똑같은 얼굴이다. 누군가 부부는 살아가며 닮는다고 했던가?

▲ 미나리를 캐는 할머니. 방송에도 몇 번 나왔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이 곳에서 자란 미나리는 11월에서 다음해 5월까지, 딸기는 1월에서 4월까지 판매되고 있으며, 지금이 제일 맛이 있는 시기라고 한다. 미나리를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생미나리를 된장에 찍어 먹으면 독특한 향이 입안에 오래남아 있어 좋고, 고추장에 생무침을 해 먹어도 좋다. 또한, 뜨거운 물에 반쯤 데친 후 무침을 해 먹어도 좋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미나리는 황달, 부인병, 음주 후의 두통이나 구토에 효과적이며, 최근에는 혈압을 내리는 약효도 인정받고 있어 고혈압 환자가 즐겨 찾는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비만증, 황달, 목이 아플 때는 생즙을 짜서 마시면 효과를 본다고 한다. 가족형제들과 나눠 먹으려고 미나리 세 봉지를 샀다. 어린아이 주먹 만한 딸기는 주인이 맛보라고 몇 개 내준다.

▲ 미나리, 딸기 부부. 참 어울리는 정겨운 모습이다.

▲ 보리밭 사이 길로 딸기아줌마가 환하게 웃으며 걷고 있다.
하루 종일 박무현상(안개는 아주 작은 물방울이 대기 중에 떠 있는 현상으로 시정거리가 1㎞미만일 때를 말하며, 시정거리가 1~10㎞일 때는 박무현상이라고 한다)으로 그다지 상쾌함을 느끼지 못했던 오늘 여행. 'Travelling'이라는 'Jeremy Spencer Band'의 감미로운 사운드를 들으며 하루를 위로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내 고향 범도마을. 할아버지가 밭에 심을 묘목을 나르고 있는 모습이 예전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Travelling

머나먼 땅으로의 여행...
난 하루를 한껏 누렸습니다.
여행은 늘
나의 길을 감동으로 채우곤 하죠
밤과 도시의 불빛에도
나는 향수에 젖어 들곤 했죠
난 쓸쓸했고
사랑을 그리워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마음껏 가질 순 없을까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받을 순 없을까

여행...
여기서는 늘 혼자
내 시간을 돌아봅니다
오늘 밤 당신을 생각해 봅니다
당신이 얼마나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는지
삶의 한 지점에서 깨닫습니다
이제는 최선을 다해 볼 것입니다
나는 한 남자일 뿐
그래서 당신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마음껏 가질 순 없을까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늘 받을 순 없을까
세상을 돌아보는 여행
내겐 당신의 말이 들리는 듯 합니다
당신의 사랑을 원해요
내겐 당신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머지않아 나는 돌아가겠습니다
그 시간은 그리 멀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사랑을 원해요
내겐 당신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마음껏 가질 순 없을까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늘 받을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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