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수선화의 천국, 거제 공고지
▲ 공고지 가는 언덕에 올라서면 시원한 바다가 펼쳐진다. 수선화가 내도를 보는지 내도가 수선화를 바라보는지.
거제도에는 62개의 섬이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사람이 사는 섬이 9개,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채, 지금까지 사람이 살아 온 흔적 없는 섬이 53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나서 제주도에 사는 친구로부터, 거제도 구석구석을 가 봤느냐는 물음을 받은 적이 있다. 다 못 가봤다고 하자, 그 친구는 조금 가소롭다는 웃음으로 제주도보다 작은 섬인데 전부 가 보지 못했냐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물론, 그 친구는 제주도 전 마을과 전 지역을 구경했다는 자랑을 빼 놓지 않았다.

▲ 수선화 꽃밭
거제도에 공고지(공곶마을, 鞏串)라는 데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장승포에서 이 곳까지 자동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할 때 가 본 이후, 30년 만에 오늘 처음으로 다시 가는 길이다.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예구마을에서 산길을 따라 20여분 정도 걷다 보면 야트막한 언덕이 나온다. 그 언덕을 넘어서면 눈앞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내도라는 섬과 멀리로는 명승 2호 해금강이 바라다 보인다. 배우 김민종, 김유미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한 영화 <종려나무 숲>의 촬영지로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 공고지로 내려가는 언덕길은 동백꽃잎으로 비단을 깔아 놓은 듯 하다. 동백은 5월까지 피고 지고를 반복 할 것이다.
1957년 진주에서 하루 종일 걸려 이 곳을 처음으로 방문했고, 결혼 후 12년 동안 열심히 노력하고 저축하여 1969년 100여 평의 땅을 매입하여 가꾸면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는 강명식(75세), 지상악(71세) 노부부. 지금은 3만여 평의 임야를 소유하고, 그 중 1만여 평의 부지에 종려나무를 비롯한 50여종의 식물을 가꾸며 살고 있다. 동백나무만 해도 50여종이 넘는다. 할아버지는 이 곳을 천국이라고 한다. 왜 천국이라고 하는지 숨어 있는 이야기는 앞으로 들을 예정이다. 기회가 되면 독자 여러분에게 알릴 것이다.

▲ 종려나무 숲으로 둘러 싸여 있는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아담한 집.
지금, 이 곳은 봄꽃이 활짝 핀 꽃의 천국이다. 특히, 2천여 평에 심어진 수선화는 노란 물결을 이루며, 찾아오는 방문객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6천여 평에 심어진 종려나무는 할아버지의 주 소득원으로서, 취재를 하는 시간에도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 일을 하는 할아버지의 손놀림과 웃음을 잃지 않는 얼굴 표정에서 지나온 삶의 세월을 대변하는 듯 하다. 그리 많지 않은 방문객에게 진한 커피 한잔을 대접하며, 따뜻하게 대하는 할머니의 정과 사랑도 봄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 수선화. 둘이라서 행복할까? 어딘가 허전한 모습이다

▲ 수선화 세식구

▲ 하얀 수선화. 이스라엘에서 가져 왔다고 한다.

▲ 명자꽃.

▲ 눈이 내려앉은 설유화.
종려나무 숲을 지나 바닷가로 나가면 확 트인 넓은 몽돌밭이 나온다. 여름철이면 피서지로서 많은 사람이 몰려오고, 가족단위로 낚시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시 몽돌밭에 앉아 바다 속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상상해 본다. 숨이 가쁜지 숭어 몇 마리가 연신 바다위로 떠 공중부양을 하면서, 온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다.

바로 코앞에 있는 '내도'라는 섬이 우두커니 서서 내게로 꼭 다가 올 것만 같다. 저 섬에 가고 싶다. 마음이 간절해진다. 내도는 8가구 20여 명이 사이좋게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그 뒤로는 거제도 제일의 관광명소로 자랑하고 있는 '외도'가 있다. 수선화 꽃잎이 다 떨어지는 4월이 오기 전, 공고지로의 여행을 떠나 보자.

▲ 평생을 공고지에서 종려나무 숲을 가꾼 강영식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이곳을 천국이라고 했다. 작업하는 손길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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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댐 거쳐 단장면 사연리 동화마을까지
거리에 주차된 자동차 지붕의 희뿌연 먼지와 하얀 마스크를 쓴 채 찌푸린 모습으로 걸어가는 중국 사람들의 밝지 못한 표정을 카메라에 잡은 3월 첫째 주 토요일 아침 티브이 장면. 올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황사가 올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갈까 말까를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결국 집을 나서기로 했다. 십여 년 전, 재약산을 오르면서 들른 표충사의 화려한 단청이 눈에 아른거려 다시 한번 찾아 가기로 마음 먹은 것. 밀양으로 향하는 길은 그런 망설임 끝에 이루어졌다.

▲ 밀양댐. 가뭄으로 물이 많이 빠져 있다.
여행이란 출발하기에 앞서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떠나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건만, 이번에는 오래 전 내 머릿속에 남아 있던 몇 장의 추억사진만을 가지고 차를 몰았다. 당초, 사찰의 화려한 단청과 선이 아름다운 기왓장 지붕을 감상하며, 옛 건축물을 공부하고자 표충사를 목적지로 정했건만, ‘밀양댐’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자 예정에 없이 차는 유턴을 시작했고 처음으로 가 보는 밀양댐에 도착했다.

▲ 나뭇가지에 걸린 밀양댐.
아름다운 영남알프스의 풍경과 어우러져 친환경적 공법으로 지난 2001년 준공했다는 밀양댐. 새로 난 도로를 따라 정상에 이르면 수몰지역 주민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세워진 망향비가 나온다. 잠시 차에서 내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오래 전 이곳에서 땅을 일구며 살았던 주민들의 애환을 살짝 들여다보니, 문득, 내 고향 거제도가 생각난다.

▲ 밀양댐 수몰지역 주민을 위한 망향비. 댐 정상부에 있으며, 넓은 광장도 있다.
70년대 초 가난의 아픔을 벗고자 국가발전이라는 대명제 아래 중공업정책이 입안되고, 내 고향 거제도에 대형 조선소 건립이 시작된다. 당시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문전옥답은 반강제로 국가에 내주다시피하고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가야만 하게 된다.

중학생 까까머리 철부지 시절, 내가 살던 초가집과 재산목록 1호 누렁이 황소, 가을이면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주었던 뒤뜰에 심겨져 있던 키가 큰 감나무, 그리고 덤프트럭에 실려 처음으로 이사를 갔던 기억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그림으로 남아 있다. 아직도 내 고향 거제도에는 망향비 하나 세위지지 않고 있어 당시의 한 많은 아픔이 내 가슴 한쪽 파편으로 심어져 있다.

▲ 화려한 단청.(좌) 선이 아름다운 누각.(우)
망향비를 넘어 가는 도로에는 3월초에 내린 눈으로 모래 흔적들이 곳곳에 쌓여 있고, S자로 굴곡진 도로는 자동차면허 시험을 보는 듯 아슬아슬하고 다리에 오금이 날 정도로 긴장감이 돈다. 하지만 이런 기분이 자동차 여행의 또 다른 참 맛이 아닐까?

▲ 굴곡진 S자 길. 제설작업으로 뿌려진 모래 흔적.

▲ 재약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봄을 재촉하고 있다.
재약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봄을 재촉하고 있는 단장면 사연리 동화마을. 이런 맑은 물에서 자란 청정미나리는 밀양의 대표적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3농가가 만여 평의 미나리 농사를 짓고 있다. 한우와 딸기 농사를 하다가 3년째 미나리 농사를 짓고 있다는 구본기씨의 얼굴은 언제나 미소 가득한 부처님 모습이다. 부인 또한 똑같은 얼굴이다. 누군가 부부는 살아가며 닮는다고 했던가?

▲ 미나리를 캐는 할머니. 방송에도 몇 번 나왔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이 곳에서 자란 미나리는 11월에서 다음해 5월까지, 딸기는 1월에서 4월까지 판매되고 있으며, 지금이 제일 맛이 있는 시기라고 한다. 미나리를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생미나리를 된장에 찍어 먹으면 독특한 향이 입안에 오래남아 있어 좋고, 고추장에 생무침을 해 먹어도 좋다. 또한, 뜨거운 물에 반쯤 데친 후 무침을 해 먹어도 좋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미나리는 황달, 부인병, 음주 후의 두통이나 구토에 효과적이며, 최근에는 혈압을 내리는 약효도 인정받고 있어 고혈압 환자가 즐겨 찾는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비만증, 황달, 목이 아플 때는 생즙을 짜서 마시면 효과를 본다고 한다. 가족형제들과 나눠 먹으려고 미나리 세 봉지를 샀다. 어린아이 주먹 만한 딸기는 주인이 맛보라고 몇 개 내준다.

▲ 미나리, 딸기 부부. 참 어울리는 정겨운 모습이다.

▲ 보리밭 사이 길로 딸기아줌마가 환하게 웃으며 걷고 있다.
하루 종일 박무현상(안개는 아주 작은 물방울이 대기 중에 떠 있는 현상으로 시정거리가 1㎞미만일 때를 말하며, 시정거리가 1~10㎞일 때는 박무현상이라고 한다)으로 그다지 상쾌함을 느끼지 못했던 오늘 여행. 'Travelling'이라는 'Jeremy Spencer Band'의 감미로운 사운드를 들으며 하루를 위로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내 고향 범도마을. 할아버지가 밭에 심을 묘목을 나르고 있는 모습이 예전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Travelling

머나먼 땅으로의 여행...
난 하루를 한껏 누렸습니다.
여행은 늘
나의 길을 감동으로 채우곤 하죠
밤과 도시의 불빛에도
나는 향수에 젖어 들곤 했죠
난 쓸쓸했고
사랑을 그리워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마음껏 가질 순 없을까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받을 순 없을까

여행...
여기서는 늘 혼자
내 시간을 돌아봅니다
오늘 밤 당신을 생각해 봅니다
당신이 얼마나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는지
삶의 한 지점에서 깨닫습니다
이제는 최선을 다해 볼 것입니다
나는 한 남자일 뿐
그래서 당신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마음껏 가질 순 없을까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늘 받을 순 없을까
세상을 돌아보는 여행
내겐 당신의 말이 들리는 듯 합니다
당신의 사랑을 원해요
내겐 당신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머지않아 나는 돌아가겠습니다
그 시간은 그리 멀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사랑을 원해요
내겐 당신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마음껏 가질 순 없을까
당신의 사랑...
그 사랑을 늘 받을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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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도 솔솔 나서 좋은 삼천포 어시장
▲ 교각 밑에서 바라다 본 삼천포대교.
물오른 나무 가지에서 새 싹이 움트는 것을 보며 봄을 느낀다. 문턱에서 손짓하는 봄을 따라 밖으로 나가니 어디론가 벌써 사라져 버리고 없다. 얄미운 봄의 흔적을 찾아 무작정 길을 나선 끝에 삼천포에 닿았다.

웅장한 두 개의 교각이 버티고 서 있는 삼천포의 명물인 삼천포 대교, 그 밑에서 얄미운 봄은 나를 기다리며 웃고 있었다. 봄의 소식을 제일 먼저 알리는 매화, 그 다음으로 쑥, 냉이를 비롯한 봄나물과 실개천이 흐르는 곳에 피어나는 버들강아지는 주로 들녘에서 봄의 생기를 전해 오지만, 특별히 올해는 바다에서 봄의 향기를 맡아 보자.

▲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도 몇 가족들이 봄 소풍을 즐기고 있다.
삼천포 대교 밑으로 흐르는 물살이 강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홍수 난 강물보다 물살이 더 세다. 작은 어선 한 척이 물살을 따라 순식간에 교각 사이로 빠져 나간다. 물살은 겁이 날 정도로 거세고 위협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바다 물살이 가장 세기로는 해남과 진도간의 좁은 해협을 이루고 있는 울돌목이라고 한다.

이 곳은 동양 최대 시속인 11노트의 조수가 흐르며, 젊은 사람이 큰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물소리가 크며, 거품이 일고 물이 용솟음 쳐 배가 거슬러 올라가기 힘들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물살이 센 곳이 삼천포 대교가 있는 이 곳.

▲ 겨우내 얼어 있던 저 나뭇가지에도 싹은 트겠지.
사람들이 잠든 새벽녘, 먼 바다에 쳐 놓은 그물에 부푼 기대를 안고 거센 파도를 헤쳐 나갔다 돌아오는 작은 어선 한 척. 얼마나 많은 고기가 배 안 가득 실려 어부의 기분을 좋게 할런지, 아니면 오늘은 허탕을 쳤지만 내일을 기약할지, 어부의 기분이 어째 궁금하다. 갈매기 한 마리가 작은 배를 뒤따라 날고 있다.

아직까지 아침 끼니를 때우지 못한 갈매기는 어부가 버리는 고기 한 조각이라도 낚아 채 허기진 배를 채울 심상이다. 또 다른 여러 마리의 갈매기가 포구 위를 힘차게 날고 있다. 정겨운 모습이다. 어릴 적 동화를 그렸던 그림이 삼천포항이 아닌가 싶다.

▲ 갈매기 한 마리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비상하고 있다.

▲ 괭이갈매기. 날개 짓이 힘차다.
삼천포 어시장이 시끌벅적하다. 살아 숨쉬는 역동적인 모습이다. 손님은 한 푼이라도 깎기 위해 통사정을 하며 주인을 치켜세우면서 칭찬에 열을 올리고, 주인은 오히려 정반대의 모습으로 한 푼이라도 더 받아 내기 신경전이 치열하다. 개조개를 그림 그리듯 네모나 원형 모습으로 놓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한 개에 500원부터 1500원까지 크기별로 다양하다.

멍게를 두 조각으로 싹둑 잘라 다듬는 손이 보통 사람의 손이 아니다. 따뜻한 국물을 데우면서 홍합을 까는 저 할머니의 손은 몇 년을 연습한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숙련되지 않을 정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손을 놓지 못한 할머니의 두 손에서 아들 딸이 대학도 갔을 것이고, 나이 들어 돈 못 벌고 애 먹이는 영감님 소주도 사 주었을 테고, 지난 설날 오랜만에 고향 찾아온 손자들께도 용돈도 주었으리라. 경매를 하기 위해 개조개를 정리하고 있다. 왜 이렇게 그림 그리듯 놓느냐고 물으니, "보기도 좋고, 숫자 파악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지"라고 한다.

▲ 경매를 하기 위해 개조개를 정리하고 있다. 왜 이렇게 그림 그리듯 놓느냐고 물으니, “보기도 좋고, 숫자 파악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지”라고 한다.

▲ 홍합을 까는 할머니의 손. 삶의 흔적을 가냘픈 저 두 손은 알겠지.
다른 한 쪽에서는 하루 종일 서서 고기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가 눈에 띈다. 숭어 한 마리 물통에서 건져 올려 비늘 벗겨, 배를 가르고, 회를 썰어 내는데 걸리는 시간이 채 삼분이 걸리지 않는다. 회를 써는 솜씨가 한석봉의 어머니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삼천포 어시장에는 환갑을 훌쩍 넘긴 어르신들이 아직도 직업 전선에서 아름다운 삶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참동안 구경을 하고서야 할머니가 정성스레 썬 회 한 접시를 한 푼도 깎지 않고 샀다. 이십 년 전의 어머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시장 바닥에서 대야를 놓고 생선과 조개와 홍합과 해초를 팔아 일곱 남매를 교육시키면서 육칠십년 대를 살아 온 평범하지만 장한 어머니다. 그 장한 어머니가 생각났기에 한 푼도 깎지 않았다. 아니 깎을 수가 없었던 것이 내 진심이었으리라.

▲ 한석봉 어머니의 손보다 손놀림이 더 빠른 할머니의 손.
봄 도다리, 가을 전어란 말이 있다. 봄에는 도다리회가 가을에는 전어회가 제일 맛이 있다는 뜻이다. 필자도 거제도 촌놈(?)이지만 도다리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주로 뻘밭에서 자라는 제도다리, 자갈밭에서 자라는 자갈밭도다리, 참도다리, 점도다리, 돌도다리, 담배재이도다리 등 많은 종류의 도다리가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제일 맛이 있고 비싼 것이 돌도다리로서 kg당 경매가로 15만원을 호가한다. 이 곳에서 회를 먹으려면 어종별로 가격차이는 다소 있지만 보통 4인 기준으로 2만5000원에서 3만원 정도 회를 썰어 초장과 야채를 별도로 파는 식당에서 맛 볼 수 있다. 바닷가에 와서 회 한 접시 맛보지 않을 수 없다. 포구의 갯내음과 싫지 않은 어촌가의 비린 향기를 맡으며 먹는 봄도다리 회가 정말 맛있다.

▲ 싱싱한 횟감이 즐비한 삼천포어시장.
삼천포 어시장, 삶을 느끼는 현장이다. 북적대는 어시장이 그래서 더욱 좋다. 이 봄철에 생기 있는 사람의 모습과 팔딱거리는 싱싱한 회 맛을 진정으로 느끼고 싶다면 삼천포 어시장에서 숨은 그림을 찾아보시라. 얼굴에 삶의 주름선이 선명한 할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회 한 접시 사서 상치에 쌈을 싸고 입 안 가득 넣어 봄의 향기를 맡아 보자.

▲ 언니! 오늘 얼마 벌었소? 두 자매 할머니가 기분 좋게 오늘 번 돈을 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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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쪽빛 겨울바다

2005년도 마지막으로 보내는 일요일. 섬은 섬을 돌아 연연 칠 백리, 칠 백리 거제도 해안선의 길이를 표현한 '거제도 연가'의 노랫말로, 눈이 시릴 정도로 쪽빛 겨울바다가 아름다운 거제도는 섬 어디를 가나 푸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고 가슴을 탁 터이게 하는 마술을 가진 바다다.

▲ 호수 같은 쪽빛 겨울바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다. 해금강이 보이고 그 너머로 갈매기들의 천국인 바위섬 홍도가 보인다.
옥포 시가지에서 덕포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고개 마루, 승판재에서 내려다보는 옥포만. 1592년 5월 7일 12시, 임진왜란 초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왜선 42척을 격침하고, 4천여 명의 왜군을 섬멸시킨, 최초의 해전을 승리로 이끈 역사의 현장이다.

눈을 지그시 감고 413년 전으로 돌아가면 임란 당시 치열했던 전투장면이 머릿속에 영상으로 떠오른다. 잠시 후, 눈을 뜨고 보는 지금 이 시간, 푸른 바다에는 격침되는 왜선과 도망치는 왜군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는 듯 하고, 승리의 기쁨을 노래하는 조선 수군의 함성이 바람소리에 실려 귓가를 맴돌고 있다.

▲ 옥포만(玉浦灣). 눈을 감으면 413년 전 임진왜란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장면이 영상으로 떠오르는 해전의 첫 승첩지인 옥포대첩 현장의 바다. 당시, 거북선도 이 여객선처럼 속도를 내며 왜선을 물리쳤을까?
역사의 혼이 서려 있는 이 곳, 3만 3천 평의 부지에 옥포대첩기념공원을 조성하여 첫 승전한 옥포해전을 기념하고, 충무공 정신을 후세에 길이 계승하기 위해, 매년 같은 시기에(양력으로 6월 16일 전후) 축제를 열어 선조들의 혼을 기리고 있다.

또 이곳에는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대우조선이 있고, 이 조선소에서 건조한 대한민국 해군 1번 구축함 '충무공 이순신함'은 우리나라 국방력을 대외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자랑거리기도 하다.

▲ 옥포만(玉浦灣)2. 임진왜란 당시의 그 바다가 지금도 그대로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해전의 첫 승첩을 기념하는 탑이 산등성 사이로 선조의 얼을 하늘에 알리고 있다.
굽이굽이 휘어져 도는 도로를 따라 거제도 북쪽에 위치한 장목면 저도라는 섬 가까이 가면, 맑은 바닷물에 크고 작은 자갈이 해수욕을 하며 흰 거품을 내뿜고 있다. 아이의 몸을 깨끗이 닦아 주는 마음으로 작은 몽돌을 하나 주워 바닷물에 씻어 바다 한 가운데로 힘껏 던졌다. 태풍이 불면 파도에 밀려 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리라.

▲ 크고 작은 자갈들이 추운 겨울바다에서 해수욕을 하며 흰 거품을 내 뿜고 있다
올망졸망한 섬. 바다위에 천연으로 그려진 점이다. 점과 점을 연결하면 선이 된다는 것을 초등학교 때 배웠다. 섬과 섬을 연결하면 선이라 하지 않고 다리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저도는 한 때 대통령 별장이 있던 곳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되었고, 지금도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출입이 금지되고 있는 섬이다.

이 섬을 관통하여 부산으로 이어지는 '거가대교' 건설이 한창이다. 2010년 이 다리가 완공되면 국내 최장의 다리로서 부산에서 거제까지 30분이면 충분히 오갈 수 있고, 국내외의 수많은 관광객이 거제도를 찾을 수 있다. 오늘 이 시간에도 차량을 가득 실은 카페리는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

▲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저도의 모습. 섬 오른쪽으로 거가대교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수억만 년을 지켜온 순결이 이제는 알몸을 드러낸 채 그 부끄러움을 감수해야만 할 위기에 처해 있다.
다시 차를 돌려 거제도 남쪽 끝으로 향한다. 북쪽 끝인 저도에서 남쪽 끝인 대소병대도까지 승용차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장목~외포~장승포~구조라~저구~홍포마을로 이어지는 해안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도로변 동백나무 잎에서 역광으로 비춰지는 은빛 광선에 눈이 부시고, 푸른 바다 위로 떨어지는 햇살의 은빛바다가 조화를 이룬다. 모두 은빛이다. 쪽빛 바다에 출렁이는 은빛 바다물결.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서도 시인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시인이 따로 있는가? 내 마음속의 표현이 시가 아닐까?

▲ 산이 산에 있지 않고 바다로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외롭지 않는 섬, 외도(外島)
바다는 살아 있는 생명이다. 그 생명은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자원이기도 하지만, 재앙을 입게 하는 무서운 존재기도 하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모든 것들은 사람과 관련이 있다. 사람과 바다. 서로 공존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 잉크물을 뿌려 놓은 듯 시퍼런 바다. 바다와 인간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오른쪽 끄트머리에 해금강 사자바위가 보인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바다에 관한 의미 있는 글귀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지상의 노폐물의 저수지인 바다가 썩지 않는 이유는 0.035%의 염분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부패하더라도 망하지 않고 발전돼 나가는 것은 소수일지라도 희망의 등불이 있기에 그렇다고 한다.(참고로 바닷물속의 염분은 백분율이 아닌 천분율, 즉 퍼밀을 씁니다. 1000분의 35인 35퍼밀입니다.) 문득 바다를 보며 이 글귀가 머리를 스친다. 난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을까?

▲ 무제(無題),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바다와 인간의 관계.
겨울바다에서 삶의 희망을 찾고 싶다. 바다가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 하루 동안 바다를 보며 편안하게 드라이브나 할까 집을 나섰지만, 결국에는 바다 때문에 마음의 짐을 안고 집으로 돌아 왔다. 그래도 행복한 고민이다. 사람은 무수한 과제를 만들고, 해결하고, 또 그것을 반복하며 사는 것 같다. 고민도 사랑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 참으로 고요한 바다,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함께 느낀다. 드넓은 바다에 홀로 떠 있는 저 배 안에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여차를 가는 길목에서 바라본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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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거제 대구축제
▲ 부지런한 사람들의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외포항.
십여 일 계속되는 겨울 강추위가 사람들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제1회 대구(大口)축제가 열리는 경남 거제시 장목면의 외포항에서는 동장군 대신 따뜻한 훈기만이 곳곳에서 피어올랐다.

어릴 적 동화책 그림 같은 소박한 어촌마을 외포항. 푸른 바다 위를 갈매기떼가 무리지어 날고, 고기잡이 어선은 휴식을 취하는지 조용한 모습으로 항구에 잠들어 있다. 그림 같은 이 마을에 대구축제도 보고, 대구 맛도 보기 위해 전국의 많은 여행객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

▲ 대구잡이 어선은 방파제를 베개 삼아 잠들어 있고, 갈매기 한 마리가 대구축제를 축하하기 위해 비행하고 있다.
입과 머리가 크다 해서 대구(大口), 또는 대두어(大豆魚)라 불리는 대구는 명태와 함께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이다. 외포항은 봄에는 멸치잡이로, 겨울에는 대구잡이로 유명하다.

거제시 대구어획량 통계자료에 따르면, 1987년 이전까지만 해도 연간 1만 미 이상 계속하여 잡혔지만, 그 이후로 매년 급격히 감소하다가 93년도에는 공식적으로 한 마리도 어획하지 못했다. 그만큼 어민들의 삶도 고달팠고 이마의 주름살도 더욱 깊게 패였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대구인공수정란 방류사업으로, 이제는 예전처럼 대구잡이 황금어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해에는 2만466미로 공식통계 집계 이후 최고의 어획량을 기록했으며 올 해도 2만미를 훨씬 넘길 것으로 예상돼 어민들의 웃음과 기쁨도 함께 클 것으로 기대된다.

▲ 황금어장에서 잡아 올린 대구로 어판장은 대풍년을 이루고 있다.
동의보감에서 대구는 구어(口魚)라 칭하여,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짜며, 독이 없고 기(氣)를 보(補)한다'고 기술돼 있다. 대구는 흰 살 생선이라 지방이 적고 맛이 담백해 예부터 술 마신 다음날 해장국으로 애용돼 왔으며, 산모의 젖이 잘 안나올 때도 대구탕을 끓여 먹게 하였다.

또한, 대구 두 마리 정도면 아가미젓, 내장젓, 알젓, 고니젓 등 여러 가지의 젓갈을 담아 식탁에 올릴 수 있어서 젓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어종으로 꼽힌다.

대구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경까지 산란을 위해 남해와 동해 연안의 바다로 회유하는데, 이때 잡힌 대구는 산란기를 맞아 영양을 비축하기 때문에 맛이 제일 좋지만, 산란기가 끝나 북양으로 돌아간 대구는 기름기가 빠져 맛이 떨어진다.

▲ 이날 최고 경매가로 나온 금대구. 무게가 8㎏ 이상으로 13만 원에 팔려 나갔다.
비싼 음식은 돈 때문에 맛이 있지만, 공짜는 더 맛있게 마련이다. 음식은 잘 만들어야 제 맛을 내지만,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하는가 보다. 그래도 음식의 맛은 뭐니뭐니 하더라도 배고플 때 먹는 것이 최고의 맛이 아닐까?

대구축제를 보러 온 관광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떡국을 나누어 주고 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콧물을 흘리면서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국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인다. 침이 꿀꺽 넘어간다. 매서운 칼바람이 얼굴을 얼게 해도 아이는 더 없이 해 맑은 모습이다. 한 그릇 먹고 싶은데 줄을 내려 선 길이 너무 멀다.

▲ 추운 날씨에 떡국 한 그릇은 최고의 선물. 얼굴에 웃음꽃이 핀 모습이 기분 좋은 모양이다.
▲ 웃어 보라고 ‘김치’를 연발했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웃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아이의 해맑은 모습은 거짓이 없어 보인다.
상자마다 가득한 대구가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야말로 대구 풍년이다. 대구가 많이 잡히지 않던 시절에는 한 마리에 오십만 원에 거래된 적도 있었다. 그 땐 웬만한 마음 먹지 않고는 대구 한 마리가 아니라, 대구탕 한 그릇도 사 먹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비싸지 않아 웬만하면 대구 몇 마리 사서 젓갈도 담고, 찜도 만들고, 탕도 끓여 먹을 수 있다. 겨울 찬바람에 반쯤 말린 대구 한 마리로 대구 풀코스 요리를 만들면 연말의 송년 분위기는 최고의 절정.

흰 속살은 회를 만들고, 껍질은 난로 위에 구워 포를 만들어 고추장에 찍어 먹어 보자. 이때 초고추장보다는 고추장이 제격이다. 머리는 탕을 만들어 뜨끈한 국물 맛과 함께 소주 한잔을 들이키면 "캬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 대구 전시회를 여는 듯하다. 보기만 해도 맛깔스럽다.
외포항은 역동적이고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 있는 포구다. 부지런하고 순박하며 아름다운 사람들의 숨어 있는 삶의 모습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곳에 사는 정점순, 정영희 자매. 새벽 일찍 일어나 집안일을 정리하고 어판장으로 나간다. 대구와 함께 새로운 삶의 자리를 만들어 인생의 미를 가꾸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다. 의례적인 말로 보람이 뭐냐고 하니 "그냥 일이 재밌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모습에서 삶의 의미를 새기면서 자신에 충실하고 가족들에게 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평범하게 답한다.

▲ 정점순, 정영희 자매. 어판장에서 아이보다 더 큰 대구를 안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대구 축제는 끝났지만 대구잡이는 내년 2월까지 계속될 것이다. 축제가 끝난 터라 대구 값 시세는 조금 떨어졌다고 한다. 이참에 대구 한 마리 사서 단란한 가족끼리 오손 도손 푸짐한 송년축제를 보내면 어떨까? 올 겨울 가정마다 '제1회 대구송년가족축제'를 개최해 단합된 가족의 모습을 기할 것을 제안 드린다.

▲ 대구축제 노래자랑. 이날 수고한 자원봉사자의 노래자랑으로 이틀간의 대구축제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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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해맞이를 하려는 분들께 보내는 초청장


▲ 홍포 앞 바다 실루엣을 배경으로 해와 달이 만난 흔적.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합성은 아닙니다. 궁금하신 분은 기자에게로 문의해 주십시오.
또 한 해를 정리할 시간이다. 언제나 그러하듯 새로운 마음은 어느 새 헌 것으로 변하고 또 다시 새로운 마음 다지기를 원한다. 애초 마음속으로 다짐할 때의 계획대로 안 될 것을 짐작하면서도, 그래도 새로운 마음을 다 잡지 않을 수 없다.

▲ 홍포 앞 바다, 해와 달의 만남 흔적 2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다짐 속에서 삶의 가치를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저 멀리 태평양 바다 속으로 떨어지는 낙조가 아름다운 홍포(虹浦)마을의 일몰. 갯가 마을에 무지개가 아름답게 피어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바다위의 섬인지 사막속의 오아시스인지 모를 실루엣을 감상하면서 조용히 명상에 잠긴 채 지나간 한 해 자신이 걸어 온 길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자.

▲ 홍포마을의 일몰. 한 해가 저물고 있는 태양 위를 한 마리의 갈매기가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2005. 12. 14. 17:07)

▲ 하늘, 구름, 태양, 바다, 섬, 그리고 노을. 이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2005. 12. 14. 17:13)

▲ 붙잡아도 붙잡히지 않을 태양은 바다 속으로 빠져 들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이다.(2005. 12. 14. 17:17)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한 곳에 모였다. 두 손 모은 빈 공간에 무슨 소원이 들어 있을까? 소리 없는 소원은 희망을 불태워 붉은 태양으로 변해 남해 앞 바다에서 힘차게 떠오르며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릴 것이다.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겨울의 매서운 찬 바람이 분다고 한들 무엇이 두렵겠는가. 전국의 아름다운 일출명소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일본 대마도의 전봇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바라다 보이는 장승포 몽돌개 바다 일출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 장승포 몽돌개 일출. 저마다 가슴속에 묻어 둔 새해 소원을 빌고 있다.(사진은 지난해 새해 해맞이 축제모습)
사람들이 소리 높여 환호한다. 탄성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박수소리가 이어지고 만세삼창도 연속으로 파도를 탄다. 드디어 애국가도 들려온다. 가슴이 찡하다. 두해 전 아버지가 돌아 가셨을 때 느낌과 비슷하다. 참 희한하다. 일출은 모든 사람을 열광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드는 모양이다. 그것도 새해 첫 날의 일출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사람을 흥분하게 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며 자신과 약속을 만드는 마력을 가졌다. 나만의 생각일까?

장승포 사람들. 2006년 열 번째 열리는 신년 해맞이 축제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장승포 몽돌개 언덕에서 새해 첫 날 새벽에 새 날을 여는 길놀이를 시작으로 시루떡 절단하기, 신년 소원 소지올리기, 20만 거제시민의 화합과 발전을 위한 시민 대 합창, 색소폰 연주에 이어 찬란히 떠오르는 해 오름을 감상하며 소원을 빌고, 새해 함성과 함께 대북공연의 우렁찬 북소리를 하늘에 전달한다. 장승포 사람들은 인정이 많기로 소문 나 있다. 그래서인지 새해 첫 날 이 곳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정이 듬뿍 담긴 시루떡과 향기 찐한 유자차를 대접하여 추운 마음도 녹여 줄 것이라 한다.

▲ 신년 해맞이 축제에 모여 든 사람들. 대북공연에 몰입해 있다.(사진은 지난해 축제모습)
거제도 장승포항. 장승포항은 1965년 국제무역항으로 개항하여 거제도 발전의 선도적인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불 꺼진 항구'로 명성(?)을 날렸을 정도로 침체된 적도 있었지만, 장승포 사람들의 끈기와 의지로 이제는 예전의 모습을 서서히 되찾아 가고 있다.

한국의 시드니항구라 불리는 이 항구 언덕배기에 출항한지 6년간의 긴 항해 끝에 2년 전 완공을 본 거제문화예술회관이 우뚝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호주의 오페라하우스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물로서 이 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작지만 아담한 모습으로 장승포 사람들의 자존심을 지켜 주는 장승포항의 야경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로서, 최근에는 문화예술회관의 야간경관 조성으로 더욱 화려한 야경을 연출하고 있다.

▲ 눈이 잘 오지 않는 거제도. 올 3월 몇 년 만에 거제도에 흰 눈이 내렸다. 한국의 시드니항구라 불리는 장승포항. 이 곳 언덕배기에는 호주의 오페라하우스에 버금가는 거제문화예술회관이 자리 잡고 있다. 아래쪽은 50분이면 부산에 도착할 수 있는 여객선의 모습이다.
▲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거제문화예술회관 야경. 호텔아트와 수영장이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제도. 이제는 오래 전 거제도의 모습이 아니다. 서울에서, 강원도에서 거제까지 막연히 다섯 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고쳐야 할 것이다. 지난 12일 고속국도35번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됐다. 서울에서 세 시간 반, 대전, 광주에서 두 시간, 진주에서는 사십 분이면 거제에 닿을 수 있다.

거제도는 바다를 끼고 도는 일주도로 칠백리가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고, 겨울의 쪽빛 바다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다. 혼자만의 조용한 일출모습을 보고 싶다면, 해안도로 인근에 차를 세워 놓고 감상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웅장한 일출의 모습과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장승포몽돌개, 학동몽돌해수욕장, 그리고 해금강에서 감상할 수 있다.

▲ 학동몽돌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바라 본 외도. 섬 너머 멀리 대마도가 선명하게 보이고, 도로변에서도 일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때 산에 미쳐 주말이면 전국의 명산을 돌아 다녔던 적이 있었다. 삼년동안 공을 들여야만 지리산 천왕봉 일출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포기하려다가 실제로 연속 삼년만의 등산 끝에 힘차고 웅장하게 떠오르는 천왕일출을 보고, 말로써 글로써 표현할 수 없는 환희의 오르가슴을 느낀 경험이 새롭게 떠오른다.

이제까지 산에서 새해 일출을 맞이한 분들에게 거제도 일출을 보러 오시라 이 초청장을 보낸다.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산에서 솟구치는 태양과 분명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추억폴더에 저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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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거제 계룡산온천과 해수온천

11월 첫 주 일요일 오후 두 시, 굽이쳐 흐르는 도로를 따라 역광으로 비추는 햇살이 눈부시고, 들녘의 가을걷이는 짙은 가을빛 속으로 막을 내린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간, 심신에 찌든 피로를 풀고 삶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여행의 계절이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 길 사이로 늦가을 화려하게 채색된 물든 산야를 오감으로 만족하는 가을여행. 그 중에서도 온천여행은 약방의 감초격으로 뺄 수 없는 기본메뉴다.

찐한 자연의 향기를 맡고,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며, 조용히 마음을 비우면서 지친 피로를 풀고 일상의 짊을 잠시 내려놓는 것이 온천을 찾는 사람들의 작은 바람이 아닐까?

▲ 차 없는 거리라면 노란 중앙선을 따라 은행나무 사이를 홀로 걷고 싶다.(동부면 자연예술랜드 앞)
기온이 차츰 내려가는 계절. 자신도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온천여행에서는 임도 보고 뽕도 따는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할 것이다.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온천욕은 웰빙을 대표할 만한 것으로 많은 여행객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필수항목이다.

일반적으로 온천욕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근육을 이완시켜 혈압을 내려가게 하면서도 맥박 수를 증가시켜 세포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노폐물 배출을 왕성하게 한다.

또 온천욕을 통해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위궤양과 간 질환에도 좋다고 한다. 탕에 들어갔을 때는 섭씨 42도 전후 온도로 15~20분 정도 가슴높이까지 몸을 담그는 것이 효과적이다. 공복 중에 온천욕을 하면 식욕도 나고 위액분비도 늘어나지만 너무 오래하면 현기증이 나고 속이 좋지 않다. 온천욕을 한 후 찬물을 몸에 끼얹어 피부를 수축시켜 주는 것이 피부미용에 좋다.

알찬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떠나는 것보다 사전에 많은 정보를 알고 가는 것이 시간 절약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훨씬 효과적이다. 거제도에 최신식 시설을 자랑하며 인기 절정인 온천 두 곳을 소개한다. 또 이곳은 심야온천을 운영해 밤늦게 도착한 여행객들에게는 그야말로 인기 '짱'이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인근에 자리한 계룡산온천

▲ 온천탕 벽면에는 조선시대 아낙네들의 목욕하는 모습이 가히 예술이다.
6ㆍ25 한국동란의 역사적 현장이기도 한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수많은 관광객들로 주말과 휴일이 따로 없을 정도로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곳 주변에 위치한 계룡산온천은 최신식 시설로 이용객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1, 2층 사우나 시설을 비롯하여 찜질방, 헬스클럽, 골프연습장을 갖춘 온천욕을 겸한 종합레포츠 타운이다.

이 온천이 자랑하는 옥도자기 찜질방은 보석 방열기에서 열을 발산하여 옥도자기로 열을 가해 도자기 속에 있는 황토, 숯, 보석으로 열이 전달되어 그 열이 원적외선을 방출하여 인체에 흡수되게 돼있다.

피로풀기, 신경통, 기미, 냉대하증에 효능이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3층 찜질방 휴게공간의 대리석 바닥과 수정보다 아름다운 보석으로 화려한 그림을 그려 놓은 벽면은 은은한 실내조명과 함께 조용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로 피로풀기에는 최상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찜질방 휴게공간

▲ 스포츠 시설까지 갖추고 이용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거제시보건소 옆 국도14호선변 위치... 진입이 편리한 거제도해수온천

거제도는 청정해역을 자랑한다. 이 온천은 청정해역 거제도의 지하 800m 암반에서 솟아오르는 약알카리성 약염천으로 다량의 유황, 나트륨, 칼슘, 염소 등이 함유된 국내유일의 천질임을 자부할 정도로 소문나 있다. 아토피 환자에게는 해수탕이 인기라고 한다. 바닷물이 아토피를 치료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염분의 소독 작용이 피부의 가려움증을 줄이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수돗물보다는 낫다는 말이겠지.

이 온천도 각종 사우나를 비롯하여 노천탕과 찜질방, 헬스장, 스포츠 마사지실 등 부대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어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특히, 이 온천이 자랑하는 노천탕은 4월부터 9월까지 야외온천을 할 수 있어 인기 절정이다. 올 연말연시에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특별이벤트'를 기획해 크리스마스이브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야외온천을 개장할 계획이다. 이 온천을 이용한 사람들은 천연온천수에 만족하고 첨단시설에 놀란다고 한다.

▲ 찜질방과 해수온천

▲ 노천약탕(좌),노천풀(다이빙장),유아풀장
온천여행이라고 하지만 온 종일 목욕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온천욕으로 나른해진 몸의 원기를 보호하고 기분을 채워 줄 수 있는 것은 역시 허기를 채우고 입맛을 돋우어 줄 수 있는 먹거리를 선택하는 일.

거제시에서는 예부터 전수돼 내려오던 향토음식 10종을 관광객의 입맛에 맞도록 관광상품으로 개발했다. 최근 선정된 거제향토관광음식으로는 물메기탕, 굴구이, 생대구탕, 생멸치회, 도다리쑥국, 멍게비빔밥, 갈치·멸치젓갈, 해물뚝배기, 볼락구이 정식, 개조개구이 등이 있다. 거제를 찾으면 꼭 이 음식을 맛보기를 권한다.

▲ 거제도의 향토음식
온천여행을 통해 지난 한 해의 피로를 풀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 희망의 그림을 그려보자. 온천여행은 연말연시 가족여행으로 안성맞춤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천탕에 몸을 담가 한 순간만이라도 삶의 피곤함을 잊어버리고 일상의 짐을 내려놓은 채 시원한(?) 온천수에 몸을 맡겨 보자. 그 옛날 시골, 장작불을 때던 그때 그 시절. 지그시 눈 감으면 따뜻한 아랫목이 스크린에 비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가며 한 순간 향수에 젖어 들 것이다.

출처 : 늦가을 거제 청정해역에서 즐기는 온천욕 - 오마이뉴스(2005.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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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병대도(멀리 뒤로 보이는 작은 섬은 갈매기 섬인 홍도)

해금강 테마박물관과 거제도 곤충생태원

인간은 누구나 삶의 흔적이 있고 발자취를 남기며 살아간다. 어제의 일과 일 년 전 모습 그리고 몇 십 년 전 기억은 보는 시기에 따라 그 감동이 달라지며 새로운 기억으로 다시 새겨진다. 거제도에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려 줄 수 있는 테마 박물관이 여러 군데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옛 기억을 되살릴 수 있고 추억의 깊은 상념에 빠져들 수 있다.

▲ 박물관 창 밖으로 본 해금강
○ 해금강 테마박물관... 추억으로의 여행

우리나라 명승2호 해금강 입구 옛 분교 자리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50~70년대 생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보여 주고 있다. 박물관 1층 입구를 들어서면 긴 복도 양쪽으로 많은 전시물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추억을 만나러 6교시 수업으로 들어가 보자.

첫 교시,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는 수업시간이다. 연탄가게에서는 막 피운 연탄 때문에 지독한 가스 냄새로 머리가 아픈 듯하고, 만화방에서는 삶은 고구마를 먹으며 손가락에 침을 발라 책장을 넘기는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수업 2교시, 학교 종이 땡, 땡, 땡. 칠판에 아무렇게나 쓴 낙서, 난로 위의 포개진 도시락, 수업시간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 모두가 정겨운 것들이다.

3교시는 엄마ㆍ아빠의 신혼시절 방안의 모습과 장독대, 물지게, 소쿠리 등 모습이 보인다. 어릴 적 한밤중에 소변보러 뒷간까지 가기 겁이 나 방안에 둔 요강에 볼 일을 보면서 방바닥에 흘린 적이 참 많았는데 새삼 웃음이 절로 나온다.

4, 5교시는 어릴 적 제법 살 만한 유복한 가정의 아이들만 누릴 수 있는 장소였던 최고급의 문화마당. 그 당시 기계에서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는 축음기가 있었고, 뭔가 뒤집어 '찰깍'하면 이상한 종이에 사람 얼굴이 찍혀 나오던 그런 시절이었다.그저 보잘 것 없는, 반복되는 농촌생활의 그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즐겁고 미래에 대한 동경의 세계를 꿈꾸던 그 시절 아니었던가?

이제 마지막 수업 6교시, 추억으로의 여행시간. 서점이 있고, 음반가게에 사진관도 있고, 전파사도 있어 좋아하던 노래를 듣던 그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다.

박물관 1층의 어린 시절을 뒤로 하고 2층의 유럽 중세시대로 돌아가자. 2층에 올라서자 해적 바이킹의 모습이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다. 유럽의 바이킹들은 왜 외눈박이었을까? 세계의 유명한 모형 범선들은 그 어느 누구의 작품보다도 더 진가를 발휘하는 명품 중의 명품. 하나쯤 소장하고픈 욕심을 낼 만한 작품이다. 너무나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범선 전열대를 따라 영원한 전설, 중세의 기사관으로 접어들면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갑옷과 방패와 창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만나는 밀랍인형과 포스터 전시관. 프랑스 칸느 영화제 포스터와 밀랍으로 만들어진 아인슈타인 인형, 사람 피부와 너무나도 닮은 정교한 모습은 기절할 정도다.

이제 마지막 미술시간이다. 르느와르의 '댄스', 모조품이지만 일반인들이 알기에는 정말 위작인지 모를 정도의 예술작품이다. 이외에 피카소와 고흐의 명작도 만날 수 있다. 이곳 박물관에서 중요한 건 섬나라 거제도에서 유럽의 문화를 접할 수 있고 거장들의 명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래서 박물관 기행이 더더욱 뜻깊은 것이 아닐까?

○ 거제민속자료관... 민속 관련 소장품수로는 전국 최대

봄이면 진달래 축제로 유명한 대금산 아래. 30년 전 순박한 농민들의 삶터가 물에 잠긴 연초면의 수몰지역 주변의 폐교된 명동초등학교. 그곳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하신 옥미조 선생님께서 설립한 사립민속박물관. 이곳 역시 초롱초롱하던 눈망울 맑던 어린아이들이 뛰놀던 옛 분교 교실과 운동장에 우리네 부모들이 살아 왔던 그 흔적들을 고스란히 모아 놓은 곳이다.

이곳에는 농경 및 민속박물관 자료가 수만 점이 전시되어 있다. 소장품 수로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선생님은 순리원을 운영하시며 건강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자연식과 수지침을 무료 봉사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고 효험을 보았다고 입을 모은다. 선생님은 아동문학가로서 시집을 발간하였고 건강에 대한 책을 집필하셨다.

학교를 들어서면 좌측에는 이순신 장군이 긴 칼 옆에 찬 모습으로 운동장에 집결해 있는 부하를 호령하듯 근엄한 모습으로 서 있고, 우측으로는 세종대왕의 온화한 모습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지만 초등학교 그 시절 그 모습대로 하나도 변한 것 없다.

교실을 들어서니 옛 시절 초등학교 교실 그대로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작은 책걸상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무수히 많은 골동품 같은 민속품이 교실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분교라지만 그래도 제법 큰 학교에 교실이 열 개가 넘는다. 그 교실에 빈틈없이 자리한 민속자료는 수만 점이 넘어서 제법 박물관 형태로 전시할라치면 몇 만 평이 넘어도 모라랄 정도라 하니 가히 어느 정도로 큰지는 짐작이 가고 남는다.

○ 곤충생태원... 100여평 규모의 곤충생태 학습장

박물관 옆에 지난해 문을 연 곤충생태원은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잔디구장과 최상의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100평 규모의 곤충생태 학습장으로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그리고 부모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 다양한 곤충을 만날 수 있는 곤충관과 나비관이 있고, 대형 거미(타란튜라)를 비롯한 이구아나, 도마뱀 등 파충류와 공작, 구관조, 금계, 은계 등 귀여운 새 종류가 어린이들의 친구가 돼 주고 있다.

바다가재, 미니토끼, 염소, 그리고 잉어, 붕어, 피라미 등 우리나라의 토속 민물고기를 볼 수 있고, 물방개, 거북이, 갖가지 개구리와 올챙이, 애벌레, 번데기, 성충 관찰실, 개미, 달팽이 생태 관찰 등 다양한 생태 체험학습 공간과 휴게실을 갖추고 있으며, 장수풍뎅이 애벌레, 누에, 개미, 올챙이 등 관찰학습교재를 공급받을 수 있어 유치원과 초등학교로부터 현장학습을 나온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곳 생태원에서는 애완용 동물과 새, 곤충을 비롯한 사육용품들에 대해서 관람뿐 아니라 판매도 겸하고 있어 가정에서도 자연생태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박물관 밖 넓은 잔디운동장에서는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인 굴렁쇠 구르기, 쟁반 돌리기, 림보놀이, 투호놀이 등을 할 수 있고, 운동회, 체육대회, 야외결혼식에도 안성맞춤의 장소로 유명하다.

이밖에도 옥포동에 소재한 거제박물관, 일운면에 최근 세워진 어촌민속전시관 등 거제도는 박물관의 고향으로 소문 나 있다. 깊어가는 가을날 이곳에서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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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천국의 계단'을 올라 천국을 찾아 떠나 보자

로마의 시스티나성당 천장에 그려져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라는 작품은 세계 최대의 벽화로 '최후의 심판'과 함께 미켈란젤로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으로 그 규격만으로도 544㎡(165평)이나 된다.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티나성당의 천장화를 그리도록 한다. 미켈란젤로는 4년 동안 작업 내용의 프로그램을 짜고 고통을 감내해 가며 일을 완성시킨다. 빛의 창조, 해와 달의 창조, 아담의 창조, 노아의 홍수로 이어지는 그림들은 혼자서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천장 밑에 세운 작업대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천장에 물감을 칠해 나가는 고된 작업이었다.

그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4년만인 1512년 이 대작을 완성한다. 이 그림은 누워서 그렸기 때문에 무릎에 고름이 생기고 떨어지는 물감으로 인하여 눈이 거의 안 보였을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힘든 작업이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 남는다.

▲ 아담과 이브가 살았음직한 천국의 섬, 외도.
ⓒ 거제시청 제공
우리나라에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라는 작품에 버금가는 자연예술 작품이 거제도에 있다. 이창호 회장(1934년 평안남도 순천생, 2003년 3월 작고)이 4년이 아닌 30년에 걸쳐 완성시킨 국내 최대의 자연예술 걸작품인 외도(外島). 전기, 전화는 물론 방파제 하나 없는 외딴섬인 황무지를 자연작품으로 승화시킨 곳이다. 미켈란젤로와 이 회장이 다른 점이 있다면 붓과 물감을 그린 것과 호미와 괭이로 그렸다는 점이 다르다.

이 회장은 1969년부터 당시 경남 거제군 일운면 와현리 산 109번지 등 4만4천여 평에 자연예술품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으로 황무지인 돌섬에 천국의 그림 그리기에 착수한다. 이 자연그림은 30년만에 완성을 보게 되며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외도선착장에 발을 딛으면서 천국으로 들어가는 아담한 하얀 출입문을 지난다. 이어서 양쪽 옆으로 우거진 열대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면서부터 천국 여행이 시작된다.

외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로 불리는 비너스 가든은 원래 초등학교 분교운동장이 있던 자리를 그대로 살려 버킹검궁의 후정을 모티브로 설계한 것으로 지중해를 연상케 하는 건축물과 곳곳에 놓여진 비너스 상들, 그리고 동백나무 프레임이 매우 잘 어우러져, 어찌 보면 너무 인위적인 냄새가 나는 듯도 하다.

▲ 외도의 첫 관문인 아담한 하얀 출입문(왼쪽)과 비너스 가든(오른쪽)
ⓒ 외도보타니아 제공
하지만 분교운동장이 그대로 비너스 가든으로 바뀐 것이 의미하듯 섬 개발의 기본이 되는 전제조건은 자연을 이해하고 최소한의 훼손과 제한된 개발로 자연과 인공이 조화로움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맞추어져 있다고 하겠다. 잔잔한 클래식 선율 속에 바다 내음과 꽃향기에 취해 유럽의 왕이 거처하던 왕궁을 거닐던 모습을 연상하며 차분히 감상하는 것이 이곳 식물원의 관람 포인트라 하겠다.

천국의 계단을 올라 아래로 내려 보면 또 다른 외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올라 왔던 길을 내려가다 보면 가이스카 향나무 숲이 보이고 그 옆으로 개발 전부터 우물이 있던 자리에 석별의 샘이 있어 지금도 약수를 마시며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여기서 조금 더 내려가면 선착장이 눈앞에 나타나며 해금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바다전망대를 볼 수 있고, 외도의 개발과정과 관련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전시해 놓은 기념관을 관람하면 이 회장 부부의 숨은 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저 멀리 수평선에 홍도가 보인다.(왼쪽) 해금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전망대(오른쪽)
ⓒ 외도보타니아 제공
▲ KBS 드라마 <겨울연가> 마지막 촬영장소인 이회장 부부 사택
ⓒ 외도보타니아 제공
이 회장 부부가 살던 사택은 KBS 드라마 '겨울연가'의 마지막 회 촬영장소로 널리 알려져 이 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기념사진 촬영장소로 사랑받고 있으며, 일본인 관광객들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외도는 연간 90만명 내외의 국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중 일본인 관광객은 10% 정도로 그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금 외도는 백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용설란이 우아함과 신비함을 관광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 꽃을 보는 사람은 백년을 무병으로 산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전해 오고 있다. 천국에는 천사가 살고 있다고 했던가? 천사의 꽃도 활짝 피어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외도를 대표하는 외도해상농원은 지난 9월부터 '환상의 식물원'이라는 뜻을 가진 외도 보타니아(OEDO-BOTANIA)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 천사의 꽃(왼쪽), 백년에 한번 꽃을 피운다는 용설란(오른쪽)
ⓒ 정도길

섬 여행, 그 진짜 맛은 유람선 타고 감상하는 것

해금강(海金剛). 해금강은 강이 아니다. 바다 위의 금강산을 뜻하는 것으로 그만큼 아름답다는 것. 해발 116m 3만7천여 평의 이 섬은 중국 진시황제 때 불로 장생초를 구하는 서불이 동남동녀 3천명과 함께 이 곳을 찾으면서 서불과차(徐巿過此)라는 글씨가 새겨질 정도로 약초가 많았다 하여 약초섬이라고도 불려 왔다. 그러나 이 글씨는 1958년 '사라'호 태풍으로 떨어져 나가 역사적인 현장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정말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시 유람선을 타고 불로 장생초가 있었다던 우리나라 명승2호 해금강으로 떠나 보자.

▲ 바다 위의 금강산, 해금강(海金剛).
ⓒ 거제시청 제공
경상도의 투박한 사투리가 섞인 선장 아저씨의 만담 같은 설명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절로 웃음이 나고 재미가 더한다. 섬 여행, 그 진짜 맛은 유람선을 타고 부서지는 하얀 포말을 바라보며 감상하는 것. 바닷물은 원래 새파란데 두 손으로 떠 보면 맑고 투명하며, 파도를 가르는 배가 지나가면 하얀 색깔로 변하면서 포말이 일어나는데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유람선은 속도를 줄이면서 해금강 사자바위의 웅장한 모습에 바짝 다가선다. 사자를 닮아도 어찌 그렇게도 닮았을까? 자연의 신비를 실감케 하는 모습이다. 해금강 본 섬과 사자바위 사이에 떠오르는 일출사진은 국내 최고의 사진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

해금강 일출광경을 필름에 담거나 그 웅장한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다면 매년 10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그리고 12월 25일부터 다음해 1월 10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해금강 마을 바닷가를 찾으면 된다. 전국 명소의 일출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해금강 일출은 전국의 그 어느 곳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여름날 아스팔트 위로 태양의 뜨거운 열기가 눈에 보이듯, 용광로에서 이글거리며 붉게 타오르는 그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 직접 보고 싶다면 해금강으로 오시라.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에서 순식간에 떠오르는 태양의 그 열기를 직접 느낄 것이며, 손으로 잡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것이다.

▲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 오른쪽 바위 꼭대기의 천년송
ⓒ 거제시청 제공
해금강은 외롭지 않다. 태풍이 휘몰아치고 암흑천지로 변하여도 일년 내내 곁에서 지켜주는 사자바위가 있고, 촛대바위, 신랑신부, 성모마리아, 미륵바위 등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십자동굴을 깊숙이 들어간 유람선은 천상의 바위 끝에서 떨어지는 신비의 샘물을 관광객들에게 한 방울씩 똑똑 선사한다.

▲ 운무에 휩싸인 해금강(왼쪽), 촛대바위(오른쪽)
ⓒ 거제시청 제공
이 신비의 샘물을 입안으로 바로 받아 삼키면 자신이 제일로 원하는 그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러고 보면 거제도는 가는 곳마다 오래 살고, 원하는 그 무엇이 있는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섬이 아닐까? 깊어만 가는 가을날, 푸른 바다를 가르며 백년을 무병장수하고 그 무엇을 얻을 수 있는 신비의 섬으로 가자. 거제도여 기다려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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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수산마을에서 바라 본 해금강 사자바위(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일본 섬 대마도)

주제를 찾아 떠나는 가을 맞이 여행

거제대교를 넘어서면서부터 차창 밖으로 푸른 쪽빛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거제도. 그야말로 드라이브 그 자체가 관광이고 즐거움이며 낭만이다. 어디를 가나 푸른바다를 시야에서 놓칠 수가 없다.

거제도가 그리 알려지지 않을 당시의 일화 한 토막. 거제도 맨땅에서 공을 차면 바다로 빠진다는 육지 촌놈(?)들의 그럴싸한 공갈 이야기. 그런 이야기의 숨은 뒷면에는 거제도 사람들을 무시하면서 진짜 촌놈이라고 말하고 싶은 뜻이 담겨 있지 않았을까? 거제도가 관광지의 대명사로 알려지면서부터 그런 오해들은 푸른 바다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

▲ 하늘에서 본 거제대교
거제도는 칠백리 해안선을 끼고 잘 닦여진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만 하여도 하루가 넘게 걸린다. 굳이 대우, 삼성조선소의 웅장한 겉모습이 아니더라도 가는 곳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신비의 모습 그대로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깨달을 것이다.

이런데도 거제도를 찾는 관광객은 기껏해야 해금강, 외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 등 주요 명승지만 돌아보며 거제도를 떠난다. 그래 놓고서는 별로 볼 것이 없다고 말한다. 정말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고 거제도 구석구석 자연의 보고를 찾아 헤매 보시라. 아직 구경하지 못한 비경에 놀랄 것이다. 코끼리 다리 하나만 보고 거제도를 평가한다는 이야기는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7년 전 그러니까 1968년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이디오피아 셀라시에 황제가 우리나라를 국빈방문 하던 중 5월 20일 거제도를 비공식적으로 여행했다고 한다. 지금부터 당시 황제가 여행했다던 거제도의 그 길을 찾아 떠나 보자.

거제대교를 지나면 10여분만에 거제시청에 도착하고, 시청을 지나 800m 지점에서 한국동란의 뼈아픈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을 만난다. 이곳에는 전쟁 포로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엿 볼 수 있어 당시 추위와 굶주림으로 얼마나 처참한 생활을 했는지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흥남철수작전기념탑 준공으로 동란 당시 피난민들이 거제도의 후덕한 인심에 삶을 이어 왔던 이곳을 많이 찾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살아 있는 교육의 장으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쟁교육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 막사 내부에는 6.25의 아픔을 당시 모습으로 느낄 수 있다.

포로수용소를 나와 동부면 구천댐을 지나 구천삼거리에서 좌회전, 망치마을로 향하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서북진입로인 '황제의 길' 들머리로 접어들면 바로 눈앞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이 있다.

그 언덕에 서면 멀리 해금강의 사자바위가 눈에 들어오고 바로 코 밑으로 윤돌섬이 사자바위를 응시하며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하다. 자세히 보면 둘만의 소곤거림을 들을 수 있으니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살짝 엿들어 보시라. 자연을 알면 그 소리가 반드시 들릴 것이다. 다시 차를 타고는 이제부터 황제가 되어 그 길을 따라 꼬불꼬불한 길을 천천히 내려 가 보자. 셀라시에 황제가 너무나 감탄한 나머지 원더풀을 7번이나 외쳤다는 황제의 길.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다.

주말 여행시대를 맞아 발 빠르게 움직이는 한 마을이 있다. 서구풍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모양의 펜션들이 집단으로 늘어서 있는 망치마을이 그곳이다. 아마도 37년 전 그 당시 황제를 멋진 곳에서 대접하지 못한 안쓰러움이 이제야 나타나지 않는가 싶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펜션마을 카페에서 황제가 마셨다던 그 차를 마셔보라. 그 시간만큼은 황제가 된 기분이 들지 않을까?

▲ 이처럼 아름다운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황제의 차를 음미하면서 남부면 도장포 마을에 있는 폐교된 분교에 새로 조성한 해금강테마박물관으로 가 보자. 이곳 1~2층에는 5만여 점의 전시물이 자리 잡고 있는데 영화세트장 모형으로 50~70년대로 다시 돌아 가 어릴 적 기억을 그대로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스쳐 지나치지 말고 자세히 감상하며 기억을 되살려 보라. 이발소, 연탄가게, 만화방, 꽃다방, 쌀집, 왕대포집, 레코드점, 전파상, 인쇄소, 박정희 대통령 사진을 포함한 수많은 사진, 그리고 장작불을 피우는 난로가 있는 교실에서 한쪽은 선생님 다른 한쪽은 학생이 되어 추억의 교정과 수업시간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수업을 마치고 2층 복도로 오르는 계단에서는 설치주의 작가 권기주님의 재생과 생성을 주제로 한 작품을 볼 수 있다. 2층에는 박물관의 또 하나의 자랑인 유럽중세시대의 범선들이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이태리 베네치아 가면 무라노 그라스, 프랑스 도자기 인형, 파이앙스 도자기, 밀랍 인형, 깐느 영화제 포스터, 그리고 세계 작가들의 명화를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 만 여점의 전시물을 관람하고 피로해진 눈과 머리를 잠시 식혀 줄 휴게공간에서 신선이 내려와 비경에 감탄했다는 신선대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서 창문 사이로 펼쳐지는 해금강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 보자. 또 지난 추석에 개봉한 김민종, 김유미가 주연한 영화 <종려나무 숲>으로 유명한 해금강전망대에서 영화의 주인공이 돼 보라.

▲ 옛 시절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박물관 내부

다시 차를 돌려 여차마을 바닷가에 내려 수 억 만년 동안 파도에 씻긴 작은 자갈밭을 거닐며 파도와 노래하라. 노래 소리는 파도소리를 타고 그대의 사랑하는 이에게 전달 될 것이다.

청정해역에서 채취한 돌미역은 여차마을의 자랑이다. 한 단 사서 집에 돌아 가 끓여 먹으면 거제도 특유의 바닷내음 그대로를 맛 볼 것이다. 여차마을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올 여름 '여름특집 - 해변으로 가요' 타이틀에 선정된 국내 10대 해수욕장에 포함될 정도로 이름이 나 있다.

여차마을에서 홍포마을로 돌아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이나 차량 통행에는 지장이 없다. 홍포마을 가는 중간 중간 차를 세워 태평양으로 뻗어져 있는 섬들을 바라보면 탄성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배경 좋은 곳에서 연인과 사진을 찍어 거제도의 자연을 영원히 간직하는 것도 추억을 잘 간직하는 방법. 차를 천천히 몰아 홍포마을에 도착, 그 동안의 드라이브에 지친 심신을 잠시 쉬게 하자.

마을에 있는 넓은 주차장 바로 옆 구멍가게에서 파는 오뎅과 멸치로 끓인 국물 맛을 보면서 앞으로 펼쳐진 장사도, 매물도, 비진도 등 한려해상의 섬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충만하다면 마을 바로 뒤에 있는 망산을 등반하면 더 높은 곳에서 한려해상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 들 것이다.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 여름철 피서객들로 가득 찬 여차해변(좌) 쪽빛으로 채색한 하늘과 바다, 홍포마을에서 바라 본 병대도(우).

거제도에는 남해안 청정해역에서 잡아 올린 자연산 회를 맛 볼 수 있는 횟집이 섬을 돌아가며 도로변 곳곳에 산재해 있어 어느 마을을 가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잠자리는 멋진 풍광을 감상하며 밤바다의 고요함을 느끼고 싶다면 해변에 위치한 펜션을 이용하고, 시내의 밤거리를 구경할 것이라면 고현, 옥포, 장승포 지역 호텔이나 여관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제 차를 타고 거제대교를 향하는 길이다. 남부면 명사해수욕장을 거쳐 동부면, 거제면, 둔덕면을 도는 지방도 1018호선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바다위에 떠 있는 양식장 부표가 한 점의 가을바다 그림으로 연상 될 것이다. 거제대교를 건너면 나의 안식처. 거제도에서 느꼈던 기분을 추억으로 기록하자.
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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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7.06.16 07: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외의 유명한 해변의 풍경보다 더 아름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