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몽돌해변, 파도와 바위의 싸움에서 진리를 깨닫다
  
▲ 파도 거센파도는 바위를 세차게 몰아치며 때리고 있다. 바위는 인내하며 말이 없다.
파도

살아가면서 가끔은 '자연'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던져 봅니다. 불교에서는 '화두'라고 말 할 수 있는데요, 이 세상에 진리를 전파한 큰스님도 자연의 이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이 정도의 지식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자연 속에서 진리를 안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식을 많이 가졌다고 해서 모든 진리를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 파도 성난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파도

  
▲ 파도 성난파도가 뭍에 올랐다.
파도

5월의 마지막 주말인 28일. 지인에게 축하할 일이 있어 울산에 갔다가, 1027번 지방도를 따라 시내에서 약 15㎞ 떨어진 주전몽돌해변에 들렀습니다. 여행을 즐겨하다 보니 어떤 곳에 갔다가, 볼일만 보고 오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적 업무든, 사적 일이든 가리지 않고 어떤 지역에 가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이름난 곳을 둘러봅니다. 물론 떠나기 전, 반드시 여행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사항이지요. 

주말 날씨는 그리 밝지 않습니다. 꼭 화난 사람 표정 같기만 합니다. 날씨뿐만 아니라, 바다도 잔뜩 성이 났나 봅니다. 바닷물은 흰 거품을 쏟아내며 뭍으로 몸을 던져 버립니다. 하지만 힘에 부치는 듯 몸뚱이는 이내 산산조각 나 버리고 맙니다. 그래도 화가 덜 풀렸는지 파도는 꼭 누구한테 따져야겠다는 듯, 계속해서 뭍으로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써 봅니다. 앞보다는 10m 더 올라갔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 선에서 왔다 갔다 하며 그치고야 맙니다. 

  
▲ 몽돌 억겁의 세월동안 파도가 씻긴 윤기나는 몽돌. 이렇게 작은 몽돌은 또 다른 억겁의 세월을 거치면 모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몽돌

동해안은 큰 바다와 이어져 있습니다. 먼 바다에서 힘을 받은 파도는 큰 바위를 무참히도 때립니다. 어떤 때는 있는 힘을 다해 세차게 몰아치고, 어떤 때는 자존심만 상하게 툭툭 건드리며 약을 올리는 수준에 이릅니다. 바위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그 어떤 표정도 짓지 않습니다. 바위는 이렇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 성난파도 성난파도는 바위를 세차게 몰아붙여 때리지만, 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버티며 인내하고 있다.
주전몽돌해변

"그래, 때리려면 때려줘. 얼마든지 맞아줄게. 계속 때려봐. 네 몸만 아플 걸." 

바위는 파도가 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몸뚱이만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때리는 파도가 더 아프다는 것을, 바위는 너무나도 잘 안다는 표정입니다. 한동안 파도와 바위의 싸움을 지켜봤습니다. 자리를 뜰 때까지 둘의 싸움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에는 아마도 싸움은 멈추었겠지요. 누가 이겼는지, 졌는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서로 화해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둘은, 둘의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부드럽고 윤기 나는 돌멩이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수억만 년 전부터 파도는 이곳 바위를 깨트리고 작은 몽돌을 만들었습니다. 몽돌끼리 부딪히는 소리는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그 소리는 인간이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합니다. 억겁의 세월은 주전몽돌해변에 새알 같은 작은 몽돌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누가 압니까? 또 다른 억겁의 시간이 흘러 저 작은 돌멩이가 모래가 될지 말입니다. 

  
▲ 몽돌 윤기나는 몽돌
몽돌

  
▲ 몽돌 파도가 거품을 내며 작은 몽돌을 닦고 있다.
몽돌

약 1.5㎞ 길이에 쭉 뻗어있는 주전몽돌해변을 걷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사진 찍기에도 힘든 세찬 바람과 파도에 흩어지는 물줄기로 몽돌 밭을 걸어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지압효과가 있다는 몽돌 밭을 걸어보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만 했습니다.  

  
▲ 파도 성난파도
파도

주전몽돌해변 이외에도 유명한 몽돌해변이 있습니다. 2000년 환경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선정된 거제도 학동흑진주몽돌해변. 이곳은 약 2㎞에 펼쳐진 몽돌 밭으로 파도에 밀려왔다 쓸려내려 갈 때 내는 소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또 한 곳은 북한지역이 눈앞으로 보이는 백령도 콩돌해안입니다. 이곳은 약 1㎞에 걸친 몽돌 밭으로 형형색색을 한 콩알크기만 한 몽돌이 폭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억겁의 시간을 실제로 체험하고 느끼고 싶다면, 몽돌 밭을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파도 성난 파도는 흰 거품을 일으키며, 누구한테 따지려 하는 듯 뭍으로 올라가려 하고 있다.
파도

  
▲ 파도 성난파도
파도

현명한 사람은 자연을 통해 성찰해 나갑니다. 과오에 대해서는 자연의 모습에서 진리를 발견하고 반성하며 살아갑니다.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한 스승은 자연의 참 된 모습에서 찾는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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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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