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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상지역

믿음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 병풍바위 석불사



국내에서 보기 드문 석재로 만든 대웅전과 마애석불을 찾아서
  
▲ 석불사 병풍처럼 펼쳐진 거대한 암석이 자리한 곳에 석불사가 자리하고 있다.
석불사

남해안 바다 한 가운데를 시원스레 관통하는 거제도와 부산을 연결하는 거가대교. 이 다리는 2010년 12월 14일 개통하였으며, 2개의 사장교(3.5㎞)와 침매터널(3.7㎞) 그리고 육상터널(1.0㎞)로 총 8.2㎞의 길이다. 이로써 거제도와 부산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한층 가볍게 해 놓았다. 소요시간도 종전보다는 많이 단축됐다. 때문에 꼭 가지 않아도 될 일도 '이제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하는 둥' 핑계거리도 없어졌다고나 할까. 그 동안 부산을 오갈 때 몇 차례 가 본 석불사에 28일 또 다시 들렀다. 

  
▲ 마애석불 사천왕상을 한 마애석불
마애석불

석불사는 부산이 자랑하는 금정산에서 뻗어 나온 산자락 하나가 남쪽 만덕동 끄트머리에 다다르는데, 그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절 위쪽으로 거대한 크기의 바위가 군상을 이루며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해서 병풍암이라고도 불린다. 거대한 바위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한 석불사.  

이 절은 석재와 철재로 조성한 절로, 거대한 자연 암석 사이에 세운 전각과 불상이 눈길을 끈다. 부산지역에서 마애석불 절로서도 이름 나 있다. 절 입구 턱 밑, 주차장에 차를 놓고 경사진 대나무 숲길을 오르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끼를 두른 큰 소나무는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다. 

아담한 모습을 한 일주문. 금색도장을 한 '석불사'란 편액이 정겹다. 급경사진 자리에 절을 조성하다보니 마당도 넓지 않다. 높은 받침대를 세우고 마당높이에 맞춰 만든 지혜로움이 돋보이는 종각. 휘고 구부러진 나이 많은 소나무와 동무 삼아 천년 세월을 함께 하자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듯 한 모습이다 

  
▲ 마애석불 암벽에는 16나한상이 조각돼 있다.
마애석불

  
▲ 마애석불 위로는 미륵존불이 아래로는 십일면관세음보살이 조각돼 있다.
마애석불

대웅전은 팔작지붕을 한 2층으로 석재로 건축하였는데, 나무기둥의 목조와는 달리 칸 수가 정확하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용머리를 세운 돌 기둥을 봐서 3칸으로 보이며, 화려하고 섬세한 목조형태의 포와는 달리 포를 대신한 동물모양의 조각은 하나의 예술품을 전시해 놓은 듯 하다. 역시 지붕 밑으로는 부처님을 조각해 모셔 놓고 있다. 또한, 여느 절과는 달리 나무 문양을 한 문이 아니라, 철제문을 만들어 놓았고, 난간도 철제로 돼 있는 점이 특이하다. 

대웅전 옆으로는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 하나가 나 있는데, 이 통로는 절 밖과 연결돼 있다. 예전에는 사람이 다녔다고 하는데, 지금은 문이 닫혀 있어 다닐 수 없게 돼 있다.  

  
▲ 석불사 석불사에 오르면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석불사

  
▲ 범종각 높은 받침대를 세우고 마당높이에 맞춰 만든 지혜로움이 돋보이는 종각. 휘고 구부러진 나이 많은 소나무와 동무 삼아 천년 세월을 함께 하자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듯 한 모습이다.
범종각

두 손 모아 삼배하고 대웅전 뒤로 들어서니 거대한 바위가 눈앞에 떡하니 버텨 서 있다. 사방이 움푹 팬 듯한 공간에 좌우로는 높이가 족히 30~40m의 바위로 둘러쳐져 있는 터. 넓게 보아도 100㎡가 돼 보이지 않는 좁은 면적의 그곳은 서방정토요, 극락세계였다. 온 기운이 빠져나감을 느낀다. 꿈을 꾸며 천상의 세계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저 높은 암벽에 어떻게 불상을 새겼을까. 그 웅장함에 기가 눌린다. 불상의 표정도 온화하며 다양하다. 불상의 수도 하나 둘이 아니다. 석가모니불, 비로자나불, 약사여래불, 미륵불, 십일면관세음보살불, 16나한상 그리고 사천왕상 등을 포함하여 총 29개의 불상이 새겨져 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최대규모의 마애석불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큰 바위에 자연적으로 생긴 틈새에 부처님을 모셔 놓았다. 두 분의 부처님에 두 개의 촛불이 세상을 밝혀 주고 있다. 이승의 인연을 끊음일까, 속세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라는 뜻일까. 제 몸을 태워 세상을 밝게 비추는 촛불이 가진 깊은 의미를 다시금 새겨 주고 있다 

  
▲ 부처님 곧 무너질 듯 한, 큰 바위와 작은 바위 사이에 부처님이 계신다. 부처님은 위태로운 이런 공간에 믿음 하나만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처님

몇 십 개의 돌계단을 오르니 돌로 만든 독성산령각이 나온다. 작은 공간이지만 역시 부처님의 세상이다. 옆으로 작은 틈이 하나 있다. 겨우 몸을 비켜 세워야만 지날 수 있는, 아주 작은 폭의 틈새. 힘겹게 지나니 또 다른 불국토의 세상이 나온다. 곧 무너질 듯 한, 큰 바위와 작은 바위 사이에 부처님이 계신다.  

부처님은 위태로운 이런 공간에 믿음 하나만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만약, 큰 바위를 지탱하는 작은 바위가 없다면 하는 생각에 이르면 아찔하다. 믿음이 없다면, 얼마나 긴 이 세월을 참고 견뎌 왔을까? 한 쪽이 힘들다고, 다른 한 쪽이 믿음 없이 쉽게 포기한다면 결국, 둘은 공멸하고 말지 않겠는가?  

  
▲ 석굴법당 암벽에 있는 작은 석굴은 그 자체로도 장엄함이 넘치는 법당이기도 하다. 암굴에서 나는 송불 소리는 바깥세상을 향해 넓고도 멀리 퍼져 나갈 것이다.
석굴법당

  
▲ 풍경 석재로 만든 대웅전 처마에 걸린 풍경. 부처님 모습도 보인다.
풍경

갑자기 군 시절 목봉체조 훈련시간, 교관의 훈계가 떠오른다. 

"한 사람이 힘들다고 꾀를 피우면, 다른 사람이 꾀를 피우고, 그러면 모두가 힘들어진다. 훈련은 마쳐야 하는데, 나 하나 괜찮다는 식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훈련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그러니 서로를 믿고 하나가 됨이 중요하다. 

훈련 받을 때는 힘들고 귀찮아서,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참으로 옳은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절을 찾을 때면 이렇게 나 자신을 돌아본다. 꼭 절터가 아니더라도 자연의 이치에서 배울 것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모든 것은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명언도 자연에서 터득한 진리 아니던가? 

  
▲ 불심 서울에서 왔다는 불자가 아들의 건강과 소원을 기도하고 있다.
불심

나오는 길, 대웅전 앞에서 정성스레 합장 기도하는 불자를 만났다. 서울에서 왔다는 불자는 아들이 프로축구 선수인데,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기도하러 들렀다고 한다. 나도 합장 기도로 마주하며 소원성취토록 빌어 주었다 

석불사는 1930년 창건한 절로 그리 오래된 절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불자와 여행객들로부터 관심을 끄는 것은 국내 최대규모라 할 수 있는 마애석불이 있기 때문. 또한 석재와 쇠로 만든 전각은 국내에서 보기가 드물다. 암벽에 있는 작은 석굴은 그 자체로도 장엄함이 넘치는 법당이기도 하다. 암굴에서 나는 송불 소리는 바깥세상을 향해 넓고도 멀리 퍼져 나갈 것이다. 

주차장엔 아주 진한 녹색 잎을 가진 감나무가 한 그루가 서 있다. 감꽃은 이미 떨어지고 열매는 영글어져 가고 있다. 붉은 단풍이 드는 계절, 다시 들르고 싶은 마음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