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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풍의 시

[행복찾기] 집 마당 땅을 파다 흙 속에 파묻힌 돌부처를 만나다/해탈에 이른 돌부처는 자연미인/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돌부처


[행복찾기] 집 마당 땅을 파다 흙 속에 파묻힌 돌부처를 만나다

/해탈에 이른 돌부처는 자연미인/죽풍원의 행복찾기프로젝트




돌부처


너를 처음 마주 한 순간

합장 기도를 올렸다


나는 뱃속에서 태어났고

너는 땅속에서 태어났네

아직 중생에 머문 나

이미 해탈에 이른 너


살며시 웃음 짓는 표정

긴 코는 미끈함을 넘어섰네

입술은 미소를 살짝 머금었고

기다란 귀는 부처님을 쏙 빼닮았네

맵시 돋보이는 얼굴


이리 보면 근엄하고

저리 보면 온화하고

바로 보면 자비스럽고

돌아 보면 평화스럽네

 

기분 좋을 때도 웃는 표정

마음 상할 때도 옅은 미소

볼 때마다 달라지는

천의 얼굴을 가진

너는 천안(天眼)의 부처로다


괴괴함이 내려앉은 자리

뺨에 손가락을 살며시 댄 채

잔잔한 미소로 깊은 사색에 빠진

미륵보살반가상이 아름답다지만

겉은 청동으로 치장하고

속은 꾸며내어 국보로 신분 상승

사람이 만든 반가상


오묘한 얼굴

너는 자연미인

천 년의 세월을 기다렸던가

네가 태어난 그 자리에

돌 탑 쌓아 모셨다네

천안(天眼)의 돌부처님


<竹 風>






십 여일 전.

집 마당을 손질하다 땅속에서 큰 돌이라 할 수 있고, 작은 바위라고도 할 수 있는 돌 하나를 팠다.

표면이 부드럽고, 모양새도 요상해서 물로 닦아보니 꼭 부처님을 닮았다.

하여,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 마당 한편에 작은 돌탑을 쌓아 꼭대기에 모셨다.

‘내 눈에 안경’일까, 완성작을 보니 그럴싸하게 보였다.

‘돌부처’다.


사방팔방에서 보니 온갖 모양새로 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천안(天眼)을 가진 돌부처.

집을 드나들 때 엷을 미소로 주인장을 대한다.

돌부처가 웃는 웃음, 그 웃음이 내가 짓는 웃음이 아니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