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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사는이야기] '개팔자는 상팔자'라는 말은 개에 대한 욕

 

[사는이야기] '개팔자는 상팔자'라는 말은 개에 대한 욕

 

 

[세상사는 이야기] '개팔자는 상팔자'라는 말은 개에 대한 욕

 

어느 사찰에 들렀는데 축담에 늘어져 자는 개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보입니다. 네 다리는 기지개를 펴듯 쭉 뻗었고, 꼬리도 길게 늘어뜨렸습니다. 머리는 푹신한 베개 대신 단단한 돌베개를 배었습니다. 자면서도 경계를 할 요량인지, 귀는 쫑긋 세웠습니다. 주인인 듯 한 신발도 한 켤레 놓여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도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어대니 셔터 소리에 눈만 멀뚱멀뚱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면서 나를 의식하는 듯 경계하는 눈칩니다. 문득,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런 말이 나온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법 합니다. 농촌에서 농번기는 참으로 바쁩니다. 대여섯 살 어린 아이도 심부름으로 부족한 일손을 도웁니다. 그런데 개는 축 늘어져 잠만 잡니다. 그렇다고 먹이를 주지 않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막연히 아는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뜻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렇게 나옵니다.


“놀고 있는 개가 부럽다는 뜻으로, 일이 분주하거나 고생스러울 대 넋두리로 하는 말.”

“제 팔자가 하도 나쁘니, 차라리 개 팔자가 더 좋겠다는 넋두리로 하는 말”


단순하게 이 뜻만을 풀이하면, 개한테 하는 욕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뜻은 분명 한쪽만 보고 말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한쪽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야산 묘지에서 불이 나 목숨을 잃을 뻔한 주인을 위해, 제 몸에 물을 묻혀 불을 꺼 주인을 구한, 장한 개도 있습니다. 집에 불이 난 상황에서 안방에 자는 주인을 구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추운 겨울, 개와 산책 나간 할아버지가 쓰러져 영하의 기온에 죽을 위기에 놓였을 때, 배 위에 앉아 체온을 전달하여 목숨을 살린 경우도 있습니다. 차가 달리는 도로변에서 쓰러진 주인을 위해, 자리를 지킴으로서 교통사고를 방지한 충견도 있습니다.


이렇게 주인을 위해 충성을 다한 개를 보면서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은 욕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입니다. 이제부터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축 늘어져 잠에 떨어진 개를 보면, ‘아 주인을 위해 참 고생을 많이 했구나. 피곤해서 쉬는 모양이네’라고 말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은 끝이 나지 않습니다. 고생도 끝이 없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축담에 축 늘어져 자는 개가 부럽기도 합니다. 제할 일을 다 하고 편히 쉬는 모습이 말입니다.

 

 

[사는이야기] '개팔자는 상팔자'라는 말은 개에 대한 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