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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순천여행] 아름다운 마무리/한 줌의 재로, 한 줌으로 흙으로 돌아 갈 것을/불일암, 법정스님 계신 곳에서

[순천여행] 아름다운 마무리/한 줌의 재로, 한 줌으로 흙으로 돌아 갈 것을

/불일암, 법정스님 계신 곳에서

 

불일암. 송광사에서 약 30여 분 산으로 걸어 오르면 불일암이 나온다.

 

[순천여행] 아름다운 마무리/한 줌의 재로, 한 줌으로 흙으로 돌아 갈 것을

/불일암, 법정스님 계신 곳에서

 

오늘도 헛빵(방)이다.

지인과 티격태격, 별것도 아닌 일을 두고서.

별로 잘난 것도 없어 보이는데도, 참 서로가 잘 났다.

나도, 상대방도.

 

마음의 상처만 안고 돌아왔다.

다시는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수천 번 인다.

그러려면 머리 깎고 산으로 들어가는 일 밖에 없다.

전부 내려놓자니 미련이 많은 것 같다.

버린다는 생각이 들지만, 솔직히 아까운 생각은 들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무엇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지난 주.

'법정스님 계신 곳'에 다녀왔다.

스님의 향기와 체취를 맡기 위해서.

산을 오르고 숲길을 지나 입구에 가니 대숲 터널이 나온다.

원형 대숲 터널 끝 자락을 빠져나가니, 이곳이 곧 수미산이다.

 

합장 기도했다.

그 누군가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침묵만이 흐른다.

발걸음 한 발 자욱 옮기는 것도 조심스럽다.

아, 계단 입구에 '묵언'이라고 써 놓은 것을 나중에야 보았다.

수행처인 이곳에서 떠드는 사람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곳에 왜 오는 것일까' 궁금하다.

 

 

'법정 스님 계신 곳'.

후박나무 옆 좁은 자리에 이런 팻말이 있다.

그 아래에 이렇게 적혀있다.

"스님의 유언에 따라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후박나무 아래 유골을 모셨다"

 

그렇다.

인간은 언젠가 한 번은 죽는 법.

그리고 한 줌 재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때 묻지 않은 순결함을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또 하나의 글귀.

 

무소유길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 법정스님 <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

 

 

그래, 아름다운 마무리가 어떤 것인지 알았다.

그런데, 알기만 하면 뭐하겠는가?

이제 행동으로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합장 삼배합니다. _()_   _()_   _()_

 

 

[순천여행] 아름다운 마무리/한 줌의 재로, 한 줌으로 흙으로 돌아 갈 것을

/법정스님 계신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