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처님] 만남/ 법정스님/ 오늘의 법문
함양군 백전면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 상연대.(해발 850m여 높이에 있다.)
만남/ 법정스님
사람은 엄마에게서 태어난 것만으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동물적 나이만 있을 뿐
인간으로서의 정신 연령은 부재다.
반드시 어떤 만남에 의해서만
인간이 성장하고 또 형성된다.
그것이 사람이든 책이든 혹은 사상이든
만남에 의해 거듭거듭 형성해 나간다.
만난다는 것은 곧 눈뜸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세계가 새롭게 열리고
생명이 줄기가 푸르게 용솟음친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비로소 인식하는 것이다.
산문스런 시정의 거리에는
저마다 누구를 만나러 감인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생명의 환희와 감사의 마음이
따르지 않는 것은 다만 마주치는 것이요,
사교일 따름이다.
만나는 데는 구도다적인
엄숙한 자세가 있어야 한다.
나의 본질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삶을 이루어 나갈 것인가?
이런 의식을 지니고 찾아 헤맬 때에만
만남은 이루어진다.
나 하나를 어쩌지 못해
몇 밤이고 뜬눈으로 밝히는 그러한 사람만이
만날 수 있다.
만난 사람은 그때부터 혼자가 아니다.
그는 단수의 고독에서 벗어나
복수의 환희에 설레면서
맑게맑게 그리고 깊게깊게 승화한다.
만남/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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