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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문

[나의 부처님] 여백의 미/ 법정스님/ 오늘의 법문

 

여백의 미/ 법정스님

 

한 걸음 물러나 두루 헤아려 보라.

좀 모자라고 아쉬운 이런 여백이 있기 때문에

우리 삶에 숨통이 트일 수 있지 않겠는가.

 

친구를 만나더라도 종일 치대고 나면,

만남의 신선한 기분은 어디론지 새어나가고

서로에게 피곤과 시들함만 남게 될 것이다.

 

전화를 붙들고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우정의 밀도가 소멸된다는

사실도 기억해 두어야 한다.

 

바쁜 상대방을 붙들고 미주알고주알

아까운 시간과 기운을 부질없이 탕진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웃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고

자신의 삶을 무가치하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인간관계는

그립고 아쉬움이 받쳐 주어야 한다.

 

덜 채워진 그 여백으로 인해

보다 살뜰해질 수 있고,

그 관계는 항상 생동감이

감돌아 오랜 세월을 두고 지속될 수 있다.

 

등잔에 기름을

가득 채웠더니

심지를 줄여도

자꾸만 불꽃이 울라와 펄럭거린다.

 

가득 찬 것은 덜 찬 것만

못하다는 교훈을 눈앞에서 배우고 있다.

 

여백의 미/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