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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거제도

거제도, '바다의 군주호'를 아시나요?


거제도, '바다의 군주호'를 아시나요?


거제도, '바다의 군주호' 모형

2012. 1. 3일 포스팅에 이어 두 번째 거제도 조선해양문화관에 모형으로 전시된 배 모양을 보여 드립니다.

오늘은 '바다의 군주호(Sovereign of Sea)'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거제도 조선해양문화관에는 간단히 이렇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최초로 3층 갑판으로 무장하여 17세기 영국 해군을 대표했던 군용 범선이라고 합니다."

이 한 줄의 문장으로 성이 차지 않아 인터넷을 구석구석 훓어 보았습니다. 배의 크기만큼이나 소개도 거창하고, 경력도 화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 찰스 1세가 왕실 조선기술자 '피니어스 페트'에게 세계에서 제일 가는 배를 만들도록 명하여, 1637년 '울위치' 조선소에서 준공하였습니다. 총톤수 1,522톤, 전장 약 200피트, 용골장 127피트, 폭 46피트, 흘수 22피트에 포 102문을 장비한 3층 갑판선(갈레온선)으로, 당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군함이었으며, 이 배의 설계 모형은 19세기에 이르기까지도, 영국의 1급함의 원형으로 사용되었을 정도다.

그 장식으로로는 선수(배 머리)에 영국 최초의 절대군주 '에드가 평화왕'이 말발굽으로 적국의 왕 7인을 짓누르는 기마상이 서 있고, 선수부 측면에 그레이하운드 사냥개, 용, 사자, 유니콘 등 동물상과 장미, 엉겅퀴, 백합 등 왕가와 귀족의 가문이 새겨져 있다.

선수부의 전면에는 신중, 주의, 근면, 강건, 용기, 승리를 상징하는 여신상이 장식, 현측 상단에 로마 황제상과 황도십이궁이 교대로 그려져 있으며, 선수루 중단에 갑주, 무기, 악기 등이 하단에는 단순한 문양이 그려져 있다.

또한, 선미(배 꼬리)회랑의 전면에 신화에 얽힌 조각을 하고, 선미루 후단에 넵튠, 주피터, 제이슨, 헤라클레스 등에 둘러싸인 승리의 여신상을 조각하고, 키 핀의 양측에도 '바다의 풍파를 거느리는 신이여! 위대한 찰스의 이 군함을 지키소서'라는 라틴어 명이 새겨져 있다.

'바다의 군주호'는 영국 국민의 고혈로 건조되어 원성도 샀으며, 찰스 1세를 단두대로 보낸 간접적 원인이 되기도 했다. 1660년 'Royal Sovereign'으로 이름이 바뀐 바 있으며, 크롬웰은 금색 찬란한 장식을 떼 내고 보다 검소한 색깔과 모양으로 바꾸려 했으나, 1670년 네덜란와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고 적으로부터 '황금의 악마'라는 이름을 받기까지 한 이 배를 애석히 여겨 그대로 유지한 바 있으나, 1696년 채팀 조선소에서 수리 중 촛불 한 자루가 넘어져 화재로 인해 '바다의 군주호'는 60년간의 화려한 생을 마쳤다.


'바다의 군주호(Sovereign of the Sea)' 경력

1634. 12. 21 용골길이 124피트, 빔 46피트, 흘수선 22피트, 90gun의 배 모형 설계도를 Phineas Pett에 의해 Hampton Court(런던의 옛 왕궁)의 Charles 왕에게 제출
1635. 04. 07 해군제독 Sir John Pennington, 식민지 해군제독 Sir Robert MansellⅡ, John Wells가 참가한 토론회에서 Phineas Pett의 설계도는 용골길이 127피트, 빔 46.2피트로 설계도 다시 수정
1635. 04. 17 용골은 1피트 단축, 4인치 증가된 빔으로 설계도는 다시 수정
1635. 12. 21 울위치 조선소에 용골작업 시작
1637. 09. 25 최초의 배 진수가 실패
1637. 10. 14 한사리 물 때에 맞춰 진수
1638. 07. 12 닻을 단 배를 바다에서 실험
1638. 12. 07 왕이 조선 현장을 방문하여 함포를 102개로 확대
1651           선루의 높이는 단축시키고, 선미루 갑판 topgallant는 제거
1652. 09. 28 네덜란드와의 Kentish Knock 전투에 참가하였고, 전투를 끝내는데 기여
1659~1660 Chatham 조선소에서 배 목수 John Taylor에 의하여 수리되면서 뱃머리를 새롭게 단장
1660 찰스 2세의 왕정복고시대에 이름을 바꿈 'Royal Sovereign'
1660. 06. 01~04 네덜란드 함대를 상대로 The Four Day's Battle 참가
1666. 07. 25 The Battle of St. James' Day 참가
1673. 08. 11. 네덜란드 해군을 상대로 The Battle of Solebay 참가
1685 배 목수 John Lee에 의해 131피트의 용골, 48.8피트의 빔으로 Chatham 조선소에서 수리, 원래의 기마상 figurehead는 사자로 대체
1690. 06. 30 프랑스 함대를 상대로 The Battle of Beachy Head 참가
1692. 05. 19 프랑스 함대를 상대로 The Battle of Barfleur 참가
1696. 02. 27 Chatham 조선소에서 수리 중 촛불이 떨어진 화재로 60년의 화려한 생을 마감


그런데, 배의 이름과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한 방울의 촛불로 인하여 영원히 사라지다니. 역사적 가치가 깊은 대형 배가 실수로 불타 없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자나 깨나 불조심'이 틀린 말이 아니군요. 중요한 역사적, 문화적 자산을 잃은데 대해서는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 아닐까요? 문득, 숭례문 화재로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화유산을 잃은 것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 사진은 거제도 조선해양문화관에 전시된 각종 범선 모형입니다.



거제도, '바다의 군주호'를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