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바다보며 '키스하기 좋은 곳', 여기입니다/장사도여행

[통영 장사도] 쪽빛 바다와 동백꽃이 어우러진 환상의 섬 

 

지금 통영 장사도 전역에는 동백꽃이 피고 있다.


차가운 공기를 내뿜던 겨울도 지쳤는지 포근한 기운이 감돈다. 입춘을 이틀 앞둔 2일. 거제도 남쪽 마을 저구항은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잔잔한 바다 위, 큰 밧줄에 묶어 있는 유람선은 겨울을 벗어나려는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겨울을 버리고 봄을 맞이하려는, 삶의 풍경이 녹아있는, 거제도 겨울바다 풍경은 봄 마중을 나서라 재촉하고 있다.


장사도. 이 섬은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산 4-1번지에 속해 있다. 그런데 거제도를 코앞에 두고 있는 이 섬이 왜 통영시에 소속돼 있는가이다. 거제 본 섬과 제일 가까운 거리가 약 800m인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고도 남는다. 이런 속사정을 안고 있는 장사도에 겨울을 뒤로하며 봄을 찾으러 떠났다.


주말이라 그런지 많은 여행자가 유람선에 올랐다. 스크루는 세찬 물살을 가르며 하얀 거품을 뱉어낸다. 바닷바람이 얼굴에 닿자, 차갑기 보다는 시원함이 느껴진다. 수십 마리의 갈매기가 유람선을 따라오고 있다. 2층 갑판에서 여행자가 새우깡으로 갈매기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저구항에서 약 15분 거리의 장사도까지 유람선을 따르며 하늘을 나는 갈매기 떼.

 

거제도 저구항에서 통영 장사도까지 유람선을 따라 하늘을 나는 갈매기 떼.


섬은 고요하다. 잘 닦여진 언덕진 도로를 따라 걸으니 봄 향기가 물씬 풍긴다. 수줍은 듯 핀, 동백꽃은 말없이 웃고만 있다. 다른 그루의 동백나무엔 수많은 꽃이 피었다. 동백섬이라는 말이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바람에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국화꽃 모양의 작은 꽃이 앙증스럽다. 가을에 피어야 할 꽃이 이제 핀 것인지, 이른 봄에 제대로 핀 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예쁘기만 하다.


가쁜 숨을 쉬어야만 할 시간, 야트막한 정상에 도달했다. 사방으로 탁 트인 바다가 싱그럽다. 햇살을 받은 쪽빛바다는, 반짝반짝 은색을 띤다. 가까이로, 멀리로, 올망졸망한 섬들은 형제처럼 다정하다. 내가 사는 거제도가 아름답다 하지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그 어디에 있을까 싶다.


장사도 달팽이전망대에 서면 아름다운 자연이 한 눈에 

 

달팽이전망대에서 바라 본 장사도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


같은 유람선을 탄 여행자들은 앞만 보고 달리듯 걷는다.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느끼는 것인지, 지인들과 수다 떨며 동네 한바퀴를 운동하듯 도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관리자로부터 섬 여행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장사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지 못하고 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기 달팽이 전망대에서 서면 이 섬의 전체적인 풍광을 볼 수 있습니다. 바닥에 화살표가 새겨진 대로 이동하면, 이 섬과 주변 섬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어 좋습니다.”

 

1991년 폐교된 한산초등학교 장사도분교.


유람선에서는 섬에서 2시간의 여유를 주는데, 이 시간이면 탐방코스를 따라 넉넉하게 관람할 수 있다. 내리막길 옆에 한산초등학교 장사도분교가 있다. 이 학교는 1968년 개교하여 전교 20여명 학생들의 배움터로, 1991년 폐교되었다. 운동장에는 150여 그루의 분재나무가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아직도 그 때 그 당시, 어린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학교 앞 정원에는 아이를 안은 어머니의 석상과 ‘충효’ 표지석이 그 때 그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사도 무지개다리.


섬 안에 붉은 색을 칠한 다리가 놓여 있는데, 무지개다리라고 한다. 다리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많은 여행자가 다리 중간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어 섬 남쪽 끄트머리 못 미쳐 달팽이 전망대에 섰다. 여기서 섬 북쪽으로 바라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바로 뒤로는 섬 남쪽 끝 승리전망대다. 이곳에서는 비진도, 용초도, 죽도, 추봉도 그리고 한산도 등 다른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그야말로 통영바다는 크고 작은 섬들을 품고 있는 어머니 같은 존재라는 느낌이다.


바닥에 새겨진 화살표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갔다. 울창한 동백 숲은 원시림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군데군데 전망대가 있고, 표지판에는 섬마다 제 이름을 새겨놓았다. 청춘남녀가 이 전망대에 선다면, 쪽빛바다를 보며 딱, ‘키스하기 좋은 곳’이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사랑이 이루어 질 것만 같다.

 

장사도 야외공연장.


온실에는 갖가지 선인장 등 열대식물이 자라고 있다. 아기자기 꾸민 모습을 보니 많은 정성이 들었다. 또 다시 숲길로 접어들자 귀에 익은 음악이 발길을 재촉한다. 음악에 맞춰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음음음, 음음음음(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파도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스르르 팔을 베고/잠이 듭니다.”

 

누비하우스에서 바라 본 남해 쪽빛바다와 섬.


애잔한 음악에 눈물이 나려 한다. 처음엔 기억이 나지 않아 응얼거려지던 가사도, 이내 기억이 되살아난다. 어릴 적 불렀던 가사가 잊혀지지 않고 기억나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너와지붕 섬아기집을 지나 동백 숲 언덕길을 오를 때까지 노랫소리는 귓가를 맴돌고 있다.


학습관, 미로정원을 지나 동백터널길이 이어진다. 목채로 송두리째 떨어지는, 선혈이 낭자한 듯 붉은 빛의 동백꽃 송이가 애처롭다. 야외공연장에 이르자 작은 무대와 널찍한 공간이 주변의 자연과 조화롭다. 객석의 긴 의자에 앉으니 푸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런 공간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기분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3천 원이면 맛보는 고구마가 주재료인 빼때기죽

 

장사도 여행을 마치고 누비하우스에서 쪽빛바다를 보며 배를 채울 수 있는 고구마로 만든 빼때기죽.


섬 관리동인 누비하우스에서 그릇에 3천 원 하는 빼때기죽을 주문했다. 빼때기는 고구마를 얇게 썰어 말린 것으로 경상도사투리다. 조, 돈부콩, 빼때기를 넣어 푹 고운 죽 한 그릇을 먹으며,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겨울바다가 정겹다. 잠시 숨을 돌리고 미인도전망대에서 또 다시 바다풍경에 빠져든다. 이 섬에 전망대를 설치한 곳만 해도 달팽이전망대, 승리전망대, 다도전망대, 부엉이전망대 그리고 미인도전망대 등 총 6곳이지만, 섬 어느 곳을 가더라도 바다풍경을 볼 수 있어, 전망대를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다.

 

통영 장사도와 약 800m 떨어진 거제도 본 섬. 왼쪽 뒤로 거제도 망산이 보인다.


야외갤러리에서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재미에 빠져든다. 동백꽃 향기에 푹 빠진, 섬 일주 도보여행은 이곳 조각품을 보며 또 다른 여행의 별미를 느낀다. 숲 사이로 보이는 거제도 남쪽 끝 하얀 등대가 외로이 서 있다. 2시간의 장사도 탐방이 끝날 즈음, 안내판에는 ‘선착장까지 9분 거리’라는 안내판이 적혀있다. 배를 타기 위해 내리막길로 접어들자, 어린이와 노약자를 위한 나무계단이 설치돼 편리하게 걸었다. 그런데 섬에 오를 때와 다른 분위기다. 알고 보니, 유람선이 섬에 도착하는 곳과 출발하는 선착장이 다른 곳에 위치하기 때문이란다. 시끄러운 엔진소리는 유람선을 뒤로 밀어내고 있다.


통영의 외딴섬인 장사도. 이 섬은 개발되기 전 14가구 80여 명의 주민이 살았다고 한다. 분교와 작은 교회도 있었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때, 섬에 부임한 염소선생님의 이야기는 ‘낙도의 메아리’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10만여 그루의 동백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그리고 천연기념물인 팔색조와 풍란, 석란은 이 섬의 자랑거리다. 길게 쭉 뻗은 섬의 형상이 누에를 닮았다 하여 ‘잠사도’, 뱀을 닮았다고 ‘진뱀이섬’이라고도 불렀다.

 

장사도 안내도


장사도는 여러 가지 자랑거리에도 불구하고, 가장 잘 설명되는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주변으로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바다풍경과 크고 작은 섬을 빼 놓을 수는 없다. 죽도, 대덕도, 소덕도, 가왕도, 용초도, 매물도, 비진도 등 여러 섬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다가옴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에는 3천개가 넘는 섬이 있다. 제각각의 사연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겠지만, 이곳 장사도에서 느끼는 감정은 분명 남다름으로 다가온다. 장사도, 이 섬에서 봄을 맞이했다.

 


여행안내

. 거제도 저구항(남부유람선) → 장사도 수시 운항(15분 정도 소요). 요금 대인 15,000원, 소인 9,000원이며, 장사도 입장료는 별도로 어른 8,500원, 중고생 7,000원, 초등학생 5,000원입니다.

. 남부유람선(거제시 남부면 저구리 201 지선해역, 예약문의 055-632-4500, 7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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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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