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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거제도

1만여 평에 활짝 핀 노란 수선화, 보기만 해도 춤이 절로/거제도여행

 

1만여 평에 활짝 핀 노란 수선화, 보기만 해도 춤이 절로/거제도여행

거제 공고지, 강명식 할아버지 인생사 담아 탄생/거제도 가볼만한 곳 

 

 

운동장만큼이나 넓은 물량장엔 빈틈없이 주차한 차들로 빼곡하다. 차량 한대가 빠져 나가면, 다른 차가 먼저 주차하려고 신경전이 펼쳐진다. 어민들이 사용하는 어구 작업장과 수산물 건조를 위하여 웬만한 어촌에서는 넓은 물량장을 확보하고 있다. 거제 일운면에 위치한 작은 예구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4일인 일요일. 전국에서 봄나들이 떠난 차량이 이곳 예구마을 물량장에 다 모였다는 느낌이다. 작은 산 고개 하나 너머에 있는 수선화 피는 마을, 공고지를 찾기 위해서다.

 

 

주차할 공간을 찾아 겨우 주차하고 언덕길 진입로에 들어섰다. 수많은 인파가 시멘트 포장길을 오른다. 어깨에 아이를 태우거나 베이비 캐리어에 아이를 엎은 채, 수난(?)을 당하는 아빠들의 사랑스런 모습이 정겹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 포장된 진입로는 말끔히 포장이 돼 있다. 봄철 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니 행정에서 주민건의사항을 받아들인 것 같다. 봄철 황사의 영향인지 날씨가 그리 맑지는 않다. 

 

 

십여 분을 걸어 야트막한 언덕에 올라섰다. 언제나 변함없이 우뚝 서 있는 내도와 명승 2호 ‘거제해금강’이 눈앞에 펼쳐진다. 지난 십여 년 동안, 매년 봄이면 이곳 공고지에 꽃을 구경하러 들렀지만 변하지 않은 풍경이다. 공고지는 마을 이름인 ‘공곶’을 소리 나는 데로 부르는 이름이다. 이곳 공고지는 강명식 할어버지 내외가 1960년대 초부터 가꾸어온 1만여 평의 농장이 있다. 농장에는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하는 수선화를 비롯하여 동백나무와 종려나무가 많다. 새하얀 눈꽃을 닮은 설유화도 순백의 설원처럼 초록바탕에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겨우내 하얗게 말라비틀어진 잎사귀 사이에서 앙증맞은 꽃잎 몇 장이 새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 흔히 보는 제비꽃이다. 바람이 꽃잎을 살짝 건드리니 춤을 춘다.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으려 머리를 땅바닥에다 조아려야만 했다. 자기를 보려면 고개를 숙여야 된다나. 자연의 이치를 공부하는 셈이리라. 

 

 

계단식 기다란 밭에는 수선화가 물결을 인다. 봄바람에 살랑거리며 노랗게 미소 짓는 모습이 정말로 아름답다. 반대 쪽 밭에 피어난 수선화도 자기를 봐 달라 아우성이다. 하는 수 없이 같이 놀아 줄 수밖에 없다. 한동안 그렇게 수선화와 춤추며 놀았다.

 

봄철 거제도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이곳, 수선화 피는 마을 공고지

 

짙게 바른 립스틱보다 더 붉은 동백이 꽃을 피웠다. 노란 수술대가 붉은 색과 대조를 이룬다. 햇살에 역광으로 비치는 꽃잎. 동백꽃이 이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드물게 느껴진다. 바로 옆에는 흰색 꽃을 피운 동백나무가 있다. 동백나무 종류도 수백 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처럼 흰색 동백꽃을 보기란 흔하지 않다. 탐스러운 모습으로 순백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그 옆으로는 접을 붙여 피운 꽃인지, 흰색과 붉은 색이 섞인 동백꽃이 눈에 띈다. 화려한 모습으로 치장하고 있다. 

 

 

갯가 몽돌 밭에는 많은 여행자들이 저마다의 즐거움에 빠져있다.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지만, 속마음은 언제쯤 고기가 입질을 할지 궁금해 할 터다. 큰 텐트를 치고 봄 햇살을 피해 누운 젊은 남녀는 무슨 생각을 할까. 동몽이상일까, 이상동몽일까. 계모임으로 보이는 여러 사람은 고기 굽기에 여념이 없다. 먹는 즐거움에 푹 빠진 여행자들은 아름다운 풍경에는 관심도 없는 것만 같아 보인다. 푸른 바다를 가르고 통통거리며 지나가는 어선은 제 갈 길이 바쁜 모양이다. 갈매기 떼가 배를 따라 나는 걸 보면 아마도 만선을 했나 싶나 싶기도 하다. 할머니는 고동 줍기에 바쁘고, 손자는 할머니가 주운 고동을 건네받고 혹여 놓칠세라 두 손에 꼭 쥐고 있다. 이 모두가 공고지에 여행 온 사람들의 풍경이다.

 

 

공고지 몽돌 밭 바로 앞에는 안쪽에 위치한 섬이라 부르는 내도가 자리하고 있다. 그 너머로는 거제여행지 1순위라 하는 바깥섬인 ‘외도’가 자리한다. 도선과 유람선은 많은 여행자를 내도와 외도로 실어 나른다. 봄은 이처럼 사람들을 집에 묶어놓지 않고 밖으로 불러내고 있다. 갯가에 서서 한 동안 이런저런 생각에 흠뻑 빠졌다 싶을 즘,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는 깊은 호흡으로 봄 향기를 들여 마셨다. 상쾌하기 그지없다. 

 

 

거제8경 중 제8경에 속하는 ‘공고지’는 거제사람보다 전국의 여행자에게 더 알려질 정도로 이름 난 곳이다. 특히, 이곳에는 봄철인 이 시기에 제일 많이 찾고 있다. 노란 수선화가 1만여 평 농장을 가득 물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농장은 한 할아버지 부부의 ‘성공적인 삶의 인생사’가 숨어 있는 곳이다. 올해 82세인 강명식 할아버지와 78세인 지상악 할머니가 그 주인공.

 

한 평생 농장을 가꿔 이룬 삶의 현장... 강명식 할아버지의 인생사

 

할아버지는 1957년 진주에서 하루 종일 걸어서 이곳에 처음 방문, 할머니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꿈 많은 신혼여행도 지금 사는 이곳을 택했다. 이후 12년 동안 농사일에 청춘을 다 바쳐 1969년 100평의 땅을 매입하게 된다. 나아가 3만여 평의 임야를 가지게 되고 그 중 1만여 평의 농지에 종려나무, 동백나무 그리고 수선화 등 여러 가지 꽃을 재배하게 된다. 할아버지는 이곳을 천국이라 부른다. 할아버지의 삶이 곳곳에 묻어 있는 이곳 공고지를 왜 천국이라 부르는지 알 것만 같기도 하다.  

 

 

할아버지께 인사차 만나러 갔더니 하우스에서 작업을 하며 어느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내용은 ‘청소년들이 어떤 삶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가’라는 주제란다. 지난 2006년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이후 매년 이 맘 때 계속 만나왔다. 그간 7년 세월이 흘렀어도 건강도, 일하는 자세도, 하나도 변함없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할아버지를 보면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새삼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하늘을 덮은 울창한 동백나무 숲길 계단을 올랐다. 공고지 계단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수선화와 천리향을 판매하고 있는 할머니를 만났다. 달래, 대파, 시금치 등 채소도 팔고 있었다. 봄 향기를 맛보기 위해, 2천 원짜리 달래 한 묶음을 샀다. 곧, 꽃을 틔울 것만 같은 수선화 두 뿌리가 담긴 포트 하나는 2천 원. 아이들은 수선화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서너 시간 공고지에 머무는 동안 봄바람에 살랑대는 수선화랑 춤을 추었고, 동백 꽃 향기에 넋을 잃었다. 아마 나만 그럴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 봄날, 공고지는 모든 여행자를 춤추게 할 것이리라.

 

 

 

1만여 평에 활짝 핀 노란 수선화, 보기만 해도 춤이 절로/거제도여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