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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상지역

사천 선진리성에 핀 만개한 벚꽃, 와룡문화제와 구암제 행사가 열립니다/사천여행

벚꽃 보러 떠난 여행, 역사공부에 빠지다/사천 가볼만한 곳

사천 선진공원,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의 역사가 숨어있다/사천여행지

 

 

하얀 눈이 내려 나무에 수북이 쌓인 듯 보이는 벚꽃나무가 하늘을 덮었다. 꽃잎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은 더욱 새파래 보인다. 성곽을 따라 심겨진 벚꽃나무는 고목이 된지 오래다. 사람들은 그 성곽 길을 따라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벚꽃을 즐기고 있다. 지난 3일. 이 길을 따라 걸으며 봄을 만끽했다.

 

사천읍에서 약 7km 떨어진 선진리성은 지금 벚꽃이 한창이다. 널찍한 도로 양쪽으로 빽빽하게 심겨진 벚꽃나무는 수만 송이의 꽃망울을 달았다. 성으로 접어드는 2차선 도로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벚꽃터널을 이루고 있다.

 

 

주차장에서 차를 놓고 내리니 밖이 시끌벅적하다. 사람들도 북적인다. 알고 보니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와룡문화제 준비가 한창이다. 흥겨운 트로트 메들리는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게 한다. 엿판을 쪼개는 엿장수 할아버지도 신이 났다. 짤랑짤랑 거리는 경쾌한 가위 소리는 사람들을 붙잡아 놓는다. 중절모를 쓴, 짧은 흰 수염이 난 할아버지 얼굴이 밝고, 가위 소리만큼이나 경쾌하다. 사진 한 장을 찍는 고마움으로 엿 봉지 하나를 사겠다고 하니, 사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래도 3천 원에 한 봉지를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길게 이어지는 여행자의 뒤를 따라 걸었다. 축제장은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역시 사람구경이 아닐까 싶다. 품바공연장에도 흥겨운 모습이 가득하다. 의자에 앉은 사람의 발이 일제히 춤을 춘다. 두 손도 따라 춤을 추고 있다. 그 관객의 기분이 어떠할지 충분히 알 것만 같다. 나도 그런데, 그 관객이야 특별히 다를 수야 있겠는가.

 

 

‘이충무공사천해전승첩기념비’에 사람들이 모였다. 문화관광해설사로부터 성에 대한 역사와 사천해전에 관한 공부를 하는 모습이다. 나도 틈새에 살짝 끼었다. 사천해전은 이순신이 지휘한 수군이 왜선을 크게 무찌른 해전으로, 이 전투에서 거북선이 처음으로 실전에 참가했다고 한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의 역사가 숨어 있는, 사천 선진리성

 

바로 인근에는 충령비가 서 있다. 이 비는 1950년 한국전쟁 때부터, 1958년 지리산 공비토벌 작전 종료 시까지, 대한민국의 영공을 수호하다 장렬히 전사한 65명의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다. 또한, 1995년 1월까지 공군 제3훈련비행단(사천기지)에서 임수 수행 중 꽃다운 청춘을 조국의 하늘에 영원히 바친 44명의 공군 장병들의 영령을 추가 봉안함으로서 현재 109명의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다고 한다.

 

 

벚꽃 하늘아래 젊은이들이 모여 얘기꽃을 피운다. 젊음이 넘쳐나는 모습이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다시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제일로 ‘무엇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지만 부질없는 생각이다. 지금부터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낫겠다는 생각이다.

 

성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다. 입구에는 선진리성에 대한 짧은 기록이 안내판에 기록돼 있다. 

 

 

“사천 선진리성.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74호. 임진왜란 때 왜군이 이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쌓은 일본식 성곽이다. 명과 조선의 기록에 따르면, 성안에는 많은 건축물이 있었고, 성 밖으로도 해자와 목책이 시설되었다. 1597년 10월 29일부터 12월 27일까지 모리부자 등 11명의 왜장이 이 성을 쌓았고, 시마즈부자가 주둔했으며, 명나라 군대와의 전투도 치러졌다. 3면을 바다로 했던 위치선택은 임진왜란이 끝난 뒤 우리나라의 축성에도 영향을 주었다 한다.”

 

 

떨어져 허공에 날리는 벚꽃 잎을 보며 드는 인생

 

짧은 시간에 성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니 벚꽃 길은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하나 둘 흩날리는 꽃잎이 허공을 맴돌다 땅에 떨어진다. 인생사 허무함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자연생태에서 인생을 대비시키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돌아 나오는 길에 조명군총(경상남도 기념물 제80호)에 들렀다. 이곳은 조선시대의 무덤으로 1598년 정유재란 중 사천 선진리성에서 전사한 조명연합군의 집단무덤이다. 당시 왜군은 자신들의 전과를 증명하기 위해 전사자의 귀와 코를 잘라 본국으로 보내고 목만 베어 선진리성 밖에 묻었는데, 악취가 심해 현재의 위치로 이장하였다고 한다. 매년 음력 10월 1일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바로 옆에는 ‘이총’이라는 무덤이 있다. 조선을 침략한 일본군은 전리품으로 조선인들의 귀와 코를 베어낸 후 소금에 절여 일본으로 보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승전의 표시로 교토 토요쿠니 신사 앞에 묻고 ‘이총’이라고 하였다. 1992년 4월 사천문화원과 삼중스님이 뜻을 모아 이역만리에서 떠도는 원혼들을 달래고자 이총의 흙 일부를 항아리에 담아 와서 재를 지내고, 조명군총 옆에 안치하였다가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이총 옆으로는 6·25 전쟁과 월남전쟁 참전유공자기념탑도 서 있다. 고개를 숙여 잠시 묵념시간을 가져 본다.

 

 

선진리성은 임진왜란 시 이충무공의 사천해전 기념탑이 서 있고, 한국전쟁 시 대한민국을 지킨 영웅들이 잠들어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선진리성 인근 조명군총과 이총 그리고 전쟁참전유공자기념탑이 있는 공원에는 또 다른 역사가 숨어 있다. 벚꽃을 보러 떠난 여행이 역사공부를 하는 계기가 됐다. 선진공원 주변으로 흩어져 날리는 벚꽃 비를 맞으며 걷는 길. 이 길을 걸으며 ‘조국에 대해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까’라는 거창(?)한 생각을 해 보는 여행이었다.

 

덧붙이는 글

제18회 와룡문화제 및 제4회 구암제 안내

. 기간 : 2013. 4. 11(목) ~ 4. 14(일)/4일간

. 장소 : 사천시 용면면 선진리성 일원

. 주최 : 사천시

. 주관 : 재단법인 사천문화재단

. 행사내용 : 7개 분야 48개 행사

. 문의 : 055-831-5670~5

 

사천 선진리성에 핀 만개한 벚꽃, 와룡문화제와 구암제 행사가 열립니다/사천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