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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전라지역

옥황상제를 만나러 청허부를 지나, 광한루원으로/남원여행코스/청허부와 오작교

 

옥황상제를 만나러 청허부를 지나, 광한루원으로/남원여행코스

호수에 비친, 한국 고건축의 아름다움의 결정체 ‘완월정’/남원여행코스

 

춘향사당 안에는 춘향의 영정이 있다. 지금도 많은 참배객이 이곳에서 축원을 빈다고 한다. 이 사당은 춘향의 굳은 절개를 기리는 사당으로, ‘임 향한 일편단심’이라는 뜻을 가진 ‘단심문’을 들어서야만 볼 수 있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떠나는 남원 출장길이다. 남원하면 ‘현실인지, 소설인지’ 착각이 일어날 정도로 춘향과 몽룡이 사랑을 나누었던 광한루가 떠오른다. 거기에다 3개도, 5개 시군에 걸쳐있는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지리산이 있다. 내리쬐는 7월 땡볕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다. 평소 여행 시 자가운전이라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기가 어렸었건만, 이날만큼은 조수석에 앉아 제대로 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9일. 남원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 오른쪽 바깥 풍경을 따라 잡을 수가 없다. 대신, 정면으로 다가오는 푸른 산과 하얀 뭉게구름이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다. 함양분기점을 지나 88고속도로에 접어들자 편도 1차로. 노면상태도 좋지 않고 밀리는 차로 인하여 속력을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장비가 동원돼 도로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광한루원 내 호숫가에 여행자가 모이를 주자 잉어 떼가 몰려들고 있다. 어떤 잉어는 엄청나게 크며 사람 얼굴을 닮은 것도 눈에 띈다. 마리수도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간 남원을 수차례 방문했지만 광한루원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두 번째. 지난 번 방문 때는 개인적으로 휭하니 둘러보니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청 관광과 직원의 도움으로 깊이 있는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성춘향과 이몽룡이 만나 사랑을 싹틔웠다는 정원, 광한루. 춘향전에 나오는 허구지만 실제보다 더 애틋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다. 이곳은 남원의 대표적 관광지로 사적 303호로 지정되었다가, 명승 제33호(2008년 1월 8일)로 변경되었다. 광한루는 조선 세종 때인 1419년 황희 정승이 이곳에 유배돼 건립한 것으로 광통루라 했다. 이후 관찰사 정인지가 ‘월궁 속에 있는 광한 청허부’와 같이 아름답다하여 지금의 광한루라 부르게 되었다.

 

광한루원으로 들어가는 정문인 청허부. 솟을대문으로 3문형식이다.

 

광한루원의 정문인 ‘청허부’. 이 문은 솟을대문 형식의 3문으로 옥황상제가 사는 옥경(달나라의 서울을 칭함)인 ‘광한 청허부’를 상징하고 있다. 이 문을 들어서면 넓게 펼쳐진 광한루원이 두 눈을 압도한다. 내리쬐는 땡볕을 마주하며 널따란 마당을 가로지르니 호수에 서 있는 누각 하나가 눈앞으로 다가선다. 세속사람들이 달나라를 즐기기 위해 지었다는 ‘완월정’. 이 정자는 호수를 축조한 후 수중누각으로 신축하였는데, 정면 6칸 측면 2칸으로, 겹처마 팔작지붕 굴도리식 2층 구조로 돼 있다.

 

광한루에 올라 시 한 수 읊고 싶었지만... 문화재 보호로 올라 설 수 없어

 

순천 송광사 대웅보전과 함께 한국 고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는 남원 광한루원 내 위치한 완월정.

 

한참이나 호숫가 그늘에 서서 고고한 자태로 위엄하게 서 있는 완월정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갑자기 순천 송광사 대웅보전의 아름다움이 완월정에 겹쳐 희미하게 나타난다. ‘아(亞)’자 형태 겹처마 팔작지붕의 송광사 대웅보전은 한국의 고건축에 있어 몇 안 되는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런데 규모는 이 대웅보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처마와 지붕곡선의 부드러움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칠월 칠석(음력 7월 7일). 견우와 직녀 두 별이 만날 수 있도록, 까마귀와 까치들이 은하수에 모여 몸을 이어 만들었다는 전설의 다리 ‘오작교’.

 

칠월 칠석(음력 7월 7일). 견우와 직녀 두 별이 만날 수 있도록, 까마귀와 까치들이 은하수에 모여 몸을 이어 만들었다는 전설의 다리 ‘오작교’. 몽룡과 춘향이 이 다리를 건너며 사랑을 이루었듯, 많은 사람들도 이 다리를 건너며 사랑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녹색을 띤 물에는 가지각색을 띤 잉어들이 사람들이 주는 모이를 쫓고 있다. 엄청난 크기의 체구와 많은 마릿수의 잉어는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설명에 의하면, “광한루에 가서 무엇을 보고 왔느냐”는 질문에, “엄청나게 큰 잉어 떼만 보고 왔다”는 우스갯소리가,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로 꼽히는 광한루.

 

이제 광한루에 다가섰다. 첫 느낌은 ‘웅장’하다는 것. 조선중기 누각으로 정면 5칸, 측면 4칸, 팔작지붕형태로 보물 제281호로 지정돼 있다. 경남에 소재한 진주 촉석루와 밀양 영남루 그리고 이곳 광한루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누각에 올라 수양버들 늘어진 호수를 보며 시 한 수를 읊고(?) 싶건만, 문화재 보호로 누각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광한루 건물 뒤로는 비석들이 서 있는데, 과거에 남원과 연을 맺은 부사, 관찰사, 어사들의 사적비와 선정비라고 한다. 이와는 별도로 하나 서 있는 비가 눈길을 끈다. 부사 ‘성안의(1561~1629)’의 선정비로, 선조 40년(1607년) 남원부사로 부임 후 4년여 동안 베푼 선정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춘향사당 현액에 새겨진 글귀인 '열녀춘향사'. 아래로는 거북을 탄 토끼 형상을 한 나무 조각상이 있는데, 특이한 점은 건물 안쪽으로 꼬리 부분이 돌출돼 있다.

 

허구와 현실의 만남인 ‘춘향사당’에 이르렀다. 지금도 많은 참배객이 이곳에서 축원을 빈다고 하니 과히 틀린 표현이 아니다. 이 사당은 춘향의 굳은 절개를 기리는 사당으로, ‘임 향한 일편단심’이라는 뜻을 가진 ‘단심문’을 들어서야만 볼 수 있다. 사당 현액에는 ‘열녀춘향사’라는 한자가 적혀있고, 그 아래로는 토끼가 거북이 등을 탄 형상의 나무 조각상이 돌출돼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토끼와 거북의 뒷모습이 건물 안쪽까지 조각돼 있다는 점.

 

춘향사당 건물 바깥쪽에는 토끼가 거북 등을 탄 나무 조각상이 설치돼 있는데, 건물 안쪽으로 사진과 같이 토끼와 거북의 꼬리 부분이 돌출돼 있다.

 

춘향과 몽룡이 아니었더라도, 누구나 사랑에 빠지고도 남았을 광한루

 

토끼와 거북의 장식은 이곳 춘향사당 외에 사찰의 칠성각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불교문화에서 유래한다고 전해진다. 거북은 ‘죽음과 고통의 세상을 건너게 해 주는 부처님’으로, 토끼는 ‘자신의 꾀에 빠진 중생’으로 표현한다는 것. 그래서 오직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고, 부처님의 자비로 행복을 주신다는 의미를 지닌 불교장식이라 할 수 있다. 이 장식품을 보며, “오늘도 나는 나의 꾐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 여름 땡볕이지만 광한루원 내 나무그늘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는 어르신들.

 

따가운 땡볕임에도 나이 든 어르신들이 무성한 나무 그늘아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알고 보니 나이 든 어르신들은 무료입장이라 광한루원에서 세상의 또 다른 시간을 즐기며 지낸다고 한다. 여기에는 하늘을 덮을 정도로 큰 450여 년 된 팽나무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아름다리 나무가 선 탁 트인 넓은 공터. ‘한국의 미’라 할 수 있는 고건축의 아름다운 정자와 누각. 여기에다 작은 호수에서 노니는 물고기. <춘향전>의 춘향과 몽룡이 아니더라도, 3차원 속 꿈이 가득한 광한루인 ‘옥경’이 배경이었더라면, 그 어떤 누구도 깊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재간이 있었을까.

 

남원에서 거제도로 향하는 길에 벌교의 대표음식이라 할 수 있는 남도음식의 진한 맛을 볼 수 있었다.

 

남원에서 거제로 향하는 길은 애초 왔던 길이 아닌, 아직 달려보지 못한 길을 가기로 했다. 2011년 4월 완전 개통한 27번 순천완주고속도로 일부인 서남원IC를 경유하여 순천, 진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교통량이 그다지 많지 않아 불편함은 없다. 재빨리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이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로움이다. 시간이 넉넉한 탓일까, 음식 잘한다는 남도지역의 음식을 먹고 싶다는 동료의 제안을 거절 할 수가 없다. 거제도에서 쉽게 맛 볼 수 없는 꼬막음식으로 결론이 났다. 그렇다면 행선지는 벌교 뿐. 쫄깃하게 씹히는 꼬막 특유함이 입 안 가득 오래도록 남아있다.

 

<이번 남원여행에 있어 친절한 안내와 설명을 해 주신 남원시 관광과와 남원시관광발전협의회 모든 관계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옥황상제를 만나러 청허부를 지나, 광한루원으로/남원여행코스

호수에 비친, 한국 고건축의 아름다움의 결정체 ‘완월정’